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뒤로 직접 연락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잘 지내는지 궁금해 마음이 쓰였고, 직접 문자를 보내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친한 친구에게 "그냥 잘 지내는지만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경찰에서 스토킹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직접 연락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안부를 전해달라고 한 것뿐인데, 이것도 스토킹처벌법 위반이 될 수 있는지 혼란스럽고 억울한 마음이 앞섭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직접 연락을 피해도 제3자를 거치면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내가 직접 연락한 게 아니니 문제없다"는 생각은 스토킹처벌법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법은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직접 접근하는 경우뿐 아니라, 제3자를 거쳐 간접적으로 접촉하는 경우까지 명시적으로 규율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를 통해 안부를 전달한 것이 실제로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전달한 말의 내용, 이전에 상대방이 연락을 거부한 적이 있는지, 이번이 처음이자 유일한 접촉인지 아니면 이전 접촉의 연장선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축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행위 자체가 스토킹행위의 정의에 들어맞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이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앞의 것만 충족되고 뒤의 것이 부정되면 처벌 대상인 '스토킹범죄'까지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이 이별 후 유일한 접촉이었는지, 아니면 그 전에도 전화·문자·직접 방문 등을 시도했다가 상대방이 그만두라고 밝힌 적이 있는지가 결론을 가르는 핵심 사실관계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제2조 1호 라목의 간접전달 조항과 지속성·반복성이라는 두 관문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라목은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를 스토킹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물건등"에는 물건뿐 아니라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까지 포함됩니다. 즉 친구의 입을 빌려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말 한마디를 전달하게 한 것도, 그 말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이상 법이 정한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의 형식적 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이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져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여야 '스토킹행위'로 평가된다고 봅니다. 대법원도 이 부분에서, 행위가 그 정도에 이르면 상대방이 실제로 불안이나 공포를 느꼈는지와 무관하게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그 판단은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지위·성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행위자와 상대방의 언동, 주변 상황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이별 전에 상대방이 이미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면, 친구를 통한 간접 접촉조차 "정당한 이유 없이 의사에 반한"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그런 의사표시가 전혀 없었고 내용도 단순한 안부 인사에 그쳤다면, 객관적으로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였는지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관문은 지속성 또는 반복성입니다. 스토킹행위가 아무리 인정되어도, 그것이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처벌 대상인 '스토킹범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법 제2조 제2호).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지속적'이란 행위가 1회만 이루어졌어도 상당한 시간 동안 계속되어 그 자체로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를, '반복적'이란 행위가 2회 이상 이루어지고 각 행위 사이에 시간적 근접성과 장소적 연관성,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일련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짧은 시간의 단속적 행위이거나 일회성 행위가 긴 간격을 두고 여러 번 있었던 것에 불과하다면, 개별 행위별로 다른 범죄가 성립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스토킹범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6도2108 판결). 실제로 이 판결에서는 약 2개월 반의 간격을 두고 각각 10분·6분가량 이어진 두 차례의 행위만으로는 지속성도 반복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기준을 그대로 대입하면, 이별 후 단 한 번 친구를 통해 짧은 안부를 전한 것에 그쳤다면 그 자체만으로 지속성·반복성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직접 전화나 문자, 집 앞 대기 등을 시도했다가 상대방의 거부에 부딪힌 이력이 있고, 이번 친구를 통한 접촉이 그 연장선에서 시간적으로 가깝게 이루어졌다면, 여러 행위가 하나의 범의 아래 묶여 '반복적' 스토킹행위로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처벌 수위는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됩니다(법 제18조). 수사 단계에서는 처벌과 별개로 잠정조치가 먼저 문제 될 수 있는데, 서면 경고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유치까지 법원이 병과해 결정할 수 있습니다(법 제9조). 친구를 통한 접촉이라도 이런 잠정조치가 내려진 뒤라면 그 취지를 잠탈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조사 단계에서 정리해야 할 다섯 가지
신고나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억울함부터 호소하기보다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와 법리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연락 이력을 시간순으로 정리 — 이별 이후 직접·간접을 불문한 모든 접촉 시도를 날짜순으로 나열하고, 그중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시점이 있는지, 이번 친구를 통한 접촉이 그 시점으로부터 얼마나 지나 이루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전달 내용의 성격 확인 — 친구가 실제로 전한 말이 단순한 안부인지, 만남이나 재결합을 요구하는 내용인지, 상대방의 동선이나 근황을 알고 있다는 취지가 섞여 있었는지에 따라 객관적 불안감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친구와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맞춰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지속성·반복성 방어 지점 특정 — 이번 접촉이 유일한 접촉인지, 이전 접촉과 시간적 근접성·장소적 연관성이 있는지를 대법원 2026도2108 판결 기준에 맞춰 정리합니다. 단발성이었다는 사실관계가 뒷받침된다면 '스토킹범죄'의 핵심 구성요건 자체를 다툴 수 있는 지점입니다.
객관적 정황 자료 확보 — 관계가 어떻게 끝났는지, 이번 접촉에 이르게 된 경위, 평소 언동 등 대법원 2023도6411 판결이 제시한 판단 요소에 대응하는 자료(대화 내용, 통화 이력, 주변인 진술)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조사에서 유리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진술 전 변호인 조력, 잠정조치 통지 시 즉각 대응 —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하기 전에 위 쟁점들을 변호인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고,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가 통지되면 그 범위와 기간을 확인해 필요하면 즉시 항고 등 불복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진술 전에 법리부터 정리해야 하는 이유
친구를 통한 안부 전달이 스토킹행위의 형식적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처벌 대상인 스토킹범죄로 이어지려면 지속성·반복성까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한 채 조사에 임하면 불리한 진술을 남기기 쉽습니다.
친구를 통한 접촉으로 스토킹 신고나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이전 접촉 이력과 이번 접촉의 경위부터 먼저 정리해 지속성·반복성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는지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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