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백헌 유상배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뺑소니(도주치상)의 성립 요건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사고 현장에서 본인이 아닌 동승자가 운전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면, 이것만으로도 뺑소니로 처벌받게 될까요?
아래 사건의 개요와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사건의 개요
이 사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했습니다.
사고 운전자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동승자가 사고차량의 운전자라고 진술하거나 그에게 같은 내용의 허위신고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고 직후 피해자가 병원으로 후송될 때까지 사고장소를 이탈하지 않았습니다.
경찰관에게 자신의 차량이 가해차량임을 명백히 밝혔습니다.
피해자 후송조치를 마친 후 사고현장에서 경찰관의 요구에 따라 동승자와 함께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 지구대로 동행하였습니다.
한편, 사고로 손괴된 피해자의 오토바이는 사고 운전자가 현장을 떠나기 이전에 이미 구조대원 등 다른 사람에 의해 도로 한쪽으로 치워졌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1738 판결)
과연 대법원은 위 사안에 대해 '뺑소니(도주)' 및 '사고 후 미조치'를 인정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1. '도주차량(뺑소니)' 성립 여부
* 대법원은 위 사안이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의 '도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도주'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고 시 취해야 할 조치는 반드시 사고 운전자 본인이 직접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자를 통하여 하거나, 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타인이 먼저 구호조치 등을 하여도 무방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동승자가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을 했더라도, 피해자가 후송될 때까지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가해차량임을 밝히며 지구대로 동행한 이상 도주의 범의를 가지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2. 손괴된 오토바이에 대한 조치 의무 위반 여부
운전자가 사고로 손괴된 피해자의 오토바이에 대한 조치를 직접 취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을 떠나기 전에 이미 구조대원 등 다른 사람이 치워 교통상 위해가 될 만한 다른 사정이 없었다면 구 도로교통법 제106조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조치 의무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위해가 제거된 상황이라면 운전자가 떠날 당시 더 이상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오늘의 시사점
이번 판례는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취해야 할 '구호 의무'와 '도주'의 의미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구호 조치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타인이나 구조대원에 의해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고 운전자가 현장을 이탈하여 신원을 감추려 한 것이 아니라면 뺑소니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숨기려 하지 말고, 신속하고 정직하게 피해자 구호 조치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겠죠?
지금까지 법률사무소 백헌 유상배 변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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