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다쳐 전역했는데, 전역 이후 치료를 받다가 그 부상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이런 경우 유족들은 "이미 민간인 신분이 됐으니 순직 인정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군인사법 개정으로 전역 후 사망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전사자·순직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요건이 정확히 무엇이고, 실제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상 전역 후 사망, 왜 예전엔 순직으로 안 됐고 지금은 되나
군인이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이를 전사자·순직자·일반사망자·전상자·공상자·비전공상자 중 어디로 분류할지는 군인사법 제54조의2가 정합니다. 그런데 이 조문은 원래 군인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를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부상이나 질병으로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된 뒤 사망하면, 사망 시점에는 더 이상 군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순직 여부를 따질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 종전의 처리 방식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훈련이나 임무 수행 중 다쳐 공상자로 인정받고 전역했지만, 전역 이후에도 같은 부상 때문에 계속 치료를 받다가 몇 달 혹은 몇 년 뒤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종전 규정으로는 이런 유족이 순직 인정을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인사법에 신설된 조문이 제54조의7(전공사상심사의 특례)입니다. 이 특례가 정확히 어떤 요건을 요구하는지는 다음 항목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전공사상심사의 특례(군인사법 제54조의7) — 세 가지 요건
군인사법 제54조의7 제1항은 "전상자 또는 공상자가 제37조제1항제1호에 따라 전역한 후 치료 중 그 전역의 원인이 된 상이(질병을 포함한다)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에는 제54조의3에 따른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전사자 또는 순직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을 나누어 보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특례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역 전 인정 — 전역하기 전에 이미 전상자 또는 공상자로 인정받은 이력이 있어야 합니다.
전역 사유 — 전역 사유가 군인사법 제37조제1항제1호의 심신장애로 인한 전역이어야 합니다. 자진전역·정년전역 등 다른 사유로 전역했다면 특례 대상이 아닙니다.
직접적 인과관계 — 사망원인이 된 상이·질병이 바로 그 전역의 원인이 된 상이·질병이어야 하고, 그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합니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공상 판정을 받고 전역했더라도 전역 사유가 심신장애가 아니라 다른 사유였다면, 혹은 전역 이후 전혀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다면 이 조문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세 요건을 모두 갖췄다면, 유족은 군 신분을 벗어난 뒤의 사망이라는 이유만으로 순직 인정을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역 전 전상자·공상자 인정, 심신장애 전역, 그 상이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 — 이 세 가지가 모두 맞아야 전공사상심사의 특례가 적용된다.
순직 Ⅰ·Ⅱ·Ⅲ형은 무엇이 다른가
순직으로 인정된다고 해서 모두 같은 등급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군인사법 제54조의2 제1항 제2호는 순직을 세 유형으로 나눕니다. 순직Ⅰ형은 타의 귀감이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한 경우, 순직Ⅱ형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 포함), 순직Ⅲ형은 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경우(질병 포함)입니다.
전역 후 사망 특례에서도 이 세 유형 구분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군인사법 시행령 제60조의31은 전역 당시 어떤 유형의 공상자로 인정받았는지에 따라, 사후에 인정되는 순직 유형이 결정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전역 당시의 공상 인정 유형과 사망 이후 심사에서 인정되는 순직 유형이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역 시점에 어떤 상이로 어떤 유형의 공상자로 분류됐는지가 이후 심사에서 그대로 중요한 기초자료가 됩니다.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 누가 언제 심사하나
군인사법 제54조의3에 따라 각군 본부에는 전사자등의 사망 또는 상이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위원회는 13명 이상 50명 이내로 구성되며, 위원 총수의 과반수는 법의학 관련 조교수 이상, 전문의, 판사·검사·변호사 등 외부전문가로 채우도록 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회의는 위원장을 포함해 참모총장이 그때그때 지정하는 9명이 참석하고, 이 중 외부전문가가 5명 이상이어야 하며 6명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심사는 유족이나 당사자가 신청하면서 제출하는 자료를 토대로 진행됩니다. 군 복무 중 작성된 의무기록, 전역 당시 이루어진 전공사상심사 결과, 전역 이후 받은 치료 기록과 사망진단서 등이 핵심 자료입니다. 이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당사자나 그 재산상속인은 같은 청구 사항에 대해 1회에 한정해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 대법원이 요구하는 수준
전역 후 사망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순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두18933 판결은 이 지점을 잘 보여줍니다. 해병대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해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한 뒤 보수교육을 받던 중 담관암 진단을 받고 의병 전역한 사람이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유족이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했으나 지방보훈지청장이 비해당결정을 내렸고, 원심은 훈련 강도와 조기진단 소홀로 질병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보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습니다. 훈련 과정에서 겪은 증상이나 진단·검진이 다소 소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상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이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전역 후 사망이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사망원인이 된 상이·질병과 군 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는 점을 의무기록 등 구체적 자료로 뒷받침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역 후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상이·질병이 군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는 점을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순직자 인정과 국가유공자 등록은 별개의 절차다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순직자 또는 전사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보상금이 자동으로 지급되지는 않습니다. 이 심사는 어디까지나 군 내부에서 사망을 어떻게 분류할지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보상과 예우를 실제로 받으려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가 정한 순직군경(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 포함) 또는 같은 항 제6호의 공상군경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국가보훈부가 별도로 심사해 같은 법 제6조에 따라 등록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즉 순직자로 인정받은 뒤에도 유족이 국가보훈부에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따로 해야 합니다. 이 등록이 이루어져야 보상금과 유족연금 등 예우가 시작되고, 순직 인정 여부는 군인 재해보상법이 정하는 순직유족연금이나 사망보상금 같은 급여의 지급 여부와도 연결됩니다. 두 절차를 하나로 착각해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놓치는 유족이 실무에서 적지 않으므로, 순직 인정 이후의 절차를 별도로 챙겨야 합니다.
실무에서 준비해야 할 자료와 불복 절차
전공사상심사의 특례는 요건이 세 가지로 명확한 만큼, 자료도 그 요건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 자료들을 미리 확보해 두면 심사 과정에서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전역 당시 전공사상심사 결과 — 전상자·공상자로 인정받은 상이·질병의 내용과 유형.
군 복무 중 의무기록·진료기록 — 상이·질병이 처음 발생한 시점과 경과를 보여주는 자료.
전역 이후 치료 경과 기록 — 진단서, 경과기록, 사망진단서 등 전역 원인이 된 상이가 이어졌다는 근거.
전역명령서 — 전역 사유가 군인사법 제37조제1항제1호의 심신장애 전역인지 확인할 자료.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그 결과에도 승복하기 어렵다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재심사 청구는 동일한 청구 사항에 대해 1회로 제한되므로, 재심사 단계에서는 처음 심사에서 부족했던 인과관계 자료를 보완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역하면 순직 인정은 이제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A. 예전에는 그랬지만 군인사법에 전공사상심사의 특례가 신설되면서 달라졌습니다. 전역 전에 전상자·공상자로 인정받았고, 전역 원인이 된 상이·질병으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면 심사를 거쳐 전사자·순직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래 요건들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Q. 어떤 사유로 전역했든 상관없나요?
A. 아닙니다. 전역 사유가 군인사법 제37조제1항제1호에 따른 심신장애 전역이어야 합니다. 자진전역이나 정년전역 등 다른 사유로 전역한 경우에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전역 후 다른 병으로 사망해도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사망원인은 반드시 전역의 원인이 된 바로 그 상이·질병이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합니다. 전역 사유와 무관한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했다면 특례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Q. 심사는 누가 하고,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나요?
A. 각군 본부에 설치된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심사합니다. 법의학 전문가·전문의·법조인 등 외부전문가가 과반을 차지하며, 군 복무 중 의무기록과 전역 후 치료 경과 자료를 근거로 인과관계를 심의·의결합니다.
Q. 심사 결과에 불복하면 어떻게 하나요?
A. 당사자나 재산상속인은 동일한 청구 사항에 대해 1회에 한정해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순직으로 인정되면 보상금은 자동으로 나오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군 내부의 전공사상심사와 국가보훈부의 국가유공자 등록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순직자로 인정받은 뒤에도 유족이 국가보훈부에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따로 해야 보상금과 유족연금 등 예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공상으로 전역한 뒤 치료 중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 순직 인정을 포기할 이유는 이제 없습니다. 다만 전역 전 전상자·공상자 인정, 심신장애 전역이라는 사유, 그리고 사망과 상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라는 세 요건을 모두 갖췄는지가 관건이고, 그중에서도 인과관계는 의무기록과 치료 경과 자료로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도 군 복무 중 다쳐 전역한 뒤 치료를 이어가다 상태가 악화되는 사례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순직 인정과 국가유공자 등록은 절차가 다르고 챙겨야 할 자료도 다른 만큼, 전역 당시 자료부터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이후 심사와 등록 과정에서 유리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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