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자녀나 배우자를 잃은 유족은 사고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초동 조사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대 측 설명만 듣고 서류에 서명하거나, 검시와 부검이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모른 채 며칠을 흘려보내면 나중에 사망 경위를 다툴 근거 자체가 빈약해질 수 있습니다. 군 사망사고는 2022년부터 재판 관할이 민간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정작 사고 직후의 검시는 여전히 군검사가 담당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군 사망사고에서 유족이 검시·부검·조사 단계에 실제로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단계에서 변호사를 통해 의견을 내는 일이 왜 초기 대응의 핵심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군 사망사고, 재판은 민간 법원인데 왜 군검사가 나오나
2021년 9월 24일 개정되어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은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해당하는 사람, 즉 현역 장교·부사관·병 등이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원인이 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한 법원(민간 법원)이 재판권을 갖도록 정했습니다. 그전까지는 군 사망사고의 수사와 기소, 재판이 모두 군검찰과 군사법원 안에서 처리되면서 은폐·축소 논란이 반복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망사건을 아예 관할 자체에서 떼어낸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군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경찰(군사경찰이 아닌 민간 경찰이 인계받는 절차를 포함), 검찰, 지방법원이 수사와 재판을 맡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 조문이 바꾼 것은 어디까지나 본안 수사·기소·재판의 관할이지, 사고가 발생한 바로 그 순간의 초동 대응까지 자동으로 민간 몫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망사고가 벌어진 직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사체를 확인하고 부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는 별도의 조문으로 규율되고 있고, 이 지점이 유족 입장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함정입니다.
그래도 초동 검시는 군검사 몫이다 — 군사법원법 제264조
군사법원법 제264조는 변사자 또는 변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체가 앞서 말한 신분자, 즉 제2조에 해당하는 사람의 사체일 때는 군검사가 검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신분자가 아니더라도 병영이나 그 밖의 군사용 청사, 차량, 함선, 항공기에서 발견된 사체라면 마찬가지로 군검사가 검시합니다. 이 검시로 범죄 혐의가 인정되고 긴급할 때는 영장 없이 검증할 수 있고, 군검사는 이 처분을 군사법경찰관이나 사법경찰관에게 맡길 수도 있습니다. 민간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222조가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있는 사체가 있는 때에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하여야 한다"고 정한 것과 구조가 거울처럼 닮아 있지만, 군 사망사고에서는 이 검시 주체가 여전히 군검사라는 점이 다릅니다.
실무적으로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사고 초기의 현장 보존과 사체 검안, 부검 실시 여부에 대한 판단이 모두 군 수사기관의 주도로 이뤄지고, 이 단계에서 만들어진 기록이 이후 민간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았을 때 수사의 뼈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재판 관할이 민간으로 넘어갔다는 사실만 믿고 "어차피 경찰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손을 놓으면, 정작 되돌릴 수 없는 초동 단계에서 유족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절차가 넘어가 버릴 수 있습니다.
재판 관할이 민간 법원으로 넘어갔어도, 사고 직후의 검시와 부검은 여전히 군검사가 주도한다 — 유족이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시점이 바로 이 단계다.
유족 국선변호사 제도 — 신청 대상과 방법
국방부는 이런 초동 단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2년 6월 29일 「군검사의 피해자 및 유족 국선변호사 선정 등에 관한 훈령」(국방부훈령 제2670호)을 제정해 같은 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훈령에 따라 복무 중 사망한 장병의 유족은 민간 변호사를 국선으로 선정받아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정 대상은 사고사·자살·질병 등 사망 원인을 가리지 않고,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등 유족 전반이 포함됩니다.
신청은 관할 군검찰부나 소속 부대를 통해 국선변호사 선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유족 측 요청이 없더라도 군검사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직권으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선이므로 유족이 변호사 비용을 별도로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장점입니다. 유족 측이 요청하면 이 변호사는 현장조사 입회, 부검 참여, 유가족 설명회 참석, 이후 보상 절차 지원까지 폭넓게 맡습니다.
선정 대상 — 복무 중 사망(원인 불문)한 장병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등 유족.
신청 경로 — 관할 군검찰부 또는 소속 부대를 통해 선정 요청, 필요시 군검사 직권 선정.
비용 — 국선이므로 유족 부담 없음.
역할 — 현장조사 입회, 부검 참여, 유가족 설명회 참석, 보상 절차 지원.
검시·부검 현장에서 변호사가 실제로 하는 일
유족 측이 요청하면 국선변호사는 부검이 이뤄지는 현장에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부검의에게 고인의 기존 병력이나 최근 이상 징후 등 유족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사인을 특정하기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의견을 제시하며, 부검 결과를 설명받는 자리에서 애매하게 넘어가는 부분을 다시 질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자살로 잠정 추정되는 사건일수록 이 참여의 실익이 큽니다.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에서는 특히 유서의 존재 여부, 평소 근무 여건, 선임병과의 관계, 과로나 괴롭힘 정황 같은 자료가 검시·부검과 같은 시점에 함께 수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정황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성격이 있어서, 변호사가 이 단계에 참여해 "이런 자료도 확보해 달라"는 의견을 내지 않으면 누락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초동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요청해 둔 자료는 이후 순직 인정이나 배상 절차에서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유족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낸다는 것의 실제 의미
군사법경찰관이나 군검사는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부모, 배우자, 함께 근무한 동료 병사 등을 상대로 진술을 청취하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 변호사가 동석하면 진술이 사실과 다르게 정리되지는 않는지 확인할 수 있고, 조사관이 미처 묻지 않은 부분—사고 전 특이 통화기록, 가혹행위 신고 이력, 근무일지 등—을 추가로 확인해 달라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변호사가 즉석에서 의견을 말하려면 그 조사를 주재하는 기관, 즉 군검사나 군사법경찰관(사건이 인계된 뒤에는 민간 경찰·검찰)의 승인을 받는 것이 실무이고, 조사가 끝난 뒤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이 함께 쓰입니다. 어느 쪽이든 구두로만 항의하고 넘어가기보다, 기록에 남는 형태로 의견을 남겨두는 쪽이 이후 절차에서 훨씬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진술이 사실관계와 다르게 기록되지 않는지 확인.
조사관이 빠뜨린 확인사항을 추가로 조사해 달라고 제안.
조사 종료 후 서면 의견서 제출로 기록을 남김.
부검감정서·조사기록 등 관련 자료의 열람·사본 확보 요청.
이 참여가 순직 인정과 배상에 연결되는 이유
검시·부검·조사 단계에서 확보된 사실관계는 이후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심사에서 순직인지 일반사망인지를 가르고, 나아가 국가배상 청구의 기초자료가 됩니다. 초동 조사에서 "복무와 관련 없는 개인 사정"으로 사건이 정리되면 나중에 순직 인정을 받기가 훨씬 어려워지고, 반대로 과중한 근무나 안전조치 미비 같은 직무 관련 정황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으면 이후 심사와 소송에서 중요한 근거로 쓰입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해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는 국가배상법과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중배상금지 조항입니다. 다만 같은 조 제3항은 이 단서에도 불구하고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 등의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사고가 "직무 집행과 관련된 것"인지, 그리고 위자료 청구의 전제가 되는 순직 여부가 어떻게 판단되는지는 결국 초동 단계에서 남겨진 기록에 크게 좌우됩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들
가장 흔한 실수는 사고 통보를 받고도 며칠 지나서야 국선변호사 선정을 신청하는 것입니다. 그사이 검시와 1차 부검이 이미 끝나 있는 경우가 많아, 참여할 수 있었던 시점을 놓쳐버립니다. 사고 통보를 받은 즉시 국선변호사 선정을 신청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또 하나 흔한 실수는 사인에 의문이 남아 있는데도 장례를 서두르는 것입니다. 화장을 마치고 나면 재부검 자체가 불가능해져 사인을 새로 규명할 방법이 사라집니다. 사인이 조금이라도 명확하지 않다면 장례 전에 재부검이나 정밀감정이 필요한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부대 측이 제공하는 사고경위서 등 설명자료에 서명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서명이 곧 그 내용에 대한 사실 인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변호사 검토 없이 서둘러 서명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고 통보 즉시 국선변호사 선정 신청.
장례 전에 재부검·정밀감정 필요성부터 확인.
부대 제공 서류는 검토 없이 서명하지 않기.
조사기록·부검감정서 사본을 초기부터 확보해 두기.
자주 묻는 질문
Q. 군 사망사고인데 왜 민간 법원이 재판하나요?
A.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형법상 신분자가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른 사건은 전시·사변 등 예외를 제외하고 민간 법원이 재판권을 갖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고 초기의 검시는 여전히 군검사가 담당합니다.
Q. 국선변호사는 누구나 선정받을 수 있나요?
A. 복무 중 사망한 장병의 유족이면 별도 자격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군검사가 직권으로 선정하기도 합니다. 국선이므로 비용은 유족이 따로 부담하지 않습니다.
Q. 부검에 유족이 반드시 입회해야 하나요?
A. 의무는 아니지만, 유족 측이 요청하면 국선변호사가 부검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사인이 불분명하거나 자살로 잠정 추정되는 사건일수록 참여의 실익이 큽니다.
Q. 이미 화장까지 마쳤다면 더 이상 다툴 수 없나요?
A. 재부검이 불가능해져 사인을 새로 규명하기는 어려워지지만, 기존 부검감정서와 조사기록, 진술 등을 토대로 순직 인정이나 국가배상을 다투는 것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다만 초동 단계보다 입증이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Q.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낸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나요?
A. 의견 제시 자체가 반영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서면 의견서나 추가 확인 요청은 기록에 남아 이후 순직 심사나 소송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구두로만 항의하기보다 서면으로 남기는 쪽이 유리합니다.
Q. 군검사의 검시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재부검이나 정밀감정을 요청할 수 있고, 사건이 민간 검찰로 인계된 뒤에도 추가 수사나 관련 자료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선변호사를 통해 이 요청을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효과적입니다.
맺음말
군 사망사고는 유족이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빠른 판단을 요구받는 사건입니다. 검시와 부검, 조사는 사고 발생 직후 며칠 사이에 몰아치듯 진행되고, 이 시점에 남겨진 기록은 이후 순직 인정과 국가배상, 필요하다면 형사책임 추궁까지 좌우합니다. "어차피 민간 법원이 재판한다"는 생각으로 초동 단계를 소홀히 넘기면, 나중에 되돌릴 수 없는 공백이 남을 수 있습니다.
사고 통보를 받은 즉시 국선변호사 선정을 신청하고, 장례를 서두르기 전에 재부검 필요성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검시와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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