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보험사가 전손 처리한 차량을 수리해 중고차로 되파는 거래가 이어지면서, 뒤늦게 전손 이력을 알게 된 매수인이 매매대금 반환과 함께 사기 고소에 나서는 분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판매자분들 중 상당수는 “수리비를 수백만 원이나 들였고 지금은 멀쩡한데 무슨 문제냐”, “매수인이 물어보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수인이 보험 이력 조회나 정비소 점검에서 전손 이력을 확인하고 나면 “알았다면 사지 않았을 차를 속여서 팔았다”며 대금 반환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곧바로 사기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중고차 거래에서 보험사고이력처럼 계약 조건을 정하는 데 중요한 사정을 알리지 않은 것을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91702 판결). 사기죄에서도 차가 지금 멀쩡한지가 아니라, 그 이력을 매수인에게 알렸는지가 핵심이며, 판매 대수와 금액이 커지면 상습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전손 처리된 차를 수리해 파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사기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력 고지 문제로 다툼이 시작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손 처리된 차를 수리해서 파는 것 자체는 금지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수리 여부가 아니라, 전손 이력을 알리지 않은 채 거래하는 것입니다.
먼저 ‘전손’의 뜻부터 짚어야 합니다.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3호는 전손 처리 자동차를, 피보험자동차가 완전히 파손되어 수리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손해액과 보험회사가 부담하기로 한 비용의 합산액이 보험가액 이상인 자동차로서, 보험회사가 도난·분실 자동차, 수리가 가능한 자동차, 수리가 불가능해 폐차하기로 한 자동차 중 하나로 분류 처리한 경우로 정의합니다. 즉 전손은 곧바로 폐차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수리비 등 손해액이 보험가액 이상이라는 보험상 판단이고, 이 중 ‘수리가 가능한 자동차’로 분류된 차가 수리를 거쳐 중고차 시장에 다시 나오게 됩니다.
법은 전손 차량의 수리 후 운행을 막지 않고 절차를 둡니다. 자동차관리법 제43조 제1항 제5호의 수리검사는 전손 처리 자동차를 수리한 후 운행하려는 경우 받는 검사이고, 합격하면 검사한 사실이 등록원부에 기록됩니다(제43조 제3항 제2호). 시·도지사는 보험회사가 전손 처리한 자동차의 이전등록 신청을 받으면 이 수리검사를 받은 경우에 한해 수리하도록 되어 있어(제12조 제6항), 수리검사 없이는 명의 이전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수리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제82조 제5호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따라서 수리검사까지 마치고 정상적으로 이전등록된 전손 이력 차량을 판매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사기 여부가 갈리는 지점은 수리를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그 차가 전손 처리된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매수인이 알고 계약했는가입니다. 차를 직접 보험 처리했거나 수리검사를 받은 판매자라면 이력을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수리검사 기록이 등록원부에 남는다는 점에서 이력은 사후에 드러나기도 쉽습니다.
전손 차량을 수리해 파는 것은 금지되지 않지만, 그 이력을 알리지 않으면 사기 문제로 넘어갑니다.
2. 전손 이력을 숨기고 팔면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사기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묻지 않았더라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사정을 숨겼다면 기망입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하고, 형법 제347조 제1항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망은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알려야 할 사실을 알리지 않은 부작위도 포함합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재산권에 관한 거래관계에 있어서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 거래에 관련한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장차 계약상의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거래관계를 맺어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관계를 맺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그 재물의 수취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재물의 수취인이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8. 4. 14. 선고 98도231 판결).
이를 전손 이력에 대입하면 구조가 분명합니다. 전손 처리 이력이 있는 차는 같은 연식·주행거리의 무사고 차량보다 시세가 낮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매수인이 이력을 알았다면 계약을 하지 않거나 훨씬 낮은 가격을 요구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이 경우 판매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력을 고지할 의무가 있고, 알리지 않은 채 대금을 받았다면 고지할 사실을 묵비해 기망한 것이 됩니다.
매수인이 “사고 난 적 있나요”라고 묻는데 “무사고입니다”라고 답했거나 매물 광고에 무사고라고 적었다면, 부작위가 아니라 적극적인 기망이므로 더 쉽게 인정됩니다. 이때 카카오톡 대화, 중고차 플랫폼 게시글, 성능점검기록부의 기재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위 판결은 할부금이 남은 중고차를 팔면서 그 채무를 알리지 않은 사안에서, 할부금 채무가 매수인에게 당연히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작위에 의한 기망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정이 매수인의 계약 판단을 좌우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손 이력은 매수인의 계약 여부와 가격을 좌우하는 사정이어서, 이를 숨기고 대금을 받으면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3. “수리를 잘했다”, “조회해 보면 알 수 있었다”는 항변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지금 차 상태가 양호해도, 계약 조건을 정하는 중요한 이력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습니다.
판매자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방어는 “수리를 제대로 했고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기죄에서 문제 삼는 것은 현재의 차량 하자가 아니라, 계약 조건을 정하는 데 중요한 사정을 알렸는가입니다. 자동차매매업자라면 자동차관리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매매계약 체결 전에 성능·상태점검 내용, 압류 및 저당권의 등록 여부 등을 서면으로 고지해야 하고, 대법원은 이 서면 고지 사항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계약 조건을 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봅니다.
“매수인이 이력 조회를 해봤으면 알 수 있었지 않느냐”는 항변도 자주 나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재산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상대방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이는 계약 당사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위와 같은 구체적 사정을 알 수 있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91702 판결).
이 판결은 중고차 딜러가 보험사고이력과 대여용도 사용이력을 알리지 않은 사안에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고, 손해배상액도 매매대금에서 이력을 제대로 고지받았다면 지급했을 적정 시가를 뺀 금액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매수인이 이력 조회를 해보지 않았다는 사정이 판매자의 책임을 벗겨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개인 간 거래라 제5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항변도 있습니다. 제58조는 매매업자의 서면 고지 의무를 정한 규정이지만, 사기죄의 고지의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나오므로 개인 간 거래라고 해서 면제되지 않습니다. 결국 다툼은 매수인이 이력을 알고 샀는지로 모입니다. 계약서 특약, 성능점검기록부의 사고·수리 이력 기재, 메신저로 전손 사실을 알린 기록이 있다면 착오 자체가 부정되어 사기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리 상태가 좋다거나 매수인이 조회할 수 있었다는 사정은 이력을 알리지 않은 책임을 덜어주지 못하고, 알렸다는 증거만이 방어가 됩니다.
4. 처벌 수위는 판매 규모와 이득액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한 대만 팔았어도 사기죄가 되고, 반복 판매는 상습·특경법 가중까지 문제됩니다.
사기죄는 한 대만 팔았어도 형법 제347조 제1항이 적용되어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실제 형량은 이득액, 피해 회복 여부, 이력을 숨긴 방식이 부작위였는지 적극적 거짓말이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전손 차량을 매입해 수리·판매하는 일을 반복하는 매매업자라면 상습성이 문제됩니다. 형법 제351조는 상습으로 사기죄를 범한 사람을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고, 상습범으로 묶여 합산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매매업자에게는 자동차관리법상 처벌도 별도로 따라옵니다. 성능·상태점검 내용이나 압류·저당권 등록 여부를 고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고지한 경우, 인터넷 광고에 자동차 이력을 허위로 제공한 경우에는 자동차관리법 제8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정해져 있습니다. 민사에서도 민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사기에 의한 매매계약은 취소할 수 있고,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146조).
다만 초범인지, 이력을 숨기게 된 경위, 매매대금 반환·합의 여부는 사기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에 이력 고지 증거와 수리 내역을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전손 이력 관련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에서 거래했다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판매 대수가 많거나 피해자가 여럿이면 병합 수사가 이루어지고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매수인의 항의나 고소 예고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사의 전손 처리 내역과 수리검사를 받은 기록(등록원부 기재)을 확인해, 전손 이력이 언제 어떤 경위로 생겼고 판매자가 이를 알 수 있었는지 정리합니다.
매매계약서, 성능·상태점검기록부, 중고차 플랫폼 광고 문구, 매수인과의 메신저 대화를 모아 전손 이력을 알렸는지, 무사고라고 말한 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수리 내역서·정비명세서·수리비 영수증과 매입가·판매가를 정리해, 수리 상태와 판매 가격이 같은 조건의 차량 시세에 비추어 어땠는지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기 사건에 경험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민사상 매매대금 반환·계약 취소 문제를 함께 검토해 합의와 반환 방안을 현실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손 차량을 수리해 판 판매자는 “수리도 제대로 했고 값도 싸게 팔았는데 설마 사기까지 되겠나”라는 생각에 매수인의 항의를 가볍게 넘기다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를 산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전손 이력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와 판매자가 무사고라고 말했거나 이력 질문에 답을 피한 기록이 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매매계약서, 광고 게시글, 대화 내용, 보험 이력 자료가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사기 혐의를 받는 판매자 입장에서도 “수리를 잘했다”, “물어보지 않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이력을 알렸다는 자료가 있는지, 이력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 판매 가격이 시세에 비추어 어땠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이력 고지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이력 고지 문제로 다툼이 시작됐다면, 초기 대응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마지막 분기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리검사까지 받고 정식으로 이전등록한 차인데도 전손 이력을 알려야 하나요?
A. 알려야 합니다. 수리검사는 전손 차량을 다시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절차일 뿐 이력 고지 의무를 면해 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매수인이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이력을 숨겼다면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Q. 매수인이 사고 여부를 묻지 않았는데 말하지 않은 것도 사기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묻지 않았더라도 알렸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사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그 사정이 계약 판단을 좌우할 정도가 아니라면 기망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Q. 개인이 자기 차를 팔 때도 사기죄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고지의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나오므로 매매업자가 아닌 개인 간 거래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자동차관리법 제58조의 서면 고지 의무와 제80조의 처벌은 자동차매매업자에게 해당하는 규정입니다.
Q. 저도 전손 이력이 있는 줄 모르고 중고로 사서 되팔았는데 처벌되나요?
A. 사기죄는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이력을 정말 몰랐다면 기망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매입 당시 성능점검기록부·등록원부·시세와 매입가의 차이에서 알 수 있었다는 정황이 있으면 알고도 팔았다고 판단될 수 있어, 매입 경위 자료가 중요합니다.
Q. 매수인에게 대금을 돌려주고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반환과 합의가 사기죄의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다만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고, 매수인의 처벌 불원 의사가 수사와 처분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사건 초기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에서 사기 혐의로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이력을 알고 있었는지, 무엇을 고지했는지에 관한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한번 굳어진 진술은 나중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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