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인이나 동업자, 거래처에 돈이나 물건을 맡겼다가 돌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상대방이 별다른 이유도 대지 않은 채 그냥 안 주고 시간만 끄는 문제로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환을 미루는 쪽은 흔히 “내가 이 돈을 딴 데 쓴 것도 아니고 그냥 갖고만 있는 건데, 이게 무슨 횡령이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몇 달, 몇 년을 버티다가 갑자기 고소장을 받고서야, 반환거부 그 자체가 형법이 정한 횡령죄의 한 유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런 반환거부가 언제 횡령죄로 인정되는지에 관해 ‘정당한 사유’의 유무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갈라 판단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담보 목적이나 상계권 행사처럼 법적으로 인정되는 이유가 있다면 아무리 오래 버텨도 처벌되지 않지만, 그런 근거 없이 그냥 미루기만 한다면 실제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단순한 반환거부가 어떤 경우에 횡령죄로 이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물건이나 돈을 그냥 갖고만 있는 것도 횡령죄의 한 유형이 될 수 있습니다
형법은 ‘횡령’뿐 아니라 ‘반환거부’ 자체를 별도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을 보면 ‘횡령’과 ‘반환거부’가 나란히 규정돼 있는데, 이는 재물을 실제로 팔거나 써버리지 않았더라도 돌려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독립된 범죄 유형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은 물건을 잠깐 맡아준 지인, 회사 자금을 관리하던 동업자, 정산금이나 대여물을 쥐고 있는 거래처 등입니다. 이들이 “나중에 정리하겠다”, “지금은 사정이 있다”는 식으로 반환을 계속 미루기만 해도, 그 미루는 행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 ‘반환거부’를 아주 좁게 해석합니다. 판례가 말하는 반환거부란 단순히 “지금 당장은 못 준다”는 사실행위가 아니라, 보관물에 대한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평가될 정도여야 합니다. 이 기준을 정확히 알아야, 자신의 상황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돈이나 물건을 실제로 쓰지 않았더라도, 돌려달라는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횡령죄의 구성요건이 될 수 있습니다.
2.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아무리 오래 버텨도 횡령이 되지 않습니다
반환거부가 횡령죄가 되려면 그 거부가 횡령행위와 같은 정도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반환거부와 횡령죄의 관계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에서 정하는 ‘반환의 거부’라고 함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뜻하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단순히 반환을 거부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반환거부의 이유 및 주관적인 의사 등을 종합하여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만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도685 판결).
이 판결의 사안은 건설 하도급 공사에서 자재를 보관하던 피고인이, 자신이 지급받지 못한 공사비를 받을 때까지 자재 반환을 거부한 경우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유치권 성격의 반환거부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아, 곧바로 횡령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 1986. 2. 25. 선고 86도2 판결도, 상대방에 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보관 중이던 물건의 반환을 거부한 사안에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해 무죄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유치권 행사, 동시이행항변권, 상계권 행사, 반환청구권 자체의 존부에 대한 진지한 다툼 등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여지가 있는 대표적인 사정들입니다.
반환거부에 유치권·동시이행항변권 등 법적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오래 버텼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3. 정당한 사유 없이 그냥 버티기만 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냥 갖고만 있을 뿐”이라는 말은 반환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내세우는 ‘이유’가 유치권이나 동시이행항변권처럼 법적으로 인정되는 근거가 아니라, 단순히 “주기 싫다”, “일단 미루자”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앞서 본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는 판단이 대체로 인정되는 쪽으로, 즉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방향으로 기울게 됩니다.
실무에서 정당한 사유가 부정되는 전형적인 모습은 이렇습니다. 위탁받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있는 물건이나 돈을 없는 것처럼 잡아떼는 경우, 특별한 사정변경 없이 기한을 정하지 않은 반환의무를 이유 없이 계속 방치하는 경우, 그리고 이미 개인적인 용도로 써버렸다는 사정을 인정하면서도 반환을 계속 미루는 경우입니다. 특히 마지막 경우는 단순 반환거부를 넘어, 이미 처분행위로서 횡령이 완성된 사안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반환을 거부한 기간의 길이, 거부하면서 보인 태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실제로 있었는지, 맡긴 돈이나 물건이 어떻게 쓰였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돈을 쓴 것도 아니니 문제없다”는 인식과 달리, 정당한 근거 없이 반환 요구를 계속 무시하는 태도 자체가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담보나 항변 없이 그냥 시간을 끌기만 하는 반환거부는, 그 자체로 불법영득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평가되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4. 반환을 거부한 금액과 기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단순 반환거부라도 금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의 단순횡령(반환거부 포함)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회사 자금 관리, 계 모임 자금 관리, 동업체 자금 보관처럼 업무상 보관하는 지위에서 반환을 거부했다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여기에 반환을 거부한 금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반환을 거부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그 사이 상대방의 반환 요구(내용증명, 문자, 통화 녹취 등)가 쌓일수록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근거도 함께 쌓이게 됩니다.
다만 반환거부에 이르게 된 경위, 실제 변제·공탁 여부, 초범인지 등은 횡령죄의 성립 자체보다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내용증명으로 반환거부의 이유와 시점을 기록에 남기는 것이 사건 초반의 핵심입니다.
반환거부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거래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반환거부 금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반환을 미루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이나 물건을 맡긴 경위를 증명할 자료(계약서, 문자, 이체 내역, 영수증 등)를 먼저 확보합니다.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해, 상대방이 내세우는 반환거부의 이유와 그 시점을 문서로 남깁니다.
상대방이 내세운 이유가 유치권·동시이행항변권처럼 법적으로 인정되는 근거인지, 아니면 근거 없는 핑계인지 관련 자료로 대조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반환거부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돈이나 물건을 맡겼는데 상대방이 아무 말 없이 시간만 끌면, “설마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맡기고 돌려받지 못한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독촉보다, 언제부터 얼마를 요구했고 상대방이 어떤 이유를 댔는지를 문서로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용증명, 문자, 녹취가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반환을 미루고 있는 쪽 입장에서도 “쓰지 않고 그냥 갖고만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내세우는 이유가 실제로 법적 근거를 갖춘 정당한 사유인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저는 돈이나 물건을 맡긴 쪽과 반환을 거부당했다고 오해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반환거부의 이유를 어떻게 구성하고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버티고 있다면, 혹은 내 반환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돈을 딴 데 쓰지 않고 그냥 갖고만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횡령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실제로 재물을 처분하지 않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 자체를 횡령죄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받을 돈이 있어서 못 준다”고 하면 무조건 정당한 사유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실제로 법적으로 인정되는 채권이 있고, 그 채권을 담보할 목적(유치권·동시이행항변권 등)까지 인정돼야 정당한 사유가 됩니다. 막연히 “받을 돈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 내용증명 없이 말로만 반환을 요구했는데도 반환거부가 인정되나요?
A. 가능하지만 입증이 어렵습니다. 반환을 요구한 시점과 상대방이 밝힌 거부 이유를 문서로 남겨두어야, 이후 불법영득의사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반환을 거부하다가 나중에 전액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처벌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반환거부 시점에 이미 범죄가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다만 이후 반환·합의 여부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Q. 임대차보증금을 안 돌려주는 임대인도 횡령이 되나요?
A.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인 소유로 이전되는 금전이라 통상 횡령죄의 보관물로 보기 어렵고, 민사상 반환청구·지연손해금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별도로 맡긴 물건이나 정산 전 동업 자금처럼 타인 소유물을 보관하는 관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Q. 고소를 준비하는데 상대방이 자료를 없앨까 걱정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고소 전에 계좌 내역, 문자, 계약서 등 확보 가능한 증빙을 최대한 미리 모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소 이후에는 계좌 추적 등 수사기관의 조치를 통해 추가 자료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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