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남은 프로포폴을 스스로에게 놓거나, 불면증을 이유로 본인 명의 처방전에 졸피뎀을 적어 자가투약하다 적발되는 의사가 매년 나옵니다. 문제는 이런 사안의 행정처분이 다른 위반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위반은 1차 경고, 2차 업무정지 며칠 식으로 점점 무거워지는데, 업무 외 목적의 향정신성의약품 투약은 1차 위반부터 곧바로 업무정지 12개월이 나옵니다. 왜 이 위반만 이례적으로 무겁게 다뤄지는지, '업무 외의 목적'은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 적발됐을 때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각각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류취급자인 의사, 향정신성의약품도 업무 범위 안에서만 다룰 수 있다
의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6조에 따라 허가를 받아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투약할 수 있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에 해당합니다.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투약·사용·수수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의사는 이 금지의 예외로서 진료라는 업무 범위 안에서만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룰 수 있도록 허용받은 지위입니다. 그런데 이 허용은 무제한이 아닙니다. 제5조 제1항은 마약류취급자라도 그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해서는 제4조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행위, 즉 투약·소지·사용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 못박고 있습니다.
이 구조를 풀어보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투약하는 것은 업무이지만, 같은 약물이라도 진료 목적 없이 본인에게 놓거나 지인에게 나눠주는 순간 그 행위는 업무의 틀을 벗어납니다. 허가받은 마약류취급자라는 지위 자체가 면죄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위는 어디까지나 '업무'라는 전제 위에서만 정당화된다는 뜻입니다. 실제 적발 사례를 보면 병원에 보관 중이던 프로포폴을 진료 후 남은 양이라며 본인이 직접 투약하거나, 본인 명의로 졸피뎀·펜터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해 스스로 복용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문제 되고 있습니다.
마약류취급자라는 지위는 '업무'라는 틀 안에서만 정당화된다 — 틀을 벗어난 투약은 무자격자의 투약과 법적으로 같게 취급된다.
'업무 외의 목적'을 가르는 기준 — 대법원이 그은 선
그렇다면 의사가 본인의 몸 상태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을 스스로 투약하면 무조건 위법일까요.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8514 판결은 이 질문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판결은 제5조 제1항 위반죄를 '업무 외의 목적'이라는 요건이 있어야 성립하는 목적범으로 보면서, 그 목적이 있는지는 마약류의 오용·남용으로 인한 보건상 위해를 막으려는 이 법의 입법 취지를 염두에 두고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결론은 두 갈래입니다.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자신의 질병 치료 등 의료 목적으로 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그러나 질병 치료 등 의료 목적을 위해 통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의료행위를 빙자해 마약 등을 투약하는 행위는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한 투약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같은 취지로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도10797 판결). 예를 들어 일시적인 불면 증상 때문에 통상적인 용량으로 단기간 처방받아 복용한 것과, 진료기록이나 처방 근거 없이 반복적·고용량으로 스스로에게 투약해 온 것은 이 기준 아래에서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내 몸에 놓은 것이니 상관없다'는 식의 항변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필요한 범위였는지, 정상적인 진료 절차를 거쳤는지, 처방과 투약의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판단의 실질적인 잣대가 됩니다. 진료기록부 기재 없이 임의로 투약하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약물을 자가처방한 이력이 확인되면 통상 필요한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적발되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함께 온다
제5조 제1항을 위반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면 제61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습범이면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되고, 미수범도 처벌 대상입니다. 문제는 이 형사처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같은 위반행위에 대해 허가관청은 형사절차와 별개로 제44조에 따른 행정처분, 즉 마약류 취급업무의 정지나 허가·지정 취소를 명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와 행정처분은 목적과 판단 주체가 다릅니다. 형사절차는 검찰과 법원이 유죄 여부와 형량을 정하는 것이고, 행정처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가 마약류 관리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진행하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수사 결과 통보나 자체 조사만으로도 형사판결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행정처분 절차가 먼저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고, 설령 형사사건에서 벌금형에 그치거나 결과가 가볍게 나오더라도 행정처분의 수위가 그에 연동해 자동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적으로는 형사 대응과 행정처분 대응을 별개의 트랙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차 위반부터 업무정지 12개월 — 유독 무거운 이유
행정처분의 구체적인 기준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2에 정해져 있습니다. 이 별표의 개별기준 1의2호 가목은 "법 제5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마약류 취급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대해 1차 위반부터 업무정지 12개월, 2차 위반은 허가·지정 취소를 처분기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위반 유형이 1차 경고나 업무정지 며칠·몇 개월에서 시작해 위반이 반복될수록 서서히 무거워지는 것과 비교하면, 이 조항은 최초 적발부터 1년의 범위 안에서 사실상 최고 수준인 12개월을 곧바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무겁습니다.
여기에 별표 2 일반기준 제9호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기준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와 마약류소매업자에 대해서는, 개별기준상 처분이 '허가·지정·승인 취소'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취소 대신 업무정지 12개월로 처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가 두 번째로 같은 위반을 저질러 원래 기준대로라면 허가·지정이 취소돼야 하는 경우에도, 진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보건상 문제를 고려해 취소 대신 다시 업무정지 12개월이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는 면허 자체가 살아남는다는 뜻일 뿐, 1년 가까이 마약류를 전혀 취급할 수 없다는 실질적인 타격은 1차 위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근거 조문 — 법 제44조 제1항 제1호 가목 및 같은 항 제2호 다목(시행규칙 별표 2 개별기준 1의2호 가목).
1차 위반 — 업무정지 12개월.
2차 위반 — 원칙은 허가·지정 취소이나,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일반기준 제9호에 따라 업무정지 12개월로 처리.
위반횟수 산정 — 최근 2년간 같은 위반행위로 처분받은 경우를 기준으로 계산(일반기준 제2호).
다른 위반은 위반이 반복될수록 무거워지지만, 업무 외 목적의 향정신성의약품 취급은 국민보건에 직결된다는 이유로 최초 적발부터 최고 수준의 처분이 적용된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유형 — 셀프처방·대리처방·재고 불일치
실제 적발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됩니다. 첫째는 본인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하고 스스로 투약하는 이른바 셀프처방입니다. 프로포폴처럼 처방전 없이 원내에서 직접 시술 형태로 투약하는 약물뿐 아니라, 졸피뎀·펜터민처럼 조제약 형태로 처방되는 약물에서도 흔히 나타납니다. 둘째는 실제로는 자신이 투약할 목적이면서 환자 명의나 진료기록을 빌려 처방전을 발급하는 방식입니다. 진료 없이 처방전만 발급되기 때문에 처방과 진료기록 사이의 불일치가 조사 단계에서 쉽게 드러납니다.
셋째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보고 재고량과 실제 재고량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서 조사가 시작되는 경우입니다. 의사는 법 제11조에 따라 마약류의 취급 내용을 정해진 기한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해야 하고, 이 보고 데이터와 실사용량·재고량이 맞지 않으면 그 자체로 별도의 보고의무 위반 문제가 되는 동시에, 차이가 발생한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가투약 정황이 함께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처방 데이터 분석으로 특정 의료인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패턴이 이상 징후로 걸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셀프처방 — 본인 명의 처방전을 발급해 스스로 투약.
대리(명의) 처방 — 진료기록 없이 환자 명의를 빌려 처방전만 발급.
재고 불일치 —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보고량과 실제 재고량 차이가 조사의 단초가 됨.
행정처분 절차와 방어 — 의견제출·불복 방법
허가관청이 업무정지 처분을 하려면 행정절차법에 따라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 내용을 사전에 통지하고,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처분사유 자체를 다투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방어입니다. 앞서 본 대법원 기준대로 투약이 질병 치료 등 의료 목적에 필요한 범위 안이었다는 점, 즉 '업무 외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진료기록·처방 근거·투약 경위 자료로 소명하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위반횟수 산정 자체를 다투는 것도 가능합니다. 별표 2 일반기준 제2호는 위반횟수에 따른 처분 기준을 최근 2년간 같은 위반행위로 처분을 받은 경우에 한해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과거 처분과 이번 사안이 같은 유형의 위반인지, 2년의 기간 계산이 맞는지도 확인할 부분입니다. 시행규칙 별표 2 일반기준 제8호가 정한 감면사유(국민보건상 필요, 수입·제제만 하고 유통하지 않은 경우 등)는 주로 제조·수입업자에게 적용되는 성격이 커서 의료업자의 자가투약 사안에 곧바로 원용하기는 어렵지만, 처분의 종류·범위 자체가 재량행위인 만큼 위반의 경위와 정도에 대한 소명은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사전 의견제출 단계에서 처분을 막지 못했다면, 처분이 확정된 뒤에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처분의 취소나 감경을 다툴 수 있습니다. 업무정지 12개월이라는 처분의 성격상 본안 판단이 나오기 전에 처분의 효력을 멈추는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으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지기간이 그대로 진행돼 버릴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특히 중요합니다.
업무정지 12개월이 실제로 미치는 파장
업무정지 처분을 받으면 단순히 향정신성의약품을 못 다루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법 제44조 제4항에 따라 허가관청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에 대한 처분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해야 합니다. 통증 관리·수면마취 시술처럼 향정신성의약품 취급이 진료의 핵심인 진료과목이라면, 12개월 동안 해당 시술 자체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되어 병원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지기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합니다. 별표 2 일반기준 제7호는 업무정지처분 기간 중 정지된 업무를 실제로 계속하면 그 허가·지정 또는 승인 자체를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기준 제4호에 따라 1년 이내에 업무정지처분을 3회 이상 받으면 원칙적으로 허가가 취소되는데(의료업자는 이 경우에도 업무정지 12개월로 처리), 한 번의 처분으로 끝나지 않고 유사한 위반이 반복될 경우 그 부담은 누적됩니다. 그런 만큼 처분을 받은 뒤에는 정지기간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동시에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관리체계(처방·투약 기록, 재고 관리)를 정비해 두는 것이 다음 위반의 위험을 낮추는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의사가 본인 질병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면 무조건 처벌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4도8514 판결에 따르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질병 치료 등 의료 목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투약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다만 통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거나 의료행위를 빙자한 투약으로 평가되면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한 투약으로 처벌·처분 대상이 됩니다.
Q. 형사사건에서 무죄나 벌금형에 그치면 행정처분도 자동으로 가벼워지나요?
A. 아닙니다. 형사절차와 행정처분은 판단 주체와 절차가 별개입니다. 형사 결과가 가볍게 나왔다고 해서 업무정지 처분의 수위가 자동으로 낮아지지 않으며, 처분 자체를 다투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별도로 진행해야 합니다.
Q. 초범인데 왜 1차 위반부터 업무정지 12개월이 나오나요, 감경받을 방법은 없나요?
A. 시행규칙 별표 2 개별기준이 제5조 제1항·제2항 위반에 대해 1차 위반부터 업무정지 12개월로 정하고 있어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처분기간이 자동으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투약이 업무 외 목적에 해당하는지, 위반횟수 산정이 정확한지를 사전 의견제출 단계에서 다툴 여지는 있습니다.
Q. 두 번째로 적발되면 병원 허가 자체가 취소되나요?
A. 개별기준상 원칙은 허가·지정 취소이지만, 별표 2 일반기준 제9호에 따라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취소 대신 업무정지 12개월로 처리됩니다. 다만 면허가 유지되더라도 1년 가까이 마약류를 전혀 취급하지 못하는 타격은 여전히 큽니다.
Q. 업무정지 처분에 불복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사전 의견제출 단계에서 처분사유를 다투는 것 외에도, 처분이 확정된 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취소·감경을 구할 수 있고, 처분의 효력을 멈추기 위한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향정신성의약품 재고가 맞지 않는 것만으로도 업무정지 12개월을 받을 수 있나요?
A. 재고 불일치 자체는 시행규칙 별표 2의 다른 조항(보고의무 관련 기준)이 우선 적용되는 별개의 문제이며, 그 자체가 곧바로 '업무 외 목적 투약'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불일치의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가투약 정황이 함께 확인되면 제5조 제1항 위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맺음말
향정신성의약품을 업무 외 목적으로 투약한 경우의 행정처분이 1차 위반부터 업무정지 12개월로 정해진 것은, 이 위반이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위반보다 훨씬 무겁게 보기 때문입니다. '내 몸에 놓은 것이니 문제없다'거나 '진료 후 남은 약이라 상관없다'는 판단은 대법원이 제시한 '통상 필요한 범위' 기준 앞에서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별개로 진행된다는 점, 처분 절차 안에서도 사전 의견제출과 사후 불복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함께 이해하고 있어야 실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조사가 시작됐거나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받았다면, 투약 경위와 진료기록을 정리해 '업무 외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소명할 자료부터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처분 수위나 위반횟수 산정에 다툴 부분이 있는지도 함께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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