“성격이 너무 달라서 이혼하려고 합니다. 몇 년을 참았는데 위자료도 받을 수 있나요?” 상담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함께 사는 동안 겪은 답답함과 상처는 분명하지만, 이혼이 가능하다는 것과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성격 차이가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깊어졌다면 재판상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위자료가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단순한 불화와 구별되는 상대방의 책임 있는 행동, 그 행동이 혼인 파탄에 미친 영향까지 살펴야 합니다.
‘성격 차이’도 재판상 이혼사유가 될까요?
민법 제840조에는 ‘성격 차이’라는 표현이 별도의 이혼사유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의 차이로 갈등이 쌓여 부부공동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 조항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므15480 판결은 제6호를 판단할 때 혼인계속의사, 파탄의 원인과 책임, 혼인 기간, 자녀, 이혼 후 생활보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안 맞는다’는 말이나 한쪽의 일시적인 이혼 의사만으로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다툼이 잦아도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15. 3. 25. 선고 2013드합9048 판결은 부부가 서로를 비난하고 각방을 쓰는 상황에서도, 같은 집에서 자녀를 돌보고 상담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보아 이혼 등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성격 차이’라는 설명만으로 혼인 파탄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사례입니다.
이혼과 위자료는 판단하는 질문이 다릅니다
이혼에서는 혼인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만큼 파탄되었는지를 살핍니다. 위자료에서는 그 파탄을 초래한 상대방의 책임 있는 행동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입었는지를 따집니다. 민법 제843조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제806조를 준용합니다.
성격과 가치관은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틀렸다고 가르기 어렵습니다. 씀씀이, 집안일 분담, 가족과의 왕래, 대화 방식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서로의 말과 행동이 갈등을 키웠고 그 책임의 정도가 비슷하다면, 이혼이 인정되어도 위자료는 기각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2. 7. 5. 선고 2019드단67057 판결은 성격·가치관 차이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다툼이 잦아 회복하기 어려운 혼인 파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책임의 정도가 대등하다고 보아, 이혼은 인정하면서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성격 차이’ 뒤에 다른 행동이 있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모든 갈등을 ‘성격 차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법원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복적인 폭언·모욕이나 폭행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생활비 지급과 양육을 외면했다면 그 행동 자체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성격이 아니라, 갈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가입니다.
서울가정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드합2787·3537 판결에서는 금전 문제와 외모에 관한 요구 등으로 부부가 갈등을 겪었습니다. 법원은 한쪽 배우자가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갈등을 심화시키고,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현저히 부족한 채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하고 집을 나간 사정을 종합했습니다. 그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보아 위자료를 인정했습니다. 이 사례의 핵심은 ‘성격이 다르다’는 표면적인 이유가 아니라, 갈등을 심화시킨 구체적인 언행과 파탄 경위입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불쾌한 말 한두 번을 들었다는 것과 지속적인 모욕·학대가 있었다는 것은 다릅니다. 폭언의 내용과 반복성, 경제적·양육상 의무를 외면한 기간, 별거에 이른 과정, 본인의 대응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어느 쪽의 책임이 큰지 어떻게 살펴볼까요?
부부싸움에서 누가 먼저 화를 냈는지만으로 책임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갈등이 시작된 이유, 그 뒤의 말과 행동, 화해·상담 시도, 자녀 양육과 생활비 부담, 별거를 결정한 경위 등을 시간순으로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반복적인 모욕 때문에 상담이나 별거를 제안했는데도 그 행동이 계속되었다면, 단순한 성격 차이라는 설명과는 다른 평가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도 비슷한 폭언을 반복하거나 갈등 해결을 거부했다면 상대방에게만 주된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위자료를 주장할 때는 상대방의 잘못뿐 아니라 그 행동이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연결고리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적인 평가보다 당시의 기록이 도움이 됩니다. 주고받은 메시지, 갈등과 화해 시도가 담긴 대화, 생활비·양육 분담 자료, 상담 기록, 폭행이 있었다면 진단서와 신고 내역 등을 날짜순으로 정리해 보십시오. 기록을 모을 때는 타인의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등 위법한 방법을 피해야 합니다.
위자료가 없으면 재산분할도 못 받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청구이고, 재산분할은 혼인 중 함께 형성·유지한 재산을 나누는 문제입니다. 두 청구는 목적과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성격 차이로 이혼하면서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재산분할이나 자녀의 양육비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협의이혼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위자료를 주고받지 않는다’는 합의와 재산분할·양육비에 관한 합의를 구별해 적는 것이 좋습니다. 한 문장으로 모든 금전 문제를 정리했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합의 범위를 두고 다툴 수 있습니다.
성격 차이라는 말보다 파탄의 경위를 보아야 합니다
성격 차이가 심각해 혼인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혼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쪽의 책임이 비슷한 불화라면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폭언, 폭행, 부양·양육 의무의 방기처럼 별도의 책임 있는 행동이 있었다면 그 내용과 혼인 파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같은 사건에서도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 문제의 결론은 각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격 차이라는 한마디로 사안을 정리하기 전에 실제 갈등의 경과와 자료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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