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나 빌라를 매매로 산 뒤, 또는 리모델링·신축 공사를 맡긴 뒤 누수, 균열, 결로 같은 하자를 뒤늦게 발견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정도 균열은 원래 있는 거니까 그냥 넘어가자”, “감정까지 받을 필요 있겠어요, 그냥 고쳐달라고 하면 되죠”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자료 없이 상대방과 말로만 다투다가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도인이나 시공사가 “원래 그 정도는 있는 하자다”, “공사 잘못이 아니라 사용자 과실이다”라며 발뺌하면, 육안으로 확인한 사진 몇 장만으로는 하자의 존재도 범위도 증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객관적인 감정 자료를 기초로 손해액을 엄격하게 산정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말로 다투는 것만으로는 하자담보책임이나 손해배상을 인정받기 어렵고, 결국 하자진단, 즉 감정이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아래에서는 하자진단(감정)이 왜 꼭 필요한지, 그 비용은 누가 먼저 내고 최종적으로 누가 부담하게 되는지, 그리고 매매와 공사 하자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지 최근 판례와 실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하자를 주장하려면 그 존재와 범위부터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육안 확인과 사진만으로는 하자담보책임이나 손해배상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매매로 산 주택에 하자가 있으면 민법 제580조에 따라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계약 당시 하자를 알지 못했고 과실도 없었다면,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권리는 민법 제582조에 따라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행사해야 하는 제척기간이 걸려 있어,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집니다.
신축이나 리모델링 공사의 경우에는 민법 제667조가 적용됩니다.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 보수에 갈음하거나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권리 역시 민법 제670조에 따라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문제는 매도인이나 시공사가 하자 자체를 부인하거나, 하자는 인정해도 그 범위나 보수비용을 다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이때 사진 몇 장이나 육안 소견만으로는 법원이나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고, 결국 건축·구조 전문가의 하자진단, 즉 감정을 통해 하자의 종류·원인·범위·예상 보수비용을 객관적 수치로 제시해야 합니다.
하자를 주장하려는 쪽이 그 존재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의 핵심 수단이 하자진단(감정)입니다.
2. 감정비용은 원칙적으로 이를 청구하는 쪽이 먼저 부담합니다
상대방이 알아서 감정비용을 내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 단계에서 받는 사설 감정, 즉 민간 건축사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는 하자진단은 전액 이를 의뢰하는 사람이 자비로 부담하는 것이 실무입니다.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하자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단계에서는 아직 누구 책임인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비용을 미리 부담하라고 요구할 근거가 없습니다.
협의가 결렬되어 소송으로 넘어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16조는 비용을 필요로 하는 소송행위, 즉 감정 절차에 대해 법원이 당사자에게 그 비용을 미리 내게 할 수 있고, 미리 내지 않으면 그 소송행위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실무상 감정을 신청한 쪽, 즉 하자를 주장하는 원고가 예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소송처럼 세대수가 많은 사건은 감정료 규모가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인마다 편차가 있지만 세대당 수십만원 단위로 책정되는 경우가 흔해, 단지 규모에 따라 감정료 예납액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까지 이를 수도 있습니다. 소송 전에 감정비용 규모를 가늠해보는 것이 소송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이유입니다.
감정을 청구하는 쪽이 먼저 비용을 내야 하고, 소송으로 가더라도 이 원칙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3. 소송에서 이기면 감정비용도 상대방에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낸 감정료는 소송비용에 포함되어 최종적으로 패소한 쪽이 물어냅니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감정료도 인지대·송달료와 마찬가지로 소송비용에 포함되므로, 먼저 예납한 쪽이 최종적으로 승소하면 판결 확정 뒤 소송비용액확정절차를 거쳐 상대방으로부터 감정료까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패소하면 자신이 예납한 감정료는 돌려받지 못하고, 상대방의 비용까지 추가로 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만 승소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101조에 따라 법원이 당사자들이 부담할 소송비용의 비율을 정합니다. 감정 결과 하자 범위나 손해액이 처음 주장보다 줄어들면, 그만큼 소송비용도 나누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감정을 신청하기 전에 하자 범위를 지나치게 과장해 주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감정 결과가 실제로 손해액 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됩니다. 하자가 중요하지 않으면서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자로 인하여 입은 통상의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이 하자 없이 시공하였을 경우의 목적물의 교환가치와 하자가 있는 현재 상태대로의 교환가치와의 차액이고, 하자가 중요한 경우에는 그 보수에 갈음하는 즉 실제로 보수에 필요한 비용이 손해배상에 포함된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5다30345 판결).
즉 손해액이 교환가치의 차액이든 실제 보수비용이든, 그 수치를 산출하는 근거 자체가 감정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심은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기초로 손해액을 산정했는데, 대법원은 그 감정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습니다. 그만큼 감정 결과의 신빙성과 전제 사실이 소송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의미입니다.
감정료는 소송비용의 일부로 취급되어, 최종적으로 패소한 쪽이 물어내는 구조입니다.
4. 매매로 산 집이냐 공사를 맡긴 것이냐에 따라 책임 기간이 달라집니다
제척기간을 넘기면 감정을 받아도 손해배상 자체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매매로 취득한 주택의 하자는 민법 제580조·제582조가 적용되어,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지 않으려면 하자를 발견한 즉시 감정을 서두르고, 늦지 않게 청구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신축이나 리모델링 등 도급공사의 하자는 민법 제667조·제670조가 적용되어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매매보다 기간이 길지만, 공사가 끝난 지 오래됐다고 안심하다가 1년을 넘기면 감정을 받아도 소용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도 다릅니다. 매매의 경우 실무상 매매대금과 하자 있는 목적물의 객관적 가치 차액을 한도로 하는 신뢰이익 배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도급공사의 경우에는 앞서 본 것처럼 교환가치 차액 또는 실제 보수비용이 기준이 됩니다. 감정을 의뢰할 때 이 기준에 맞춰 무엇을 산정해야 하는지 먼저 정리해두어야 감정 결과가 실제 소송에서 그대로 쓰일 수 있습니다.
5. 하자 발견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에 감정부터 받아두어야 협상력이 생깁니다.
하자 분쟁은 통상 ①하자 발견 및 현황 기록(사진·동영상, 발생 경위 정리) → ②전문가에게 하자진단(감정) 의뢰 → ③감정 결과를 근거로 매도인·시공사에 내용증명으로 하자보수 또는 손해배상 청구 → ④협의가 결렬되면 관할 법원(주소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필요하면 법원 감정을 다시 신청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협의나 공동주택관리법상 하자심사·분쟁조정 절차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이 하자 자체나 범위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감정 자료 없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를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을 의뢰하기 전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매계약서 또는 도급계약서에 하자·하자보수와 관련한 특약이 있는지, 하자보수보증금이나 하자보수 기간이 정해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하자가 발생한 부위를 사진·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언제부터 어떻게 나타났는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건축사나 감정평가법인 등 전문가에게 하자진단을 의뢰해 하자의 원인·범위·예상 보수비용을 객관적 자료로 확보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매매 하자담보책임과 도급 하자담보책임 중 어느 쪽 법리가 맞는지, 제척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부터 확인한 뒤 청구를 진행하는 것이 감정비용을 헛되이 쓰지 않는 길입니다.
마치며
하자 분쟁은 “그래도 계약할 때는 문제없어 보였는데”, “공사가 다 끝났으니 이제 와서 어쩌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를 발견한 매수인·도급인 입장에서는 감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제척기간을 넘겨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감정 결과와 내용증명 발송 시점을 함께 정리해 두어야 협상에서도, 소송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지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자 주장을 받은 매도인·시공사 입장에서도 “그 정도는 원래 있는 하자다”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제시한 감정 결과의 전제 사실과 산정 방식이 실제와 맞는지 따져보아야 불필요한 배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매매 목적물 하자와 도급 공사 하자 양쪽에서, 감정을 준비하는 쪽과 감정 결과를 다투는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감정 자료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반박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감정비용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돌려받을지부터 정리하고 싶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설 감정과 법원 감정이 다른가요? 어느 쪽을 받아야 하나요?
A. 사설감정은 소송 전 증거 확보용으로 자비로 받는 것이고, 법원 감정은 소송이 시작된 뒤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이 수행하는 절차입니다. 최종 손해액 인정은 법원 감정 결과가 우선하지만, 사설감정 자료도 소송 여부 판단과 초기 협상에 유용합니다.
Q. 감정을 안 받고 사진만으로 하자를 주장할 수는 없나요?
A. 가능은 하지만 상대방이 하자 존재나 범위를 다투면 육안 자료만으로는 입증이 부족해 패소 위험이 커집니다. 특히 교환가치 차액이나 보수비용을 산정하려면 객관적 감정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Q. 감정비용이 너무 커서 소송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A. 소송에서 승소하면 감정료도 소송비용에 포함되어 패소자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고, 일부 승소라도 법원이 비율에 따라 상대방에게 분담시킬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01조). 다만 예납은 신청인이 먼저 해야 하므로 자금 계획은 필요합니다.
Q. 매매로 산 집의 하자와, 리모델링 공사 하자는 감정비용 부담 원칙이 다른가요?
A. 신청인이 먼저 내고 최종 패소자가 부담한다는 기본 원칙은 같지만, 책임 근거와 기간이 다릅니다. 매매는 민법 제580조·제582조(안 날로부터 6개월), 도급공사는 민법 제667조·제670조(인도일로부터 1년)가 적용되어 기간 계산을 따로 해야 합니다.
Q. 매도인이 “원래 있던 하자다, 감정까지 받을 필요 없다”고 버티면 어떻게 하나요?
A. 그런 주장 자체가 다툼의 핵심이 되므로 오히려 감정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감정을 통해 하자의 발생 시점과 원인을 규명하면 매도인의 항변을 반박하는 근거가 됩니다.
Q. 협의로 하자보수를 받기로 하면 감정비용은 포기해야 하나요?
A. 하자보수만 받기로 합의했다면 감정비용까지 별도로 청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손해배상 청구까지 함께 진행한다면 감정비용도 손해 항목에 포함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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