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채팅 욕설, “이 정도는 죄가 안 될 것 같은데?”
모욕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무엇이 다를까요?
안녕하세요.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는 고채경 변호사입니다.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됩니다.
게임이 잘 안 풀린다는 이유로 욕을 하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의 부모님을 들먹이는 이른바 ‘패드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일을 당하면 당연히 기분이 나쁩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상대방은 제 이름도 모르고 게임 아이디만 아는데요. 그래도 모욕죄가 되나요?”
또 반대로 이런 질문도 많이 하십니다.
“성적인 욕설을 들었는데 상대방이 제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도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모욕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판단하는 기준이 전혀 다릅니다.
특히 게임 아이디나 닉네임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차이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1. 게임에서 욕을 먹었다고 무조건 모욕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모욕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흔히 욕설을 하면 바로 모욕죄가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형사 사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요건을 따져봐야 하는데요.
그중 게임 채팅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피해자의 특정성’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그 욕을 들은 사람이 현실에서 누구인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었느냐?”
이 부분을 따져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모욕죄는 사람의 사회적인 평가, 즉 외부적인 명예를 보호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심한 욕설을 했다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그 욕을 먹은 사람이 현실에서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졌다고 보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게임 아이디만 알고 있다면 모욕죄가 어려운 이유
인터넷에서는 대부분 실명 대신 닉네임이나 아이디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특정 닉네임을 향해 욕설을 하면 그 닉네임의 주인에 대한 모욕죄가 바로 성립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인터넷 아이디가 사용된 경우, 표현의 내용이나 주변 사정을 종합하여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그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이 현실에서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고, 이를 추측할 만한 다른 정보도 없다면 특정인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 2008. 6. 26. 선고 2007헌마461 결정입니다.
게임 사건에서도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처음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랜덤 매칭을 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서로 알고 있는 정보라고는 닉네임이나 캐릭터명뿐입니다.
상대방의 실명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직업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릅니다.
이런 상태에서 상대방이 닉네임을 지칭하면서 심한 욕설을 했다고 하더라도 모욕죄의 특정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에서도 이와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3노5627 판결을 비롯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2. 8. 25. 선고 2021고정735 판결, 제주지방법원 2023. 2. 8. 선고 2022고정194 판결 등에서도 게임상 닉네임 외에 현실의 피해자를 특정할 만한 정보가 부족한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합니다.
“게임 아이디를 아는 것”과 “현실의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3. 그렇다면 실명을 말해야만 모욕죄가 될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이 부분을 오해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채팅창에 실명이 직접 적혀 있어야 모욕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닉네임 외에 다른 정보들을 종합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현실의 인물을 알아볼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프로필이나 회원정보를 눌렀더니 실명과 사진이 나온다거나,
게임 닉네임을 그대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사용하고 있고 얼굴과 실명까지 공개되어 있다거나,
같은 게임 길드나 모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회원들이 서로의 실제 신원을 알고 있다거나,
닉네임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나 거주지 등 개인 정보가 알려져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회원정보를 통해 실명·사진·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우나, 닉네임과 실명·지역 등 여러 정보가 함께 공개된 경우에는 특정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할 때 저는 단순히
“실명을 말했나요?”
라고만 확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내용을 더 자세히 확인합니다.
그 채팅방에 있던 사람들이 의뢰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는지, 닉네임과 현실의 신원을 연결할 수 있는 정보가 있었는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4. 그런데 성적인 욕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리십니다.
“게임 아이디만 알아서는 모욕죄가 안 된다면, 성적인 욕설도 처벌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적인 표현의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흔히 ‘통매음’이라고 부르는 범죄입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인터넷, 게임 채팅 등 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글·영상 등을 도달하게 한 경우 성립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는 모욕죄와 같은 ‘피해자 특정성’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5. 상대방이 내가 누군지 몰라도 통매음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모욕죄와 보호하려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욕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 즉 명예를 보호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누구에 대한 욕인지” 알아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반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상대방의 성적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현실에서 어느 회사에 다니는 누구인지까지 알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성적인 표현이 통신매체를 통해 실제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다면, 상대방의 구체적인 신원을 알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이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2도10688 판결에서는 온라인 게임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상대방의 성별이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범죄의 특성에 불과하므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성립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누군지 모르고 성적인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통매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6. 그렇다고 성적인 욕설은 전부 통매음일까요?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성적인 단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매음 사건에서 실제로 매우 중요한 쟁점은 바로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입니다.
게임을 하다 화가 나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성적인 비속어를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주거나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충족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채팅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로 게임 채팅에서 모욕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함께 문제 된 사건 중에는,
모욕죄는 “닉네임만으로 현실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되고,
통매음 역시 “성적인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이 성적인 단어 하나만 떼어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 대화 내용, 발언이 나온 이유, 반복 여부, 표현의 정도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7. 모욕죄와 통매음, 이렇게 구분하면 쉽습니다
두 범죄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욕죄는 “누구를 욕한 것인지”가 중요하고, 통매음은 “왜 그런 성적인 말을 보냈는지”가 중요합니다.
조금 더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모욕죄통신매체이용음란죄보호하는 법익사회적 평가, 외부적 명예성적 자유·성적 자기결정권피해자 특정 필요 여부원칙적으로 필요필요하지 않음게임 닉네임만 아는 경우특정성 때문에 성립이 어려울 수 있음신원 미특정만으로 배제되지 않음주된 쟁점특정성, 공연성, 모욕적 표현인지성적 목적, 표현의 내용과 대화 맥락
8. 게임 채팅으로 고소하려면 채팅 기록부터 확보하세요
실제 사건에서는 법리를 아는 것만큼 증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게임 중 욕설이나 성적인 말을 들었다면 우선 채팅창을 캡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문제가 된 한두 문장만 잘라서 보관하기보다는 그 전후 대화까지 함께 저장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발언의 목적과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뒤 대화가 상당히 중요할 수 있습니다.
또 모욕죄를 검토한다면 당시 함께 게임을 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사람들이 내 실명이나 현실의 신원을 알고 있었는지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 닉네임과 본인의 유튜브·인스타그램·방송 계정 등이 연결되어 있었다면 이 부분도 특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온라인 게임에서 욕설을 들었다고 해서 모두 모욕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처음 만난 상대방이 내 게임 아이디만 알고 있고 현실의 내가 누구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욕죄는 ‘특정성’ 때문에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인 표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피해자의 현실 신원이 특정되는지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통매음 역시 성적인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 사건에서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를 채팅의 전체적인 맥락을 통해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 채팅 사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욕설 사건’ 같아도 어떤 죄명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판단 기준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고소를 고민하고 있다면 단순히 “욕을 먹었다”, “성적인 말을 들었다”는 사실만 보기보다는 누가 함께 보고 있었는지, 내 신원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는지, 어떤 대화 과정에서 해당 표현이 나왔는지를 함께 검토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 형사 사건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 고채경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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