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운반책 역할을 맡았다가 수거한 상자를 열어보니 마약이 아니라 장난감만 들어 있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마약을 받지도, 유통하지도 못했으니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관이 이미 마약을 적발해 압수한 뒤 가짜 물품으로 바꿔치기해 배송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런 사건에서도 수거한 사람이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상 불능미수 법리와는 별도로,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이 이런 상황을 겨냥한 독자적인 처벌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상자 안의 내용물이 가짜였는데도 처벌되는 법적 근거와, 실제 사건에서 무엇이 다투어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형법상 미수범과 불능범 — 대상이 없어도 처벌되는 이유
범죄가 완성되려면 원래는 실행행위와 결과 발생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형법 제25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도 미수범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초에 그 수단이나 대상 자체에 문제가 있어 결과 발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경우입니다. 마약인 줄 알고 건네받은 물건이 실제로는 밀가루나 장난감이었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를 규율하는 조문이 형법 제27조(불능범)입니다.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위험성'을 판단할 때, 행위 당시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를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보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대법원 2005. 12. 8. 선고 2005도8105 판결 등). 즉 상자 안에 실제로 마약이 없었더라도, 행위자가 마약이라고 믿고 이를 운반·수수하려 한 이상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위험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결과 발생이 불가능했더라도,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을 기준으로 일반인이 보아 위험성이 인정되면 형법 제27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마약범죄에서 불능미수 적용이 까다로운 이유 — 실행의 착수 시점 문제
그런데 마약범죄에 이 일반 불능미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려 하면 뜻밖의 난관에 부딪힙니다.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9도97 판결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베트남에 거주하는 공범이 '워터볼' 장난감 안에 필로폰을 녹여 넣어 국제우편으로 보내면 국내에서 이를 수령해 판매하기로 공모했습니다. 1심은 워터볼에 필로폰이 없었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반대로 실제로 필로폰이 녹아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면서도, 만약 실제로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면 위험성이 있었을 것이므로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며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국제우편을 통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는 경우, '실행의 착수'는 국내 거주자가 수신인으로 명시된 우편물에 향정신성의약품을 넣어 발신국의 우체국 등에 제출하는 시점에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우편물에 실제로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으면, 이는 예비행위에 그칠 뿐 실행의 착수 자체를 인정할 수 없고, 그렇다면 불능미수 법리를 적용할 전제조차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물건이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일반 형법의 불능미수 법리만으로는 처벌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수입에서는 마약이 들어있는 우편물을 발신국 우체국에 제출한 시점에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므로, 실제로 마약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불능미수조차 인정되기 어렵다.
공백을 메운 특례법 — 마약류로 '인식'했다면 그 자체로 처벌 대상
이런 증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9조입니다. 제1항은 마약류범죄(수입·수출 관련)를 범할 목적으로 마약류로 인식하고 교부받거나 취득한 약물 또는 그 밖의 물품을 수입하거나 수출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제2항은 마약류범죄(양도·양수 또는 소지 관련)를 범할 목적으로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도·양수하거나 소지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이 조문의 핵심은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이라는 문구입니다. 실제로 마약 성분이 있는지를 구성요건으로 삼지 않고, 행위자가 그것을 마약류로 인식했는지만을 요건으로 삼습니다.
이 규정이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검찰은 상자 속에 실제 마약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필요 없이, 피고인이 그 물건을 마약류로 믿고 교부받거나 양도·양수·소지하려 했다는 사실관계, 즉 고의만 입증하면 됩니다. 앞서 본 실행의 착수·위험성을 둘러싼 다툼을 처음부터 우회하는 셈입니다. 다만 법정형은 실제 마약을 소지한 경우보다 낮게 설계돼 있는데, 이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제9조 제1항 — 마약류로 인식하고 취득한 물품을 수입·수출 목적으로 취급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9조 제2항 — 마약류로 인식하고 물품을 양도·양수하거나 소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공통 요건 — ①마약류범죄를 범할 목적 ②물건을 마약류로 인식 ③실제로 취득·수입·양도·양수·소지한 행위.
실제 마약 성분의 존재 여부는 이 조문의 구성요건이 아니다.
제9조는 '마약 또는 그 밖의 물건'이라고만 규정해 물건의 실제 성분을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 마약류로 인식하고 수수·소지했다는 사실관계만 인정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실제 사례 — 세관이 적발해 압수한 뒤 가짜 물품으로 바꿔 보낸 소포를 수거한 경우
최근 보도된 사건이 이 조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피고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자의 지시를 받아 국제 우편물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소포를 수거했는데, 그 소포는 원래 네덜란드에서 수입된 MDMA 842정(시가 약 2,526만원 상당)이 들어 있어야 했지만, 세관 단계에서 이미 적발돼 압수된 뒤 장난감으로 바꿔치기된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판단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법령이 '마약 또는 그 밖의 물건'이라고만 규정했을 뿐 물건의 형태나 성질을 제한하지 않았으므로, 마약으로 인식하고 이를 운반한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마약범죄의 은폐성을 고려하면, 가짜 물품이 담긴 상자를 마약으로 믿고 수거하는 것은 실제로 상자 속에 마약을 배치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다고도 설시했습니다. 이 논리는 수사기관이 이미 위험물을 제거한 뒤에도 배송 과정을 그대로 진행시켜 최종 수령자를 특정하는 이른바 통제배달 수사기법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실제 위험물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할 수 있다면 이런 수사기법 자체가 무력화되기 때문입니다.
마약범죄의 은폐성을 고려하면, 가짜 물품이 담긴 상자를 마약으로 믿고 수거하는 행위는 실제로 상자 안에 마약을 배치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수거책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쟁점 — '몰랐다'는 주장과 인식의 입증
재판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은 결국 '인식' 여부입니다. 피고인이 그 물건이 마약류라는 사실을 정말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확정적 인식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이 죄는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형법 법리입니다. 마약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수거·운반 행위로 나아갔다면 고의가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검찰은 보통 텔레그램·메신저 대화 내용, 보수 액수와 지급 방식, 지정된 수거 장소·시간이 비정상적으로 은밀한 점, 소포를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특정 장소에 두고 오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 등 정황증거로 인식을 입증합니다.
반대로 피고인 측에서는 단순 배달대행이나 심부름으로 알았을 뿐 내용물을 전혀 몰랐다는 항변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 보수가 통상적인 배달 대가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지시받은 경로·방식이 비정상적으로 우회적이라면 이런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습니다. 법원은 개별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실제로 몰랐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대화 내용, 지시받은 경위, 보수 수준 등)을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약류라는 사실에 대한 확정적 인식이 없더라도, 그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수거·운반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형량은 어떻게 정해지나 — 실제 소지죄와 특례법 위반의 차이
실제로 마약을 소지한 경우라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1항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소유·매매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상습범이면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같은 조 제2항). 반면 특례법 제9조 제2항이 적용되는 경우, 즉 양도·양수·소지 목적으로 물건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수·소지한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 자체가 더 낮게 설계돼 있습니다. 실제로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진짜 마약을 다룬 경우보다, 애초에 위해 발생이 불가능했던 경우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평가한 입법적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형법 제27조에 따른 일반 불능미수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이어서, 법원이 감경하지 않는다면 원래 죄(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법정형 상한까지도 이론적으로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특례법 제9조는 그 자체로 독립된 구성요건과 고유한 법정형을 갖고 있어, 별도의 감경 여부를 다툴 필요 없이 처음부터 상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초범 여부, 가담 정도(단순 수거책인지 조직적 유통에 관여했는지), 보수 액수, 반성 여부 등이 구체적인 형량을 정하는 데 함께 고려됩니다.
실제 마약을 소지한 경우의 법정형(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보다, 물건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수·소지한 경우의 특례법 위반 법정형(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 낮게 설계돼 있다.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와 대응 방향
결국 수거책·운반책 사건에서는 상자 안에 실제로 무엇이 들어 있었는가보다, 수거 당시 피고인이 그것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있었는가가 더 결정적입니다. 이 인식 여부는 진술만으로 다투기보다 객관적 정황과 함께 입증되거나 반박되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검찰이 확보한 대화 내역이나 보수 지급 내역을 뒤집기 어렵고, 오히려 진술 태도가 일관되지 않으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사건에 연루됐다면 초기 단계부터 자신이 지시받은 경위, 실제로 주고받은 대화, 보수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 가담인지 조직적 유통 구조에 관여했는지에 따라 양형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수사 초기부터 확보하는 것이 형량 다툼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자 안에 실제로 마약이 없었는데도 처벌되나요?
A. 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9조는 실제 마약 여부와 무관하게, 마약류로 인식하고 물건을 양도·양수·소지하거나 수입·수출한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세관이 이미 마약을 적발해 압수한 뒤 가짜 물품으로 바꿔 보낸 경우에도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형법상 불능미수와 특례법 위반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형법 제27조 불능미수는 실행의 착수, 결과 발생의 불가능성, 위험성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고 법원이 형을 감경·면제할 수도 있는 임의적 규정입니다. 반면 특례법 제9조는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도·양수·소지했다는 요건만 충족하면 그 자체로 독립된 범죄가 성립하는 별도 조항입니다.
Q.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단정적 인식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어,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무죄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대화 내용이나 보수 수준, 지시받은 경위 등 구체적 정황으로 인식 여부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Q. 초범이고 가담 정도가 낮으면 형량이 줄어드나요?
A. 초범 여부, 단순 수거책인지 조직적 유통에 관여했는지, 보수 액수 등은 구체적 양형에서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다만 이런 사정이 있다고 해서 처벌 자체를 면하는 것은 아니고, 정해진 형량 범위 안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Q. 세관이 이미 마약을 적발해 압수한 뒤 가짜 물건을 보낸 경우도 처벌 대상인가요?
A. 그렇습니다. 이런 방식은 수사기관이 최종 수령자를 특정하기 위해 활용하는 통제배달 기법과 맞물려 있고, 가짜 물품을 마약류로 믿고 수거한 행위 자체가 특례법 제9조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도 집행유예가 가능한가요?
A. 법정형이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규정하고 있어 이론적으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 범위이지만, 실제 선고 여부는 가담 정도·전과·반성 태도 등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정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맺음말
마약인 줄 알고 수거한 상자 안에 실제로는 마약이 없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처벌을 피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9조가 이런 상황을 명확히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실제 사례에서도 이 조항이 근거가 되어 유죄가 선고되고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물건이 진짜였는가가 아니라, 수거·운반 당시 그것을 마약류로 인식했는가입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던지기 수법의 마약 유통·수거책 사건이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 만큼, 관련 사건에 연루됐다면 인식 여부를 뒷받침할 정황을 초기 단계부터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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