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나 동업체의 자금을 빼돌린 뒤, 적발을 피하려고 여러 계좌로 나누어 송금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 계좌로 옮겨두는 사례가 자주 확인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이미 인출해서 다른 계좌로 옮겨놨으니, 그건 처음 횡령이랑 별개로 새로 걸릴 일은 없지 않겠냐”, “돈세탁까지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이체만 한 건데 그것도 죄가 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이체 기록 하나하나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횡령 이후의 처분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인정되는 범위를 선행 횡령행위를 저지른 본인이나 공범에게 한정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즉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 돈을 옮겼는지에 따라 형사책임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횡령한 돈을 송금하는 행위가 왜 원칙적으로 별도 처벌되지 않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예외적으로 추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횡령죄는 재물을 빼돌린 그 순간 이미 완성됩니다
불법영득의사가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행위를 한 때, 그 재물 전체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횡령행위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점유를 자기를 위한 점유로 바꾸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그 의사가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객관적인 행위로 나타난 순간, 그 재물 전체에 대한 횡령죄는 이미 완성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 명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순간이 바로 그 시점입니다. 이후 그 돈을 몇 개의 계좌를 거쳐 옮기든, 현금으로 인출해 보관하든, 재물 자체에 대한 횡령죄는 최초의 그 인출·이체 행위 하나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인출은 따로, 송금은 따로, 나중에 쓴 것도 따로” 각각을 별개의 범죄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나의 불법영득의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하나의 횡령죄로 포괄해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불법영득의사가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행위를 한 시점에, 그 재물 전체에 대한 횡령죄는 이미 완성됩니다.
2. 그 이후 돈을 옮기거나 쓰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가벌적 사후행위입니다
이미 완성된 범죄로 취득한 재물의 사후처분은, 새로운 법익 침해가 없는 한 별도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형사법에서는 하나의 범죄로 이미 완전하게 평가된 법익 침해를, 그 뒤에 이어지는 처분행위가 다시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별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합니다.
대법원도 최근 이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어서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는 자가 그 점유를 자기를 위한 점유로 바꾸려는 의사를 가지고 그러한 영득의 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그 재물 전체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되고, 일단 횡령을 한 이후에 다시 그 재물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3도5329 판결).
즉 회사 자금을 빼돌린 사람이 그 돈을 자기 명의의 다른 계좌로 옮기거나, 생활비나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해도, 그 옮기고 쓰는 행위 자체를 다시 횡령죄나 다른 죄명으로 추가 기소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미 최초의 인출·이체 행위로 그 재물에 대한 법익 침해가 완전히 평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선행 횡령행위로 재물 전체에 대한 법익 침해가 이미 완성됐다면, 그 뒤의 처분은 원칙적으로 별도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3. 하지만 출처를 숨기려는 목적의 송금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은닉·가장 목적이 확인되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별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로 생긴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정의합니다. 횡령죄(5년 이하 징역)와 업무상횡령죄(10년 이하 징역)는 모두 여기에 해당하므로, 횡령으로 취득한 돈은 이 법이 말하는 범죄수익에 해당합니다.
이 법 제3조는 범죄수익의 취득·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그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미수범과 예비·음모까지 처벌합니다. 단순히 계좌에서 계좌로 이체한 사실만으로는 이 죄가 요구하는 ‘가장·은닉 목적’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지만, 차명계좌를 여러 단계 거치게 하거나 물품대금·차용금 등으로 거래 명목을 꾸며 송금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대법원은 이 죄의 고의 요건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하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자가 자신이 은닉하려고 한 재산이 범죄수익 등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을 것을 필요로 하나, 그러한 인식은 당해 재산이 범죄수익 등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정도로 충분하고 반드시 그 범죄의 종류나 구체적 내용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5288 판결).
즉 정확히 ‘횡령’이라는 죄명까지 알 필요는 없고, 그 돈이 떳떳하지 못한 경위로 생긴 돈이라는 정도만 인식했다면 은닉 목적의 송금에 가담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 계좌이체가 아니라 출처를 감추려는 의도가 확인되면, 횡령죄와 범죄수익은닉죄가 함께 기소될 수 있습니다.
4. 원래 횡령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돈을 처리했다면 별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는 선행 횡령의 본인·공범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 부분을 분명히 했습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 법리는 선행 횡령행위의 본범이거나 이에 공동정범 등으로 가담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대법원은, 먼저 자금을 인출해 보관한 사람과 그 돈을 나중에 실제로 소비·처분한 사람이 다른 경우, 뒤에 처분한 사람의 행위까지 당연히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해 원심의 무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누군가 횡령한 돈이니 그걸 옮기거나 쓴 나는 책임이 없다”는 생각은 그 사람이 처음부터 함께 횡령에 가담한 경우에만 성립하는 논리입니다. 처음 자금 관리 업무와 무관했던 사람이 나중에 그 돈을 넘겨받아 처분했다면, 그 처분행위 자체가 별도의 횡령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돈이 횡령한 돈이라는 정황을 알면서도 넘겨받은 사람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수익 수수죄로 별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법령상 의무 이행으로 제공된 것을 받았거나, 정황을 전혀 모른 채 정상적인 채무 변제로 받은 경우는 예외로 정해져 있습니다.
누가 그 돈을 옮기고 처리했는지가 처벌 범위를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5. 계좌 추적으로 자금 흐름 전체가 재구성되는 절차를 거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이체 내역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횡령 후 자금이 여러 계좌를 거쳤다는 의심이 있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 ②관련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크거나 자금 은닉 정황이 확인되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최초 인출 계좌부터 이후 거쳐 간 모든 계좌의 거래내역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돈이 누구를 거쳐 어디로 흘러갔는지 전체 경로를 재구성합니다. 계좌가 여러 단계를 거칠수록 수사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가 은닉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횡령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초 인출·이체 시점부터 현재까지 자금이 거쳐 간 계좌와 금액, 일시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각 이체가 실제로 어떤 명목(급여, 대여금, 물품대금 등)으로 이루어졌는지, 그 명목이 실제 거래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그 돈을 최종적으로 받아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처음 자금 관리 업무를 맡았던 사람과 동일인인지 구분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자금 흐름과 형사책임의 범위를 함께 검토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민사상 반환청구 방향을 동시에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횡령 사건에서 “돈을 이미 옮겨놨다”, “계좌가 여러 개라 복잡하다”는 이유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하지만 계좌 이체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늦게 확인할수록 대응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집니다.
자금을 빼앗긴 쪽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최초 인출 시점과 이후 자금 흐름을 뒷받침할 자료를 얼마나 촘촘하게 정리하느냐가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반대로 자금 이동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쪽에서도 “나는 옮기기만 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그 돈을 처음 빼돌린 사람과 같은지, 어떤 목적으로 옮겼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자금을 빼앗긴 쪽과 자금 이동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좌 흐름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횡령한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긴 것만으로 별도의 죄가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이미 인출·이체 시점에 횡령죄가 완성됐다면, 이후 그 돈을 다시 옮기는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평가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출처를 숨기려는 목적이 확인되면 예외가 적용됩니다.
Q. 그럼 아무리 여러 계좌를 거쳐도 절대 추가 처벌이 안 되나요?
A. 아닙니다.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거래 명목을 위장해 출처를 감추려 했다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별도 처벌될 수 있고, 처음 횡령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그 돈을 처리했다면 그 사람의 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나 범죄수익 수수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가족이나 지인이 횡령한 돈인 줄 모르고 받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정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 범죄수익 수수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돈의 출처가 석연치 않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받았다면, 구체적인 범죄 종류까지 몰랐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횡령한 돈을 전부 반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처벌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변상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반환·합의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자금세탁죄로 처벌받는 것과 범죄수익은닉죄는 같은 건가요?
A. 실무에서 흔히 ‘자금세탁’이라 부르는 행위가 법적으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구성됩니다. 별도의 ‘자금세탁죄’라는 죄명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 법률이 그 역할을 합니다.
Q. 계좌 추적을 받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최초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계좌 흐름 중 어떤 부분이 본인의 책임 범위이고 어떤 부분이 아닌지를 초기에 명확히 정리해두어야, 조사 단계에서 불필요하게 책임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