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과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해제 절차를 마치기도 전에 서둘러 작업을 재개하는 사업주가 적지 않은데, 이는 단순한 행정절차 위반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입니다. 작업중지명령이 왜 사업주가 임의로 풀 수 없는 명령인지, 해제 전 재개가 왜 실제 사고 재발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로 이어지는지, 위반 위험을 낮추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중대재해 작업중지명령이란 — 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가 정한 두 갈래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부상자·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합니다. 이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에 따라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는데, 그 범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제55조 제1항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그 작업, 그리고 그와 동일한 작업으로 인해 해당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그 작업의 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제55조 제2항은 토사·구축물의 붕괴, 화재·폭발,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누출 등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해 그 위험이 재해 발생 장소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불가피한 경우, 해당 사업장의 작업 전체를 중지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두 조항의 실무적 차이는 명확합니다. 예를 들어 크레인 전도사고로 근로자 한 명이 사망했다면, 통상은 그 크레인을 사용하는 작업과 동일한 유형의 작업만 중지 대상이 됩니다(제1항). 반면 화학물질 저장탱크 폭발로 사망사고가 발생해 인접 구역까지 유해물질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면, 사고 지점과 무관해 보이는 다른 공정까지 포함해 사업장 전체의 작업이 중지될 수 있습니다(제2항). 어느 조항이 적용되었는지에 따라 사업주가 재개해도 되는 작업의 범위 자체가 달라지므로, 명령서에 기재된 근거 조항과 대상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작업중지명령은 사고가 난 그 작업만 멈추는 제1항 유형과 사업장 전체 조업을 멈추는 제2항 유형으로 나뉘고, 범위가 다르면 재개 가능한 작업의 범위도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시정조치에 따른 작업중지(제53조)와 무엇이 다른가
중대재해 없이도 작업이 중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3조는 사업주가 건설물이나 기계·기구·설비·원재료에 대해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에게 현저한 유해·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장관이 사용중지·대체·제거 등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이 시정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위험 상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해당 기계·설비와 관련된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제53조 제3항). 제55조가 중대재해가 이미 발생한 뒤 재발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후적·즉각적 조치라면, 제53조는 사고가 나기 전이라도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예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실무에서는 두 명령이 한 사업장에 겹쳐서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안전시설 미비를 이유로 제53조에 따른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사업장에서 그 시정조치를 미처 완료하지 못한 상태로 사고가 발생하면, 제55조에 따른 중대재해 작업중지명령이 추가로 내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주는 두 명령의 해제 요건을 각각 따로 충족해야 하므로, 어느 한쪽만 처리했다고 안심하고 작업을 재개하면 나머지 한쪽에 대한 위반이 남습니다.
제53조 — 사고 발생 전, 시정조치 불이행에 따른 사용중지·작업중지. 대상은 특정 기계·설비 관련 작업.
제55조 — 중대재해 발생 후, 재발·확산 방지를 위한 작업중지. 대상은 동일 작업(제1항) 또는 사업장 전체(제2항).
두 명령이 병존할 수 있고, 해제는 각 조항별로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정조치에 따른 작업중지(제53조)는 사고 전 예방 조치이고, 중대재해 작업중지명령(제55조)은 사고 후 재발 방지 조치다 — 근거 조항이 다르면 해제 요건과 절차도 별개로 진행된다.
해제 전 재개가 별도 범죄가 되는 이유 — 명령의 존속력
작업중지명령은 사업주 스스로 안전조치를 마쳤다고 판단한다고 해서 효력을 잃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 제3항은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를 요청한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작업중지 해제에 관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정합니다. 즉 해제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판단이나 통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를 거쳐 행정청이 공식적으로 명령을 철회해야 비로소 효력이 사라집니다. 이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사업주가 보기에 안전조치가 충분히 갖춰졌더라도 명령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 기간 중 작업을 재개하면 명령 위반이 성립합니다.
이 죄의 성격이 중요한 지점은 실제로 사고가 다시 발생했는지와 무관하게 성립한다는 데 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처럼 결과와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범죄와 달리, 작업중지명령위반죄는 유효한 명령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그 기간 중 대상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이 두 가지만 확인되면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형식범적 성격을 가집니다. 그래서 재개 이후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공사가 끝났더라도, 명령 위반 사실 자체는 그대로 남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증명해야 할 사실관계가 비교적 단순해, 중대재해 자체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과실 유무를 다툴 여지가 있는 사안에서조차 작업중지명령위반 부분만큼은 별도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작업중지명령위반죄는 사고의 재발이나 인과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 유효한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기간 중 작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한다.
처벌 수위와 양벌규정 — 사업주 개인과 법인이 함께 처벌받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2호는 제55조 제1항·제2항에 따른 작업중지명령을 위반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법 제53조 제1항에 따른 일반 시정조치 명령 위반은 제169조 제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되는 반면, 일단 '작업중지' 단계까지 간 명령(제53조 제3항이든 제55조든)을 위반하면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입법자가 단순한 시정 지연보다 작업중지명령 위반을 훨씬 위험한 행위로 평가해 법정형을 상향해 둔 구조입니다.
처벌 대상도 현장 실무자에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업무에 관해 작업중지명령을 위반하면 실제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과 별도로 그 법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 즉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다만 법인이나 사업주 개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면 이 벌금형은 면제될 수 있습니다. 평소 안전관리 체계와 지시계통, 현장 교육 기록을 문서로 갖춰두는 것이 이 면책 주장의 성패를 가릅니다.
시정조치 명령 위반(3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보다 작업중지명령 위반(5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 벌금)의 법정형이 더 무겁다 — 입법자가 그만큼 위험한 행위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해제 절차 — 사업주가 놓치기 쉬운 함정
작업중지명령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풀리는 명령이 아닙니다. 사업주가 스스로 해제를 요청해야 하고,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비로소 해제됩니다. 해제 요청을 하려면 통상 재해 발생 원인을 규명한 보고서, 동종 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 필요한 경우 안전보건개선계획까지 준비해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해야 합니다. 서류가 미비하면 심의위원회 일정 자체가 늦춰지고, 그만큼 작업중지 기간도 길어집니다.
실무에서 해제가 장기화되는 이유는 대부분 이 준비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재해 원인 조사가 끝나지 않았거나, 재발방지대책이 형식적이어서 보완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공사 지체에 따른 지체상금, 인건비, 장비 임대료 같은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바로 이 경제적 압박이 해제 전 무단 재개로 이어지는 가장 흔한 동기입니다. 그러나 압박이 크다는 사정은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지 않으며, 일부 공정만 몰래 재개해도 명령 위반은 그대로 성립합니다.
재해 발생 경위와 원인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조사보고서.
동종·유사 재해를 막기 위한 실행 가능한 재발방지대책.
필요 시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과 이행 일정.
심의위원회 심의에 대비한 현장 안전조치 이행 증빙자료.
해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사업주의 요청과 심의위원회 심의를 모두 거쳐야 비로소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는 지점 — 명령 범위와 '일부 재개'
제55조 제1항에 따른 작업중지명령은 문언상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과 그와 동일한 작업으로 범위가 한정됩니다. 이 때문에 사업주가 "이 공정은 사고가 난 작업과 무관하다"고 스스로 판단해 다른 공정만 먼저 재개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나 어떤 작업이 '동일한 작업'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임의로 해석할 사항이 아니라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가 판단하는 영역입니다. 범위가 애매하다면 재개에 앞서 관할 관서에 서면으로 범위 확인을 요청해 두는 편이 이후 위반 다툼을 피하는 길입니다.
도급 구조에서는 책임 주체를 둘러싼 다툼도 흔합니다. 원청 사업장에서 하청 근로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해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진 경우, 명령의 직접 수범자는 통상 그 사업장을 지배·관리하는 원청이지만, 하청 사업주가 자신의 근로자를 해당 작업에 투입하면 하청 사업주 본인도 위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장소장 등 원청 관계자가 "문제없다"고 안내해 하청이 작업을 재개한 경우라도, 하청 사업주가 명령의 존재와 범위를 인식할 수 있었다면 하청 사업주 본인의 형사책임까지 함께 검토됩니다.
작업중지명령의 범위 해석은 사업주가 임의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고, 원청의 안내를 믿고 재개했더라도 하청 사업주 본인의 책임이 별도로 남을 수 있다.
형사처벌 위험을 낮추는 실무 대응
가장 확실한 대응은 사고 직후 명령서에 기재된 근거 조항과 대상 범위(특정 작업인지, 사업장 전체인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재발방지대책과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을 서둘러 해제 요청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입니다. 부득이 다른 공정을 먼저 진행해야 할 사정이 있다면, 그 공정이 명령의 범위 밖에 있다는 판단을 사업주 혼자 내리지 말고 사전에 관할 노동관서에 질의해 서면 확인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위반 사실이 문제 된 상황이라면, 양벌규정의 면책 요건인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입증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안전관리 체계와 정기 교육 기록, 현장 지시계통을 뒷받침하는 문서, 그리고 위반 경위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명령 범위에 대한 선의의 오인 등)을 보여주는 정황 자료는 수사·재판 단계에서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진 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제되나요?
A. 아닙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 제3항에 따라 사업주가 해제를 요청하고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해제됩니다. 정해진 기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풀리지 않으므로, 사업주가 임의로 재개 시점을 정하면 위반이 됩니다.
Q. 명령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공정이라면 재개해도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어떤 작업이 '동일한 작업'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아니라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가 판단할 사항입니다. 범위가 불명확하다면 재개 전에 서면으로 확인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작업중지명령을 어기고 재개했는데 사고 없이 공사가 끝났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작업중지명령위반죄는 명령이 유효한 기간 중 대상 작업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 성립하는 형식범적 성격을 가지므로, 이후 사고가 재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Q. 원청의 지시로 작업을 재개한 하청 사업주도 처벌받나요?
A. 하청 사업주가 자신의 근로자를 명령 대상 작업에 투입했고 명령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다면, 원청의 안내와 별개로 하청 사업주 본인의 형사책임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법인도 벌금형을 받나요?
A.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양벌규정에 따라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과 별도로 법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이 부과됩니다. 다만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벌금형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Q. 해제 요청을 서두르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A. 재해 발생 경위와 원인을 정리한 조사보고서, 실행 가능한 재발방지대책, 필요한 경우 안전보건개선계획을 갖춰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서류가 부실하면 심의 일정이 늦춰져 작업중지 기간이 그만큼 길어집니다.
맺음말
작업중지명령은 사업주가 스스로 안전조치를 마쳤다고 판단한다고 해서 풀리는 명령이 아닙니다.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해제되기 전까지는 명령이 그대로 살아 있고, 그 기간 중 작업을 재개하면 실제 사고가 다시 발생했는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압박이 아무리 크더라도, 해제 절차를 건너뛴 재개는 사업주 개인과 법인 모두에게 별도의 형사책임을 남긴다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시흥 시화·정왕이나 화성 향남·남양처럼 대규모 사업장과 공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에서는 중대재해 이후 작업중지명령의 범위와 해제 시점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명령서를 받은 즉시 대상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재발방지대책과 해제 요청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형사처벌 위험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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