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기 피해를 입고 고소한 뒤 형사재판이 시작되면, 그 재판 안에서 피해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해자분들 중 상당수는 “피고인이 유죄를 받으면 피해금도 자연스럽게 돌려받게 되겠지”, “판사님이 알아서 갚으라고 판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유죄판결이 선고되어도 판결 주문에 피해금 지급을 명하는 내용이 없으면, 형사재판은 피고인을 처벌하는 절차로 끝나고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배상명령에 관하여, 피해금액이 특정되고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사기 피해자가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받으려면 대상 범죄, 신청 시기, 피해금액의 특정이라는 조건을 하나씩 갖춰야 하고, 이를 놓치면 신청이 각하되어 다시 민사소송으로 돌아가야 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사기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신청서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배상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사기 피해자는 형사재판 안에서 피해금 지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사기는 배상명령 대상 범죄여서,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유죄판결과 함께 피해금 지급 명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 제25조가 정한 제도입니다. 제1심 또는 제2심 형사공판 절차에서 법원이 일정한 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직권 또는 피해자나 그 상속인의 신청에 따라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상 범죄는 같은 조 제1항 제1호가 형법 각칙의 장(章) 단위로 정하고 있는데, 사기죄가 속한 제39장(사기와 공갈의 죄)이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기(형법 제347조)는 물론 컴퓨터등 사용사기, 준사기, 상습사기처럼 같은 장에 규정된 죄로 유죄가 되는 경우에 배상명령이 가능합니다. 같은 항 제3호는 제1호의 죄를 가중처벌하는 죄와 그 미수범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기 사건에서도 배상신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형사재판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피고인의 처벌입니다. 판결 주문에 배상명령이 없으면 피해자는 유죄판결을 받고도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배상명령이 내려지면 그 부분은 형사판결 안에서 해결됩니다. 신청서에는 인지를 붙이지 않아도 되고(소송촉진법 제26조 제1항), 배상신청은 민사소송에서 소를 제기한 것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같은 조 제8항).
사기는 배상명령 대상 범죄이고, 유죄판결과 함께 피해금 지급을 명령받으면 별도 소송 없이 회수 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2. 신청은 제1심·제2심 변론이 끝나기 전에, 피해금액을 특정해서 해야 합니다
대상 범죄의 유죄, 변론종결 전 신청, 특정된 피해금액, 진행 중인 민사 손해배상청구의 부존재가 신청 조건의 핵심입니다.
첫째,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입니다(소송촉진법 제25조 제1항). 피해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배우자, 직계혈족 또는 형제자매에게 배상신청에 관한 소송행위를 대리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제27조 제1항).
둘째, 시기입니다. 배상신청은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해야 합니다(제26조 제1항). 조문이 신청 시기를 제1심과 제2심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항소심 변론이 끝난 뒤에는 배상명령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검찰이 사건을 기소해 법원에 재판이 계속된 뒤에는 변론 종결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피해금액의 특정입니다. 이 대목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소송촉진법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배상명령은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피해금액이 특정되고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인에게 배상을 명함으로써 간편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이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12279 판결).
넷째, 이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면 신청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관하여 다른 절차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법원에 계속 중일 때에는 배상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제26조 제7항). 다만 어디까지가 ‘다른 절차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인지가 문제되는데, 위 판결은 이를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에 관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로 보았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해 약정금 청구만 했을 뿐이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편취금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배상명령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반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계속 중이었다면 법원은 결정으로 배상신청을 각하해야 합니다(제32조 제1항).
배상신청은 피해자가 제1심·제2심 변론 종결 전에,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따로 내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금액을 특정해 해야 합니다.
3. 신청서에는 피해금액과 그 근거 자료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신청서 기재사항은 법이 정해 두었고, 편취금이 오간 경로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어야 금액이 특정됩니다.
배상신청은 서면으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신청서와 함께 상대방 피고인 수만큼의 부본을 제출해야 하고(소송촉진법 제26조 제2항), 신청서에는 피고사건의 번호·사건명·사건이 계속된 법원, 신청인의 성명과 주소, 상대방 피고인의 성명과 주소, 배상의 대상과 그 내용, 배상 청구 금액을 적고 신청인 또는 대리인이 서명·날인해야 합니다(제26조 제3항).
사기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상의 대상과 그 내용’, 그리고 ‘배상 청구 금액’입니다. 편취금이 계좌이체로 오갔다면 이체 내역을, 대여나 투자 명목이었다면 차용증·투자약정서·메신저 대화를 정리하고, 이미 일부를 돌려받았다면 그 입금 내역까지 반영해서 청구 금액을 특정해야 합니다. 신청서에는 필요한 증거서류를 첨부할 수 있습니다(제26조 제4항).
신청 방식은 서면 외에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경우에는 말로써 배상을 신청할 수 있고, 이때 법원은 공판조서에 신청의 취지를 적습니다(제26조 제5항). 신청서가 제출되면 법원은 지체 없이 그 부본을 피고인에게 송달하는데(제28조), 신청인의 성명과 주소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은 직권 또는 신청인의 요청에 따라 가리고 송달할 수 있습니다.
신청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신청인은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소송기록을 열람하고, 공판기일에 피고인이나 증인을 신문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며(제30조 제1항), 배상명령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배상신청을 취하할 수 있습니다(제26조 제6항).
배상신청은 신청서와 부본, 그리고 피해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서류가 핵심입니다.
4. 피해금액이 불분명하거나 배상책임이 다투어지면 신청은 각하됩니다
법이 정한 네 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법원은 배상명령을 할 수 없고, 신청은 결정으로 각하됩니다.
소송촉진법 제25조 제3항은 법원이 배상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되는 경우로 피해자의 성명·주소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아니한 경우,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배상명령으로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거나 형사소송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이런 사유가 있으면 법원은 결정으로 배상신청을 각하해야 하고(제32조 제1항), 각하하거나 일부만 인용한 재판에 대해서는 신청인이 불복할 수 없으며 같은 배상신청을 다시 할 수도 없습니다(제32조 제4항).
사기 사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은 세 번째 사유, 즉 배상책임의 범위입니다. 피고인이 “일부는 이미 돌려줬다”, “투자 수익금으로 지급했다”며 계좌내역을 제출하면, 편취금 전액이 곧바로 배상액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3도1014 판결이 바로 이 경우를 다루었습니다. 투자금 명목 사기 사건에서 제1심과 원심은 배상신청인 5명에게 편취금 지급을 명했는데, 피고인이 원심에서 신청인들에게 수익금 명목으로 일부를 이미 지급했다며 계좌내역을 제출했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해 배상명령을 취소하고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소송촉진법 제25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배상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소송촉진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3도1014 판결).
이 판결은 배상명령이 편취금이 다툼 없이 확정되는 사건에 맞는 제도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피해금액이 통장 기준으로 분명하면 배상명령으로 빠르게 정리되지만, 반환·정산 주장이 오가는 사건은 신청이 각하될 수 있고 그러면 민사소송으로 다시 다투어야 합니다. 그래서 신청 전에 이미 받은 금액과 남은 금액을 통장 기준으로 먼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피해금액이 통장 기준으로 명확하지 않거나 피고인이 반환·정산을 다투는 사건은 배상명령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배상명령 확정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재판이 시작된 뒤 변론종결 전에 신청하고,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별도 판결 없이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피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 ④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되며, 배상신청은 ④ 단계에서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합니다. 기소 전에는 신청할 수 없으므로 경찰·검찰 단계에서는 피해금액을 특정할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준비의 전부입니다.
배상명령은 유죄판결의 선고와 동시에 하며, 일정액의 금전 지급을 명하는 방식으로 배상의 대상과 금액을 유죄판결 주문에 표시합니다(소송촉진법 제31조 제1항·제2항). 법원은 가집행을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확정된 배상명령, 또는 가집행선고가 있는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 정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에서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제34조 제1항). 다만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인용된 금액의 범위에서는 다른 절차로 손해배상을 다시 청구할 수 없으므로(제34조 제2항), 배상명령에 포함되지 않은 손해가 있다면 그 부분만 민사절차로 다투어야 합니다.
항소가 제기되면 배상명령은 피고사건과 함께 상소심으로 넘어가고(제33조 제1항), 상소심이 원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면소·공소기각을 선고하면 원심의 배상명령은 취소됩니다(제33조 제2항). 피고인은 유죄판결에 상소하지 않고 배상명령에 대해서만 상소 제기기간 안에 즉시항고를 할 수도 있습니다(제33조 제5항). 사기 피해로 재판이 시작됐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찰이 사건을 기소해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인지, 사건이 계속된 법원과 사건번호, 그리고 제1심·제2심 변론 종결 시점이 언제인지부터 확인합니다.
피고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이미 제기했는지 살펴, 배상신청과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통장 거래내역과 계약·대화 자료로 편취금액과 이미 돌려받은 금액을 정리해 청구 금액을 특정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기 사건 피해자 대리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재판의 배상명령과 별도의 민사청구·가압류 같은 재산 보전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기 피해를 입은 분들은 “형사재판이 끝나면 어떻게든 정리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배상신청 시기를 놓친 뒤에야 문의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쪽에서는 배상명령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부터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피해금액이 통장 기준으로 분명하고 피고인이 반환·정산을 다투지 않는 사건에서는 형사재판 안에서 집행의 근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다툼이 큰 사건은 민사소송이 더 맞을 수 있으므로 신청 전에 어느 쪽이 나은지 가려야 합니다.
반대로 사기 혐의를 받는 쪽에서도 배상신청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배상신청을 하면 신청서 부본이 송달되고, 이미 반환한 금액이나 정산 내역은 그 시점에 자료로 제출해야 합니다. 유죄가 선고되면 배상명령까지 함께 내려질 수 있으므로, 반환·합의 내역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의 일부입니다.
저는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배상신청의 시기와 자료 정리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재판이 이미 시작됐다면 변론이 끝나기 전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기로 고소했는데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배상명령도 받을 수 없나요?
A. 배상명령은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함께 하는 제도이므로 무죄가 선고되면 받을 수 없습니다. 상소심에서 유죄판결이 파기되고 무죄가 선고되면 원심의 배상명령도 취소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민사소송으로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Q. 제1심에서 신청하지 못했는데 항소심에서도 배상신청을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소송촉진법 제26조 제1항이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항소심 변론이 끝나면 더 이상 신청할 수 없습니다.
Q. 신청하는 데 인지대를 내야 하나요? 변호사 없이 혼자 할 수 있나요?
A. 신청서에는 인지를 붙이지 않고, 피해자 본인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금액을 특정할 증거서류가 부족하면 각하될 수 있으므로 자료 정리가 중요합니다.
Q. 피고인과 합의한 금액을 나중에 지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소송촉진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합의된 손해배상액에 관해서도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합의를 하면서 지급이 이행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면, 그 금액에 대해 배상명령을 받아 강제집행의 근거를 확보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배상명령을 받으면 피고인 재산이 없어도 돈을 받을 수 있나요?
A. 배상명령은 강제집행의 근거를 확보하는 제도이지 지급 자체를 보장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피고인 명의 재산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가압류 같은 보전 조치를 함께 검토해야 실제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법원이 제가 청구한 금액보다 적게 인정하면 불복할 수 있나요?
A. 배상신청을 각하하거나 일부만 인용한 재판에 대해 신청인은 불복할 수 없고, 같은 배상신청을 다시 할 수도 없습니다(제32조 제4항). 인용되지 않은 나머지 손해는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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