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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로 넘긴 물건을 채무자가 팔면 무슨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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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로 넘긴 물건을 채무자가 팔면 무슨 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업 자금이나 개인 채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기계·차량·재고자산 같은 물건을 담보로 넘기고 자금을 융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담보로 넘긴 뒤에도 물건은 계속 채무자가 갖고 쓰다가, 자금 사정이 급해지면 이를 몰래 제3자에게 팔아버리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상담한 채무자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등록은 내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팔아도 된다”, “팔고 나서 그 돈으로 갚으면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담보물을 처분한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담보로 잡아뒀으니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가, 정작 물건이 팔려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야 “이건 당연히 형사처벌 대상 아니냐”며 고소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채무자의 임의처분에 대해 배임죄와 횡령죄 성립을 모두 부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정리했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담보로 넘긴 물건을 채무자가 임의로 처분했을 때 실제로 어떤 죄가 문제되는지, 그리고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무엇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담보로 넘긴 물건이라도 처분권은 이미 채무자를 떠나 있습니다

점유개정 방식의 동산담보는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점유는 채무자에게 남기는 구조입니다.

채무자가 기계·차량·재고자산 같은 동산을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점유개정’을 이용한 양도담보입니다. 물건은 계속 채무자가 갖고 쓰지만, 소유권은 담보설정계약과 동시에 채권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처리됩니다.

계약서에는 대개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를 대리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담보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갑니다. 채무자가 물건을 계속 쓰더라도 담보로서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이 물건을 제3자에게 팔아넘기는 것은 단순히 자기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채권자의 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도 온전한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할 위험을 안게 됩니다.

담보로 넘긴 순간부터 그 물건에 대한 처분권은 사실상 채권자에게 있고, 채무자에게는 이를 지켜야 할 의무만 남습니다.


2. 채무자가 담보물을 팔아도 배임죄나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산 양도담보 사안의 종전 판례를 뒤집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안 대부분이 배임죄로 의율됐습니다. 채무자가 담보가치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2월 20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흐름을 바꿨습니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가 통상적인 계약관계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채무자가 담보가치를 지키는 것은 ‘자기 채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문제’일 뿐, 채권자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주는 신임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같은 논리에서 횡령죄 성립도 부정해 왔습니다. 점유개정 방식으로 담보물을 계속 점유하는 채무자는 형식적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더라도 사실상 자기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어서,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이를 제3자에게 팔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배임죄도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3.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채권자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담보 사실을 속이고 판 경우라면 사기죄와 민사 구제수단이 남아 있습니다.

배임죄·횡령죄 성립이 부정된다고 해서 채무자의 처분 행위가 무조건 죄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가 매수인에게 “이 물건에는 아무런 담보도 설정돼 있지 않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팔았다면, 매수인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단순히 담보가 설정된 사실을 먼저 알리지 않은 것만으로는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제1의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바로 제2의 매매계약의 효력이나 그 매매계약에 따르는 채무이행에 장애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매도인이 그러한 사정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매수인을 기망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이는 이중양도담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즉 채무자가 매수인에게 먼저 나서서 사실이 아닌 말을 하지 않는 한, 침묵만으로 매수인에 대한 사기죄를 묻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채무자를 상대로 담보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나 매각대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하고, 처분이 채권자를 해할 목적의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면 사해행위취소소송으로 원상회복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처벌의 문턱은 높아졌지만, 민사상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사해행위취소 등 채권자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4. 사기죄로 의율되면 이득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형법상 사기죄는 20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하고, 이득액이 크면 특경법이 적용됩니다.

채무자의 적극적 기망이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하면,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매각대금이나 편취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한편 담보 형태가 다르면 문제되는 죄명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건설기계처럼 등록으로 물권이 공시되는 동산에 소유권 이전 없이 저당권만 설정해 둔 경우라면, 소유권은 여전히 채무자에게 남아 있으므로 임의처분 시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번 사안처럼 소유권 자체를 넘기는 양도담보라면 배임·횡령 성립이 부정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5. 담보물을 처분당했다면 이런 순서로 대응해야 합니다

고소장 접수 전 담보계약서와 처분 정황부터 정리해야 대응 방향이 정해집니다.

담보물 임의처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기죄로 의율되고 이득액이 크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배임·횡령 혐의만으로 고소장을 내면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양도담보설정계약서(또는 담보제공각서)에 담보가치 유지의무·처분금지 조항이 명시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2. 처분 경위와 관련한 매매계약서, 등록·등기 변동 내역, 대금 지급 흐름을 확보합니다.

  3. 채무자가 매수인에게 담보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거짓으로 알렸는지 문자·통화 기록 등으로 확인해 사기 혐의 성립 여부를 가늠합니다.

이런 자료를 갖추고 채권 담보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사기죄 성립 여부와 민사상 회수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면, 실질적인 채권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담보로 잡아뒀다는 안도감 때문에, 정작 물건이 팔려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야 대응에 나서는 채권자분들이 많습니다.

담보물을 처분당한 채권자 입장에서는 배임·횡령이 안 된다는 판례 때문에 낙담하기 쉽지만, 기망 정황과 민사적 구제수단을 촘촘히 준비하면 회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자금 사정이 급해 담보물을 처분한 채무자 입장에서도 형사처벌 문턱이 높아졌다고 안심할 계제는 아닙니다. 사기 혐의로 전환되는 순간 오히려 형량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담보물 처분을 둘러싼 분쟁에서 채권자와 채무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담보로 넘긴 물건을 채무자가 팔았는데 왜 배임죄가 안 되나요?

A. 대법원은 채무자가 담보가치를 지키는 것을 자기 채무의 성실한 이행 문제로 보고, 채권자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신임관계로는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쪽으로 판례가 정리됐습니다.

Q. 그럼 횡령죄로라도 고소할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점유개정 방식으로 담보물을 계속 점유하는 채무자는 사실상 자기 물건을 보관하는 것으로 취급되어,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Q. 채무자가 담보 사실을 숨기고 팔았다면 사기죄가 되나요?

A. 매수인에게 담보가 없다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먼저 알리지 않은 것만으로는 대법원이 기망행위로 쉽게 인정하지 않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가 중요합니다.

Q. 자동차나 건설기계도 똑같이 적용되나요?

A. 담보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소유권 자체를 넘기는 양도담보라면 이번 판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등록만 하고 저당권만 설정한 경우라면 소유권이 채무자에게 남아 있어 권리행사방해죄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이미 팔린 물건, 돈으로라도 돌려받을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담보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매각대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하고,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릴 목적이었다면 사해행위취소소송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사기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면 그 과정에서 확보되는 처분 경위·대금 흐름 자료가 민사상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청구의 입증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어 병행 전략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Q. 고소장은 언제, 어디에 내야 하나요?

A. 처분 사실을 확인한 즉시 담보계약서와 처분 정황 자료를 갖춰 관할 경찰서에 접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수인이 선의취득을 주장하기 쉬워지고 자금 추적도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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