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목은 논이나 밭, 대지인데 실제로는 오랫동안 동네 사람들이나 차량이 지나다니는 길처럼 쓰이는 땅, 이른바 “현황도로”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신 토지주분들 중 상당수는 “동네 사람들이 예전부터 다니던 길이니 저야 어쩔 수 없죠”라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그냥 지켜만 봐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그 땅을 도로로 내준 적도 없고 보상을 받은 적도 없는데 지방자치단체나 이웃이 아무런 대가 없이 계속 사용해 온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사안마다 엄격하게 따지는 쪽으로 법리를 정리했고, 단순히 “오래전부터 도로처럼 쓰였다”는 사정만으로 소유자의 권리를 함부로 제한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내 땅이 현황도로로 쓰이고 있을 때 사용료, 즉 부당이득을 받을 수 있는 경우와 받기 어려운 경우, 그리고 실제로 청구하려면 어떤 순서로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현황도로로 쓰인다는 사정만으로 사용료 청구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목이나 이용현황이 도로라도, 원칙은 정당한 대가 없는 무상 통행이 아닙니다.
현황도로란 건축법이나 도로법에 따른 정식 도로 지정·고시 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불특정 다수가 통행로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를 가리킵니다. 지적공부상 지목은 전, 답, 대(垈) 등으로 남아 있는데도 오랫동안 마을 안길이나 차량 진입로처럼 쓰이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땅이라고 해서 소유자가 당연히 사용료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법 등에 따른 적법한 보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타인의 토지를 도로로 점유·사용하고 있다면 도로법의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그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고 보아 왔습니다. 이웃 주민이나 다른 사인(私人)이 사실상 지배·관리하며 사용하는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도로관리청으로서 점유하고 있다고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도로 노선을 인정·공고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도로구역 결정 등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는 판례도 있어,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근거로 그 땅을 점유·관리하고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황도로라는 사정 자체가 사용료 청구권을 없애는 것은 아니며, 원칙은 정당한 대가 없는 무상 통행이 아닙니다.
2. 소유자가 스스로 도로로 내준 것으로 평가되면 사용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되면 부당이득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원칙과 달리,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그 땅을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소유자가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타인이 이를 점유·사용하더라도 소유자에게 손해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리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습니다.
이 법리는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다시 확인됐습니다.
소유자가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타인이 그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 인해 토지 소유자에게 어떤 손해가 생긴다고 볼 수 없으므로, 토지 소유자는 그 타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토지의 인도 등을 구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판단 기준은 한 가지 사정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도로 등으로 제공하게 된 경위와 규모, 그 제공으로 소유자가 얻은 이익이나 편익, 토지의 위치와 형태, 인근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을 비교형량합니다. 예를 들어 분양 당시 스스로 진입로를 내고 그 부담을 다른 필지의 분양가에 반영했다거나, 맹지를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로 부지를 내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도로로 내준 것으로 평가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통행을 막지 않는 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3. 상속받았거나 매매로 취득했어도 이전 소유자의 포기 효과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승계인도 그 제한을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그 땅을 도로로 내준 건 아버지지,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라거나 “저는 경매로 산 것뿐인데 왜 제가 불이익을 받아야 하나요”라는 항변도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사용수익권 제한 효과가 이어진다고 봅니다.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므로, 피상속인이 생전에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토지라면 상속인의 권리 행사 역시 그대로 제한됩니다. 경매·매매·대물변제 등으로 소유권을 특정승계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토지의 소유권을 경매, 매매, 대물변제 등에 의하여 특정승계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사용·수익의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정이 있음을 알고서 그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러한 특정승계인은 그 토지 부분에 대하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토지를 취득한 경위와 목적, 도로로 쓰이고 있다는 사정이 이용현황이나 지목을 통해 외부에 어느 정도 드러나 있었는지, 취득가액에 그 제한으로 인한 가치 하락이 반영돼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특정승계인의 권리 행사를 허용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다시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상속이나 매매로 땅을 취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사용수익권 제한에서 자동으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4. 도로 이용현황이 크게 달라졌다면 사용료 청구권이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사정변경이 인정되면 소유자는 다시 완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토지가 일반 공중의 이용에 실제로 제공되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만 유지됩니다. 처음 도로로 제공할 당시의 객관적인 이용현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를 당시로서는 예견할 수 없었으며, 제한을 계속 인정하는 것이 당사자 사이에 뚜렷한 불균형을 가져온다면, 소유자는 그 변경이 있은 때부터 다시 완전한 소유권에 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인근에 대체도로가 새로 뚫려 더는 그 땅을 지나다닐 필요가 없어졌거나, 도로로서의 기능이 사실상 폐지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용료를 받게 되는 경우, 금액은 감정평가를 통한 차임 상당액(임료)으로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도로로 쓰이고 있다는 이용상황을 그대로 반영해 낮게 평가할지가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쟁점입니다.
시기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금전 청구권은 지방재정법 제82조에 따라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고, 사인을 상대로 한 경우에도 일반채권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부당이득은 도로로 쓰이는 동안 계속해서 발생하는 성격이라, 너무 오래 방치하면 과거분의 상당 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5. 사용료를 받으려면 이런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고 청구해야 합니다
지적도·항공사진 등 자료 확보가 청구 성패를 가릅니다.
현황도로 사용료 청구는 통상 ①지적도·구 항공사진·경계측량성과도 등으로 그 부분이 언제부터, 어떤 경위로 도로처럼 쓰이기 시작했는지 확인 → ②관할 지방자치단체(수원시라면 관련 부서)에 도로 편입 경위와 보상 여부를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확인 → ③감정평가를 거쳐 차임 상당액을 산정하고 내용증명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 → ④협의가 되지 않으면 관할 법원(수원 소재 토지라면 수원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상대방이 지방자치단체라면 소송 전 단계에서 손실보상 협의를 함께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막연히 “내 땅인데 왜 공짜로 쓰이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갖추는 것이 실제 청구 성공률을 높입니다.
지적도·구 항공사진·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그 토지가 언제부터, 어떤 경위로 도로처럼 이용되기 시작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본인이나 피상속인, 또는 종전 소유자가 도로 개설에 동의하거나 도로부지로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매수 당시 그 부담이 가격에 반영돼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감정평가로 차임 상당액을 산정하고, 소멸시효가 지나 청구할 수 없는 기간은 없는지 함께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황도로 관련 부당이득 사건을 다뤄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함께 필요한 경우 도로 지정 관련 행정절차까지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현황도로 문제는 “어차피 오래전부터 다들 다니던 길인데 이제 와서 문제 삼기도 애매하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료를 받으려는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그 도로가 언제·어떤 경위로 형성됐는지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적도와 항공사진, 매수 당시 자료가 쌓일수록 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도로를 이용해 온 지방자치단체나 인근 주민 입장에서도, 단순히 “오래 써 왔으니 문제없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내준 것인지, 취득 경위와 이용현황이 어떻게 드러나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저는 현황도로를 둘러싼 분쟁에서 사용료를 청구하려는 토지 소유자 쪽과, 반대로 오랜 이용현황을 근거로 방어해야 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떤 자료가 쌓여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 판단이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가르는 지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 땅 지목이 도로가 아니라 밭인데도 사용료를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지목이나 이용현황이 도로처럼 보이더라도, 소유자가 스스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이를 사용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집니다.
Q. 제 땅에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니던 길이 있는데, 저는 도로로 내준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사용료를 못 받나요?
A. 스스로 제공한 적이 없다면 사용수익권 포기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종전 소유자가 제공했을 가능성, 취득 경위와 이용현황이 외부에 드러나 있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아버지가 예전에 마을 진입로로 땅을 내주셨는데, 제가 상속받은 뒤에도 사용료를 못 받나요?
A.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용수익권 제한도 그대로 승계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도로 이용현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면 사정변경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Q. 사용료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A. 통상 감정평가를 통해 그 토지의 차임 상당액, 즉 임료를 산정합니다.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현황이 감정평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Q.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도 오래 방치하면 시효가 지나 못 받게 되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금전채권은 지방재정법 제82조에 따라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므로, 확인이 늦어질수록 과거분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지자체에 정식으로 도로 편입 여부를 물어보면 오히려 도로로 지정돼 불리해지지 않을까요?
A. 정보공개청구나 사실조회만으로 곧바로 도로로 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편입 경위와 보상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부당이득반환청구와 절차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Q.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해결할 방법은 없나요?
A. 지방자치단체가 상대라면 협의나 손실보상 절차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협의가 되지 않으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자료를 갖춰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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