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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70퍼센트나 했는데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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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70퍼센트나 했는데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김상훈 변호사

현장에는 이미 철근과 마감재가 절반 넘게 들어갔고, 공정률도 70%를 넘겼는데 도급인에게 받은 돈은 한 푼도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할 때는 "공정이 어느 정도 나가면 나눠서 지급하겠다"고 했던 말과 달리, 막상 기성금을 요청하면 "준공하고 한꺼번에 정산하자", "이번 달은 자금 사정이 안 좋다"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사를 계속 진행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고, 중단했다가 오히려 계약 위반으로 몰릴까 봐 손을 놓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투입된 자재비·인건비에 앞으로 들어갈 돈까지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초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완성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기성 부분 보수청구권과 현장 대응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해서 이미 시공한 부분에 대한 대가를 아예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근거로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계약서에 기성금 지급 조항이 있는지, 공사가 중단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지금 이 시점에도 현장을 점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수급인은 대개 두 갈래 중 하나를 고민하게 됩니다. 자금 압박 때문에 당장 공사를 멈추고 대금부터 확보하려는 경우, 또는 계약 관계를 유지하며 공사를 계속하되 밀린 기성금만이라도 받아내려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지금 확보해 두어야 할 것은 같습니다 — 얼마나 시공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자료와, 현장에 대한 점유입니다. 이를 챙기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면, 나중에 대금을 다툴 때 정작 "얼마를 시공했는지" 자체를 증명하기 어려워지고, 현장에서 철수해 버리면 확보할 수 있었던 담보수단마저 잃게 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보수 지급시기 원칙과 기성고 정산, 유치권·저당권설정청구권

민법상 도급의 보수는 원칙적으로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민법 제665조 제1항). 이 원칙만 보면 공사가 끝나지 않은 이상 대금을 청구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 건설 현장의 계약서에는 대부분 기성률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한다는 특약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조항이 있다면 완성 여부와 무관하게 그 조항에서 정한 시점에 기성금을 청구할 수 있고, 도급인이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곧 채무불이행입니다.

문제는 그런 특약이 없거나 애매한 경우입니다. 이때 핵심 쟁점은 공사가 왜 지금 상태에 멈춰 있는가입니다. 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금 지급을 거부해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게 됐거나,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라면, 판례는 이미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고 그 원상회복이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한다면 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되고, 도급인은 기성고를 참작한 상당한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합니다(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32470, 32487 판결; 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43454 판결).

이때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하는 방식도 정해져 있습니다. 대법원은 약정 총공사비에서 미시공 부분의 예상 공사비를 그대로 빼는 방식이 아니라, 기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에 각각 실제로 소요되거나 소요될 공사비를 기초로 기성고 비율을 산출한 뒤 이를 약정 공사비에 곱하는 방식으로 정산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다카26232 판결). 예를 들어 약정 공사대금이 3억 원이고 실제 시공 부분에 든 비용과 남은 공사에 들 것으로 감정된 비용을 기초로 산출한 기성고 비율이 70%로 확정된다면, 청구할 수 있는 기성 공사대금은 단순히 "총액의 70%"가 아니라 이 비율을 정확히 적용해 산출한 금액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이 비율을 감정을 통해 확정하는 경우가 많아, 시공 범위와 물량을 뒷받침할 자료가 많을수록 유리합니다.

대금을 받아내기 위한 담보 수단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한 경우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로(민법 제320조), 공사대금채권을 담보로 현장(건물)의 점유를 계속 유지하는 근거가 됩니다. 다만 점유를 상실하면 유치권도 함께 소멸하므로, 대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현장을 비우고 철수해 버리면 이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부동산공사라면 이와 별개로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도 있습니다(민법 제666조) — 보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그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유치권처럼 점유를 계속할 필요가 없어 현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원도급업체 밑에서 하도급으로 시공한 경우라면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청구권도 검토해야 합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지급정지·파산 등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됐거나, 기성 하도급대금의 2회분 이상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수급사업자가 직접 지급을 요청하면 발주자가 그 기성 부분에 상당하는 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해야 합니다. 원도급업체의 자금 사정이 문제라면 발주자를 상대로 이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금을 받을 권리 자체를 그대로 두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급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민법 제163조 제3호), 공사가 중단된 채 시간만 흘려보내면 나중에 시효 문제로 청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기성고 확정부터 담보 확보, 청구 절차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기성 부분을 객관적 자료로 먼저 확정 — 시공 사진, 작업일지, 자재 구입·반입 영수증, 인건비 지급 내역, 감리·현장소장 확인서 등을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나중에 기성고 비율을 다툴 때 이 자료가 곧 감정의 기초가 되므로, 다투기 전에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 내용증명으로 기성금 청구와 지급 기한을 명확히 — 계약상 근거(기성금 특약 여부), 현재까지 시공 범위, 청구 금액, 입금 기한, 불이행 시 유치권 행사와 법적 절차로 나아간다는 취지를 명시해 발송합니다. 구두나 문자로만 독촉하면 나중에 채무불이행 시점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 현장 점유는 함부로 풀지 않는다 — 대금을 받기 전에 철수하면 유치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부동산공사라면 철수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를 함께 검토해 담보를 옮겨 둡니다.

  • 하도급 관계라면 발주자 직접 지급을 검토 — 원사업자가 기성 하도급대금 2회분 이상을 미지급했거나 지급불능 상태라면,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지 요건을 먼저 확인합니다.

  • 지급명령 또는 공사대금청구소송 — 다툼의 여지가 크지 않으면 지급명령이 간단하지만, 도급인이 하자·기성고 자체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면 처음부터 소송으로 가 감정 절차를 통해 기성고 비율을 확정하는 편이 시간을 아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재산 은닉이 우려되면 가압류부터 — 도급인이 다른 채권자에게 재산을 넘기거나 사업을 정리할 조짐이 보인다면, 소송 확정을 기다리지 말고 부동산·예금채권 등에 대한 가압류를 먼저 신청해 재산을 묶어 둡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자료와 점유부터 먼저 지켜야 하는 이유

공사대금이 밀렸을 때 가장 위험한 태도는 "준공하고 나면 정산되겠지"라며 자료도, 현장 점유도 챙기지 않은 채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공 범위를 증명할 자료는 흐려지고, 현장에서 철수하면 유치권 같은 담보수단도 함께 사라집니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는데도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시공 범위를 뒷받침할 자료부터 정리하시고, 기성고 청구와 담보 확보를 함께 고려한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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