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원이나 조합원의 횡령 사실이 퇴직을 전후해 드러나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손해를 확인한 사업주로서는 퇴직금을 지급하기 전에 그 돈에서 손해액만큼 바로 떼고 나머지만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제가 상담한 사업주분들 중 상당수는 “횡령한 돈이 명백한데, 퇴직금에서 그만큼 빼고 주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퇴직금 중 일부를 임의로 공제하고 지급하면, 손해를 회수하기는커녕 사업주 본인이 임금체불로 노동청 진정이나 형사 고발의 상대방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퇴직금에서 손해배상채권을 상계하려면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를 엄격하고 신중하게 심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횡령 피해가 명백하다는 사정만으로 퇴직금 공제가 곧바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횡령 손해배상채권을 이유로 퇴직금을 임의로 공제할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 상계가 허용되는지, 그리고 손해를 안전하게 회수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퇴직금도 임금이라 사용자가 마음대로 공제할 수 없습니다
횡령 피해가 명백해도, 퇴직금에서 손해액을 임의로 떼어낼 수는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해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퇴직금도 이 원칙의 예외가 아닙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은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실무와 판례는 퇴직금을 재직 중 지급되지 않고 유보된 임금의 후불적 성격으로 보아 전액지급 원칙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직원의 횡령·배임으로 손해를 입은 사업주가 퇴직금 지급 시점에 그 손해배상채권을 이유로 퇴직금 중 일부를 공제하고 나머지만 지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손해가 명백하고 액수도 특정되어 있으니 당연히 상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으로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횡령 손해배상채권이 실제로 존재하고 액수가 명백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원칙의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초과 지급된 임금을 정산하는 경우처럼 그 행사 시기와 방법이 미리 예고되어 근로자의 경제생활 안정을 해칠 우려가 없는 좁은 예외적 사안에서는 상계가 허용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38529 판결). 하지만 이는 임금을 초과 지급한 경우의 정산 문제이지, 횡령처럼 근로자에게 불리한 별개의 손해배상채권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상계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횡령 손해배상채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퇴직금 지급의무가 당연히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2. “동의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계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 법원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심리합니다.
실제 사건을 보면 사용자가 근로자의 서명이나 확인을 받았다는 이유로 퇴직금에서 손해액을 공제한 뒤, 나중에 그 효력을 다투는 분쟁이 자주 발생합니다. 대법원이 다룬 한 사례에서는, 조합의 출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직원이 대출한도를 초과해 다섯 명에게 대출을 해주었다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조합에 3천만원대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조합은 퇴직금 전액을 그 직원의 계좌에 입금한 뒤, 곧바로 손해액만큼을 인출해 사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은 것인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위 판결에서 언급된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은 2007년 전부개정으로 현재는 제43조 제1항으로 조문 번호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퇴직을 앞두거나 형사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압박받는 상황에서 받은 동의, 이미 계좌에 입금된 퇴직금을 사용자가 사후에 일방적으로 인출해간 경우는 “자유로운 의사”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서면 동의서에 서명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상계가 자동으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동의서에 서명이 있다고 해서 그 상계가 곧바로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3. 무단으로 공제하면 오히려 사업주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횡령 피해자라는 사정이,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책임까지 면제해주지는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제43조(임금 전액지급 원칙)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퇴직금의 경우는 더 무겁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3조 제1호는 같은 법 제9조 제1항을 위반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퇴직금 중 일부를 임의로 공제하고 지급한 경우도 그 공제된 부분만큼은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 이 처벌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다만 두 조항 모두 근로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근로자가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만 형사절차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횡령 피해를 입은 사업주가 그 손해를 스스로 회수하겠다며 퇴직금에서 임의로 공제했다가, 오히려 임금체불의 가해자로 노동청 조사와 형사입건 대상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채권이 정당하다는 사실과, 그 회수 방법이 적법한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횡령 피해자라는 사정이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해주지는 않습니다.
4. 상계 문제와 별개로, 횡령 액수는 형량을 좌우하는 기준입니다
퇴직금 공제가 가능한지와 무관하게, 횡령 액수는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별도의 잣대입니다.
직원이 회사나 조합의 자금·재물을 횡령한 경우 형법 제35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를 저지르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소액을 유용한 경우에도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퇴직금에서 손해액을 임의로 공제하는 방법을 쓸 것이 아니라, 형사고소를 통해 횡령 액수와 정황을 명확히 확정하고, 이를 근거로 정식 손해배상 절차를 밟는 것이 더 확실한 회수 방법입니다.
5. 손해배상은 퇴직금 지급과 별개로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퇴직금은 일단 전액 지급하고, 손해배상은 별도 절차로 확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절차는 통상 ①퇴직금은 우선 전액 지급하고 손해배상채권은 별도로 확정 → ②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앞서 상대방 재산에 대한 가압류(관할 수원지방법원) → ③이와 병행해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횡령 형사고소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을 거쳐 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으로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부득이 퇴직금 지급과 손해배상 합의를 함께 처리해야 한다면, 합의서에 공제 금액과 산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근로자가 압박받지 않은 상태에서 검토할 시간을 가진 뒤 서명했다는 정황을 증빙으로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자유로운 의사”를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손해를 확인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해액을 뒷받침할 자료(회계장부, 통장 거래내역, 결재·승인 기록 등)부터 확정합니다.
퇴직금 지급 내역과 손해배상 합의 내용을 분리해 각각 문서로 남깁니다.
형사 고소장 접수 시점과 민사 가압류·소송 진행 시점을 함께 검토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손해배상채권을 확정하고 회수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임금체불이라는 별도의 형사 리스크 없이 횡령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직원의 횡령 사실을 확인한 사업주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손해를 회수하고 싶은 마음에, 퇴직금에서 곧바로 공제하는 방법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를 입은 사업주 입장에서는 손해액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먼저 정리하고, 퇴직금은 전액 지급한 뒤 별도 절차로 손해를 회수하는 편이 오히려 더 확실하고 안전합니다. 반대로 퇴직금에서 손해액을 공제당한 근로자 입장에서도, 그 공제에 동의한 경위가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면 동의의 효력을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횡령 피해를 입은 사업주와, 반대로 퇴직금 공제나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는 근로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손해배상채권의 존재 여부와 그 회수 방법의 적법성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퇴직금 공제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손해 회수는커녕 또 다른 형사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진단받고 싶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횡령이 명백한데도 퇴직금 전액을 다 지급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손해배상채권이 명백해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퇴직금을 공제하면 임금체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은 전액 지급하고 손해배상은 별도 절차로 확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근로자가 동의서에 서명했다면 문제없나요?
A. 서명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하고 있어, 압박 속에서 받은 동의는 나중에 효력이 다퉈질 수 있습니다.
Q. 퇴직금에서 임의로 공제했다가 처벌받을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3조는 각각 임금·퇴직금 미지급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근로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Q.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횡령 형사고소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두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이미 퇴직금에서 공제된 상태라면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동의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었다면 미지급 임금·퇴직금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손해배상채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사업주는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횡령 금액이 크지 않아도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상 업무상횡령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가 적용되고, 5억원 이상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반복 인출은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Q. 손해배상 합의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나중에 문제가 없나요?
A. 공제 금액과 산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고, 근로자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가진 뒤 압박 없이 서명했다는 정황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작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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