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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에 명의 빌려준 의사, 건보공단 손해배상에서 책임이 줄어드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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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에 명의 빌려준 의사, 건보공단 손해배상에서 책임이 줄어드는 경우 

강대현 변호사

사무장병원이 적발되면 형사처벌은 물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동안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돌려달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병원을 운영한 사무장뿐 아니라, 이름만 빌려준 의사에게도 공단이 같은 소송을 함께 건다는 점입니다. 명의만 빌려줬을 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항변이 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명의대여 자체만으로 사무장과 똑같은 배상책임을 져야 할까요. 대법원은 이 질문에 대해 명의대여자의 책임이 실질 운영자의 책임과 반드시 같지는 않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건보공단의 손해배상 청구에서 실제로 책임을 줄일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그 구체적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무장병원과 명의대여 — 의료법이 이를 금지하는 이유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나아가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와 국가·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른 비영리법인 등으로 한정합니다. 비의료인, 즉 흔히 말하는 '사무장'은 이 어느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스스로 의료기관을 열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무장이 자금을 대고 시설을 갖춘 뒤 의사의 면허만 빌려 개설신고를 하는 구조가 바로 사무장병원입니다.

이런 구조가 금지되는 이유는 단순히 형식을 어겨서가 아닙니다. 의료기관 개설을 의료인 등으로 제한한 취지는 의료의 영리 수단화를 막고 환자 안전과 진료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비의료인이 실권을 쥐면 진료보다 수익을 우선하는 과잉진료·부당청구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 피해가 결국 건강보험 재정, 즉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로 귀결되기 때문에 공단이 소송의 당사자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의료법 제87조는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단순히 명의를 빌려주기만 한 의사도 이 위반행위의 공동정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명의만 빌려준 의사도 건보공단에 책임지는 구조

실제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송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공단이 그 비용 상당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같은 조 제2항 제1호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개설자격 없는 자가 의료인의 면허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한 요양기관인 경우 그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형식상 개설자로 등록된 의사는 이 규정에 따른 연대납부의무의 대상에 그대로 포함됩니다.

민사소송 국면에서는 공단이 이 부당이득 징수 처분과는 별도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근거로 명의대여 의사와 실질 운영자를 공동피고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다230730 판결은 이런 사건에서 피고들의 채무관계가 이른바 부진정연대채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부진정연대채무 구조에서는 공단이 피고 중 자력이 있는 쪽, 흔히 명의를 빌려준 의사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사정이 소송의 당사자적격 자체를 흔들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건보공단 손해배상 청구의 법적 근거 — 대법원 판례의 흐름

사무장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수령을 공단에 대한 불법행위로 구성할 수 있다는 법리를 처음 정립한 것은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1262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의료기관이 관련 법령을 위반해 요양급여비용을 부정 수령했다면 공단에 대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질 수 있다고 보면서, 그 행위의 경위나 동기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고 배상의무자가 책임감경사유를 따로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소송자료로 그 사정이 드러나면 직권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는 사무장병원 사건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15다230730 판결은 의료기관 개설자격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손익상계를 고려하거나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의만 빌려준 의사라도 일단 소송의 피고가 되는 구조는 피하기 어렵지만, 실제 배상해야 할 금액은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 판례의 핵심입니다.

의료기관 개설자격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는 손익상계를 고려하거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다230730 판결.

책임이 줄어드는 법리 — 손익상계와 공평의 원칙

대법원이 제시한 책임 감경의 근거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손익상계입니다. 사무장병원에서 이루어진 진료 내용이 요양급여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정상적인 진료였다면, 그 환자들은 어차피 다른 합법적인 요양기관에서도 유사한 진료를 받았을 것이고 공단은 결국 그 진료비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의 상당 부분은 실제 진료를 위해 지출된 비용에 충당되어, 그 이익은 병원 운영자가 아니라 가입자인 환자들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됩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공단이 실제로 입은 순손해는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전액보다 작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둘째는 공평의 원칙에 따른 책임제한입니다. 법원은 명의대여에 이르게 된 경위나 동기, 공단의 손해 발생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 명의대여로 실제 취한 이익의 유무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배상액을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고의로 타인의 부주의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책임을 줄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무장병원 사건에서도 이런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과실상계에 준하는 책임제한이 인정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명의대여자의 책임이 실질 운영자보다 낮게 평가되는 기준

대법원은 개설명의인과 실질적 개설자의 책임이 달라질 수 있는 구체적 판단요소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의 내용과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 개설명의인과 실질적 개설자 각각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 그리고 개설명의인이 실제로 얻은 이익의 정도가 그것입니다. 의사가 매달 정해진 급여만 받고 병원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운영수익 전부를 가져간 사무장과 같은 비율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 개설·운영 경위 — 의사가 사무장의 기망이나 회유에 의해 소극적으로 명의만 내준 것인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공모했는지.

  • 역할과 관여도 — 시설·인력 충원, 자금 조달, 개설신고, 운영 방침 결정 등에 실제로 관여했는지.

  • 진료행위 여부 — 명의만 빌려준 데 그쳤는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진료까지 담당했는지.

  • 이익의 귀속 — 정액 급여만 받았는지, 운영수익을 배분받거나 별도의 대가를 받았는지.

실제로 대법원 2015다230730 사건의 원심은 명의대여자를 포함한 피고들의 책임을 모두 동일하게 80%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비율조차 각 피고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이익 귀속 등 고려해야 할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과다하게 산정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공단만 상고한 사건이어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원심보다 원고에게 불리한 판결, 즉 피고들의 책임을 더 낮추는 판결을 선고할 수는 없어 그 잘못이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역설적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법원이 인정한 책임비율보다 더 낮은 배상책임만 인정될 여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대법원 스스로 확인해 준 사례입니다.

책임 감경을 주장하려면 준비해야 할 자료

책임감경사유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아도 소송자료로 드러나면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를 법원의 재량에만 맡기기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명의대여 당시 작성한 계약서나 급여 지급 내역은 의사가 운영수익과 무관하게 정액의 대가만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근무일지나 진료기록은 의사가 실제로 진료행위에 관여한 정도, 반대로 운영 의사결정에서는 배제되어 있었다는 사정을 함께 입증하는 데 쓰입니다.

  • 명의대여 계약서, 급여 이체내역 — 정액 급여만 수령했는지 확인.

  • 근무일지, 진료기록, 처방 내역 — 실제 진료 관여 정도.

  • 운영 관련 결재·회의 자료 부존재 — 운영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었음을 뒷받침.

  • 심사평가원 심사 결과 — 요양급여가 기준에 부합하는 정상 진료였는지(손익상계 주장의 근거).

  • 사무장과의 연락 내역 — 명의대여에 이르게 된 경위와 관계의 실질.

민사 책임 감경과 형사처벌은 별개의 문제

손해배상 책임이 줄어든다고 해서 형사처벌까지 함께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따른 제87조의 형사책임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근거 규정과 절차, 판단 기준이 전혀 다른 별개의 트랙입니다. 민사소송에서 책임비율을 낮게 인정받았다고 해서 그 판단이 형사 양형에 자동으로 반영되지는 않으며, 다만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정황 정도가 참작될 여지가 있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에 따른 부당이득 징수는 행정처분이라는 또 다른 트랙입니다. 이 처분은 재량행위이므로 개설명의인과 실질적 개설자의 책임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례도 별도로 존재합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두39996 판결 등). 결국 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책임의 크기는 형사처벌, 행정처분에 의한 환수, 민사상 손해배상이라는 세 트랙에서 각각 다투어야 하는 문제이고, 이 글에서 살펴본 손익상계·공평의 원칙에 따른 책임제한은 그중 민사 손해배상 트랙에 해당하는 방어논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의만 빌려줬을 뿐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아예 면할 수 있나요?

A. 명의대여 자체가 의료법 위반이므로 불법행위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다만 운영에 관여한 정도, 실제 취한 이익의 유무 등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제한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Q. 사무장이 이미 배상금을 다 냈다면 의사는 책임에서 벗어나나요?

A. 부진정연대채무이므로 사무장이 전액 변제하면 그 범위에서 의사의 책임도 함께 소멸합니다. 다만 사무장이 무자력이거나 잠적한 경우 공단이 의사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어, 실무에서는 의사가 먼저 배상하고 사무장에게 구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Q.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민사 손해배상 책임도 없어지나요?

A. 형사와 민사는 입증책임과 판단기준이 다른 별개의 절차입니다. 형사에서 무죄가 나와도 민사에서는 불법행위 성립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가능합니다.

Q. 손해배상액 제한은 법원이 알아서 판단해 주나요, 직접 주장해야 하나요?

A. 판례상 법원은 소송자료로 책임감경사유가 드러나면 당사자 주장이 없어도 직권으로 심리·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구체적 증거를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유리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건보공단이 부당이득징수 처분과 손해배상 소송을 동시에 할 수 있나요?

A.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이 취소되지 않은 상태라면 부당이득반환청구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어, 공단은 별도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처분인 부당이득징수와 민사상 손해배상은 근거 조문과 절차가 다른 별개의 트랙입니다.

Q. 책임비율은 보통 어느 정도까지 낮아지나요?

A. 사건마다 제반 사정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판례에서 법원이 명의대여자를 포함한 피고들의 책임을 80% 수준으로 제한한 사례가 있고, 대법원은 사안에 따라 그보다 더 낮출 여지도 있다고 본 바 있습니다.

맺음말

사무장병원에 명의를 빌려준 의사는 형식상 개설자라는 이유만으로 건보공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부담해야 할 배상액까지 사무장과 똑같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손익상계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원칙 아래, 명의대여에 이른 경위와 운영 관여도, 실제 취한 이익의 정도에 따라 책임비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역 요양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 꾸준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소송 초기 단계에서 명의대여의 경위와 운영 관여 정도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결과적으로 책임비율을 낮추는 데 가장 중요한 준비가 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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