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리셀러 판매금지·위약금 청구 소송, 약사 대리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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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리셀러 판매금지·위약금 청구 소송, 약사 대리 승소 

김상훈 변호사

피고승소

서****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약회사인 A사가 거래 약국의 약사 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1심 법원은 2026. 9. A사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A사는 B가 온라인 판매업체에 제품을 판매하여 거래약정을 위반하였다면서 약정서에 정한 '권장소비자판매가의 200배' 위약금 2,968,000,000원 중 100,000,000원을 청구하였는데, 법원은 리셀러 판매금지 조항과 위약금 조항이 모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저희는 이 사건에서 피고 B를 대리하였습니다. 아래에서는 사건의 경위와 함께, 저희가 피고 약사를 대리하여 어떤 쟁점을 중심에 두고 어떤 관점에서 사건을 진행하였는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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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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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제약회사로, 건강기능식품도 전문제조업체에 위탁생산하여 판매하며, 수백억원대의 매출액과 수십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견실한 회사입니다. A사는 기존 거래 약국과 직선거리 300m 이내에 있는 약국과는 새로 거래하지 않는 거리제한을 두고, 거래약정을 체결한 이른바 '회원약국'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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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2025. 4. 거래약정서를 개정하여 전국 6,000여 개 회원약국에 전자서명을 요청하면서, 정해진 날짜까지 서명하지 않은 약국은 더 이상 주문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습니다. 개정된 약정서에는 회원약국이 "유통질서에 부합하지 않도록 판매한 경우(특히 리셀러 업체에게 판매하는 행위)" A사가 별도 통지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제6조 제3항)과, 이를 위반하면 "약정위반제품의 권장소비자판매가 × 수량 × 200배"를 배상하고 그 외 A사의 용역 제공 및 회원 관리에 소요된 비용도 A사가 산정하여 추가로 청구할 수 있으며 지연손해금은 연 20%로 한다는 조항(제13조)이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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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2018년부터 A사 제품을 취급해 온 약사로, 위 약정서에 서명한 뒤 2025. 4.부터 8.까지 온라인 판매업체에 A사 제품을 판매하였습니다. A사는 이를 리셀러 판매금지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A사는 소장에서 약정서 서명 이후 B에게 공급한 제품 505개 전부가 리셀러에게 판매된 것으로 가정하여 위약금을 8,933,000,000원으로 산정하였다가, 소송 중 확보된 온라인 판매업체의 거래명세서를 근거로 2개 품목(권장소비자판매가 합계 14,840,000원)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2,968,000,000원으로 변경하였고, 그중 100,000,000원을 일부청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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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쟁점의 설정: '약정을 위반하였는가'가 아니라 '조항이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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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의 주장은 단순하였습니다. B가 서명한 약정서에 리셀러 판매금지와 200배 위약금이 적혀 있고, B가 온라인 판매업체에 제품을 판매하였으니 약정대로 배상하라는 것입니다. 온라인 판매업체에 제품을 판매한 사실 자체는 다투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사건에서 피고 측이 흔히 택하는 방어는 위약금이 지나치게 많으니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감액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액 주장은 위약금 조항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법원이 상당한 금액을 인용할 여지를 처음부터 열어 두게 됩니다. 실제로 이 사건 조정 과정에서도 B의 판매차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조정안이 여러 차례 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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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측은 사건을 다르게 보았습니다. A사가 온라인 판매를 막으려는 이유는 소비자 안전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제품이 A사가 정한 권장소비자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A사는 오래전부터 자사 제품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정하여 회원약국에 준수하도록 하고, 할인판매·온라인판매·비거래처 공급을 '비정상 판매'로 묶어 경고와 거래정지 등의 제재를 해 왔습니다. 리셀러 판매금지 조항과 200배 위약금은 가격이 무너지는 유통경로를 봉쇄하는 장치, 즉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피고 측의 기본 관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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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점에서 피고를 대리하여 저희 법무법인 주장을 세 단계로 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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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리셀러 판매금지 조항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6조)와 구속조건부거래(같은 법 제45조 제1항 제7호)의 수단으로서, 고객이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므로 약관규제법 제6조, 제11조 제3호에 따라 무효이고,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도 무효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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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위약금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8조에 따라 무효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법리는,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인 조항은 그것이 유효함을 전제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적용하여 적당한 한도로 감액하거나 과중한 부분을 덜어낸 나머지 부분만 유지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다20475, 20482 판결). 약관규제법 제8조 위반이 인정되면 위약금은 감액되는 것이 아니라 전부 무효가 되어 인용될 금액이 없어집니다. 피고 측이 감액이 아니라 무효를 주위적 주장으로 삼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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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예비적으로, 설령 두 조항이 유효하더라도 A사가 주장하는 사실은 제13조가 정한 배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불명확한 문언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A사는 약정서가 정한 경고 등 단계적 조치를 거치지 않았으며, 소 제기 후에도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거래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감액이 문제 되더라도 A사에게 실제 손해가 없으므로 인용될 금액이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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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성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였습니다. 하나는 이 사건 거래약정서가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 '약관'이라는 점입니다. B가 약사, 즉 사업자라는 이유로 약관규제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반론이 예상되었으므로, A사가 동일한 약정서를 6,172개 약국에 일괄 발송하여 5,367개 약국의 서명을 받았고 개별 교섭은 전혀 없었으며 미서명 시 주문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사실을 A사가 제출한 자료로 확인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A사가 내세우는 '소비자 안전'이라는 명분을 걷어내는 일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니라 영업신고만으로 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식품이고,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법령도 없으며, A사는 약사인 회원약국의 온라인 판매조차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약사의 상담이 필요해서 유통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약사의 온라인 판매를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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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송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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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입증의 특징은 조항의 실질적 목적이 '가격'이라는 점을 대부분 A사 자신의 자료와 진술로 증명하였다는 것입니다. A사가 약정서 서명을 요구하면서 회원약국에 보낸 문자에는 "비정상 판매를 하는 약국들의 거래를 막기 위해서" 개정 약정서에 동의하라고 되어 있었고, A사가 회원약사들에게 보낸 안내문에는 "회원약국 간 과도한 가격 경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는 표현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 취급 방지 정책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A사가 청구원인을 변경하면서 첨부한 제품가격표에는 "권장소비자 가격 준수"가 붉은 글씨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A사는 준비서면에서 대표가 회원약사들에게 소비자판매가격이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사실과 그 정책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로서 위법하여 폐지하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고, 위약금이 "과다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20배든 200배든 아무 관계가 없"다고도 하였습니다. 같은 약정 위반을 이유로 한 다른 약국들과의 분쟁을 5,200,000원과 11,631,800원에 종결한 사실, 소 제기 후 1년이 넘도록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B에게 제품을 계속 공급한 사실도 A사의 주장과 자료에서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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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의 규모는 A사의 감사보고서로 대비하였습니다. A사의 2024년 매출액은 약 242억 원, 영업이익은 약 52억 원인데, 권장소비자판매가 합계 14,840,000원인 2개 품목에 대한 위약금이 2,968,000,000원에 이르고, 제품 1개를 리셀러에게 판매하면 위약금이 18,000,000원으로 A사가 그 1개를 공급하고 받는 대금의 400배가 됩니다. 이 대비는 그대로 판결 이유에 반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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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계속 중 공정거래위원회에서 A사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 4. A사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의결하였습니다. 시정명령에는 소비자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의 금지뿐 아니라, "비거래처 약국 및 온라인 판매업체가 자신이 지정한 소비자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이유로 해당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여 준 것으로 보이는 약국들을 제재"하는 행위의 금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건 소송과 같은 유형의 제재를 금지한 것입니다. A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절차에서 인정사실과 위법성을 모두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수락하였으며, 회원약국들에 시정명령 사실을 통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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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변론은 이미 종결된 상태였으므로 피고 측은 변론재개를 신청하여 의결서와 A사의 안내문을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이와 별도로 B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사건 거래약정서에 대한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하였고, A사가 소송 중 B의 회원등급을 최하위로 조정하여 공급가를 45,000원에서 72,000원으로 인상한 사실(A사의 등급평가 기준에는 "회사 업무 방해(소송 중 or 예정 포함)"가 평가항목으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도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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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과 화해권고에 대한 대응도 같은 관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조정 단계에서 법원은 네 차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금액은 12,352,050원, 7,411,230원, 4,940,820원으로 낮아지다가 마지막에는 금전 지급이 없는 내용이 되었으며, 변론 종결 후에는 위약금 없이 소를 취하하되 거래약정의 해지를 확인하는 화해권고결정도 있었습니다. B는 금전 지급이 없고 위약금 조항의 구속을 전제하지 않는 해결에는 응할 의사를 밝히면서도, 금전 배상을 부과하거나 위약금 조항의 효력 또는 2018년부터 이어 온 거래의 종료를 전제로 하는 결정에는 모두 이의하여 본안 판단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A사가 위약금 없는 화해권고결정을 수용하려 하였다는 사실은 위약금 조항이 실제 손해와 무관하다는 근거로 원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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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법원의 판단과 시사점

법원은 먼저 이 사건 거래약정서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고, 개별 교섭을 거친 사정이 보이지 않으며, 동일한 내용의 약정서를 전국 회원약국에 일괄 배포하여 서명을 요청한 점에 비추어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호의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4634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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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러 판매금지 조항에 관하여 법원은, ① "유통질서에 부합하지 않도록 판매한 경우"라는 추상적 문언을 사용하여 위반 여부가 사실상 A사의 해석과 판단에 좌우되고 회원약사들은 예측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을 우려가 있는 점, ②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판매업체 등에 제품을 공급한 약국을 제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하였고 A사가 이를 다투지 않은 점, ③ 건강기능식품은 법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고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도 없음에도 A사가 회원약사의 판매를 광범위하게 제한한 점을 들어, 이 조항은 소비자 안전을 위한다는 목적보다는 A사가 정한 소비자판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 중의 하나로 작용하였으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고객의 계약 체결을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11조 제3호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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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 조항에 관하여는, 위반 시 일률적으로 권장소비자판매가의 200배를 배상하게 하면서 그 외 비용까지 A사가 산정하여 추가로 청구할 수 있게 한 점, 2개 품목의 권장소비자판매가 합계가 14,840,000원에 불과함에도 위약금이 2,968,000,000원에 이르러 A사의 2024년 매출액의 약 12%, 영업이익의 약 56%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지나치게 과다한 점, 실제 이익이나 매입가가 아니라 A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권장소비자판매가를 산정 기준으로 삼아 객관적 기준으로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었거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자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8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약관규제법에 의하여 무효인 조항을 민법 제398조 제2항으로 감액하거나 일부만 유지시킬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제13조 전부를 무효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 A사의 청구는 전부 기각되었고, 공정거래법 위반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주장 등 피고의 나머지 주장은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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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거래약정서에 근거한 위약금 청구를 받은 경우 '얼마나 감액받을 것인가'에 앞서 '그 조항이 유효한가'를 먼저 검토하여야 합니다. 약관규제법 제8조 위반이 인정되면 감액이 아니라 전부 무효이므로 결론이 전혀 달라집니다. 둘째, 약국, 대리점, 가맹점처럼 상대방이 사업자인 경우에도 사업자가 다수의 거래처와 계약하기 위하여 미리 마련한 약정서는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셋째, 거래상대방이나 판로를 제한하는 조항은 그 자체로는 가격에 관한 조항이 아니더라도 가격 유지의 수단으로 기능한다면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관점에서 위법성이 평가될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절차와 민사소송을 연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넷째, 조항의 목적과 위약금의 위하적 성격은 상대방이 거래처에 보낸 문자, 안내문, 가격표와 소송에서의 진술 속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대방 자료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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