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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지급거절권 행사한 매수인에게 매도인이 대금공탁을 청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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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지급거절권 행사한 매수인에게 매도인이 대금공탁을 청구하는 법 

강대현 변호사

부동산이나 값나가는 물건을 팔았는데 매수인이 잔금 지급일에 갑자기 돈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를 물으면 "등기부를 다시 보니 제3자가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서 잔금을 낼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계약대로 다 이행했는데 왜 대금을 못 받는지 억울하지만, 이런 거절이 실제로 민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권리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매도인이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매수인의 대금지급거절이 언제 정당화되는지, 그리고 매도인이 이런 상황에서 매수인에게 대금 공탁을 청구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금지급거절권 — 민법 제588조가 매수인에게 주는 방어수단

매매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는 원래 동시에 이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민법 제536조 동시이행의 항변권). 그런데 매매 목적물을 둘러싸고 제3자가 나타나 권리를 주장하는 특수한 상황이 생기면, 민법은 매수인에게 별도의 방어수단을 하나 더 줍니다. 민법 제588조는 "매매의 목적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경우에 매수인이 매수한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잃을 염려가 있는 때에는 매수인은 그 위험의 한도에서 대금의 전부나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이 성립하려면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 목적물에 대해 실제로 권리를 주장하는 제3자가 존재해야 하고, 둘째 그로 인해 매수인이 매수한 권리(소유권 등)를 잃을 구체적인 염려가 있어야 하며, 셋째 거절할 수 있는 범위는 그 위험에 상응하는 한도까지로 제한됩니다.

실제 사례로 보면 이렇습니다. 계약체결 당시에는 깨끗했던 등기부에 잔금일을 앞두고 다른 사람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나 근저당권이 새로 나타나거나, 목적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확인되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매수인은 소유권을 온전히 넘겨받지 못하거나, 넘겨받더라도 다시 빼앗길 위험을 안게 됩니다. 제588조는 이런 상황에서 매수인이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대금 지급을 미룰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잔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지만, 이는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항변권 행사이므로 매도인이 곧바로 계약 해제나 지연손해금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수인의 잔금 지급 거절이 민법 제588조 요건을 충족한 것이라면, 이는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항변권 행사다.

잔금 거절이 정당해지는 경우 —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구체적 위험이어야

제588조의 거절권은 매수인이 아무 때나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권리를 잃을 염려"는 구체적이고 현존하는 위험이어야 하며, 단순한 소문이나 막연한 불안감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매도인이 대금지급거절이 부당하다고 다투려면, 우선 매수인이 내세운 위험이 이 정도 요건을 갖췄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 계약체결 후 등기부에 새로 나타난 근저당권·가압류·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

  • 목적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이나 임차권을 주장하는 제3자

  • 목적물에 대해 소유권이나 지분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사람

  • 매도인의 처분권한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공유지분 미정리, 상속재산분할 미확정 등)

이런 사정이 등기부등본, 점유 현황, 소송계속사실증명원 등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되면 매수인의 거절은 정당한 근거를 갖춘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매수인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왠지 불안하다"거나 이미 소멸한 옛 등기 기록을 근거로 삼는다면, 이는 제588조가 예정한 위험에 해당하지 않아 매도인은 이행지체를 이유로 대응할 여지가 생깁니다.

상당한 담보 제공 — 매도인이 거절권을 무력화하는 방법

제588조에는 매도인 쪽 대응 수단도 함께 규정돼 있습니다. 조문 단서는 "그러나 매도인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합니다. 매도인이 매수인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담보를 제공하면, 매수인은 더 이상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서 "상당한" 담보란 매수인이 실제로 권리를 잃었을 때 입을 손해를 전보하기에 충분한 정도를 뜻하며, 형식적으로 담보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매도인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이행(계약)보증보험 가입, 신용 있는 제3자의 연대보증, 매매대금 상당액에 대한 별도 담보권 설정 등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담보를 마련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들고, 매수인이 제시된 담보의 상당성을 다시 다툴 수도 있어 분쟁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담보 제공이 여의치 않거나 매수인과의 협의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 매도인에게는 다음 항목의 대금공탁청구권이 더 실용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대금공탁청구권 — 담보 제공이 어려울 때 매도인이 쓰는 카드

민법 제589조는 "전조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대금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제588조에 따라 매수인이 정당하게 대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매도인은 담보를 제공하는 대신 매수인에게 "대금을 법원 공탁소에 맡겨두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청구권이 실무에서 의미가 큰 이유는, 매도인이 별도의 담보를 마련할 자력이나 시간이 없어도 매수인의 정당한 거절권과 매도인의 대금 확보 이익을 동시에 조율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공탁이 이뤄지면 대금은 매수인의 수중도 매도인의 수중도 아닌 법원의 관리 아래 놓입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위험이 해소되기 전에 대금을 직접 매도인에게 넘기지 않아도 되므로 제588조가 보호하려던 이익이 그대로 유지되고, 통설은 매수인이 공탁을 마치면 그 범위에서 대금지급의무를 다한 것으로 봅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대금이 어딘가에 확실히 확보돼 있다는 점에서, 제3자의 권리주장이 정리되기만 하면 곧바로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됩니다. 결국 대금공탁청구권은 매도인이 매수인의 정당한 거절권을 인정하면서도, 대금 자체를 허공에 띄워두지 않고 확보해두는 절충 장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대금공탁청구권은 매수인의 정당한 대금지급거절권을 인정하면서도, 매도인이 대금 자체는 법원의 관리 아래 확보해두는 절충 장치다.

공탁 청구 절차 —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나

대금공탁청구권을 행사하는 절차는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서면(내용증명 등)으로 공탁을 청구하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합니다. 이때 어떤 제3자가 어떤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지, 왜 담보 제공 대신 공탁을 요구하는지를 함께 밝혀두면 이후 분쟁이 생겼을 때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다음으로 매수인이 채무이행지를 관할하는 공탁소에 매매대금을 공탁하고, 공탁서 사본이나 공탁통지서를 매도인에게 보내 공탁 사실을 알립니다. 마지막으로 매도인은 제3자의 권리주장이 소멸하거나 법적으로 정리된 시점에 공탁소에 공탁금 회수(출급)를 청구해 대금을 받아갑니다.

문제는 매수인이 공탁 청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매수인이 공탁 자체를 거부하면 매도인은 곧바로 강제로 공탁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고, 결국 매수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해 공탁 이행을 구하거나, 뒤에서 살펴볼 이행지체 법리로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공탁을 청구하는 시점에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응답을 요구하고, 그 기간 안에 매수인이 지급도 공탁도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함께 해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매수인이 공탁 요구를 거부하면 — 이행지체와 계약 해제 가능성

제588조의 거절권은 매수인을 영구히 보호해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매도인이 상당한 담보를 제공했거나 대금공탁을 청구했는데도 매수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지급과 공탁 모두를 거부한다면, 그 시점부터는 매수인이 오히려 이행지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매도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지급 또는 공탁)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지나도 매수인이 응하지 않으면 민법 제544조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매도인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매수인이 처음 내세운 거절 사유가 실제로 제588조 요건을 갖췄는지입니다. 애초에 구체적 위험이 없었던 거절이라면 매수인은 처음부터 이행지체 상태였던 것이 되고, 반대로 정당한 위험이 있었는데 매도인이 상당한 담보나 공탁 요구로 그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했다면 그 이후의 계속된 거절만 이행지체로 평가됩니다. 이 구분이 명확해야 나중에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청구가 다퉈질 때 매도인이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습니다.

제3자의 권리주장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 매도인의 회복 절차

제3자가 내세웠던 권리주장이 나중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가등기가 말소되거나, 유치권을 주장하던 점유자가 점유를 포기하거나, 소유권을 다투던 소송이 매도인 승소로 확정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위험이 소멸하면 매수인이 대금 지급을 거절할 근거도 함께 사라지므로, 매도인은 공탁된 대금이 있다면 공탁소에 회수(출급)를 청구하고, 아직 공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매수인에게 잔금 지급을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연손해금 문제도 이 시점을 기준으로 나뉩니다. 매수인이 제588조 요건에 맞게 정당하게 거절하고 있던 기간에는 이행지체 책임이 없어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위험이 소멸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이후에도 매수인이 지급을 미루면, 그 시점부터는 통상적인 이행지체와 마찬가지로 지연손해금 책임을 지게 됩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위험이 소멸한 시점(가등기 말소일, 판결 확정일 등)을 명확히 특정해 기록해두는 것이 나중에 지연손해금을 다툴 때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동시이행항변권·매도인 담보책임과의 관계 — 소유권을 못 넘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588조·제589조가 다루는 상황은 어디까지나 "아직 위험 단계"에 있는 잠정적인 상황입니다. 매수인이 소유권을 실제로 잃은 것은 아니고, 잃을 염려가 있어 대금 지급을 미루는 것뿐입니다. 이 위험이 현실화돼 매수인이 실제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취득한 소유권을 잃게 되면, 문제는 더 이상 대금지급거절 차원에 머물지 않고 매도인의 담보책임으로 넘어갑니다. 민법 제576조는 저당권이나 전세권의 행사로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취득한 소유권을 잃은 경우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매수인이 자기 비용으로 소유권을 보존했다면 그 비용의 상환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목적물이 아예 타인에게 속해 매도인이 권리를 이전할 수 없는 경우라면 제570조에 따라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매도인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지금이 "위험이 있을 뿐인 단계"인지 "위험이 이미 현실화된 단계"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라면 상당한 담보 제공이나 대금공탁청구로 대금을 확보하며 시간을 버는 전략이 유효하지만, 후자로 넘어가 매수인이 실제로 소유권을 잃었다면 매도인은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까지 감수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섭니다. 두 단계를 혼동해 대응하면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다가 오히려 매도인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수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 때나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588조는 제3자가 목적물에 대해 실제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로 인해 매수인이 매수한 권리를 잃을 구체적인 염려가 있을 때만 인정됩니다. 막연한 불안이나 근거 없는 소문만으로는 정당한 거절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Q. 매도인이 담보를 제공하면 매수인은 반드시 대금을 지급해야 하나요?

A. 담보가 매수인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만큼 상당한 수준이라면 매수인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담보의 상당성 자체를 매수인이 다툴 수 있어, 담보 내용을 구체적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금공탁을 청구했는데 매수인이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곧바로 강제로 공탁시킬 방법은 마땅치 않아,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 공탁 이행을 구하는 소송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Q. 공탁된 대금은 매도인이 언제 찾아갈 수 있나요?

A. 제3자의 권리주장이 소멸하거나 소송으로 확정되는 등 매수인이 권리를 잃을 위험이 사라진 시점에 공탁소에 회수(출급)를 청구해 받아갈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을 뒷받침할 자료(가등기 말소등기, 판결 확정증명 등)를 함께 갖춰야 합니다.

Q. 정당하게 거절하던 매수인이 위험 소멸 후에도 지급을 미루면 지연손해금을 물게 되나요?

A. 정당하게 거절하던 기간에는 이행지체 책임이 없지만, 위험이 소멸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이후까지 지급을 미루면 그 시점부터는 통상적인 이행지체와 마찬가지로 지연손해금 책임을 지게 됩니다.

Q. 이미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매매한 경우도 제588조가 적용되나요?

A. 저당권 실행으로 매수인이 소유권을 잃을 구체적 위험이 있다면 제588조에 따른 대금지급거절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저당권이 실행돼 소유권을 잃는 단계까지 가면 제576조의 담보책임(계약 해제·손해배상) 문제로 넘어갑니다.

맺음말

매수인이 제3자의 권리주장을 이유로 잔금 지급을 거절하는 상황은 매도인에게는 당혹스럽지만, 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핵심은 매수인의 거절이 민법 제588조가 요구하는 구체적 위험 요건을 갖췄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렇다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거나 제589조의 대금공탁청구권을 활용해 대금 자체를 확보해두는 것입니다. 위험이 해소된 뒤에도 매수인이 지급을 미룬다면 그때는 이행지체와 계약 해제까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험이 이미 현실화돼 소유권을 잃는 단계로 넘어갔다면 대금지급거절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고, 매도인의 담보책임 법리로 넘어가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까지 대비해야 합니다. 광교나 수원 일대처럼 거래 규모가 큰 부동산 매매에서는 등기부상 권리관계가 계약 후에도 바뀌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만큼, 잔금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거절을 통보받았다면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부터 냉정하게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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