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서 아파트를 받기로 했습니다. 합의서에는 위자료라고 써야 하나요, 재산분할이라고 써야 하나요?” 두 표현을 비슷한 뜻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법적으로는 다른 청구입니다. 특히 현금 대신 부동산을 넘기는 경우에는 그 차이가 세금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행동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받는 것이고, 재산분할은 혼인 중 함께 형성·유지한 재산을 나누는 것입니다. 같은 금액이나 같은 아파트를 주고받더라도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이전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과 세금 처리가 달라집니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청구입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 폭행 등 책임 있는 행동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하게 되었다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43조는 재판상 이혼의 손해배상책임에 제806조를 준용합니다.
위자료에서는 상대방의 행동, 그 행동과 혼인 파탄의 관계, 당사자가 입은 고통 등을 살핍니다. 이혼했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위자료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갈등에 대한 양쪽의 책임이 비슷하다면 위자료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위자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서 혼인 중 형성한 재산에 대한 몫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두 청구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은 ‘함께 만든 재산의 몫’을 정하는 절차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는 제도입니다.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뿐 아니라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정도를 봅니다. 소득활동 외에 가사와 자녀 양육을 통한 기여도 함께 검토합니다.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별개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공동재산에 대한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법원은 구체적인 분할액과 방법을 정하면서 혼인 기간, 기여도, 이혼 후 생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합니다. 재산분할에 부양적 요소나 정신적 손해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주된 목적은 공동재산의 청산입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함께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같은 돈을 두 번 받는 것처럼 계산해서는 안 되므로, 이미 지급한 금전이나 이전한 재산이 어느 청구에 대한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현금으로 받는 경우에도 세금이 붙을까요?
이혼에 따른 정당한 위자료를 현금으로 지급받는다면 그 돈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므로 원칙적으로 수령자에게 소득세나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혼인 중 형성된 공동재산을 현금으로 분할받는 경우도 원칙적으로 수령자에게 소득세나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금 지급만 놓고 ‘위자료는 세금이 없고 재산분할은 세금이 있다’고 구별하면 잘못입니다. 다만 가장이혼이나 실제 증여를 위자료·재산분할처럼 꾸민 경우라면 지급 명칭만으로 과세 여부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아파트를 넘기는 경우, 양도소득세가 달라집니다
부동산으로 지급할 때는 지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세금을 나눠 보아야 합니다.
먼저 위자료 지급의무를 갚는 방법으로 자기 소유 아파트를 상대방에게 이전한다면, 아파트를 넘기는 사람에게 양도소득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위자료채무가 없어지는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자산을 이전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 양도소득세 납부 여부는 양도차익과 비과세 요건 등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누4599 판결은 이혼 위자료 대신 주택을 이전한 것을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유상양도로 보았습니다. 반대로 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누14401 판결은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을 나누는 재산분할의 방편으로 부동산을 이전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전을 유상양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동산을 넘기는 쪽에서는 위자료의 대물변제인지, 실질적인 재산분할인지가 양도소득세 판단의 핵심입니다.
부동산을 받는 쪽은 어느 경우든 취득세 등 취득에 따른 세금을 검토해야 합니다. 재산분할이라는 이유로 모든 세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취득세율과 신고 문제는 부동산의 종류와 이전 형태에 따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양도소득세가 없으면 나중에도 없을까요?
재산분할로 아파트를 이전할 때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아파트를 나중에 팔 때까지 세금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2두6422 판결은 재산분할로 받은 부동산을 나중에 양도할 때 취득가액을 재산분할 당시의 가액이 아니라, 종전 배우자가 처음 취득했을 당시의 취득가액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오래전에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아파트라면, 나중에 매각할 때 양도차익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위자료로 받은 주택을 나중에 파는 경우에도 별도의 양도로 보아 그때의 과세 요건을 검토해야 합니다. 아파트를 ‘받는 순간’뿐 아니라 ‘훗날 팔 때’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합의서에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요?
부동산이나 큰 금액을 이전한다면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한 문장에 섞어 적기보다, 각각의 목적·금액·이전할 재산을 가능한 한 구분하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금액은 혼인 파탄에 대한 위자료이고, 어떤 아파트 지분은 공동재산의 분할이라는 식으로 합의의 실질에 맞게 정리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두4573 판결도 이혼 당시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의 금액을 구분하지 않은 채 자산을 이전한 사건에서, 과세대상 부분을 어떻게 가릴 것인지 문제를 다뤘습니다. 법원은 합의서의 표현만 보지 않고 혼인 기간, 파탄 경위, 재산의 가치 등 여러 사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전부 재산분할’이라고 적기만 하면 세금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구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부 위자료’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합의 전에 이전할 부동산의 취득가액과 현재 가치, 대출금, 향후 매각 계획을 확인하고, 지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각각의 세금·비용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의 청구기간도 서로 다르므로 이미 이혼한 뒤라면 기간 역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름보다 실제 지급 목적을 확인해야 합니다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의 배상, 재산분할은 공동재산의 청산입니다. 두 청구는 함께 할 수 있지만 판단 기준이 같지는 않습니다. 현금으로 받는 정당한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에는 원칙적으로 소득세·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을 이전하면 지급하는 쪽의 양도소득세 여부와 받는 쪽의 취득세를 각각 살펴야 합니다.
특히 아파트 한 채로 모든 문제를 정리하려는 경우에는 합의서의 명칭보다 그 아파트가 어떤 권리를 정산하는지, 나중에 매각할 때 어떤 세금 문제가 생길지까지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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