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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정산금을 안 주는 건 횡령인가요 채무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배달 플랫폼, 크라우드펀딩, 콘텐츠 유통 플랫폼 등에 입점해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한 뒤 정산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는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오픈마켓의 정산 지연 사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산금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들 사이에서 “이건 횡령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산금을 미루는 플랫폼 운영진 상당수는 “일시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울 뿐 곧 정산하면 된다”, “계약서에 정산 주기가 있으니 그 안에만 주면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대응합니다. 반면 정산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내 판매대금인데 왜 안 주냐, 이건 형사 문제 아니냐”며 곧바로 고소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두 입장 모두 정산금 미지급이 형사상 횡령죄로 이어지는 정확한 기준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전형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이 아닌 통상의 계약관계에서는 횡령죄나 배임죄의 성립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정산 관계도 이 흐름 위에서, 단순한 금전채권채무관계인지 아니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보관자 지위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플랫폼이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 어떤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하고, 어떤 경우에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그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정산금을 못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횡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보관자 지위, 타인 소유, 불법영득의사라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이 조문이 요구하는 요건은 크게 세 가지로, ①행위자가 문제된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을 것 ②그 재물이 법률상 타인의 소유일 것 ③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를 마음대로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을 것입니다.

플랫폼이 정산금을 안 주는 사안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그 돈이 애초에 판매자·입점업체의 소유였는가”입니다. 플랫폼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대금을 자기 명의 계좌에 넣어두고 있다가 나중에 수수료를 공제해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면, 그 돈의 법적 성격이 처음부터 애매해집니다.

여기에 더해, 단순히 “돈이 없어서 못 준” 경우와 “정산해야 할 돈을 다른 데 써버린” 경우는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전자는 자금 사정 악화에 따른 채무불이행에 가깝고, 후자는 특정된 타인의 돈을 임의로 소비했다는 점에서 횡령에 가까워집니다. 이 구별이 이번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정산금 미지급이 형사처벌로 이어지려면, 그 돈이 법적으로 판매자 소유였는지와 플랫폼이 이를 다른 용도로 전용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2. 플랫폼이 대금을 대신 받아 전달하는 구조라면 임의 소비가 횡령이 될 수 있습니다

판매대금이 수령과 동시에 판매자 소유로 인정되는 구조라면, 이를 마음대로 쓴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자가 위임자를 위해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 즉 판매자의 소유에 속하고 수임자인 플랫폼은 이를 위임자를 위해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왔습니다.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자가 그 행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된 금전과 마찬가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의 소유에 속하고, 위임을 받은 자는 이를 위임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도1923 판결).

오픈마켓·위탁판매형 플랫폼처럼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판매자를 대신해 고객에게 물건을 팔고 대금을 걷어주는, 위탁매매에 가까운 구조라면 이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여지가 큽니다. 위탁매매인이 위탁물을 매도하고 받은 대금을 임의로 소비하면 원칙적으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플랫폼 운영자가 “정산 주기가 아직 안 됐다”, “시스템 오류였다”는 식으로 해명하더라도, 실제로 그 정산 대금이 다른 사업 자금이나 개인적인 용도로 흘러간 정황이 확인되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횡령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플랫폼이 판매자를 대신해 대금을 받아 전달하는 구조라면, 그 돈은 원칙적으로 판매자 소유이고 이를 다른 용도로 쓰면 횡령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반대로 정산 방식에 특약이 있고 정산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곧바로 횡령이 되지 않습니다

수수료 공제나 이익분배 등 정산 방식에 별도 약정이 있다면, 정산관계가 밝혀지기 전에는 횡령죄가 곧바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위탁판매인과 위탁자 사이에 판매대금에서 각종 비용이나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대금 처분에 관해 특별한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정산관계가 밝혀지지 않는 한 대금을 소비하거나 지급을 거부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위탁판매인과 위탁자간에 판매대금에서 각종 비용이나 수수료 등을 공제한 이익을 분배하기로 하는 등 그 대금처분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관한 정산관계가 밝혀지지 않는 한 위탁물을 판매하여 이를 소비하거나 인도를 거부하였다 하여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813 판결).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 약관은 상품 판매 대금에서 수수료·환불·반품 비용 등을 공제한 뒤 일정 주기로 정산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실제로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정확한 금액이 공제·반품·이의신청 등을 거쳐야 확정되므로, 정산 기한을 며칠 넘겼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횡령죄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전형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이 아닌 통상의 계약관계, 즉 당사자들이 단순히 이익이 대립하는 계약관계에 있을 뿐인 경우에는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신임관계가 없다고 보아 횡령죄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플랫폼이 고객 대금을 자기 명의의 일반 운영계좌에 섞어 관리하면서 사후에 계약상 정산 의무만 이행하는 구조라면, 이 판례의 논리에 따라 단순한 채무불이행으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정산 방식에 특약이 있고 실제 정산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지급 지연 자체만으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4. 결국 관건은 자금을 다른 데 썼는지이고, 인정되면 처벌 수위가 매우 커집니다

정산 대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정황이 확인되면 이득액에 따라 형량이 크게 올라갑니다.

실제 사례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정산해야 할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가”입니다. 단순히 매출이 줄고 자금 사정이 나빠져 정산이 늦어진 경우라면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정산해야 할 돈을 다른 사업 확장이나 개인적인 용도, 관계회사 자금 지원 등에 전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2024년 대형 오픈마켓의 정산 지연 사태에서도 수사기관은 단순 자금난인지, 판매대금을 다른 용도로 돌려쓴 것인지를 핵심 쟁점으로 들여다봤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면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플랫폼 임직원이 업무상 보관하던 정산금을 횡령한 경우라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미정산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경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여러 입점업체에 대한 미정산액이 합산되어 포괄일죄로 묶이는 경우가 많아, 개별 정산금은 소액이더라도 전체 미정산 규모가 커지면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5. 정산금 미지급 의심 시, 확인과 고소는 이런 절차로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정산 근거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플랫폼의 정산금 미지급이 단순한 지연을 넘어 횡령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플랫폼 운영사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미정산 금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고소에 앞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실제 사건 진행에 훨씬 유리합니다.

  1. 입점계약서·이용약관에서 정산 시기, 수수료·환불 공제 방식, 정산 주기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정산 내역서와 실제 입금 내역을 대조해 미지급 금액과 그 발생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3. 다른 입점업체들도 동시에 정산이 지연되고 있는지, 플랫폼 측 공지나 재무 상황 등을 통해 구조적 자금난인지 특정 대상에 대한 유용인지를 가늠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산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정산금 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정산금 미지급 문제는 “플랫폼이니까 조금 늦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산금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계약서와 정산 내역, 실제 자금 흐름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자료가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정산금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정산 지연으로 횡령 의심을 받는 플랫폼 운영자 입장에서도 “곧 정산할 생각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자금이 어떻게 관리·사용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정산금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와, 반대로 정산 지연으로 횡령 의심을 받는 플랫폼 운영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자금 흐름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면, 그게 바로 상황을 정리해야 할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플랫폼이 정산금을 며칠만 늦게 줘도 횡령으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단순히 며칠 지연된 것만으로는 횡령죄 성립이 어렵습니다. 정산 방식에 관한 약정과 실제 자금 사용처를 확인해, 자금난에 따른 지연인지 다른 용도로 전용한 것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Q. 플랫폼이 “시스템 오류로 정산이 늦어졌다”고 하는데, 믿어도 되나요?

A. 시스템 오류인지, 아니면 정산 대금을 다른 곳에 이미 사용해 지급할 돈이 없는 것인지는 실제 자금 흐름 자료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산 내역서와 계좌 거래내역 확보가 우선입니다.

Q. 여러 입점업체가 동시에 정산을 못 받았는데, 이것도 횡령이 되나요?

A. 동시다발적 미정산은 구조적 자금난을 시사하는 경우가 많아 채무불이행에 가까울 수 있지만, 그 자금이 다른 용도로 전용된 정황이 확인되면 여러 피해자에 대한 횡령이 함께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정산금 액수가 크지 않은데도 형사처벌이 되나요?

A. 개별 금액이 작더라도 여러 차례 반복된 미정산액이 합산되어 포괄일죄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누적 금액에 따라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정산금을 돌려받는 민사 절차도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를 통해 확보되는 자금 흐름 자료가 민사상 정산금 청구나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진행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플랫폼 운영자인데 자금난으로 정산이 늦어졌습니다. 저도 횡령으로 처벌받나요?

A. 단순 자금난에 따른 지연이라면 채무불이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정산 대금을 다른 사업이나 개인 용도로 전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자금 흐름을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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