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동업자나 직원의 자금 유용을 의심해 형사고소를 준비하다가, “횡령·배임은 고소해도 기소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소 자체를 망설이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반대로 자금을 사용한 쪽에서는 “어차피 횡령·배임은 고소해도 기소가 잘 안 된다던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회사나 동업체 자금을 계속 개인적으로 끌어다 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유용한 금액이 누적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구간에 들어가거나, 계좌 내역·정산 자료 같은 객관적 증거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 사안이라면, 알려진 통계와 달리 기소되어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와 임무위배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사안별로 엄격하게 적용하면서도,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무겁게 처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횡령·배임 고소사건의 기소 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실무적 이유와, 그럼에도 기소·처벌로 이어지는 사안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횡령·배임 고소사건은 상당수가 형사와 민사의 경계에서 걸러집니다
채무불이행인지 횡령·배임인지가 불분명하면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곧바로 정식 수사와 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먼저 그 사실관계가 형사처벌 대상인 횡령·배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나 정산 지연에 불과한 민사 사안인지를 가려냅니다.
동업 관계나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의 자금 분쟁은 특히 “동의가 있었는지”, “정산 절차가 어떻게 정해져 있었는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이 초기 단계에서 혐의없음이나 공소권없음, 각하로 종결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여기에 더해 형법은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형법 제361조는 횡령·배임의 죄에도 제328조를 준용하도록 정하는데, 현행 제328조는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종전에는 직계혈족·배우자 등 사이에서 형을 필요적으로 면제하는 조항이 있었으나, 그 조항이 삭제되고 고소를 조건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구조로 정비된 것입니다. 그 결과 가족·친족 사이의 자금 유용은 당사자의 고소가 없으면 애초에 수사·기소 단계로 나아가지 않고, 고소가 있더라도 이후 취하되면 그대로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장을 냈다고 자동으로 수사·기소가 되는 것은 아니며, 사실관계가 형사불법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가려집니다.
2. 불법영득의사가 증명되지 않으면 무혐의로 끝납니다
회사·동업체의 이익을 위해 처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면 횡령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가 그 사용에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특히 문제된 지출이 결과적으로 사업과 관련된 용도에 쓰였거나, 정산 과정에서 상계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소유자, 즉 회사나 동업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처분으로 볼 수 있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대법원은 이 구분을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여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으나,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도6728 판결).
즉 자금을 사용한 사람이 개인적 이익을 취했는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회사·동업체를 위해 썼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고소인이 이를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못하면 수사 단계에서부터 혐의없음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인이 자금 사용 내역과 목적을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못하면, 불법영득의사 입증 실패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 쉽습니다.
3. 배임죄는 임무위배와 구체적 손해까지 증명해야 해 문턱이 더 높습니다
막연한 손해 가능성만으로는 배임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그로 인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횡령죄와 달리 “재산상 이익”과 “손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입증 부담이 한층 큽니다.
여기서 손해에는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도 포함되지만, 대법원은 그 위험이 막연한 가능성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기준을 반복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경제적 관점에서 실제로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다고 평가될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도6151 판결).
이 기준 때문에 “동업자가 내부 협의 없이 자금을 지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배임죄가 곧바로 인정되지 않고, 그 지출로 동업체에 실제로 또는 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현실화됐는지까지 확인돼야 합니다. 이 입증 부담이 커서 배임죄는 횡령죄보다도 기소 문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배임죄는 임무위배행위뿐 아니라 구체적·현실적인 손해나 그 위험까지 증명되어야 하므로, 횡령죄보다 기소 문턱이 한층 높습니다.
4. 형량이 무거운 범죄이기 때문에, 검찰은 오히려 기소에 더 신중해집니다
이득액이 커질수록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해, 애매한 증거로는 기소하지 않습니다.
단순 횡령·배임은 형법 제35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한 경우에는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무거워집니다.
여기에 유용·편취한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형이 무거운 범죄일수록 검사는 법정에서 유죄를 확신 있게 입증할 수 있는 사안인지를 더 신중하게 따집니다. 물증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했다가 무죄가 선고되면 수사·기소의 적정성 자체가 문제되기 때문에, 애매한 사건은 기소유예나 혐의없음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2014~2023년) 법원 통계상 횡령·배임죄의 무죄율은 형법 전체 범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 이는 그만큼 유죄 입증의 문턱이 높다는 사정을 함께 보여줍니다.
형이 무거운 범죄일수록 검찰은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될 때만 기소하며, 이 신중함이 통계상 낮은 기소율로 나타납니다.
5. 기소 가능성을 높이려면, 고소장 접수 전 자료부터 이렇게 준비해야 합니다
절차와 확인 순서를 미리 알아두면 불기소로 끝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횡령·배임 고소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불법영득의사·임무위배·손해 요건을 검사 스스로 확신할 수 있어야 기소로 이어지므로, 고소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를 준비해두는 것이 기소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법입니다.
자금 관리 권한과 사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동업계약서, 위임 내역, 대화 기록)부터 확인합니다.
회사·조합 명의 통장의 거래내역과 회계자료를 발급받아 인출 시점·금액·빈도를 객관적으로 정리합니다.
인출된 자금이 사업 목적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을 뒷받침할 카드 내역·영수증 등을 확보합니다.
이런 자료를 갖추고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별도의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제 회수 가능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기소 비율이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어차피 안 될 텐데”라는 생각에 고소 자체를 포기하거나, 반대로 “설마 기소까지 되겠어”라며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판단은 사안마다 전혀 다르게 작동합니다.
자금을 뜯긴 쪽 입장에서는 통계상 기소율이 낮다는 사실에 위축되기보다, 불법영득의사와 손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얼마나 갖췄는지가 관건입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쪽 입장에서도 “어차피 기소가 잘 안 된다더라”는 말만 믿고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이득액이 크고 증거가 뚜렷한 사안은 오히려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횡령·배임 사건에서 자금을 관리한 쪽과 고소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통계라도 자료 준비 상태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기소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느껴질수록, 사안을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먼저입니다. 고소를 준비하시든 고소를 당해 대응이 필요하시든,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횡령·배임으로 고소했는데 무혐의가 나오면 다시 고소할 수 있나요?
A. 새로운 증거가 확보되면 재고소가 가능합니다. 다만 같은 자료로 다시 고소해도 같은 결과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불기소 이유를 분석해 부족했던 입증 자료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가족·친족 사이의 자금 유용도 형사처벌이 되나요?
A. 됩니다. 다만 형법상 친족 간 횡령·배임은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어, 가족 구성원의 고소 자체가 없으면 수사·기소 단계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Q. 회사 돈을 사업 목적으로 썼다고 주장하면 무조건 무혐의인가요?
A. 아닙니다. 실제로 소유자인 회사·동업체의 이익을 위해 처분했는지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돼야 하며, 개인적 이익을 함께 취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배임죄는 손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아도 성립하나요?
A. 재산상 실해 발생의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있으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Q. 이득액이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이득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반복된 소액 인출도 포괄일죄로 합산될 수 있습니다.
Q. 혐의없음 처분을 받으면 민사상 반환청구도 어려워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상 불기소와 민사상 책임 인정 여부는 별개의 판단이므로, 형사 절차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이득·손해배상 청구를 별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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