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가로청소를 담당하던 공무직 환경공무관 A씨는 2025년 6월과 7월 사이에 근무지를 다섯 차례 무단이탈하였다는 이유로 2025년 8월 18일자로 징계해고되었습니다. A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하여 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정당하다며 기각 판정을 내렸으나, 저희 법무법인 대환이 재심 단계부터 사건을 맡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초심판정을 취소시키고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자에게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하였습니다.
1. 들어가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한 번 기각되면 사실상 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은 초심의 잘못을 다시 심사하는 절차이지, 초심을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이 사건은 겉으로 보면 사용자 측에 유리해 보이는 사안이었습니다. 회사 규정에 "4회 이상 무단이탈은 해고"라고 적혀 있었고, 실제로 다섯 차례의 이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결론이 뒤집힌 이유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2. 사건의 개요
가. 근무 구조
A씨는 2020년 1월 자치구에 공무직 환경미화원(환경공무관)으로 입사하여 가로청소 업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하루 일과는 세 개의 작업 시간대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새벽 5시부터 오전 8시까지가 1차 작업,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가 2차 작업, 오후 1시부터 3시까지가 3차 작업이었고, 그 사이인 오전 8시부터 9시까지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가 각각 휴게시간이었습니다.
담당 구역은 1km 내외의 대로변이었습니다. 실무상 이른 새벽인 1차 작업시간에 2차 작업구역까지 미리 청소를 마치는 경우가 잦았고, 이 경우 2차 작업시간에는 구역을 순찰하며 추가 청소 수요에 대비하는 형태로 근무가 이루어졌습니다.
나. 문제가 된 다섯 차례의 행위
사용자가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다음의 다섯 차례였습니다. A씨는 2025년 6월 4일에 1시간 55분, 6월 9일에 1시간 57분, 6월 13일에 1시간 56분, 6월 14일에 58분 동안 각각 담당구역 인근의 커피전문점에 머물렀고, 7월 17일에는 담당구역 안에 있는 교회에 42분간 머물렀습니다.
앞의 네 차례는 조기 작업 완료 후의 대기·휴식이었고, 마지막 한 차례는 폭우를 피해 담당구역 안의 건물로 대피한 것이었습니다.
다. 적용된 징계기준
사용자의 「환경공무관 고용 및 근무규칙」은 제18조 제6호에서 '담당 공무원의 허가 없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43조 [별표]의 징계처분기준은 근무지 무단이탈에 대하여 연 단위로 횟수를 합산하여, 1회이면 정직 1일, 2회이면 정직 2일, 3회이면 정직 3일, 그리고 4회에 이르면 곧바로 해고하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즉 이 규칙이 예정한 징계의 종류는 '경고, 정직(1일~5일), 해고' 세 가지뿐이었고, 무단이탈 네 번째부터는 그 사이에 아무런 중간 단계 없이 해고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규칙은 1994년에 제정된 이래 30년 이상 개정 없이 유지되어 온 것이었습니다.
라. 초심(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
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이탈시간이 40분에서 2시간에 이르러 통상 용인되는 수준을 넘었으며, 30년 넘게 적용되어 온 양정기준에 따른 처분이므로 양정도 과도하지 않다고 보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초심이 인용한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취업규칙에서 징계사유와 그에 대한 징계종류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그 규정 자체가 신의칙에 위반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규칙에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 — 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0173 판결
3. 재심에서 저희가 세운 전략
가. 다툼의 대상을 '행위'에서 '규정'으로 옮겼습니다
이 사건의 승부처는 여기였습니다.
초심이 인용한 위 91다20173 판결은 사용자에게 유리한 법리로 알려져 있지만, 그 판시 안에는 "규정 자체가 신의칙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라는 예외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초심은 이 예외를 검토하지 않은 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A씨가 이탈하지 않았다"는 방향이 아니라, "4회면 곧바로 해고하도록 정한 그 규정 자체가 정당한 징계기준인가"를 정면으로 다투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징계 종류가 경고와 정직 1일에서 5일, 그리고 해고라는 세 가지로만 극단적으로 한정되어 있어 견책·감봉·강등 등 단계적 제재를 통한 개선의 기회 자체가 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1회부터 3회까지는 정직 1일에서 3일이라는 극히 경미한 불이익에 그치다가 4회에 이르면 아무런 중간 단계 없이 근로자 신분을 전면 박탈한다는 점, 그리고 1994년 제정 이후 30여 년간 개정 없이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정당성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노동법적 가치관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체계적 결함의 방증이라는 점을 함께 주장하였습니다.
사용자가 가장 강하게 내세운 "30년간 일률적으로 적용해 온 기준"이라는 주장을, 오히려 규정의 노후성과 결함을 드러내는 자료로 뒤집어 활용한 것입니다.
나. '근무지 무단이탈'이라는 개념 자체를 좁게 해석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등).
A씨는 담당구역의 청소를 마친 뒤 추가 청소 수요와 민원 발생에 대비하여 구역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므로, 이는 사용자의 잠재적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이지 직무를 포기한 '이탈'로 평가할 수 없다는 논지를 전개하였습니다.
아울러 무단이탈 금지규정의 보호법익이 '담당구역의 청결 유지를 통한 지역 생활환경 보호'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실제로 청결 상태가 불량해지거나 관련 민원이 발생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 즉 규정이 막고자 한 부정적 결과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였습니다.
다. 폭우 대피는 징계사유가 될 수 없음을 주장하였습니다
2025년 7월 17일자 행위에 대해서는, 사용자 스스로 당일 오전에 안전문자를 발송하여 재난에 준하는 위험을 고지한 사실과, 단체협약이 폭우 등으로 작업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작업중지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이행 및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에 부합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라. 사용자가 내세운 '4회의 사전 경고'는 실체가 없었습니다
사용자는 관리감독자가 네 차례에 걸쳐 구두경고를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그 근거는 조 전체를 대상으로 발송된 단체 카카오톡 공지였습니다.
저희는 징계의 가중사유가 되는 경고에는 특정성과 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일반 공지에는 그것이 없다는 점, 개별 경고가 실재하였다면 일시와 장소, 상대방, 발언 내용, 위반행위의 특정, 향후 불이익 예고가 최소한 일관되게 특정되어야 하나 사용자가 이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점, 그리고 이는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증명책임을 사후적으로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마. 형평성 자료를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하였습니다
이 부분이 실무적으로 특히 유효했습니다. A씨 명의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해당 기관의 과거 징계 현황 전체를 확보한 결과, 금품수수에는 정직 5일, 수당 부정수급 시도에는 정직 3일, 직장 내 성희롱에는 정직 1일, 근무 중 음주에는 정직 2일이 각각 부과되었을 뿐이고, 그 어떤 중대 비위로도 해고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A씨와 같은 날 같은 장소로 대피한 동료에게는 '정직 1일'이 부과되었고, 편의점 앞에서 40분에서 50분가량 대기한 다른 동료들의 행위는 '근무지 무단이탈'이 아닌 '근무태만'으로 분류되어 '경고'에 그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에 대한 처분이 이토록 다르다면, 그 자체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분입니다.
바. 사용자 측의 관리 부실을 정면으로 지적하였습니다
지정된 휴게실은 담당 작업구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현실적으로 이용이 어려웠고, 사용자는 조기 작업 완료 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기시간에 대해 합리적인 대기 장소나 지침을 30년간 마련하지 않은 채 '야외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만을 반복해 왔습니다.
또한 사용자는 심문회의에서 "작업 중 화장실 이용이나 편의점 방문 등 30분 이내의 실내 휴식은 무단이탈로 보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습니다. 명문의 기준 없이 담당자의 재량으로 '이탈'과 '휴식'이 갈린다는 사실을 사용자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기준의 자의성을 드러내는 대목이었습니다.
4.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는 인정되고 징계절차에도 하자가 없다고 보면서도, 징계양정에서 초심을 뒤집었습니다.
판정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사업장의 징계제도는 근로자가 스스로 개전할 수 있도록 비위의 경중에 맞춰 견책·감봉·정직·강등·해고 등 세분화되고 단계적인 징계 종류를 갖추는 것이 타당한데, 이 사건 징계규정은 그 종류를 세 가지로만 극단적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0년 이상 적용되었고 그동안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사정은, 노동법적 가치관의 변화와 근로자 권익 보호라는 시대적·사회적 발전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체계적 결함으로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다른 일반 근로자들이 누리는 단계적 징계를 통한 신분 보장과 배려에 비해 환경공무관 직군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경직되고 가혹한 징계 구조를 적용하는 것은 특정 직군에 대한 구조적·집단적 차별 요소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1일에서 3일이라는 경미한 신분상 불이익만 부과하다가 4회에 이르러 곧바로 최고 수위의 해고를 규정한 것은 단계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것이라고도 지적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실질적인 중징계 처분을 하지 않은 채 결함이 있는 30년 전의 징계규정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곧바로 근로관계를 소멸시킨 것은 징계양정의 합리적 균형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남용하여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적용된 법리는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징계처분의 재량권 남용 판단기준 및 해고처분의 정당성 판단기준)입니다.
5. 이 사건이 남긴 실무 포인트
가. 초심에서 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은 초심을 그대로 확인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이 사건은 초심과 재심의 인정사실이 거의 동일함에도 결론이 정반대로 나온 사례입니다. 사실관계가 아니라 법적 구성과 논점 설정이 결과를 갈랐습니다. 재심 신청기간은 초심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0일로 매우 짧으니, 기각 판정을 받으셨다면 즉시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나. "규정대로 했다"는 항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취업규칙에 징계기준이 있다고 하여 그대로 적용하면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규정 자체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됩니다. 단계적 징계 체계의 결여, 장기간 미개정, 특정 직군에 대한 가혹성은 그 예외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 근태 관련 징계는 '횟수'가 아니라 '결과'를 따져야 합니다
몇 번 자리를 비웠는지보다, 그로 인해 업무 공백이나 민원, 손해, 공공서비스 저하 등 실질적 결과가 발생했는지가 양정 판단의 핵심입니다. 사용자가 이를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한다면 해고는 과중한 처분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라. 형평성 자료는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는 사건에서는 정보공개청구가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더 중한 비위에 더 가벼운 처분"이 이루어져 온 이력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면서, 해고의 이례성과 차별성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마. 외근직의 근무 실태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동료들의 진술서, 대화 녹취, 휴게시설 실태 자료, 기상 자료, 사용자가 보낸 안전 문자와 작업지시 내역이 모두 증거가 되었습니다. "원래 다들 그렇게 해 왔다"는 말은 증거가 되지 못하지만, 그 말을 뒷받침하는 기록은 증거가 됩니다.
6. 마치며
해고는 근로자의 생활 기반을 박탈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규정에 숫자가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인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곧바로 근로관계를 소멸시킬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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