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머무는 동안 국내 사건이 기소중지 상태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형량이 아니라 여권입니다. 여권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도 무효처분될 수 있고, 만료가 다가오면 재발급이 거부될 수 있어 귀국 수단 자체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국외에 오래 머물수록 공소시효가 멈출 수 있어, 버티는 선택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구조입니다. 이 글에서는 여권 무효처분과 재발급 거부의 근거, 귀국용 여행증명서, 귀국 직후에 벌어지는 일, 귀국 전에 준비할 것을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기소중지와 수사중지 — 해외 체류자에게 붙는 네 가지 상태
기소중지는 사건이 끝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검사가 피의자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끝낼 수 없을 때 그 사유가 풀릴 때까지 사건을 멈춰두는 결정이며,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2조 제1항 제3호가 검사의 결정 유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경찰 단계에서 같은 성격의 결정은 수사중지이고, 피의자를 이유로 하는 것이 피의자중지입니다(같은 규정 제51조 제1항 제4호 가목). 불기소처분이 아니므로 혐의가 벗겨진 것도 아니고, 사유가 해소되면 수사는 멈춘 자리에서 그대로 다시 시작됩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 멈춤이 귀국하는 시점까지 이어지는 상태가 됩니다.
해외 체류 자체가 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경찰수사규칙 제98조 제1항 제1호는 피의자중지 사유로 가목 소재불명과 나목 2개월 이상 해외체류, 중병 등으로 상당한 기간 조사가 불가능해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를 함께 들고 있습니다. 소재불명을 이유로 수사중지를 하려면 같은 규칙 제100조에 따라 지명수배 또는 지명통보를 해야 하고, 해외체류 사유의 수사중지는 매월 1회 이상 그 사유가 해소되었는지 확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제98조 제4항). 같은 기소중지라도 소재불명 때문인지, 해외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태에서 조사가 불가능해서인지에 따라 이후 경로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건이 어떤 사유로 멈춰 있는지가 첫 번째 확인 사항입니다.
소재불명으로 수사가 멈추면 지명수배나 지명통보가 함께 걸립니다. 제45조의 지명수배는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이고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이 대상입니다. 제47조의 지명통보는 법정형이 장기 3년 미만이거나, 장기 3년 이상이더라도 사안이 경미하면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람이 대상입니다. 소재가 발견되었을 때 영장이 있는 지명수배는 체포·구속으로, 영장이 없는 지명통보는 출석 통지로 이어집니다. 이 차이가 귀국 직후에 벌어지는 일을 크게 바꾸므로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기소중지 — 검사가 사유 해소 시까지 사건을 멈춘 결정(수사준칙 제52조 제1항 제3호).
수사중지(피의자중지) — 경찰 단계의 같은 성격 결정. 소재불명, 2개월 이상 해외체류 등이 사유(경찰수사규칙 제98조).
지명수배 — 장기 3년 이상 죄에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경우. 발견 시 영장을 제시하고 체포·구속(제45조·제46조).
지명통보 — 영장 단계 이전의 출석요구 불응자. 발견 시 1개월 이내 출석 통지(제47조·제48조).
기소중지는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춘 것이고, 해외 체류가 그 사유가 될 수 있다 — 귀국하면 사유가 해소되어 수사가 다시 시작된다.
공소시효 — 기소중지는 시효를 멈추지 않지만 국외 체류는 멈춘다
기소중지 상태로 해외에서 오래 버티면 공소시효가 지나 사건이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은 죄에 정해진 형의 상한에 따라 시효 기간을 정하는데,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금고는 10년, 장기 10년 미만은 7년, 장기 5년 미만은 5년입니다. 그런데 기소중지 결정 자체는 제253조가 정한 시효정지 사유(공소제기, 공범 1인에 대한 공소제기,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의 국외 체류)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기소중지라는 이유만으로 시효가 멈추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해외 체류가 다른 경로로 시효를 멈춘다는 점입니다.
제253조 제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정합니다.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5도5916 판결은 이 규정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국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체류를 계속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국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일 필요가 없고 여러 체류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으면 충분하며, 그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없는 한 체류 기간 동안 계속 유지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장이나 학업 같은 다른 체류 이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시효정지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2024. 7. 31. 선고 2024도8683 판결은 같은 법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홍콩에 체류하던 피고인이 세무대리인을 통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특별한 사정 없이 곧바로 귀국하지 않은 사안에서, 원심은 그 사실을 인식한 무렵부터 입국 전날까지를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의 국외 체류 기간으로 보아 공소시효 정지를 인정했고 대법원은 이를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통보를 받지 않았더라도 대리인을 통해 문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목적을 인정하는 근거가 된 것입니다. 기소중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별다른 이유 없이 체류를 연장하면 이 판단 틀에 그대로 놓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장기 5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라면 시효 기간은 5년(제249조 제1항 제5호)인데, 기소중지를 알고도 3년을 국외에서 보냈다면 그 3년은 산입되지 않아 시효 완성 시점이 그만큼 뒤로 밀립니다. 반대로 체류 이유가 따로 있고 귀국 의사를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관에 알리는 등 형사처분을 면하려는 뜻과 양립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남아 있다면 정지 여부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시효 완성을 기다리는 전략은 기댈 근거가 약하고, 귀국 의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쪽이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기소중지 결정은 시효를 멈추지 않는다 — 그러나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의 국외 체류는 그 기간만큼 시효를 멈춘다(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
여권 재발급 거부 —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1호의 세 가지 요건
여권 문제의 출발점은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1호입니다. 이 조항 중 기소중지와 관련된 부분은, 외교부장관이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피의자중지로 한정)되거나 체포영장·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국외에 있는 사람에 대해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조건은 죄의 상한, 처분 상태, 체류 장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가 겹치면 갱신을 위해 여권 재발급을 신청해도 거부될 수 있습니다.
죄의 상한 — 죄에 정해진 형의 장기가 3년 이상일 것.
처분 상태 — 기소중지, 수사중지(피의자중지로 한정), 체포영장·구속영장 발부 중 하나일 것.
체류 장소 — 현재 국외에 있을 것.
효과 — 발급·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고, 여권은 유효기간이 끝나면 효력을 잃음(제13조 제1항 제1호의2).
거부는 의무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재량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요건이 객관적으로 갖춰진 국외 체류자는 갱신 시점에 거부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문제는 유효기간입니다. 여권은 제13조 제1항 제1호의2에 따라 유효기간이 끝나면 효력을 잃으므로, 만료가 가까운 여권을 가진 채 재발급이 거부되면 만료일 이후에는 여권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가령 만료까지 6개월이 남은 상태에서 체류를 이어가다 갱신을 시도했는데 거부되었다면, 그 6개월이 사실상 여권을 쓸 수 있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이 기간 안에 귀국 방식을 정하지 못하면 뒤에서 다룰 여행증명서에 의존하게 됩니다.
죄명이 첫 번째 확인 사항인 이유는 문턱이 장기 3년이기 때문입니다. 사기죄처럼 상한이 20년 이하의 징역(형법 제347조 제1항)인 죄는 이 문턱을 넘지만,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인 단순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1항)는 넘지 못하므로 기소중지가 되어 있더라도 이 조항으로 여권 발급을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기소중지라도 죄명에 따라 여권 문제가 아예 생기지 않을 수도, 즉시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적용 죄명을 모른 채 귀국 준비를 시작하기보다 사건번호와 죄명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재발급 거부의 문턱은 죄의 상한이 장기 3년 이상인지에서 갈린다 — 죄명 확인이 여권 대응의 첫 단계다.
여권 무효처분 —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도 무효로 만들 수 있다
재발급 거부가 새 여권을 주지 않는 처분이라면, 무효처분은 이미 가지고 있는 여권의 효력을 없애는 처분입니다. 여권법 제13조 제3항은 외교부장관이 제12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유효한 여권이 있는 경우 그 여권을 무효처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효기간이 몇 년 남아 있어도 기소중지나 영장 발부 사실이 확인되고 국외에 있다면 여권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무효처분은 외교부장관의 권한이지만, 관계 행정기관의 장도 소관 업무와 관련해 무효처분을 요청할 수 있고 그 요청서에는 요청 대상과 요청 사유가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적혀야 합니다(여권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제3항). 여권이 아직 유효하다는 사실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무효처분은 반납명령과 구별됩니다. 제19조 제1항의 반납명령은 발급 후 제12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생기거나 밝혀진 경우에 쓰이는데, 제1호(기소중지·영장 발부된 국외 체류자)는 여기서 제외되어 있고 제13조 제3항의 무효처분으로 처리됩니다. 반납명령을 받고도 지정 기간 안에 반납하지 않으면 제13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효력이 상실되고 제20조에 따라 직접 회수도 가능하지만, 무효처분은 반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처분 자체로 여권의 효력을 없애는 방식입니다. 국외 체류자의 여권은 실물을 회수할 수 없어도 효력 자체를 없앨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처분 통지를 받은 날짜와 문서는 이후 다툼의 기간 계산에 쓰이므로 반드시 남겨 두어야 합니다.
무효처분이 이루어지면 여권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에 따라 외교부장관은 여권번호, 발급일, 기간만료일을 법무부·경찰청 등 관계 행정기관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외국 정부나 국제기구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무효가 된 여권으로 현지에서 체류 연장이나 출입국 절차를 밟으면 그 사실과 마주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지 체류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는 체류국 법이 정하므로 한국 법만으로 답할 수 없지만, 여권이 무효인 상태에서는 체류 갱신 신청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류 연장 심사 일정이 다가온다면 그 일정이 귀국 시점을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재발급 거부와 무효처분은 행정청의 처분이어서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20조에 따라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고(불변기간),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제기할 수 없습니다. 여권법이 '거부할 수 있다', '무효처분할 수 있다'고 재량으로 정했으므로 행정소송법 제27조에 따라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남용이 있어야 취소되며, 다툼은 체류 사유의 불가피성, 귀국·출석 의사를 객관적으로 밝혔는지, 사안의 경중에 실립니다. 다만 처분을 취소받는 것과 안전하게 귀국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집행정지는 제23조 제2항이 요구하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를 소명해야 합니다.
여권 무효처분은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도 가능하고 반납 절차 없이 효력을 없앤다 — 여권이 유효하다는 사실만으로 체류 연장을 판단하면 안 된다.
귀국용 여행증명서 — 여권 없이 돌아오는 법적 경로
여권이 막혀도 귀국길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권법 제14조 제1항은 국외에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여권의 발급·재발급이 거부 또는 제한되었거나 외국에서 강제 퇴거된 사람 등에게 여행목적지가 기재된 서류로서 여권을 갈음하는 증명서, 즉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발급 대상은 시행령 제16조 제5호의2가 구체화하고 있는데, 국외에 체류하는 사람으로서 여권 발급·재발급이 거부 또는 제한되었거나 외국에서 강제 퇴거된 경우에 귀국을 위하여 여행증명서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재발급 거부나 무효처분을 받은 기소중지 국외 체류자가 귀국하는 통로가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신청 절차는 일반여권 발급신청 절차를 준용합니다(시행령 제17조).
여행증명서는 귀국 한 번을 위한 서류입니다. 제14조 제2항에 따라 유효기간은 1년 이내이고, 그 발급 목적을 이루면 효력을 잃습니다. 귀국 후에 다시 해외로 나가려면 새로운 여권이 필요한데, 이는 거부 사유(기소중지·영장)가 해소되어야 가능하고 출국금지 여부와도 연결됩니다. 그래서 귀국 이후의 출국 계획까지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여행증명서를 받았다고 해서 사건 상태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기소중지와 영장은 그대로이고, 입국하는 순간부터 수사 절차는 원래 상태대로 진행됩니다. 여행증명서 신청은 귀국 방식이 정해졌다는 신호이므로 신청 전에 귀국 후 시나리오를 먼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그 시나리오가 다음 항목에서 설명하는 영장 유무에 따른 세 갈래입니다.
여권이 막혀도 귀국길은 여행증명서(시행령 제16조 제5호의2)로 열려 있다 — 다만 문제는 도착한 뒤에 벌어질 일이다.
귀국하는 순간 벌어지는 일 — 영장 유무가 가르는 세 갈래
먼저 영장 없이 지명통보 상태인 경우입니다. 경찰수사규칙 제48조는 지명통보자를 발견한 사법경찰관리가 통보된 사실, 범죄사실의 요지, 통보한 경찰관서를 고지하고, 발견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통보관서에 출석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지명수배되어 체포될 수 있다고 통지하도록 정합니다. 출석하여 조사에 응하면 제49조 제2호에 따라 지명통보는 즉시 해제됩니다. 장기 3년 이상의 죄라도 사안이 경미해 지명통보로 처리되는 경우(제47조 제2호)가 있어, 여권 제한과 지명통보가 겹칠 수 있습니다. 이 갈래는 귀국하자마자 체포되는 경로가 아니라 1개월 안에 조사를 받는 경로입니다.
다음은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명수배 상태입니다. 제46조 제1항은 지명수배자를 발견하면 영장을 제시하고 권리를 고지한 뒤 체포 또는 구속하도록 정하고, 영장을 소지하지 않았더라도 긴급하면 영장이 발부되었음을 알리고 체포·구속한 뒤 사후에 영장을 제시할 수 있게 합니다. 체포영장으로 체포된 뒤 구속하려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5항), 청구를 받은 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청구일 다음날까지 피의자를 심문합니다(제201조의2 제1항). 체포된 피의자와 변호인 등은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청구서 접수 후 48시간 이내에 심문합니다(제214조의2). 이 갈래에서는 도착하기 전에 심문에서 낼 자료를 준비해 두었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마지막은 영장도 지명수배도 없이 기소중지만 된 경우입니다. 소재가 발견되면 수사가 재개되어 출석요구(제200조)가 이어지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으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습니다(제200조의2 제1항). 다만 판사는 명백히 체포의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영장을 발부하지 않으므로(같은 조 제2항 단서), 출석 의사를 미리 밝힌 기록이 중요해집니다. 장기 3년 이상의 죄에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 등이 있으면 긴급을 요하는 경우 영장 없이 체포하는 긴급체포도 가능합니다(제200조의3 제1항). 기소중지와 해외 체류 이력은 도망 우려를 따지는 재료가 되므로 체류 사유와 귀국 경위를 설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귀국한 뒤 다시 해외로 돌아가는 문제도 남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2항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1개월 이내로 출국을 금지할 수 있게 하되, 소재를 알 수 없어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피의자중지)된 사람은 3개월 이내, 기소중지·수사중지 상태에서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은 영장 유효기간 이내로 정하고, 연장도 가능합니다(제4조의2). 출국금지를 통지받은 날 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법무부장관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법무부장관은 신청일부터 15일 이내에 결정해야 합니다(제4조의5). 장기 3년 이상의 죄로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가 있고 긴급한 필요가 있으면 수사기관이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제4조의6).
지명통보 — 발견 시 통지, 1개월 이내 출석·조사 응하면 해제(경찰수사규칙 제48조·제49조).
지명수배 — 영장 제시 후 체포·구속(제46조), 구속영장 청구 시 청구일 다음날까지 심문(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영장 없는 기소중지 — 수사 재개 후 출석요구, 불응·우려 시 체포영장(제200조의2), 요건 충족 시 긴급체포(제200조의3).
재출국 — 출국금지 가능(기소중지 3개월 이내, 영장 발부 시 영장 유효기간 이내), 10일 이내 이의신청(출입국관리법 제4조·제4조의5).
귀국 직후의 결과는 여권이 아니라 영장 유무가 가른다 — 지명통보는 출석 통지, 지명수배는 체포·구속, 영장 없는 기소중지는 수사 재개다.
귀국 전에 해 둘 일 — 준비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귀국을 결심했다면 준비의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 단계에서 확인한 사실이 뒤 단계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사건 상태를 모른 채 여행증명서부터 신청하거나 귀국 항공편부터 확정하는 순서는 뒤집힌 것입니다. 아래 순서가 실무에서 정리되는 기본 흐름입니다.
상태 확인 — 기소중지인지 수사중지(피의자중지)인지, 적용 죄명과 법정형(장기 3년 이상 여부), 지명수배·지명통보·영장 여부, 출국금지 여부를 담당 수사기관에 확인.
출석 의사의 서면화 — 변호인 선임서와 함께 귀국·출석 의사와 희망 일정을 담당 수사기관에 서면으로 전달.
체류 사유 자료 — 취업, 학업, 치료, 가족 관계 등 체류 이유를 보여주는 근로계약서, 재직·재학 증명, 진단서, 체류 기록 정리.
귀국 수단 확보 — 여권이 유효하면 무효처분 전에 귀국 일정 확정, 이미 막혔다면 여행증명서 신청(시행령 제16조 제5호의2).
도착 후 방어 자료 — 주거지, 직장, 가족 관계 자료를 갖추고 영장실질심사와 체포적부심사에 대비(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214조의2).
특히 두 번째 단계인 출석 의사의 서면화는 세 곳에서 쓰입니다. 시효 측면에서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으로 다툴 자료가 되고(대법원 2015도5916), 영장 측면에서는 출석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없다는 소명이 되며(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구속 측면에서는 도망할 염려(제70조 제1항 제3호)가 없다는 근거가 됩니다. 예컨대 변호인 선임서와 함께 귀국 예정일과 출석 희망 일시를 적은 서면을 담당 수사기관에 낸 기록이 있으면, 귀국 편 예약 내역과 맞물려 귀국 경위를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여권 처분을 요청한 기관이 요청서에 어떤 사유를 적었는지도 이 단계에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여권법 시행령 제23조 제3항).
준비의 순서를 뒤집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사건 상태를 확인하기 전에 귀국 항공편부터 확정하면, 도착해서야 영장이 발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체포 이후 절차를 준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여권 무효처분을 취소소송으로 다투는 일정(행정소송법 제20조의 90일)은 귀국 준비와 별개로 움직이므로 기한은 따로 기록해 두되 귀국 준비를 앞세워야 합니다. 귀국 후에는 구속 사유인 일정한 주거 없음, 증거인멸 염려, 도망 염려(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가 모두 없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주는 방향으로 방어가 짜입니다.
귀국 준비의 순서는 상태 확인, 출석 의사 서면화, 체류 사유 자료, 귀국 수단, 도착 후 방어 자료다 — 앞 단계가 뒤 단계의 방향을 정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소중지 상태로 해외에 오래 있으면 공소시효가 완성되나요?
A. 기소중지 결정 자체는 시효정지 사유가 아니라서 시효는 계속 진행됩니다. 그러나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기간은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에 따라 시효에서 빠집니다. 대법원 2015도5916 판결은 그 목적이 여러 체류 목적 중 하나이면 충분하다고 보았고, 대법원 2024도8683 판결은 조사 사실을 알고도 곧바로 귀국하지 않은 체류에 시효정지를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체류가 길어진다고 시효 완성에 가까워진다고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Q. 여권 유효기간이 많이 남아 있으면 무효처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여권법 제13조 제3항은 유효한 여권이 있는 경우에도 제12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의 여권을 무효처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서면으로 요청 사유를 밝혀 무효처분을 요청할 수 있으므로(시행령 제23조 제2항·제3항) 기소중지·영장 사실이 있는 한 유효기간은 안전장치가 되지 못합니다. 만료가 임박한 여권이라면 재발급 거부와 효력 상실을 함께 대비해야 합니다.
Q. 여권이 무효가 되면 귀국은 어떻게 하나요?
A. 여권법 제14조와 시행령 제16조 제5호의2에 따라 여권 발급·재발급이 거부 또는 제한된 국외 체류자는 귀국을 위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유효기간은 1년 이내이고 발급 목적을 이루면 효력을 잃는 귀국용 서류입니다. 신청 절차는 일반여권 발급신청 절차를 준용합니다(시행령 제17조). 여행증명서가 있다고 사건 상태가 달라지지는 않으므로 귀국 후 절차를 먼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귀국하면 공항에서 바로 체포되나요?
A. 영장 유무에 따라 다릅니다.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명수배 상태라면 소재가 발견될 때 영장을 제시하고 체포·구속하는 것이 원칙입니다(경찰수사규칙 제46조 제1항). 지명통보라면 발견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통보관서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고, 출석해 조사에 응하면 해제됩니다(제48조, 제49조 제2호). 영장 없이 기소중지만 된 경우에도 장기 3년 이상의 죄에 도망 우려 등이 있으면 긴급체포될 수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귀국 전에 사건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Q. 귀국한 뒤 다시 해외로 돌아갈 수 있나요?
A.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하면 출국금지가 가능하고, 소재불명으로 기소중지·수사중지된 사람은 3개월 이내, 영장이 발부된 경우에는 영장 유효기간 이내로 정해지며 연장될 수 있습니다. 기소되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이면 같은 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6개월 이내로 출국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출국금지를 통지받은 날 또는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제4조의5) 재출국 계획이 있다면 귀국 전에 출국금지 여부와 사건 처리 일정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변호인을 통해 귀국 일정을 조율하면 체포를 피할 수 있나요?
A. 이미 영장이 발부된 지명수배라면 일정 조율만으로 영장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영장이 없는 경우에는 체포영장의 요건이 출석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이고, 명백히 체포의 필요가 없으면 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므로(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제2항) 출석 의사와 일정을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미 체포되었다면 체포적부심사(제214조의2)와 구속영장 심문(제201조의2)에서 주거, 가족, 출석 의사 자료를 낼 수 있습니다.
맺음말
기소중지 상태로 해외에 머무는 사람에게 시간은 유리하게 흐르지 않습니다. 여권은 재발급 거부와 무효처분(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1호, 제13조 제3항)으로 먼저 좁아지고, 국외 체류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평가되면 공소시효도 그 기간 동안 멈춥니다(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 여기에 체류국의 체류 자격 문제까지 겹치면 귀국 시점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귀국에는 여행증명서라는 법적 경로가 있고, 귀국 후 결과는 지명통보, 지명수배, 영장 없는 기소중지 중 어느 상태인지에 따라 갈립니다. 그래서 순서는 사건 상태와 죄명, 영장 여부를 확인하고, 출석 의사와 체류 사유·주거 자료를 갖춘 뒤에 귀국 수단을 정하는 것입니다. 여권 처분을 다투는 소송은 별도의 기한을 두고 병행하되 귀국 준비를 앞세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원지검이나 관할 경찰서에 사건이 걸려 있다면 귀국 일정을 정하기 전에 사건이 어떤 상태로 멈춰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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