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든 시설물 사고든 가해자가 두 명 이상이고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조금 있다면, 배상액이 얼마나 깎이는지가 가장 먼저 궁금해집니다. 흔히 가해자마다 피해자 과실을 따로 계산해 A에게는 20%, B에게는 40%를 깎는 식으로 생각하지만 법원의 계산 방식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에서 피해자의 과실을 가해자 각자에 대한 과실로 쪼개지 않고, 가해자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해 하나의 비율로 정한다고 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원칙이 어디서 나오는지, 가해자들 사이의 잘못 크기가 피해자에 대한 배상액에 왜 영향을 주지 못하는지, 그리고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는 무엇인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 서로 모르는 사이여도 '관련공동성'이 있으면 연대책임
민법 제760조 제1항은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공동'은 가해자들이 미리 모의했거나 서로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데 가해자 상호 간의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각 행위에 관련공동성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봅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6다55631 판결). 관련공동성 있는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서로 전혀 모르는 운전자 두 명이 연달아 낸 사고도 하나의 공동불법행위로 묶일 수 있습니다.
96다55631 사안이 대표적입니다. 편도 1차선 국도에서 승합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서 오던 승용차를 들이받았고(1차 충돌), 그 승용차 바로 뒤를 따라오던 피고의 승용차가 도로 가장자리에 걸쳐 멈춘 그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다시 들이받았습니다(2차 충돌). 두 충돌은 시간상 매우 가깝게 이어졌고, 대법원은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대로라면 두 운전자의 행위에 객관적 관련공동성이 있어 사망과 상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전부에 연대책임을 진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다3118 판결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파손된 방현망 조각을 반대 차선에 떨어뜨린 행위와 약 10분 뒤 반대 차선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고, 그 사고에서 피해자의 과실을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앞선 잘못이 뒤의 사고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가해자가 여럿이 되는 일이 그만큼 흔합니다.
제760조 제1항 —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객관적 관련공동성만 있으면 성립하고 각자 손해 전부를 연대하여 배상.
제760조 제2항 — 공동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의 행위 중 누구의 행위가 손해를 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같은 연대책임.
제760조 제3항 —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봄.
연대책임의 성격 —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부진정연대채무. 가해자 중 누구에게든 전부를 청구할 수 있지만 받을 수 있는 총액은 하나.
공동불법행위는 가해자들이 서로 알았는지가 아니라 각 행위에 객관적 관련공동성이 있는지로 성립하고, 성립하면 각자가 손해 전부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
과실상계란 — 피해자의 '약한 의미의 부주의'까지 배상액에서 참작한다
민법 제763조는 제396조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하고, 제396조는 법원이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할 때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참작할 수 있다가 아니라 참작하여야 한다는 문언이므로 법원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과실을 따로 주장하지 않아도 소송자료에서 피해자 과실이 드러나면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 제도를 흔히 과실상계라고 부르며, 손해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배상액을 피해자 과실 비율만큼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보다 훨씬 넓습니다. 대법원은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을 가해자의 과실과 달리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서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로 봅니다(대법원 1999. 2. 26. 선고 98다52469 판결). 법적 의무를 어긴 정도가 아니라도 전방주시를 소홀히 했거나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것처럼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원인이 되었다면 참작 대상이 됩니다. 앞서 본 96다55631 사건에서도 원심은 승용차 운전자가 전방주시를 게을리한 채 중앙선에 근접해 운행한 점, 뒷좌석 동승자들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점을 사고 발생과 손해 확대의 한 원인으로 보아 참작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과실이 있다는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비율입니다.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과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입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16747, 16754 판결). 사실심이란 1심과 항소심을 뜻하므로 비율은 사실상 1·2심에서 확정되고, 상고심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과실상계 다툼은 비율을 정하는 1·2심 재판에서 어떤 자료를 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 원칙 — 피해자 과실은 가해자별이 아니라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 평가
공동불법행위에서 과실상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대법원의 답은 일관됩니다. 출발점은 공동불법행위책임이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비율이 서로 다르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을 가해자 각인에 대한 과실로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들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이 법리는 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다14423 판결, 97다3118 판결, 96다55631 판결을 거쳐 2022년 2017다16747 판결에서도 원칙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가정 사례로 옮겨 보겠습니다. 보행자 P가 야간에 무단횡단을 하다 승용차 A에 치여 쓰러졌고, 곧바로 뒤따르던 승용차 B에 다시 치였으며 총손해가 1억 원으로 확정되었다고 해 봅시다. 겉으로 보면 A와의 관계에서는 P의 무단횡단이 큰 원인이고 B와의 관계에서는 이미 쓰러져 있던 P의 잘못이 작아 보이니, A에 대해서는 40%, B에 대해서는 10%처럼 따로 계산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공동불법행위로 묶이는 이상 법원은 이 사고 전체에 대한 P의 과실을 하나의 비율로 정합니다. 예컨대 그 비율이 30%로 정해지면 배상 대상 손해는 7,000만 원이고, A와 B는 각자 7,000만 원 전부에 대해 연대하여 책임을 집니다. 위 수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며, 실제 비율은 사고 경위와 증거에 따라 사실심이 정합니다.
이 원칙은 실무에서 세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가해자마다 다른 비율을 곱하는 복잡한 계산이 사라지고 피해자 과실은 하나의 숫자로 정리됩니다. 둘째, 가해자가 다른 가해자와의 과실 차이를 들어 자신에게 유리한 비율을 따로 주장하는 길이 막힙니다. 셋째, 받을 수 있는 총액이 하나로 정해집니다. 부진정연대채무에서는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한쪽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다른 쪽의 채무도 소멸하므로, 위 사례에서 A가 3,000만 원을 지급하면 B가 부담할 금액도 4,0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1단계 — 사고로 인한 총손해를 확정(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등).
2단계 — 피해자 과실을 가해자별이 아니라 사고 전체에 대한 하나의 비율로 결정.
3단계 — 총손해에서 그 비율만큼 공제해 배상 대상 손해를 산출.
4단계 — 배상 대상 손해 전부에 대해 가해자 각자가 연대하여 책임.
피해자의 과실은 가해자 A에 대한 과실과 가해자 B에 대한 과실로 쪼개지 않고, 공동불법행위 전체에 대한 하나의 비율로 정해진다.
가해자 사이의 잘못 크기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줄이지 못한다 — 96다55631의 교훈
96다55631 사건에서 1차 충돌은 충격이 매우 컸던 반면, 2차 충돌은 피고 차량이 제동하면서 앞 우측 부분으로 승용차 옆면을 약간 밀고 들어가 긁는 듯이 들이받아 충격이 다소 가벼웠습니다. 피고는 내리막 커브길에서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고 다소 과속한 상태에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았습니다. 원심은 두 충돌이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해 피고가 승합차 운전자와 연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승합차 운전자의 과실이 중대하고 2차 충돌은 손해에 기여한 정도가 비교적 작다는 점, 손해의 공평분담이라는 이념을 들어 피고가 부담할 책임 부분을 전체의 30%로 제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피고보다 승합차 운전자에게 더 큰 과실이 있다거나 손해가 주로 1차 충돌로 발생했고 2차 충돌은 기여 정도가 작다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두 사람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의 전부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대책임을 인정하면서 피고의 책임 부분을 30%로 정한 것은 이유모순이고 공동불법행위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라고 보았습니다. 가해자 사이의 기여도는 피해자를 상대로 내세울 수 있는 감액 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입니다.
그렇다면 그 기여도는 어디서 의미를 가질까요. 공동불법행위자는 채권자(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부진정연대채무를 지되, 내부관계에서는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부담부분이 있고, 자기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해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한 가해자는 다른 가해자에게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98다52469). 구상권을 갖기 위해 반드시 손해 전부를 배상할 필요는 없지만 자기 부담부분을 초과해 배상해야 하고, 가해자 사이의 과실비율은 형평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입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8다248183 판결). 대법원은 구상금을 정할 때에는 가해자로서의 과실 내용과 비율을 따로 정해야 하고, 피해자로서의 과실상계 비율을 그대로 쓸 수 없다고도 보았습니다(98다52469).
피해자에 대한 관계(대외) — 과실상계 후 금액 전부에 대해 가해자 각자가 연대책임. 가해자 사이의 과실 차이는 감액 사유가 아님.
가해자 상호 간(대내) — 과실 정도에 따른 부담부분이 있고, 자기 부담부분을 초과해 변제한 가해자가 구상으로 정산.
피해자에게 의미하는 것 — 연대책임이므로 그중 누구에게든 배상 대상 손해 전부를 청구할 수 있음. 이 사건의 피고도 2차 충돌 운전자 한 명이었음.
가해자 사이의 잘못 크기는 피해자에게 내세울 방패가 아니라, 배상한 뒤 가해자끼리 정산하는 구상의 기준이다.
예외 — 공동불법행위가 아닌 부진정연대채무는 가해자별로 따질 수 있다
원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는 아니지만 부진정연대채무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를 할 때 채권자의 과실을 채무자 전원에 대해 반드시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2017다16747, 16754). 사안은 부두용 크레인의 붐이 붕괴한 사고로, 크레인 제작업체의 제작상 과실과 크레인을 임차해 쓰던 업체의 관리·운용상 과실이 함께 원인이었습니다. 제작업체는 제작물공급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임차업체는 불법행위책임 또는 임대차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을 각각 지고 두 채무는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었습니다. 원고가 두 업체에 공동불법행위책임을 구한 사건이 아니었다는 점이 결론을 갈랐습니다.
원심은 크레인 임대인인 원고가 임차업체의 손해 방지를 위한 예방조치를 강구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등을 참작해 임차업체의 배상책임만 70%로 제한하고, 제작업체의 책임은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원고의 과실을 두 업체 전원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개별적으로는 과실상계나 책임제한 사유가 없는 업체의 책임까지 줄어드는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두 업체는 서로에 대해 원고의 이행보조자이거나 원고와 신분상·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어느 한 업체의 과실을 다른 업체에 대한 원고의 과실로 참작할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사건의 성격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사고를 함께 만든 공동불법행위라면 전체 평가가 원칙이고, 한쪽은 계약책임이고 다른 쪽은 불법행위책임인 것처럼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가 같은 경제적 목적을 갖고 겹치는 관계라면 가해자별로 과실상계를 달리할 수 있습니다. 개별 평가가 늘 피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은 아니고, 가해자별로 피해자 과실이 얼마나 다르게 인정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다만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사건일수록 이 구분이 배상액에 직접 영향을 주므로, 가해자 각각의 책임이 어떤 법적 근거에서 나오는지를 사건 초기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공동불법행위 — 피해자 과실을 가해자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 평가하는 것이 원칙.
공동불법행위는 아니나 부진정연대 — 반드시 전체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가해자별로 달리 정할 수 있음.
구분의 열쇠 — 채무가 하나의 공동 불법행위에서 나왔는지, 별개의 원인에서 나온 독립된 채무인지.
한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 과실을 다른 가해자에 대한 과실로 참작하려면 이행보조자 관계나 신분상·사회생활상 일체 관계 같은 사정이 필요하다고 본 원심 판단이 그대로 받아들여짐.
전체 평가는 공동불법행위의 논리에서 나온 원칙이어서, 공동불법행위가 아닌 부진정연대채무에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과실 비율을 다툴 때 — 사실심 전권이므로 1·2심 증거전에서 결론이 난다
과실비율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므로 대법원까지 가서 비율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개입하는 경우는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이거나, 96다55631처럼 공동불법행위자의 대외 책임을 가해자 기여도로 나눈 것과 같은 법리 오해가 있는 경우로 좁혀집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승부는 사고 경위를 어떤 증거로 재구성하느냐에서 갈리고, 이 작업은 소송 초기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피해자 과실이 다투어질 때 쟁점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사고 발생에 대한 기여, 즉 신호와 속도, 전방주시, 횡단 위치 같은 사고 당시의 행동입니다. 다른 하나는 손해 확대에 대한 기여로, 96다55631에서 원심이 참작한 안전띠 미착용처럼 사고 자체와는 별도로 피해를 키운 사정입니다. 가해자가 여럿인 사건에서는 각 가해자가 서로 다른 가해자의 잘못을 주된 원인으로 내세우는 일이 잦은데, 이는 대외 책임을 줄이는 사유가 되지 못하고 구상 단계의 문제라는 점을 96다55631 법리로 정리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전체 평가가 가해자별 주장을 분리해서 다투는 방식을 무력화한다는 것입니다. 개별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피해자 과실이 커 보이거나 작아 보이더라도 결론은 사고 전체에 대한 하나의 비율로 귀결되므로, 1차 사고와 2차 사고의 선후, 충격의 정도, 각 행위가 손해에 미친 영향을 사고 전체의 흐름 속에서 입증해야 합니다.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쉬운 것이 많아 사고 직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블랙박스·CCTV 원본 — 신호, 속도, 충돌 순서를 보여주는 핵심 증거. 덮어쓰기 전에 확보.
경찰 수사기록 — 사고 경위와 각 운전자의 진술을 정리한 자료로, 형사기록 열람·복사를 통해 확인.
차량·시설물 손상 부위와 충격 정도 — 사고 재구성과 감정의 기초 자료.
손해 확대 관련 자료 — 안전띠 등 보호장구 착용 여부를 보여주는 현장 사진·진료기록.
가해자별 과실 내용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서면 — 사고 전체 흐름에서 피해자 과실의 위치를 보여주는 자료.
과실 비율은 사실심이 정하므로, 상고심이 아니라 1·2심의 증거와 사고 경위 재구성에서 승부가 갈린다.
청구 상대와 합의·시효 — 연대책임 구조를 실무에서 쓰는 법
가해자들이 연대하여 책임을 지므로 피해자는 과실상계 후 금액 전부를 그중 어느 가해자에게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가해자의 보험 가입 여부, 자력, 입증 자료를 확보하기 쉬운 정도를 고려해 상대방을 정하거나 여러 가해자를 함께 피고로 삼습니다. 소송에서 제외한 가해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그 가해자에 대한 청구권은 별도로 남습니다. 다만 앞서 본 대로 어느 가해자로부터 받은 금액만큼 전체 채무가 줄어들므로 총액은 과실상계 후 손해를 넘을 수 없습니다.
가해자 한 명과 합의할 때에는 합의서 문구를 특히 신중히 봐야 합니다. 합의금이 그 가해자 몫에 대한 것인지 사고로 인한 손해 전체에 대한 것인지,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한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문구가 합의 당사자인 가해자에 대한 것인지 다른 가해자에 대한 것까지 포함하는 것인지가 나중에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가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합의서에 합의의 대상과 범위를 문언으로 특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합의금은 그만큼 전체 채무를 줄이는 변제로 계산되므로 남은 청구 금액도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시효도 챙겨야 합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뺑소니 사고의 운전자나 시설물의 관리 주체, 후속 사고의 가해자처럼 가해자가 뒤늦게 확인되는 사건에서는 각 가해자를 언제 알게 되었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알게 된 경위와 날짜를 자료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를 제기하는 등 시효를 관리하는 조치도 가해자별로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해자 중 한 명은 잘못이 훨씬 작은데, 그 사람에게도 배상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두 사람의 행위가 공동불법행위로 묶이면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한 가해자에게 더 큰 과실이 있거나 다른 가해자의 손해 기여도가 작다는 사정이 있어도, 각자가 과실상계 후 손해 전부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고 봅니다(96다55631). 잘못이 작은 가해자가 자기 몫보다 많이 냈다면 그 차액은 나중에 다른 가해자에게 구상으로 돌려받을 문제이지, 피해자에게 감액을 요구할 사유가 아닙니다.
Q. 피해자 과실이 A에 대해서는 크고 B에 대해서는 작다면 과실상계를 따로 하나요?
A. 공동불법행위라면 따로 하지 않고 가해자 전원에 대한 하나의 과실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공동불법행위는 아니고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처럼 별개의 원인에서 나온 채무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체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가해자별로 다르게 정할 수 있습니다(2017다16747). 어느 쪽인지는 그 채무가 하나의 공동 불법행위에서 나왔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Q. 가해자가 피해자 과실을 주장하지 않으면 과실상계가 되지 않나요?
A. 배상의무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소송자료에 피해자의 과실이 나타나 있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하고 참작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입니다. 민법 제396조가 법원은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해자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기록에 자신의 과실로 읽힐 만한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지 미리 점검해 대비해야 합니다.
Q. 과실비율 판단이 불만이면 대법원에서 다시 다툴 수 있나요?
A. 과실상계에 관한 사실인정과 비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 상고심에서 비율 자체를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96다55631처럼 공동불법행위자의 대외 책임을 가해자 기여도로 나눈 경우에는 법리 오해로 판결이 파기될 수 있습니다. 결국 비율 다툼은 1·2심에서 증거로 마무리한다고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가해자 한 명이 손해를 전부 배상했다면 다른 가해자에게 또 청구할 수 있나요?
A. 과실상계 후 손해를 전부 배상받았다면 다른 가해자에게 다시 청구할 금액은 남지 않습니다. 부진정연대채무에서는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한쪽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다른 쪽의 채무도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자기 부담부분을 넘어 배상한 가해자가 다른 가해자에게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하는 문제가 남습니다(2018다248183).
Q. 과실상계의 과실비율과 가해자끼리 정하는 과실비율은 같은가요?
A. 다른 잣대입니다. 과실상계에서 피해자의 과실은 사회통념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이고, 가해자 사이의 부담부분은 가해자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해집니다(98다52469). 대법원은 구상금을 정할 때 가해자로서의 과실 내용과 비율을 따로 정해야 하고 피해자로서의 과실상계 비율을 그대로 쓸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고에서도 피해자 과실비율과 가해자 사이의 부담비율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맺음말
가해자가 여럿인 사고에서 배상액을 가르는 첫 질문은 가해자 각자가 아니라 사고 전체에 대해 피해자에게 어떤 과실이 있느냐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과실을 가해자 각자에 대한 과실로 쪼개지 않고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해 하나의 비율로 정하고, 그 비율만큼 뺀 손해 전부를 가해자 각자가 연대하여 배상하게 합니다. 가해자들 사이의 잘못 크기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줄이지 못하고, 배상한 뒤 이루어지는 구상에서만 의미를 가집니다.
다만 이 원칙은 공동불법행위의 논리에서 나온 것이어서,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처럼 별개의 원인에서 나온 부진정연대채무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과실비율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 결국 1·2심에서 어떤 증거로 사고 경위를 재구성했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블랙박스 같은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쉬우므로 사고 직후 확보하고, 합의서 문구와 시효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얽힌 손해배상 사건은 가해자별 책임의 성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청구 방식과 과실상계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를 제기하기 전에 이 부분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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