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소 시행사·시공사가 부도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그 여파로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하자가 발견돼도 어디에 청구해야 할지 몰라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 중에는 “시공사가 부도났으니 이제 하자보수는 물 건너간 거 아니냐”며 지레 포기하거나, 반대로 “보증서가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지급될 것”이라 낙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무 자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보증기관에 전화만 돌리다가, 하자 여부에 대한 판정 없이는 청구가 반려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몇 달을 그냥 흘려보내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대법원은 하자보수보증금채권을 사업주체의 존속 여부와 무관하게 보증서 자체에 근거해 입주자대표회의가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보고 있습니다. 시공사의 부도는 이 권리 행사를 막는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이 제도가 상정한 전형적인 상황에 해당합니다.
아래에서는 시공사가 부도났을 때 하자보수보증금을 어떤 절차로, 어디에 청구할 수 있는지 관련 법령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하자보수보증금은 시공사의 부도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사업주체가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보증금 청구의 요건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6조와 제38조에 따르면,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주체는 담보책임기간 동안 발생하는 하자를 보수할 책임을 지고, 이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해야 합니다(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지방공사는 제외). 실무에서는 시행사가 사업주체가 되고 시공사가 도급을 받아 공사를 하는 구조가 많지만, 지역주택조합이나 소규모 건축주 겸 시공 방식에서는 시공사가 사업주체 지위를 함께 갖는 경우도 흔해, “시공사가 부도났다”는 말이 실제로는 하자보수보증금 예치의무자인 사업주체의 이행불능 상황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보수보증금은 사업주체가 스스로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건설공제조합·전문건설공제조합·보증보험회사 등 보증기관이 보증서를 발급하고 사업주체가 그 보증료를 내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즉 보증금을 실제로 지급할 의무를 지는 곳은 사업주체가 아니라 보증서를 발급한 보증기관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주체가 하자보수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하자보수보증서 발급기관에 하자보수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부도·폐업·파산으로 하자보수를 이행할 수 없게 된 상황이야말로 이 조항이 상정하는 전형적인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입니다. 오히려 사업주체가 영업 중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하자보수를 미루는 경우보다, 부도로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이 요건을 더 분명하게 충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사(사업주체)의 부도는 하자보수보증금 제도가 애초에 대비한 상황이지, 청구를 가로막는 사유가 아닙니다.
2. 청구권자는 입주자대표회의이고, 보증서 발급기관에 직접 지급을 구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를 거치지 않고 보증기관을 상대로 곧바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하자보수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입니다(의무관리대상이 아닌 공동주택은 관리인).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는 ①하자 여부 판정서·조정서·재정서·판결서 또는 하자진단 결과통보서 중 하나와, ②그에 따라 하자보수비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별도로 산출한 하자보수비용 및 산출명세서를 첨부해 보증서 발급기관에 지급을 청구합니다.
청구를 받은 보증서 발급기관은 청구일부터 30일 이내에 하자보수보증금을 지급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다만 하자 판정서나 하자진단 결과에 따른 청구금액에 보증기관이 이의를 제기하면,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이나 분쟁재정을 신청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다툼이 있는 사안은 곧바로 지급되지 않고 조정 절차를 한 번 더 거치게 됩니다.
대법원도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주체를 거치지 않고 보증서에 기하여 독자적으로 하자보수청구권 또는 하자보수보증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채권의 소멸시효를 별도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76020 판결). 이 판결에 따르면 하자보수보증금채권에는 원칙적으로 민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그 기산일은 보증기간 만료일이 아니라 하자가 발생해 보증사고가 생긴 날입니다. 부도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시효는 계속 진행되므로, 확인이 늦어질수록 불리해집니다.
보증금채권은 사업주체가 아니라 보증서 자체에 근거한 독립된 권리이지만, 5년의 소멸시효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3. 다만 부도 사실만으로 보증금 전액이 자동 지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자 여부에 대한 공적 판정을 먼저 받아야 실제 지급으로 이어집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43조는 하자보수보증금의 사용 용도를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 여부 판정서, 조정서, 재정, 법원의 재판 결과, 하자진단 결과 중 하나에 따라 산정된 하자보수비용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시공사가 부도났으니 보증금을 통째로 달라”는 식의 청구는 이 조항이 정한 용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되기 쉽습니다.
보증기관이 지급을 거부하거나 금액을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은 무엇이 ‘보증사고’에 해당하는지를 상당히 엄격하게 심리합니다.
하자보수보증에서 보증사고가 무엇인지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계약 내용에 편입된 보증약관과 보증서 및 주계약의 구체적 내용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0다6079 판결).
따라서 “부도가 곧 보증사고”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한 하자가 보증서·보증약관이 정한 보증대상 하자에 해당하는지, 담보책임기간 안에 발생한 하자인지를 먼저 판정받아야 합니다. 이 판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보증금을 요구하면 오히려 지급이 지연됩니다.
부도 사실은 청구의 계기일 뿐, 보증금 지급을 결정짓는 것은 하자 여부에 대한 공적 판정입니다.
4. 보증금에는 한도가 있고, 한도를 넘는 손해는 별도로 청구해야 합니다
보증금은 총사업비의 일부로 한정돼 있어, 큰 규모 하자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42조에 따라 하자보수보증금의 예치 금액은 사업계획승인서에 기재된 총사업비(간접비 제외)에서 대지가격을 뺀 금액의 100분의 3(건축허가만 받은 경우에는 표준건축비를 적용한 건축비의 100분의 3)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대규모 단지라도 이 비율을 넘는 하자보수비용까지 보증금만으로 충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담보책임기간도 하자 종류마다 다릅니다. 건물의 주요구조부(내력구조부) 하자는 10년, 그 외 방수·마감·설비 등 시설공사별 하자는 공사 종류에 따라 짧게는 2년에서 5년까지 시행령 별표에서 차등을 두고 있어, 보증금을 청구하기 전에 해당 하자가 담보책임기간 안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 한도를 넘는 손해나 담보책임기간이 지난 하자는, 부도난 사업주체(시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나 회생·파산 절차에서의 채권신고 등 별도 절차로 회수를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사업주체가 이미 파산했다면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 청구를 우선순위에 두고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5. 실제 청구는 하자 확인부터 보증금 지급까지 몇 단계를 거쳐 진행됩니다
판정 절차를 건너뛰면 오히려 지급이 늦어질 수 있어, 순서를 지키는 것이 빠른 길입니다.
시공사(사업주체)의 부도가 확인되면 실제 하자보수보증금 청구는 통상 ①하자 발생 부위를 사진·기록으로 남기고 관리사무소·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사업주체에 하자보수를 최고하는 절차 → ②최고에도 이행이 없거나 부도로 연락이 불가능하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하자 여부 판정을 신청하는 절차 → ③판정서(또는 조정서·재정서)를 첨부해 보증서 발급기관에 하자보수보증금 지급을 청구하는 절차 → ④보증기관이 금액을 다투거나 지급을 거부하면 관할법원(단지 소재지가 수원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하자보수보증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절차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중 ②단계의 하자 판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보증기관에 지급만 요구하면, 시행령 제43조가 정한 용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되기 쉽습니다. 청구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갖춰두는 것이 좋습니다.
분양계약서·입주자모집공고 등에서 하자보수보증서(보증증권) 사본과 보증기간·보증금액을 확인합니다.
세대별·공용부분별 하자 목록을 사진·동영상과 함께 정리해 발생 시점·부위·정도를 기록합니다.
사업주체(시공사)에 대한 하자보수 요청 내역(내용증명·문자·공문)과 회신 여부, 부도·폐업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갖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판정을 받아두면, 보증기관과의 협의는 물론 이후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마치며
시공사(사업주체)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접하면, 입주자대표회의든 개별 입주자든 “이제 하자보수는 물 건너갔다”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자보수보증금 제도는 원래 이런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절차만 제대로 밟으면 사업주체의 존속 여부와 관계없이 보증금을 받아낼 길이 남아 있습니다.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입장에서는 하자 판정 절차를 빠뜨리지 않고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서둘러 자료를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반대로 지급 여부를 놓고 다투는 보증기관·조합 입장에서도, 보증사고에 해당하는지·보증대상 하자인지를 보증약관과 보증서 문언에 따라 꼼꼼히 다퉈야 하는 사건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와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를 대리해 보증금을 청구하는 사건과, 반대로 보증사고 해당 여부를 다투는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갖추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시공사가 부도났다고 해서 하자보수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절차와 증거를 제대로 갖추고 싶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공사가 완전히 폐업해 연락이 되지 않는데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하자보수보증금의 지급의무자는 시공사(사업주체)가 아니라 보증서를 발급한 보증기관이므로, 사업주체와 연락이 되지 않아도 하자 판정 절차를 거쳐 보증기관에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보증기관이 “보증사고가 아니다”라며 지급을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A. 보증사고 해당 여부는 보증약관·보증서·주계약 내용을 종합해 판단되므로, 거부 사유가 타당한지 검토한 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재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보증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Q. 담보책임기간이 지나면 보증금도 청구할 수 없나요?
A. 그렇습니다. 내력구조부는 10년, 그 외 시설공사는 종류에 따라 2년에서 5년까지 담보책임기간이 다르게 정해져 있어, 하자가 그 기간 안에 발생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보증금으로도 손해를 다 회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A. 보증금액은 총사업비의 3% 정도로 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를 초과하는 손해는 부도난 사업주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나 회생·파산 절차에서의 채권신고 등 별도 절차로 회수를 검토해야 합니다.
Q. 다세대주택이나 소규모 공동주택도 하자보수보증금 제도가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하자보수보증금 예치의무는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주택·다세대주택을 포함한 공동주택 사업주체에게 적용되며, 세대수와 관계없이 원칙이 적용됩니다.
Q. 보증금 청구서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준비해야 하나요?
A. 법률상 청구권자는 입주자대표회의이지만, 하자 판정 신청서 작성과 증거자료 정리, 보증기관과의 협의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절차 누락이나 반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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