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나 용역 입찰에서 여러 업체가 써낸 금액이 이상할 만큼 비슷하거나, 낙찰 순번이 매번 예상대로 돌아간다면 담합을 의심할 만합니다. 문제는 발주처가 이를 눈치채기 전에 이미 대금을 다 지급하고 나서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징금 소식으로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과징금은 국고로 들어갈 뿐 발주처가 입은 손해를 메워주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지급한 대금 중 부풀려진 부분을 돌려받으려면 발주처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입찰담합 업체를 상대로 발주처가 손해배상, 특히 3배 배상까지 어떤 근거와 절차로 청구할 수 있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입찰담합이 성립하는 요건 —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공동행위
입찰담합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가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한 유형입니다. 이 조항은 가격 결정, 거래지역·거래상대방 제한 등 아홉 가지 유형의 합의를 금지하는데, 그중 제1항 제8호가 "입찰 또는 경매를 할 때 낙찰자, 낙찰가격 등을 결정하는 행위"를 별도로 명시해 입찰담합을 특칙으로 다룹니다. 여러 업체가 사전에 누가 낙찰받을지, 얼마에 낙찰받을지, 나머지는 얼마짜리로 들러리를 설지를 정해두고 입찰에 참여하면 이 요건에 해당합니다.
실무에서 입찰담합 입증이 까다로운 이유는 업체들이 문서로 합의서를 남기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은 제40조 제5항에서 사업자들이 낙찰가격 등에 필요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은 사실만 확인돼도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도록 정해, 명시적 합의의 증거가 없어도 정황과 정보교환 정황만으로 위법성을 인정할 길을 열어두었습니다. 이 추정 규정 덕분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단계에서부터 담합 사실이 상당 부분 확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주처 입장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입찰 건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납부명령을 이미 내렸는지 여부입니다. 공정위 의결서가 나와 있다면 위법한 담합행위가 있었다는 사실관계 자체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별도로 다시 다툴 필요가 크게 줄어들고, 남는 쟁점은 대부분 손해액을 얼마로 볼 것이냐로 좁혀집니다. 반대로 아직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처분이 나오지 않았다면, 민사소송에서 담합 사실 자체부터 증명해야 하므로 준비 부담이 커집니다.
공정거래법 제40조가 금지하는 입찰담합은 낙찰자·낙찰가격을 사전에 정하는 합의이고, 정보만 주고받아도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같은 조 제5항).
손해배상책임의 두 갈래 — 실손해 배상과 3배 배상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제109조에 규정돼 있고, 여기에는 두 단계가 있습니다. 제109조 제1항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이 법을 위반해 피해를 입힌 경우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되, 그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경우에만 책임을 면하도록 정합니다. 일반 불법행위와 달리 가해자가 무과실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여서, 발주처로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증책임 배분 아래 소송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제109조 제2항은 제40조를 위반한 부당공동행위, 즉 입찰담합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그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합니다. 이 3배 배상 역시 사업자가 고의·과실 없음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하고, 공정위에 자진신고해 시정조치·과징금을 감경받은 업체(제44조 제1항 각 호)의 배상액은 그 업체가 담합으로 발생시킨 손해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됩니다. 즉 3배 배상은 자동으로 3배가 산정되는 정액벌이 아니라, 법원이 사안별로 배상 배율을 정하는 재량적 제도입니다.
제109조 제3항은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를 정해두었는데, 발주처가 소송에서 3배에 가까운 배상을 받으려면 이 요소들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 담합 기간과 조직적 정도.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 규모와 사업자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
위반행위에 따라 이미 부과된 벌금 및 과징금.
위반행위의 기간·횟수, 사업자의 재산상태,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하나 — 가상 경쟁가격
발주처가 입은 손해는 단순히 "낙찰금액이 비쌌다"는 느낌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8850 판결은 위법한 입찰담합으로 인한 손해를 "담합행위로 형성된 낙찰가격과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 즉 가상 경쟁가격의 차액"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가상 경쟁가격은 실제로 존재한 적 없는 가격이므로, 담합이 발생한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 요인은 그대로 두고 담합으로 인한 가격상승분만 걷어내는 방식으로 추정해야 합니다.
같은 판결은 담합 전후로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제조건·시장구조·거래조건에 변동이 없다면 담합 종료 후의 실제 거래가격을 가상 경쟁가격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요인들이 현저히 달라졌다면 그렇게 볼 수 없고, 이때 요인이 변동 없이 유지됐다는 사실의 증명책임은 발주처인 원고 쪽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담합 종료 후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그 시점 가격을 그대로 가상 경쟁가격으로 밀어붙이면 패소 위험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6다243115 판결(한국전력공사가 전력선 담합업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은 이 가상 경쟁가격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담합 전후 가격을 비교하는 전후비교법, 담합이 없는 유사시장과 비교하는 표준시장비교법, 다중회귀분석 등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을 들고, 담합 유형·시장 상황·수집 가능한 자료 범위에 비추어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택하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동일 쟁점에 대해 감정 결과가 여러 개 나오더라도 그중 어느 것을 채택할지는 원칙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손해는 실제 낙찰가격과 담합이 없었을 경우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의 차액이며, 그 요인이 변동 없이 유지됐다는 증명책임은 손해배상을 구하는 발주처에게 있다(대법원 2010다18850).
손해액 입증이 어려울 때 —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활용
가상 경쟁가격을 계량경제학적으로 산정하려면 감정인 선임, 통계자료 수집, 전문가 의견서 작성 등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담합 기간이 길거나 시장 자료가 부족한 경우에는 정밀한 수치를 끝까지 밀어붙이기 어려운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조항은 발주처가 정밀한 감정 결과를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청구 자체를 포기할 이유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법원 재량에만 기대기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보고서·의결서에 나온 담합 기간·낙찰률 통계, 유사 발주 건의 낙찰가 자료 등 확보 가능한 자료를 최대한 제출해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내릴 근거를 넓혀두는 쪽이 실제 인정 금액을 높이는 데 유리합니다. 감정을 병행하되 감정 결과가 다소 보수적으로 나오더라도, 이 조항을 근거로 추가 사정을 주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실무 접근입니다.
발주처가 실제로 청구를 진행하는 절차
손해배상 청구는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과징금납부명령 의결서를 확보하고, 필요하다면 공정거래법 제110조에 따라 법원에 공정위가 보유한 사건 기록(심문조서·속기록 등 조사 과정의 증거자료 일체)의 송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 이미 확보된 자료는 발주처가 처음부터 새로 수집하기 어려운 내부 정보를 담고 있어 소송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으로 손해액 감정을 준비합니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가 여럿이면 이들은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연대책임을 지므로, 발주처는 담합에 가담한 업체 전부 또는 일부를 상대로 손해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진신고로 시정조치·과징금을 감면받은 업체는 제109조 제4항에 따라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발생시킨 손해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공동불법행위자 책임을 지므로, 청구 대상별로 책임 범위를 나눠 검토해야 합니다.
공정위 시정조치·과징금납부명령 의결서 및 심사보고서.
입찰 공고문, 예정가격 산출 내역, 낙찰가격·낙찰률 자료.
유사 시기·유사 물량의 비담합 입찰 자료(표준시장비교법용).
감정인 선임을 위한 손해액 산정 방법론 검토 자료.
소멸시효도 놓치면 안 되는 지점입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담합행위가 수년에 걸쳐 이뤄지고 공정위 조사에도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 처분 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3년의 기산점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처분 확인 즉시 소송 준비에 착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연대책임을 지지만, 자진신고로 감면받은 업체의 책임범위는 실제 발생시킨 손해로 제한된다(공정거래법 제109조 제4항).
계약서상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 3배 배상과 겹치지 않나
공공 발주 계약에는 입찰유의서나 계약특수조건에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면 낙찰금액의 일정 비율을 손해배상액으로 예정한다"는 조항을 미리 넣어두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예정배상액 조항은 실손해를 개별적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곧바로 청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발주처가 가장 먼저 검토하는 근거가 됩니다. 반면 공정거래법 제109조에 따른 손해배상·3배 배상은 계약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별개의 청구권으로, 실제 손해가 예정배상액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그 초과분에 대해 추가로 다툴 근거가 됩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근거로 이중으로 배상받을 수는 없으므로, 계약상 예정배상액을 이미 지급받았거나 공제한 부분은 공정거래법상 청구액 산정에서 제외해 조정해야 합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점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아 국고에 납부된 과징금은 손익상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0다18850 판결은 과징금이 담합행위를 억지하는 행정목적을 위한 제재이자 부당이득 환수 성격을 갖고 있어, 피해자에 대한 손해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담합업체가 이미 과징금을 냈다는 사정은 발주처가 받을 손해배상액을 줄이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부딪히는 쟁점
입찰담합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쟁점들이 있습니다. 아래 내용을 미리 점검해두면 소송 진행 중 예상치 못한 반박에 대응하기 수월해집니다.
형사판결과의 관계 — 담합 관련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유력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나, 별개의 절차이므로 형사판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 처분 취소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 담합업체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더라도,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별도로 진행하는 데 원칙적으로 지장이 없습니다.
여러 발주 건이 얽힌 경우 — 담합이 수년간 여러 차례의 입찰에 걸쳐 이뤄졌다면 건별로 낙찰가와 가상 경쟁가격을 나눠 산정해야 정확한 손해액이 나옵니다.
일부 업체만 자진신고한 경우 — 자진신고 업체의 책임범위가 제한되는 만큼, 나머지 비신고 업체를 상대로 한 청구 전략을 별도로 짜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과징금을 부과했다면 발주처가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필요가 있나요?
A. 필요합니다.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되는 행정제재일 뿐 발주처가 입은 손해를 보전해주지 않으며, 대법원도 과징금이 손익상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확정했습니다. 실제 손해를 회복하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별도로 제기해야 합니다.
Q. 3배 배상은 소송을 걸면 자동으로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공정거래법 제109조 제2항의 3배 배상은 법원이 고의성·피해 규모·경제적 이익·재산상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배율을 정하는 재량적 제도이며, 사업자가 고의·과실 없음을 증명하면 책임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Q. 자진신고(리니언시)로 과징금을 감면받은 업체는 손해배상책임도 면제되나요?
A. 아닙니다. 자진신고 감면은 공정위의 시정조치·과징금·고발에만 적용되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업체의 배상 범위는 자신이 실제로 발생시킨 손해를 넘지 않도록 제한됩니다.
Q. 정확한 손해액을 계산하지 못하면 소송에서 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액수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해 상당한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이 있으면 공정거래법상 청구는 못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상 예정배상액과 공정거래법 제109조에 따른 손해배상은 근거가 다른 별개의 청구권이어서, 실제 손해가 예정배상액을 넘는다면 초과분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받은 금액은 공제해 이중배상이 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Q. 소멸시효는 언제까지인가요?
A.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담합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합니다. 담합 기간과 공정위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처분 사실을 확인한 즉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입찰담합 손해배상은 공정위 제재로 사실관계가 정리된 뒤에도 손해액을 어떤 방법으로 산정하고 얼마의 배율로 배상받을지가 실제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남습니다. 가상 경쟁가격 산정, 3배 배상 배율의 근거자료, 계약상 예정배상액과의 조정까지 여러 갈래를 함께 준비해야 발주처가 입은 손해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경기남부 지역의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용역에서도 입찰담합이 뒤늦게 드러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는 만큼, 공정위 처분을 확인한 초기 단계부터 소멸시효와 증거 확보 계획을 함께 세워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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