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이상 미성년자와 합의한 성관계, 정말 처벌받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형사전문변호사 고채경입니다.
성범죄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상대방이 만 16세가 넘었고 서로 동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면 처벌받지 않는 것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원칙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의제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와 “어떤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 부분을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 만 16세 이상이라면 의제강간죄는 원칙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305조는 미성년자의제강간·추행의 대상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13세 미만인 사람에 대한 간음·추행
19세 이상인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경우
따라서 상대방이 만 16세 이상이라면 단순히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성인과 만 17세의 미성년자가 폭행이나 협박 없이 서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성관계를 했다는 사정만 놓고 본다면, 형법 제305조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 “16세가 넘었다”는 것만 확인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나이보다도
어떤 관계였는지,
어떻게 성관계에 이르게 됐는지,
돈이나 대가가 있었는지,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했는지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당연히 강간죄가 문제됩니다
상대방이 만 16세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을 이용해 성관계를 했다면 일반적인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미성년자인지 성인인지와 관계없이 진정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또 술이나 약물 등으로 정상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했다면 준강간죄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즉,
“16세 이상 = 성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계나 위력을 이용했다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까지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교사와 학생, 직장 상급자와 아르바이트생처럼 우월적인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하거나 상대방을 속여 정상적인 판단을 어렵게 만들었다면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겉으로는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가 정말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3. 돈을 주거나 약속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아동·청소년 성매수입니다.
청소년성보호법에서 말하는 아동·청소년은 기본적으로 19세 미만인 사람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만 16세나 17세라고 하더라도,
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을 제공하거나 약속하고 성관계를 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현재 청소년성보호법 제13조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사람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도 동의했다.”
는 사실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4. 가장 위험한 부분 중 하나가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입니다
실무에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16세 이상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면 전혀 다른 범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죄입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경우 현재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입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미성년자가 촬영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도 아동·청소년의 동의가 있었거나 개인적으로 소지·보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성착취물 제작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따라서
“둘이 사귀는 사이였고 서로 동의해서 찍었다.”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5. 성관계 전의 채팅이나 DM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항상 형사책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반복하거나 성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경우에는 성착취 목적 대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현재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는 이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SNS나 채팅앱에서 만난 미성년자와의 대화 역시 그 내용과 목적에 따라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6. 상대방이 18세 미만이라면 아동복지법도 봐야 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청소년성보호법과 별도로 아동복지법은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아동복지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현재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이것이
“18세 미만과 성관계를 하면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아동복지법 위반이다”
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성적 학대행위인지 판단할 때 피해 아동의 나이와 판단능력, 두 사람의 관계,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내용, 미성년자의 인격 발달과 정신건강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16세 이상 18세 미만인 미성년자와의 관계는 형법상 의제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7. 결국 핵심은 ‘나이 하나’가 아닙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만 16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폭행·협박 또는 의식불명 상태를 이용한 경우
위계나 위력을 이용한 경우
돈이나 경제적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한 경우
성관계 장면이나 성적인 사진·동영상을 촬영한 경우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적인 대화를 하거나 유인한 경우
18세 미만 아동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등 성적 학대에 해당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래서 저는 이런 사건을 상담할 때 단순히
“상대방이 몇 살이었습니까?”
만 묻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
나이를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성관계에 이르게 된 과정은 무엇인지,
돈이나 선물의 제공이 있었는지,
사진이나 영상은 남아 있는지,
사건 전후의 전체 상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16세 이상이면 괜찮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는 작은 사실관계 하나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SNS, 소개팅 앱, 오픈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정확한 나이와 신분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계가 시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아무런 형사책임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구별해야 합니다.
이미 경찰의 연락을 받았거나 고소가 접수된 상황이라면 단순히
“합의해서 한 관계입니다.”
라는 말만 반복하기보다는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만남의 과정, 상대방이 표시한 의사, 금전관계, 촬영 여부 등 객관적인 자료부터 차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의 결과는 결국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인하고 입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사전문변호사 고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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