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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합의해도 처벌되는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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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합의해도 처벌되는 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서까지 작성하고 돈도 돌려주었는데, 경찰 조사와 재판은 그대로 이어진다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합의서를 받았으니 사건은 끝난 것이다”,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주기로 했다”는 말을 믿고 안심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를 받거나 검찰에서 기소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데 왜 재판을 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해 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사기죄를 속여서 재물을 교부받은 때 성립하는 죄로 보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했더라도 이미 성립한 범죄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합의가 처벌 수위를 크게 좌우하는 것은 분명하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친족 사이의 사기는 처리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도 함께 알아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사기죄가 합의해도 처벌될 수 있는 이유와 합의가 실제로 결과를 바꾸는 지점, 그리고 합의를 준비할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사기죄는 피해자가 합의해도 수사와 재판이 계속되는 죄입니다

합의로 사건이 끝나는 죄는 법에 그렇게 정해진 죄뿐이고, 사기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는 죄가 실제로 있습니다. 폭행죄와 존속폭행죄는 형법 제260조 제3항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 이런 죄를 반의사불벌죄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기죄를 정한 형법 제347조에는 이런 문구가 없습니다.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죄이고,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검사가 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제출해도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고,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다만 가족·친척 사이의 사기는 예외이고, 이는 3에서 다룹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공소를 막는 서류가 아니라, 뒤에서 볼 양형 단계에서 쓰이는 자료입니다. “합의했는데 왜 소환장이 오느냐”는 질문의 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합의는 피해자와 피의자 사이의 정리이고, 형사 절차는 국가가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사기죄는 피해자가 합의하거나 고소를 취하해도 공소기각으로 끝나지 않는 죄입니다.


2. 돈을 돌려주고 합의해도 이미 성립한 사기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기죄는 속여서 재물을 교부받은 순간 성립하고, 사후의 변제는 성립이 아니라 양형에서 평가됩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47조). 속여서 돈을 받은 시점에 범죄가 완성되고, 그 뒤에 돈을 어떻게 정리했는지는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갚을 생각이었다”, “전액 돌려줬다”는 항변이 실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소극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할 의무있는 사항을 묵비하여 이에 속은 타인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고 이미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사후에 반환, 변상했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도2748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면허시험에 합격되도록 부탁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돈을 받은 뒤, 불합격이 확인되자 받은 돈을 차용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사정을 들었지만, 대법원은 돈을 받은 때 이미 사기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았습니다. 합의서에 분할 변제나 채무 전환을 담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범죄가 거슬러 올라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돌려주고 합의했다는 사정은 범죄의 성립이 아니라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평가되고, 그 무게는 4에서 다룹니다.

돈을 돌려주고 합의했다는 사정은 범죄를 지우지 못하고,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만 평가됩니다.


3. 친족 사이의 사기만은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고, 고소를 취소하면 재판이 끝납니다

가족·친척 사이의 사기는 형 면제에서 친고죄로 바뀌었고, 이때에만 합의가 공소 자체를 좌우합니다.

합의해도 처벌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형법 제354조는 사기죄에 제328조를 준용하고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족 사이이면 특례가 적용됩니다. 종전에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사기는 형을 면제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가 2024년 6월 27일 이 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법관으로 하여금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할 수 없도록 하고 획일적으로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형사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하여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입법재량을 일탈하여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므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등 결정).

이 결정에 따라 형법 제328조가 개정되어, 지금은 피해자의 친족이면 그 범위를 가리지 않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친족은 민법 제777조에 따라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를 말하며, 개정 규정은 부칙에 따라 2024년 6월 27일 이후 최초로 지은 범죄부터 적용됩니다. 친족이 아닌 공범에게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형법 제328조 제3항).

친고죄가 되면 합의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고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한번 취소하면 다시 고소하지 못하며(같은 조 제2항), 재판 중 고소가 취소되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5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 반대로 고소가 없으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고,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하지 못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친족 사이의 사기는 고소 취소가 곧 공소기각으로 이어지지만, 그 밖의 사기는 합의로 끝나지 않습니다.


4. 합의는 형량을 좌우하는 핵심 사정이지만, 이득액 구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합의는 처벌 여부가 아니라 처벌 수위를 바꾸고, 그 폭은 이득액 구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원은 형을 정할 때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해야 하고(형법 제51조), 검사도 같은 사항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대법원 양형기준도 사기범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과 피해 회복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는 요소로 다룹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합의는 기소유예, 벌금형, 집행유예 사이의 선을 가르는 핵심 사정이 됩니다.

다만 합의가 바꾸지 못하는 것이 법정형의 틀입니다. 사기로 얻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상습으로 사기를 범했다면 형법 제351조에 따라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이득액은 범행으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어서, 사후에 일부를 변제하거나 합의했다고 해서 구간이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집행유예가 특히 문제 됩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때 가능한데(형법 제62조 제1항), 법정형 하한이 3년이면 감경 없이는 그 상한선에 겨우 걸치는 셈입니다. 피해 회복과 합의는 정상참작감경(형법 제53조)의 근거가 되고, 유기징역을 감경하면 형기의 2분의 1이 되므로(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 하한이 1년 6개월로 내려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라면 특경법이 적용되지 않고 형법 제347조의 틀 안에서 판단하므로, 합의 여부가 기소유예나 벌금형, 집행유예를 가르는 데 직접 작용합니다.


5. 합의는 수사부터 재판까지 단계마다 쓰임이 다르고, 선고 전에 마쳐야 합니다

합의 자료는 수사 단계부터 갖춰 두어야 구속과 기소, 양형에서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피의자 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의 제1심 재판 → ④항소심의 순서로 진행되고, 합의는 단계마다 쓰임이 다릅니다. ①단계에서는 변제와 합의 자료가 도망 또는 증거인멸 염려를 낮추는 자료가 되어 구속영장 심사(형사소송법 제201조, 제70조 제1항)에 영향을 줍니다. ②단계에서는 검사가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할 때 참작하고, 수사 중인 사건은 검사가 당사자 신청이나 직권으로 형사조정에 회부하기도 합니다(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제1항). ③④단계에서는 선고 전까지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변제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양형에 반영되고,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합의해도 형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합의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피해자별 피해 금액과 이미 변제한 금액부터 정리합니다. 이득액이 어느 구간인지가 합의 금액과 이후 대응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

  2. 합의서에는 합의 금액과 지급 방법,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함께 담아 피해자 본인의 서명·날인을 받고, 지급은 계좌이체 내역으로 남깁니다.

  3. 합의 교섭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기보다 변호인을 통해 진행합니다. 법원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도록 되어 있어(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무리한 연락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끝내 거부하더라도 변제 내역과 변제 계획, 반성 자료는 형법 제51조가 정한 ‘범행 후의 정황’으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자료가 어느 단계에서 필요한지는 이득액과 피해자 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조사를 받기 전에 방향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사기 사건에서 합의는 “일단 돈부터 돌려주고 사과하면 끝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조사 통보를 받고서야 합의서만으로는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초기 대응이 늦어집니다.

돈을 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합의금을 받았다고 형사 절차가 자동으로 멈추지 않으며, 합의서에 무엇을 적느냐에 따라 민사상 청구까지 정리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서명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친척 사이라면 고소 취소가 곧 공소기각으로 이어지므로 취소 시점도 신중히 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사기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도 합의가 곧 사건의 종결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합의의 시기와 방식에 따라 구속 여부와 집행유예 가능성이 달라지고, 서두르다 피해자에게 압박으로 비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합의라도 언제 어떤 문구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를 해야 할지, 이미 한 합의로 충분한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지금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시기를 놓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써 줬는데도 기소될 수 있나요?

A. 기소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처벌불원서가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양형에서는 유리한 자료로 참작됩니다.

Q. 편취금을 전액 돌려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나요?

A.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이미 취득한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해도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전액 변제는 형을 정할 때 매우 유리한 사정입니다.

Q.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수사가 중단되나요?

A. 일반적인 사기 사건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취하서는 처벌불원 의사를 보여주는 참고 자료로 쓰입니다. 다만 친족 사이의 사기라면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고소가 취소될 때 공소기각으로 종결됩니다.

Q. 가족에게 속여서 돈을 받았다면 처벌되나요?

A. 고소가 있으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개정 형법 제328조는 형 면제를 없애고 친족 사이의 사기를 친고죄로 바꾸었고, 2024년 6월 27일 이후 최초로 지은 범죄부터 적용됩니다.

Q. 피해자가 여러 명인데 일부와만 합의해도 도움이 되나요?

A. 합의한 부분은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다만 특경법의 이득액은 범행으로 취득한 전체 가액을 기준으로 하므로, 일부 합의만으로 구간이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나머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결과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합의서는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나요?

A. 제1심과 항소심의 선고 전까지 제출하면 참작됩니다. 다만 수사 단계에 제출하면 구속과 기소유예 판단에도 쓰이므로 빠를수록 유리하고,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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