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보증을 선 보증인이 "한도액이 1억 원이니 1억 원만 내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채권자의 청구를 받고도 몇 달을 미루다가, 뒤늦게 한도액을 들고 갔더니 그동안의 지연손해금을 따로 내라는 요구를 받는 일이 있습니다. 근보증의 한도액은 주채무의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이 모두 들어가는 상한이지만, 보증인이 청구를 받고도 갚지 않아 생긴 보증인 자신의 지체분까지 막아주는 상한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보증채무를 주채무와 별개의 채무로 보아,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한도액과 따로 부담하게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도액 안과 밖에 각각 무엇이 들어가는지, 보증인의 지체분이 언제부터 어떤 이율로 붙는지, 그 부담을 줄이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근보증 한도액에 들어가는 것 —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의 합계가 상한
근보증은 장래에 늘었다 줄었다 하는 불확정한 채무를 한꺼번에 보증하는 계약이라, 보증인이 얼마까지 책임지는지를 정하는 '한도액'이 계약의 핵심입니다. 2016년 2월 4일부터 시행된 민법 제428조의3은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를 보증할 때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도록 하고,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않은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 조문은 최고액을 적으라고만 할 뿐, 그 최고액 안에 원금만 들어가는지 이자와 지연손해금까지 들어가는지는 따로 정하지 않습니다. 그 빈칸을 채워온 것이 판례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판결들은 모두 이 조문이 시행되기 전에 체결된 보증계약에 관한 것으로, 한도액 안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를 읽는 기본 틀을 보여줍니다.
출발점은 민법 제429조 제1항입니다. 보증채무는 주채무의 이자, 위약금, 손해배상 기타 주채무에 종속한 채무를 포함한다는 규정입니다.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40444 판결은 계속적 보증계약에 보증한도액이 있을 때 그 한도액을 주채무의 원본 총액만을 기준으로 할지 이자·지연손해금 같은 부수채무까지 포함해서 볼지는 먼저 계약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되, 특약이 없는 한 한도액 안에 이자 등 부수채무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12123 판결도 한도액을 정한 근보증에서 보증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한도 범위 안에서 확정된 주채무와 그 이자, 위약금, 손해배상 기타 주채무에 종속한 채무를 모두 포함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금이 한도액에 못 미치더라도 이자와 지연손해금을 더한 합계가 한도액에 닿으면, 그 지점이 보증인 책임의 천장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한도액 1억 원의 근보증에서 주채무자가 원금 1억 원짜리 대출을 연체해 약정이자와 연체이자가 2,000만 원 쌓였다면, 주채무 원리금은 1억 2,000만 원입니다. 보증인이 질 책임은 여기서 한도액인 1억 원까지이고, 나머지 2,000만 원은 주채무자에게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한도액이 원금만을 기준으로 한다는 취지의 특약이 있다면 결과가 달라지므로, 한도액 조항의 문구를 정확히 읽는 것이 모든 계산의 출발점입니다.
근보증 한도액은 주채무의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을 모두 합친 상한이고, 특약이 없으면 그 합계가 한도액을 넘는 부분은 보증인이 부담하지 않는다.
한도액 초과 지연손해금의 두 얼굴 — 주채무 쪽 지체분과 보증인 자신의 지체분
근보증 분쟁에서 '한도액을 넘는 지연손해금'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뭉뚱그려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는 주채무자가 갚지 않아서 주채무 자체에 계속 붙는 지연손해금입니다. 이것은 주채무에 종속한 채무로서 앞서 본 대로 한도액 안에 들어가고, 합계가 한도액을 넘으면 넘은 부분은 보증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보증인이 채권자로부터 보증채무를 이행하라는 청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아서 보증채무 자체에 붙는 지연손해금입니다.
두 번째 유형에 대해 94다40444 판결은 "보증채무는 주채무와는 별개의 채무이기 때문에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은 근보증의 한도액과는 별도로 부담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의 원심은 근보증의 한도액이 있으면 보증인은 그 한도액 이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증채무 자체의 지연손해금 책임을 부정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보증계약의 성격과 한도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으로 보아 파기했습니다. 같은 법리가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433 판결, 99다12123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76567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74110 판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한도액은 주채무에 대해 보증인이 질 책임의 상한을 정한 것이지, 보증인이 스스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서 생기는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 책임까지 막아주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99다12123 사건의 근보증서에는 '보증한도(이자, 지연배상금, 부대채무 일체를 포함한다)는 2,4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두 문장으로 나누어 설시했습니다. 앞 문장은 보증인이 한도 범위 안에서는 주채무와 그 이자·지연배상금을 모두 포함해 보증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뒤 문장은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은 보증한도액과 별도로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한도액 문구가 주채무의 이자와 지연배상금을 넣는 방식으로 쓰여 있더라도, 보증인 자신의 지체분은 그와 다른 층위의 채무로 다뤄진 셈입니다.
한도액 안 — 주채무의 원금, 약정이자, 주채무자의 연체로 붙는 지연손해금, 위약금. 이 합계가 상한이다.
한도액 초과분 — 주채무 합계 중 한도액을 넘는 부분. 보증인에게 청구할 수 없고 주채무자에게만 청구할 수 있다.
한도액 밖 — 보증인이 이행청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아 생기는 보증채무 자체의 지연손해금.
확인 지점 — 계약서의 한도 조항, 그리고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을 정한 약관·특약이 있는지.
한도액은 '주채무에 대해 보증인이 질 책임'의 상한일 뿐이어서, 보증인이 이행청구를 받고 미룬 기간의 지연손해금은 별개의 채무로서 한도액 밖에서 따로 붙는다.
보증인 지체분의 기산점 —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붙는다
보증인 자신의 지체분이 생기려면 먼저 보증채무의 이행지체가 있어야 합니다. 민법 제387조 제2항은 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고 정하는데, 97다1433 판결은 이 조문을 참조조문으로 삼아 보증인이 이행청구를 받은 이후부터 보증한도액과 별도로 지연손해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시했습니다. 그러니 보증인 지체분의 출발점은 주채무자가 부도난 날이나 주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잃은 날이 아니라,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실제로 이행을 청구한 시점입니다. 보증인에게 도달한 내용증명 같은 최고서가 있으면 그 도달일이 기준이 되고, 그런 청구가 없었다면 소장 부본이 보증인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 날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3다74110 판결에서도 소장 부본이 보증인인 공제조합에 송달된 다음 날부터 연 6%의 지연손해금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청구가 실제로 있었는지, 언제 도달했는지는 지체분 계산의 전제 사실입니다. 97다1433 사건에서 채권자는 보증기간이 끝난 날 보증한도 범위 안에서 이행을 청구했다고 주장하며 그 다음 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보증책임을 제한하더라도 우선 채권자가 주장하는 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했는지부터 살펴, 그 청구를 받은 당시의 보증채무액을 산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청구 도달일이 증명되지 않으면 그만큼 지체분의 기산점도 뒤로 밀립니다.
지체분이 붙는 원금이 얼마인지도 중요합니다. 97다1433 판결은 이행청구를 받은 당시 보증한도액의 범위 안에서 보증인이 부담하는 전체 보증채무액을 산출하고, 그 금액에 대해 이행청구 이후부터 별도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예컨대 한도액이 1억 원인데 채권자가 주채무 원리금 1억 2,000만 원 전액을 청구했더라도, 보증인 지체분이 붙는 원본은 한도액인 1억 원입니다. 청구서에 적힌 금액이 아니라 한도액 범위 안의 채무액이 기준이므로, 청구서가 한도를 넘는 금액을 적었다면 그 초과 부분에는 보증인 지체분이 붙지 않습니다.
청구서 도달일 — 내용증명·최고서가 보증인에게 도달한 날짜. 우편 송달 내역까지 보관한다.
청구 범위 — 청구서가 한도액 범위 안의 금액을 청구했는지, 한도를 넘는 금액까지 청구했는지.
청구 이전의 기간 — 이 기간에는 주채무 쪽 지연손해금만 늘고, 그것은 한도액 합계 안에서만 보증인의 몫이다.
소장 부본 송달일 — 청구서가 없었다면 그 다음 날이 기산점이 되고, 소송촉진법상 이율의 기산일도 된다.
보증인 지체분의 이율 — 주채무의 연체이율이 자동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보증인 지체분에 적용되는 이율은 주채무자의 연체이율과 다를 수 있습니다. 99다12123 판결과 2013다76567 판결은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에 관해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그 거래행위의 성질에 따라 상법 또는 민법이 정한 법정이율에 따라야 하고, 주채무에 관해 약정된 연체이율이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법정이율은 민법 제379조에 따라 연 5%이고, 상행위로 인한 채무는 상법 제54조에 따라 연 6%입니다. 소송으로 넘어가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소장 부본이 송달된 날의 다음 날부터 대통령령이 정한 이율이 적용되는데, 2019년 6월 1일부터 그 이율은 연 12%입니다. 다만 채무자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타당한 범위에서 이 이율이 적용되지 않습니다(같은 법 제3조 제2항).
반대로 보증서나 약관에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을 정한 조항이 있으면 민법 제397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그 약정이율이 적용됩니다. 99다12123 사건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근보증서 첫머리에 보증채무의 이행에도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이 적용됨을 승인한다는 문구가 있었고, 그 약관에는 채무자가 이행을 지체하면 은행이 정한 율로 지연배상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원심은 연체이율에 관한 주장과 입증이 없다며 민법상 연 5%를 적용했지만, 대법원은 이 조항들을 보증채무의 연체이율 약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더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습니다. 지체분의 이율은 보증서와 그 보증서가 끌어들이는 약관의 문구를 끝까지 읽어야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13다76567 판결은 반대 방향의 사례입니다. 선급금보증서에 '이 보증서의 보증금액은 연 7%의 약정이자를 가산한 금액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원심은 이를 보증채무의 이행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률까지 정한 것으로 보고 연 7%를 적용했습니다. 대법원은 그 문구가 보증인이 책임지는 주채무 및 종속채무의 범위를 정한 것일 뿐 연체이율에 대한 약정이 아니라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자를 가산한 금액'이라는 문구가 있다고 해서 보증인 지체분의 이율까지 그 약정이율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1순위 — 보증서·약관에 보증채무 자체의 연체이율을 정한 조항이 있는지. 있으면 그 약정이율을 따른다.
2순위 — 그런 약정이 없으면 거래의 성질에 따라 상행위는 연 6%, 그 밖의 경우는 연 5%.
소송 단계 —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상 연 12%가 적용될 수 있다.
적용되지 않는 것 — 주채무자가 물기로 한 연체이율은 보증채무에 당연히 적용되지 않는다.
보증인 지체분의 이율은 주채무의 연체이율이 아니라 보증서·약관에 보증채무 연체이율 약정이 있는지, 없으면 법정이율이 무엇인지로 정해진다.
실제 부담액 계산 — 한도액 1억 원 가정 사례
지금까지의 내용을 가정 사례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한도액 1억 원의 근보증이 있고, 주채무자가 부도를 내 주채무 원리금이 원금 1억 원에 이자·연체이자 2,000만 원을 더한 1억 2,000만 원이 되었다고 가정합니다. 채권자가 내용증명으로 한도액 범위 안의 이행을 청구했고 그 서면이 보증인에게 도달했지만 보증인은 이행하지 않았으며, 도달 6개월 뒤 소장 부본이 송달되었습니다. 보증인이 부담하는 채무의 본체는 한도액인 1억 원이고, 초과하는 2,000만 원은 보증인의 책임 밖입니다.
보증인 지체분은 청구 도달 다음 날부터 붙습니다. 거래가 상행위라고 가정하면 청구 도달 다음 날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6개월 동안 1억 원의 연 6%의 절반인 약 300만 원이 쌓입니다.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 이율이 적용되어 1억 원의 연 12%, 즉 1년에 1,200만 원(6개월이면 약 600만 원)이 붙습니다. 그 뒤 다시 6개월 만에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된다면 보증인이 내야 할 돈은 한도액 1억 원에 지체분 약 900만 원을 더한 약 1억 900만 원입니다. 이 금액은 한도액 1억 원을 넘지만, 넘는 부분이 보증인 자신의 지체분이므로 판례 법리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이미 주채무 합계가 한도액에 닿아 있다면 주채무 쪽 지연손해금이 계속 늘어나도 보증인의 부담은 더 커지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보증인의 부담을 키우는 것은 오직 보증인 자신의 지체분입니다. 둘째, 같은 1억 원이라도 언제 이행하느냐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청구를 받은 날 바로 한도액을 제공했다면 지체분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소송까지 가서 연 12%가 붙는 구간이 길어질수록 지체분은 빠르게 커집니다.
주채무 원리금 1억 2,000만 원 — 보증인 책임은 한도액 1억 원까지. 초과 2,000만 원은 주채무자 부담.
청구 도달 다음 날부터 소장 송달일까지 6개월 — 1억 원 × 연 6%, 약 300만 원(상행위 가정).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판결 선고까지 6개월 — 1억 원 × 연 12%, 약 600만 원.
합계 — 약 1억 900만 원. 한도액 1억 원에 보증인 지체분 약 900만 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신의칙으로 책임이 제한될 때 — 계산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채권자가 신의칙에 반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키웠다는 등의 사정으로 보증책임이 일정 비율로 제한되는 경우에도 지체분이 문제됩니다. 이때 계산 순서를 잘못 잡으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97다1433 판결의 원심은 주채무 원금 4억 8,315만 원 남짓에 이행청구 이후 판결 선고일까지의 지연손해금 약 2억 7,930만 원을 합산해 7억 6,245만 원 남짓으로 본 다음, 이를 한도액 4억 9,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다시 신의칙상 책임제한 비율 80%를 곱해 3억 9,2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먼저 이행청구를 받은 당시 한도액 범위 안에서 보증인이 부담하는 전체 보증채무액을 산출하고, 거기에 신의칙에 따른 제한 비율을 적용해 정당한 보증채무액을 정한 뒤, 그 정당한 금액에 대해 이행청구 이후부터 별도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도액 1억 원에 제한 비율이 80%라면 정당한 보증채무액은 8,000만 원이고, 지체분은 그 8,000만 원을 원본으로 청구 이후부터 붙습니다. 이행청구 이후 발생한 지연손해금까지 먼저 합산해 한도액을 적용한 다음 제한 비율을 곱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명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주채무자의 약정 연체이율 연 2할을 그대로 적용한 부분도 앞서 본 이율 법리에 비추어 문제가 됩니다.
다만 신의칙에 따른 책임제한은 아무 때나 인정되지 않습니다. 94다40444 판결은 계속적 보증에서 보증인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주채무가 보증인이 예상한 범위를 훨씬 넘게 불어난 원인이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자산 상태가 현저히 악화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모른 채 보증인에게 통보나 의사 타진 없이 고의로 거래 규모를 키운 것처럼 신의칙에 반하는 사정이 있는 때로 한정했습니다. 그 사건의 원심은 채권자가 재무구조가 악화된 주채무자에게 대금 상환기일을 미뤄주고 거래를 이어간 점 등을 들어 한도액의 90%로 보증책임을 감축했지만, 대법원은 보증한도액의 정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것만으로 책임제한 사유가 되기에 부족하다며 파기했습니다. 그러므로 한도액이 있는 근보증에서 책임제한을 주장하려면 채권자의 신의칙 위반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도액과 별도의 지체분이 그대로 남습니다.
지체분을 줄이는 대응 — 변제제공·공탁·충당순서
보증인 지체분은 이행을 미룬 기간에 비례해 늘어나므로, 대응의 핵심은 지체를 끊는 것입니다. 민법 제461조는 변제의 제공은 그때로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고 정하고,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민법 제487조에 따라 변제자가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해 채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구서를 받으면 다툼이 없는 한도액 범위 안의 금액을 채권자에게 실제로 제공하고, 수령을 거절하면 공탁하는 방식으로 이후의 지체분 발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변제의 제공은 채무의 내용에 좇은 것이어야 하므로, 일부만 제공해서는 그 채무 전체의 지체책임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채권자가 청구한 금액과 보증인이 계산한 금액이 다르다면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을 구분한 채무 내역서를 서면으로 요구해 확인한 뒤 제공해야 합니다.
일부를 변제하거나 상계로 정리할 때는 충당 순서를 봐야 합니다. 민법 제479조 제1항은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하도록 정하므로, 한도액만큼의 원금을 갚았다고 생각해도 그 사이 쌓인 지체분 이자가 먼저 충당되어 원본이 남을 수 있습니다. 94다40444 사건에서도 채권자는 보증인이 채권자에 대해 가진 채권과 채권자의 보증금 청구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하는 과정에서 상계액을 지연손해금에 먼저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심은 근보증의 한도액이 있으면 그 이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주장을 배척했으나, 대법원은 보증채무 자체의 지연손해금 책임을 부정한 것이 법리 오해라고 보았습니다. 일부 변제나 상계를 할 때는 충당 순서를 채권자와 서면으로 합의해 두는 편이 나중의 분쟁을 줄입니다.
주채무자의 일부 변제도 살펴야 합니다. 94다40444 판결은 한도액이 있는 계속적 보증에서 보증한도 내의 채무가 남아 있는 이상, 그 잔존 채무가 한도액 범위 안의 거래로 생긴 것이든 한도액을 넘는 거래로 생긴 채무 중 일부가 변제되고 남은 것이든 가리지 않고 보증인이 그 보증한도에서 책임을 진다고 보았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부동산 경매절차에 참가해 일부 변제를 받았지만, 그 금액을 한도액을 초과한 주채무와 지연손해금의 변제에 충당하고도 남은 금액이 보증한도액을 넘었으므로 보증책임이 줄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이 유지됐습니다. 채권자가 일부라도 회수했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 금액이 어느 채무에 충당됐는지를 채무 내역서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청구서 도달일과 청구 범위를 즉시 기록하고, 원본과 우편 송달 내역을 보관한다.
채권자에게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을 구분한 채무 내역서를 서면으로 요구한다.
다툼 없는 한도액 범위 안의 금액은 변제하고, 채권자가 수령을 거절하면 공탁해 지체를 끊는다.
일부만 갚거나 상계할 때는 충당 순서를 서면으로 합의한다.
소장은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내고(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지급명령은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한다(같은 법 제470조 제1항).
보증인 지체분은 한도액을 언제 어떻게 제공했는지에 따라 정해지므로, 청구서 도달일과 변제제공·공탁 일자를 증거로 남기는 것이 지체분을 줄이는 핵심 수단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도액을 다 냈는데 채권자가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내라고 합니다. 맞나요?
A. 한도액을 청구받은 날 바로 내지 않고 미뤘다면 그 기간의 지체분이 별도로 남을 수 있습니다. 판례가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한도액과 별도로 부담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산점이 청구 도달일과 맞는지, 이율이 법정이율인지 약정이율인지, 이미 낸 돈이 충당 순서상 지체분 이자에 먼저 들어갔는지를 채무 내역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청구를 받은 당일 한도액 전액을 제공했다면 지체분은 원칙적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Q. 주채무자의 연체이율이 연 20%인데 저도 연 20%로 내야 하나요?
A. 당연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99다12123 판결은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상법 또는 민법의 법정이율에 따르고, 주채무에 약정된 연체이율이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만 보증서나 그 보증서가 인용하는 약관에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을 정한 조항이 있다면 그 약정에 따릅니다. 그 조항이 있는지는 보증서 첫머리와 약관 원문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Q. 계약서에 한도액에 지연배상금 일체를 포함한다고 적혀 있으면 제 지체분도 한도 안에 들어가나요?
A. 99다12123 사건의 근보증서에도 한도에 이자, 지연배상금, 부대채무 일체를 포함한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그 문구를 주채무의 이자와 지연배상금이 한도 안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적용하면서도,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은 한도액과 별도로 부담한다는 법리를 함께 설시했습니다. 보증인 자신의 지체분까지 한도에 넣는다고 분명히 적은 특약이 아니라면 한도 밖에서 따로 붙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 특약이 있는지는 계약서 원문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Q. 채권자에게서 따로 청구서를 받은 적이 없는데 소장이 도착했습니다. 지체분은 언제부터 계산되나요?
A. 지체분은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붙는데, 그 전에 청구가 없었다면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계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3다74110 판결의 사건에서도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인정됐습니다.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면 그 송달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상 연 12%가 적용될 수 있고,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를 다투는 것이 타당한 범위는 제외됩니다. 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내야 하는 점도 놓치면 안 됩니다.
Q. 한도액을 넘는 금액이 적힌 지급명령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A. 지급명령은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면 그 범위 안에서 효력을 잃고 소송 절차로 넘어갑니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제1항).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라 넘기면 지급명령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한도액을 넘는 부분과 한도 밖 지체분의 기산점·이율을 다투려면 우선 이의신청으로 절차를 열어두어야 합니다.
Q. 주채무자가 일부를 갚았는데 제 한도액도 그만큼 줄어드나요?
A.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94다40444 판결은 한도액이 있는 계속적 보증에서 한도 내 채무가 남아 있는 한, 한도액을 초과한 거래로 생긴 채무 중 일부가 변제되고 남은 채무라도 그 보증한도에서 책임을 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일부 변제금이 어느 채무에 충당됐는지에 따라 보증인이 지는 한도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채권자에게 충당 내역이 적힌 채무 내역서를 받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근보증 한도액은 보증인을 지켜주는 상한이지만, 그 상한은 주채무의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의 합계에 걸려 있습니다. 보증인이 청구를 받고도 이행을 미루면 그 기간의 지연손해금은 보증채무 자체의 지체분으로서 한도액과 별도로 붙습니다. 이는 94다40444 판결에서 시작해 97다1433, 99다12123, 2013다76567, 2013다74110 판결로 이어지는 판례의 일관된 흐름입니다.
실무에서 금액을 좌우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언제부터 이행청구를 받았는지, 어떤 이율이 적용되는지, 한도액을 언제 어떻게 제공했는지입니다. 청구서 도달일과 청구 범위, 보증서와 약관의 연체이율 조항을 확인하고 다툼 없는 부분을 변제하거나 공탁해 지체를 끊으면 불필요하게 커지는 지체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보증 문제는 '한도액만 내면 끝'이라는 생각에서 가장 많이 어긋납니다. 청구서를 받았다면 한도액 범위 안의 채무 내역과 기산일부터 계산해 보시고, 소장이나 지급명령이 도착했다면 답변서와 이의신청 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보증서와 약관, 채무 내역서를 함께 놓고 검토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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