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헤어진 연인이나 갈등을 겪은 지인이 상대방의 새 주소를 직접 알아내는 대신, 주변의 다른 지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얻어내는 방식의 피해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정작 정보를 전달한 지인은 자신이 형사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정보를 알려준 쪽은 “그냥 이사 간 동네 정도 알려준 게 뭐 어때서”, “친한 사이인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전달받은 사람이 실제로 집 앞에 찾아오거나 연락을 반복하면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정보를 전달한 지인도 함께 조사 대상이 되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범위를 넓게 보면서, 당초 동의받거나 알게 된 목적을 벗어나 제3자가 알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하는 순간 그 자체로 개인정보 누설이 성립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업자나 직장인이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 우연히 정보를 알게 된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지인이 캐낸 주소를 알려준 행위가 어떤 경우에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실제로 문제가 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지인이 캐낸 주소를 알려준 것도 개인정보 누설이 될 수 있습니다
동의 없이 알려주는 순간, 몰랐던 사람이 알게 되면 그 자체로 누설이 성립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제1호는 성명, 주민등록번호뿐 아니라 그 정보만으로 또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거주지 주소는 그 자체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같은 법 제59조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게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정당한 권한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ㆍ유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반드시 회사나 사업자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지인 사이에서 우연히 상대방의 주소를 알게 되어 이를 보유ㆍ이용한 것도 “처리”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상태에서 제3자에게 전달하면 처벌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법원은 개인정보 누설과 유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개인정보처리자의 관리ㆍ통제권을 벗어나 제3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게 하는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의미하고, 누설이란 아직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구지방법원 2024. 2. 28. 선고 2023나310158 판결).
이 해석에 따르면 지인이 어떤 경위로 알게 됐든, 아직 그 주소를 모르는 제3자에게 “거기 산다더라”고 한 마디만 전달해도 그 자체로 누설의 정의에 들어맞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캐낸 목적이 순수했는지, 전달한 상대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는 성립 여부 자체보다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사정에 가깝습니다.
친한 사이라서, 혹은 별생각 없이 알려줬다는 사정만으로는 개인정보 누설의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2. 동의받은 목적을 벗어나 알려주면 원래 동의가 있었어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당초 동의한 목적 범위를 벗어나 알려주면 새로운 개인정보 누설이 성립합니다.
“처음에는 다른 목적으로 정당하게 알게 된 정보였다”는 항변도 실무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애초에 동의받은 목적 범위를 벗어나 정보를 알려주면, 처음 수집이 적법했더라도 그 이후의 전달 행위는 별개의 누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소음 피해보상 업무를 위해 주민들의 성명ㆍ동호수ㆍ연락처를 동의받아 수집한 뒤 카카오톡 대화방을 개설한 사안에서, 대화방 운영자가 자신에게 반대 의견을 낸 주민들과 언쟁하는 과정에서 그 주민들의 실명과 동호수를 함께 공개한 행위가 문제 된 사건이 있습니다. 법원은 “동의서에 기재된 목적은 피해보상 업무 관련 의견 수렴ㆍ공지에 한정된다”는 이유로, 언쟁 중 개인정보를 공개한 행위는 동의 범위를 벗어난 별개의 개인정보 누설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4노852 판결).
“어쩔 수 없이 알려줬다”거나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려면 형법상 정당행위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데, 그 기준은 상당히 엄격합니다.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4노852 판결).
지인이 “걱정돼서 알려줬다”고 주장하더라도, 전화나 직접 확인 등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원래 알게 된 경위가 적법했더라도, 동의받은 목적을 벗어나 전달하면 새로운 누설이 성립합니다.
3. 정보를 알아낸 방법 자체가 부정했다면 별도의 범죄가 성립합니다
몰래 알아낸 경위 자체가 부정했다면 유출죄와 별도로 부정취득죄가 문제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제1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행위를 별도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택배 송장을 몰래 확인하거나, 중고거래ㆍ배달앱에서 상대방인 척 문의해 주소를 알아내거나, 지인 명의의 SNS 계정을 도용해 위치 정보를 확인하는 등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 자체가 위법했다면 이 조항이 적용됩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72조제2호).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알아낸 방법이 특별히 부정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행위, 즉 앞서 본 유출ㆍ누설(제59조제2호ㆍ제3호)은 오히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 상한이 더 높다는 점입니다(같은 법 제71조). 정보를 캐낸 과정보다, 그 정보를 제3자에게 넘긴 행위 자체가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정보통신망을 통해 알아내거나 전달한 경우라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가 금지하는 타인 비밀 침해ㆍ누설에도 해당할 수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함께 문제 될 여지가 있습니다.
정보를 캐낸 방법이 부정했다면 그 자체로 별도 범죄가 되고, 넘겨준 행위는 그와 별개로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4. 전달된 주소로 위해가 발생하면 스토킹범죄까지 함께 문제됩니다
전달받은 사람이 그 정보로 반복 접근하면 전달한 지인도 함께 책임질 수 있습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바목은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제3자에게 제공ㆍ배포ㆍ게시하는 행위 자체를 스토킹행위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로 “그 사람 지금 여기 산다”고 알려주는 행위가 이 조항이 규정하는 유형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져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경우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18조).
전달받은 사람이 그 주소로 실제 찾아오거나 반복해서 연락하는 등 후속 행위를 했다면, 정보를 전달한 지인도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스토킹범죄의 공범이나 방조범으로 함께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나는 정보만 줬을 뿐”이라는 주장만으로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정황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개인정보 누설ㆍ스토킹 관련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ㆍ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ㆍ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스토킹범죄로까지 확대되면 잠정조치나 긴급응급조치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내 주소가 새어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언제, 누구를 통해, 어떤 경로로 내 주소를 알게 됐는지 관련 대화 캡처나 진술을 확보합니다.
그 정보가 실제로 제3자에게 전달됐는지, 전달 방법(문자ㆍ메신저ㆍ구두)과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합니다.
전달받은 사람이 그 정보를 이용해 접근ㆍ연락 등 추가 행위를 시도했는지, 있었다면 그 정황을 기록ㆍ보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정보ㆍ스토킹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형사 고소와 함께 접근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까지 병행해 실질적인 피해 확산 방지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인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주소가 새어나간 사실을 알고도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마 그 정도로 문제 삼을까”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주소가 새어나간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지인을 원망하기보다, 정보가 전달된 경로와 그로 인한 후속 피해를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정보를 전달한 지인 입장에서도 “그냥 알려준 것뿐”이라는 해명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우며,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개인정보를 전달한 쪽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소해 보이는 정보 전달 한 번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과정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인이 제 주소를 알려준 사람은 저와 친한 사이인데, 신고해도 될까요?
A. 친분과 형사책임은 별개입니다. 동의 없이 주소를 전달한 행위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으므로, 신고 여부는 관계보다 실제 피해 확산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지인이 “그냥 걱정돼서 알려줬다”고 하는데,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걱정이라는 동기만으로는 정당행위의 요건인 수단의 상당성ㆍ보충성 등을 충족하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지인이 예전에 다른 목적으로 제 주소를 알게 된 것인데도 문제되나요?
A. 됩니다. 처음 알게 된 경위가 적법했더라도, 당초 목적과 무관하게 제3자에게 전달하면 그 전달 행위 자체가 별도의 개인정보 누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주소를 알아낸 방법이 미행이나 SNS 몰래보기였다면 형량이 더 무거워지나요?
A. 취득 경위 자체가 부정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제1호 위반(3년 이하 징역)이 별도로 문제되지만, 이미 알고 있던 정보를 무단으로 넘긴 유출ㆍ누설 쪽이 오히려 형량 상한(5년 이하 징역)이 더 높습니다.
Q. 정보를 받은 사람이 실제로 집 앞에 찾아왔다면 스토킹으로도 처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개인정보를 정보통신망으로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스토킹행위의 한 유형이고, 이후 반복적인 접근ㆍ연락까지 더해지면 스토킹범죄로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정보를 알게 된 경위와 전달 목적에 대한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스토킹범죄로 확대될 경우 신변보호 조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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