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으로 함께 기소된 공범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라는 소환장을 받으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인데 왜 증인석에 서서 선서까지 해야 하는지,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재판장이 증언거부권을 고지하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종전 진술을 그대로 되풀이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을 바꾸면 위증죄로 별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과 위증죄 성립 범위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범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되는 구조, 증언거부권의 실제 쓰임, 거짓 진술이 위증죄로 이어지는 경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범인데 왜 증인으로 부르나 — 소송절차 분리의 구조
함께 기소됐으면 같은 법정에서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공범 사건은 절차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46조는 "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고 정해 원칙적으로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피고인을 제외한 제3자는 누구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공범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되어 함께 재판받는 동안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당사자인 피고인'이어서, 상대방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해 증인으로 신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피고인 자신의 진술거부권 트랙으로만 보호되고, 위증죄가 적용되는 증인 트랙에는 서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소송경제·심리 편의 등을 고려해 재량으로 공범들의 소송절차를 나누면(형사소송법 제300조), 분리되는 순간 그 공범은 상대방 재판에서 더 이상 피고인이 아니라 제3자의 지위로 전환됩니다. 이렇게 분리 후 증인으로 세우는 방식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활용됩니다. 마약범죄,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처럼 여럿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범행하지만 그 공모나 가담행위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사건 유형에서는, 사실상 공범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때 선서와 위증의 벌이라는 경고를 명확히 한 증인신문 방식이, 진술거부권으로 반대신문이 제한되는 피고인신문 방식보다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함께 재판받는 동안은 서로에게 증인이 될 수 없지만, 소송절차가 분리되는 순간 다른 공동피고인의 재판에서는 증인석에 앉을 수 있다.
대법원 2024도163 전원합의체 — 일시적 분리라도 증인적격은 인정된다
대법원 2026. 3. 19. 선고 2024도163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구조를 정면으로 다룬 사건입니다. 건설회사 공무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설계도면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하고도 조작한 현장사진을 발주처에 제출해 공사대금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회사 운영자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고, 이후 소송절차가 분리된 상태에서 운영자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실제로는 지시받지 않은 사실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해 운영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했다는 혐의로 별도 기소됐습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이라도 소송절차 분리로 피고인 지위에서 벗어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해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기존 법리(2008도3300 판결 등)가 타당하다며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소송절차 분리가 '종국적'인지 '일시적'인지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경미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소송절차 분리가 단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실질은 여전히 피고인 지위에서 진술한 것이므로 증인적격도, 위증죄 처벌도 인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견에 그쳤고, 다수의견은 병합·분리의 선택은 법원의 재량 사항이며(형사소송법 제300조) 일시적 분리라고 해서 증인적격을 달리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법원이 절차를 나누기만 하면, 그것이 나중에 다시 병합될 예정이었더라도 그 분리 상태에서 이뤄진 증언에는 위증죄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병합 기소된 채 절차가 분리되지 않음 — 서로 증인이 될 수 없고, 위증죄 주체도 아님.
소송절차가 분리됨(일시적이라도) — 상대방 재판에서 증인적격 인정.
증인적격이 인정되면 선서 후 진술 의무를 지고, 위증의 벌이라는 경고 대상이 됨.
증언거부권이란 — 형사소송법 제148조가 주는 침묵할 권리
증인은 원칙적으로 법원에 출석해 사실대로 진술할 의무를 집니다. 하지만 그 진술 내용이 자신이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형사소추·공소제기당하게 하거나 유죄판결을 받게 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증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2항이 정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자기부죄거부특권을 구체화한 규정입니다. 공범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자신의 범죄사실과 겹치는 질문을 받는 상황이 바로 이 조항이 예정한 전형적인 장면입니다.
이 권리가 실제로 보장되려면 증인이 그 존재를 알아야 하므로, 형사소송법 제160조는 재판장에게 신문 전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설명할 의무를 지웁니다. 반대로 증언을 거부하려는 증인은 제150조에 따라 그 거부사유를 소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은, 증언거부권이 증언 전체를 한 번에 포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 단위로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형사책임과 무관한 질문에는 사실대로 답하고, 본인의 범죄사실과 겹치는 특정 질문에서만 "그 부분은 답변을 거부하겠다"고 말해도 됩니다.
증언거부권은 침묵으로 도망치라는 권리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장치다 — 거짓말은 애초에 그 선택지 안에 없다.
고지받고도 거짓말하면 — 위증죄가 성립하는 순간
형법 제152조 제1항은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위증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진술이 나중에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지는지가 아니라, 증인이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는지입니다. 기억나는 대로 말했는데 훗날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도 위증은 아니며, 반대로 기억과 다르게 꾸며 말했다면 우연히 결과적으로 사실과 맞아떨어져도 위증죄 성립 여지가 남습니다.
2024도163 판결은 이 지점에서 핵심 법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증인적격이 인정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형사소송법 제160조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는데도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채 허위로 진술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증언거부권을 알면서도 쓰지 않았다는 사정 자체가 위증죄 성립을 막아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침묵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거짓 진술을 택했다는 사실이 위증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절도를 함께 공모한 갑과 을이 각자 기소됐다가 소송절차가 분리됐다고 가정하면, 을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간 갑이 "계획을 함께 세운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 실제로는 함께 계획을 짰던 기억이 분명하다면, 갑은 그 질문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쓰지 않고 기억에 반하는 말을 한 것이어서 위증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부분은 제 재판과 관련돼 답변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거부했다면 애초에 위증죄 문제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고지를 못 받았다면 — 위증죄가 예외적으로 부정되는 경우
대법원 2010. 1. 21. 선고 2008도942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판장이 형사소송법 제160조에 따른 증언거부권 고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증언은, 원칙적으로 형법 제152조 제1항이 정한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증언거부권 고지 제도는 증인에게 침묵할 것인지 진술할 것인지 심사숙고할 기회를 충분히 주기 위한 장치인데, 그 고지가 빠졌다면 증언거부권 행사에 사실상 장애가 생긴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법리는 예외 없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판례는 증언 당시 증인이 처한 구체적 상황, 증언거부사유의 내용, 증인이 이미 거부사유나 거부권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고지받았더라도 어차피 허위진술을 했을 것으로 볼 정황이 있는지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위증 혐의로 수사나 기소를 받게 됐을 때, 당시 공판조서나 증인신문조서에 증언거부권 고지 절차가 실제로 기재돼 있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고지 누락이라는 절차적 하자를 다투는 항변일 뿐,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모해위증이면 형이 두 배 — 공범을 해치려는 목적이 있을 때
형법 제152조 제2항은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해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제1항의 단순위증(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보다 형이 무겁고 벌금형 선택지도 없습니다. 여기서 '모해할 목적'이란 상대방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 등 구체적인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을 말하며, 단순히 자기 책임을 가볍게 하려고 거짓말한 경우와는 구분됩니다.
2024도163 사안에서 피고인은 공범 관계였던 회사 운영자에게 불리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꾸며 말한 것이 모해위증으로 인정됐습니다. 반대로 공범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상대방을 해치려는 목적 없이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진술을 왜곡했다면 제1항의 단순위증에 해당할 수 있어, 목적의 유무가 처단형의 상한을 가릅니다. 다만 목적이 없어 단순위증에 그치더라도 5년 이하 징역이라는 형이 결코 가벼운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증인석에서 실제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공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면, 법정에 서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증인신문사항이나 신문 취지를 미리 확인해 어떤 질문이 나올지 가늠해보고, 그 질문 중 자신의 형사책임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 변호인과 함께 정리해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법정에서 재판장이 증언거부권을 고지하면 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고, 질문마다 개별적으로 거부 여부를 판단하면 됩니다. 전체 증언을 거부할 필요는 없고, 문제되는 질문에서만 거부 사유를 소명하며 거부하면 됩니다.
혹시 이미 증언거부권을 쓰지 않고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더라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153조는 위증죄를 범한 사람이 그 공술한 사건의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정합니다. 재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서둘러 바로잡는 쪽이 유리합니다. 특히 수원지법·수원지검 관할에서 진행되는 공범 사건에서는 소송절차 분리 후 증인신문이 드물지 않게 활용되므로, 소환장을 받으면 증언 내용이 자신의 형사책임과 어디까지 겹치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증인신문사항을 미리 확인하고 변호인과 위험 질문을 정리한다.
증언거부권 고지 내용을 정확히 듣고, 질문별로 거부 여부를 판단한다.
거부하려는 질문에는 거부사유를 간단히 소명한다.
이미 허위진술을 했다면 재판·징계처분 확정 전 자백·자수로 감경·면제를 검토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는데 왜 상대방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되나요?
A. 소송절차가 분리되면 그 순간부터 상대방 재판에서는 더 이상 피고인이 아니라 제3자로 취급되어 증인 신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병합된 상태 그대로라면 서로에 대해 증인이 될 수 없지만, 법원이 재량으로 절차를 나누면 증인적격이 생깁니다.
Q.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면 불리하게 보일까 봐 걱정됩니다.
A. 증언거부권 행사 자체는 법이 보장한 권리 행사이고, 이를 곧바로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심증 형성에 아예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어떤 질문에서 거부할지는 변호인과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재판장이 증언거부권을 안내하지 않았는데 거짓말을 했다면 무조건 위증죄가 안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위증죄 성립이 부정되지만 예외 없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증인이 이미 거부사유나 거부권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고지받았어도 어차피 거짓말했을 것으로 볼 정황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합니다.
Q.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서만 거부하고 나머지는 사실대로 말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증언거부권은 증언 전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별로 행사할 수 있어, 형사책임과 무관한 질문에는 사실대로 답하고 위험한 질문에서만 거부해도 됩니다.
Q. 위증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면 방법이 없나요?
A. 형법 제153조에 따라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확정 전이라면 늦지 않았으니 빨리 바로잡는 쪽이 유리합니다.
Q. 공범을 해칠 의도 없이 그냥 제 책임을 줄이려고 거짓말했다면요?
A. 모해할 목적이 없었다면 형법 제152조 제1항의 단순위증에 해당할 수 있어 제2항 모해위증(10년 이하 징역)보다 형이 가볍습니다. 다만 단순위증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맺음말
공범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되는 것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닙니다. 소송절차 분리로 지위가 바뀌면서 위증죄라는 새로운 책임이 함께 따라오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는지, 그 권리를 어떤 질문에서 행사할지가 핵심이고, 거짓말은 처음부터 안전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02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법리를 다시 확인한 만큼, 공범 사건에서 소송절차를 분리한 뒤 증인 신문을 활용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환장을 받았다면 자신의 진술이 어디까지 스스로의 형사책임과 겹치는지 미리 점검하고, 애매하다면 증언거부권을 쓰는 쪽이 거짓말보다 언제나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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