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매수하고 보니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맹지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웃 토지를 통해 별다른 문제 없이 드나들었는데 소유자가 바뀐 뒤 갑자기 펜스를 설치하거나 차량 통행을 막으면서 분쟁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검토할 수 있는 권리가 주위토지통행권입니다.
다만 맹지라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폭의 길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토지의 이용에 통행로가 실제로 필요한지, 주변 토지에 가장 적은 손해를 주는 경로가 어디인지, 차량 통행까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민법 제219조는 어느 토지가 공로와 연결되는 통로가 없거나, 주변 토지를 통하지 않고서는 공로로 나갈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 주위 토지를 통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전히 길이 없는 토지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형식적으로 다른 통로가 존재하더라도 급경사나 옹벽 때문에 사실상 이용할 수 없거나, 통로를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등기부나 지적도상 도로가 있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지, 차량이 필요한 토지라면 차량 진입이 가능한지, 공로까지 연결하는 데 어떤 공사가 필요한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맹지인 줄 알고 샀다면 통행권을 주장할 수 없을까… 알고 샀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되지는 않는다
토지를 매수할 당시 이미 맹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웃 토지 소유자가 “알고 샀으니 통행권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맹지라는 사실을 알고 토지를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11669 판결).
주위토지통행권은 당사자가 계약으로 만들어내는 권리가 아니라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매수 당시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는 하나의 배경 사정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처음 생기는 권리가 아닙니다. 법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이미 통행권이 성립하고, 소송은 그 존재와 범위를 확인하는 기능을 합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311160 판결).
예를 들어 맹지 소유자가 오랫동안 이웃 토지를 통해 출입해 왔는데 이웃이 어느 날 펜스를 설치해 통행을 막았다면, 통행권 확인과 함께 방해금지 또는 장애물 철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분쟁에서는 “통행권이 있느냐”뿐 아니라 어느 부분을 어느 정도 폭으로 어떻게 통행할 수 있는지를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행로는 원하는 곳으로 낼 수 있을까? 이웃 땅의 손해가 가장 적은 길을 골라야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맹지 소유자가 가장 편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은 주변 토지 소유자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기존 농로나 토지 가장자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면, 이웃 토지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통로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원은 양쪽 토지의 모양과 위치, 현재 이용상태, 주변 지형, 기존 도로와의 거리, 통행으로 인한 양측의 손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결국 주위토지통행권은 맹지 소유자에게 가장 편리한 통로가 아니라 양쪽 이해관계를 조정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통로를 찾는 제도입니다.
통행권의 폭을 두고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웃 토지 소유자는 “사람 한 명 지나갈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하고, 맹지 소유자는 “차량이 들어가야 한다”며 더 넓은 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준은 현재 토지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임야에서 임산물을 운반해야 하거나 농지에서 농기계가 들어가야 한다면 차량이나 트랙터가 통행할 수 있는 폭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 별다른 차량 이용 필요가 없는데 단순히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넓은 차량 통로를 요구하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현재의 토지 용도에 필요한 범위를 중심으로 통행 방법을 정합니다.
앞으로 집을 지을 예정이니 4m 도로를 달라고 할 수 있을까
맹지를 매입한 뒤 건물을 지을 계획이라면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4m 도로가 필요하니 그 폭만큼 통행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토지통행권은 원칙적으로 현재 토지의 이용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장차 개발하거나 건축할 계획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래의 용도까지 미리 반영해 넓은 통행로를 인정하는 것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다9961 판결,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4다236304 판결).
다만 실제로 건축허가가 이미 이루어졌고 허가의 전제로 일정 폭의 진입도로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계획인지, 구체적인 인허가 절차까지 진행된 상태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주위토지통행권 소송에서 피고가 가장 자주 하는 반박 중 하나가 “다른 쪽으로도 길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도상 다른 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위토지통행권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길이 급경사인지, 옹벽을 철거해야 하는지, 차량 통행이 가능한지, 제3자 토지를 추가로 통과해야 하는지, 도로를 만들려면 지나치게 큰 비용이 드는지를 실제로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대체 통행로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현장사진과 항공사진, 지적도, 고저차 자료, 측량결과, 도로개설 비용 등을 제출해 현실적인 이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저쪽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 다니던 길을 펜스로 막았다면 통행방해금지와 철거를 함께 청구할 수 있다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데 이웃이 펜스나 차단기, 적치물 등을 설치해 통행을 막았다면 통행권 확인만 받아서는 실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주위토지통행권 확인과 함께 통행방해금지 및 방해물 제거를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진입로 한가운데 펜스를 설치했다면 해당 부분을 철거하도록 하고, 이후 같은 방식으로 통행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분쟁이 장기간 계속되면 본안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토지를 전혀 이용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긴급성이 있다면 통행방해금지가처분과 같은 보전처분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 소송에서는 통행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토지의 어느 지점부터 어느 지점까지, 폭은 몇 m인지, 전체 면적은 얼마인지 등을 도면을 통해 특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피고 토지를 통행하게 해달라”는 식으로 청구하면 실제 판결이나 집행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송에서는 측량감정을 통해 통행로 위치와 면적을 특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여러 경로가 가능한 사건이라면 각 경로가 주변 토지에 미치는 손해와 맹지 이용에 필요한 정도를 비교해야 합니다.
내가 주장한 길이 너무 넓다면 소송에서 전부 패소할까?
원고가 요구한 통행로 전체가 필요한 범위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고가 폭 4m 통로를 요구했지만 법원이 검토한 결과 3m면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청구한 통로 중 일부만 주위토지통행권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원고가 일부 범위라도 통행권 확인을 받을 의사가 없다는 사정이 명백하지 않다면 그 부분에 한정해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5다70144 판결).
최근 대법원도 주위토지통행권의 특성을 고려해 법원이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실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절히 석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311160 판결).
주위토지통행권은 맹지 소유자를 위해 이웃 토지의 사용을 강제로 인정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도 고려해야 합니다. 민법 제219조 제2항은 통행권자가 통행지 소유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흔히 이를 ‘통행료’라고 표현하지만 법적으로는 통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보상하는 성격입니다.
따라서 통행권이 인정되더라도 “법에서 인정한 길이니 무료로 다니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는 토지 가치만 가지고 일률적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통행료는 공시지가에 일정 비율을 곱해서 계산할까… 현실적인 임료가 출발점
통행료 산정에서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될 당시 통행지의 현실적인 이용상태를 기초로 한 임료 상당액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통행 부분의 지목이 전이나 임야이고 실제로도 농지나 임야로 이용되고 있었다면 그 현실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감정해야 합니다. 통행로로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부분을 별도의 도로로 평가해 임료를 계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11669 판결).
실제 소송에서는 감정인을 통해 해당 토지의 임료를 산정하고, 그 결과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통행 형태와 손해 정도를 반영해 최종 보상액을 정하게 됩니다.
통행료가 반드시 감정 임료의 100%로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주위토지통행권자가 해당 토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나가기만 하고, 토지소유자나 다른 마을 주민도 함께 길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실제 손해가 임료 전액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통행 횟수가 적거나 농기계가 특정 시기에만 지나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원은 토지의 취득시기와 가격, 재산세, 원래 용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 통행 횟수와 방법, 다른 이용자 존재 여부 등을 종합해 감정된 임료 상당액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모두 단순한 토지 가격보다 실제로 통행 때문에 어느 정도 사용 제한이 발생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오래전부터 마을길로 공짜로 사용해 왔다면? 갑자기 통행료를 요구할 수 있을까
통행지 소유자가 바뀌면서 갑자기 통행료를 요구하는 사건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면 손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신의칙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토지를 매수할 당시부터 해당 부분이 인근 주민들을 위한 통로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그 상태를 용인한 채 토지를 취득했다면 나중에 단순히 소유자라는 이유로 통행료를 요구하는 것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40399 판결).
따라서 오래된 마을길이나 기존 진입로 사건에서는 현재 등기명의만 볼 것이 아니라 이전 소유자부터 어떤 방식으로 길이 사용되어 왔는지, 매수 당시 매수인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피통행지 소유자가 통행을 막고 있는 기간에도 통행료를 전부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판결에서는 통행 자체가 방해된 기간이나 실제 이용 정도 등을 고려해 통행료를 줄이거나 지급시점을 달리 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통행료는 단순히 소유권 취득일부터 기계적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통행 가능 여부와 판결 내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피통행지 소유자가 통행료를 요구하는 사건이라면 언제부터 통행이 이루어졌고 어느 정도 이용했는지, 통행을 방해한 기간은 없었는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행료를 안 내면 통행권이 없어질까… 단순 연체만으로 소멸하지는 않는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일정한 법정요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통행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통행권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행권이 없어지는 대표적인 경우는 더 이상 맹지가 아니게 된 때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공도가 개설되어 자신의 토지에서 직접 공로에 출입할 수 있게 되었거나, 맹지 소유자가 통행에 필요한 인접 토지를 추가로 취득하여 별도의 통행권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면 기존 주위토지통행권은 소멸할 수 있습니다. 결국 통행료 문제와 통행권의 존부는 구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주위토지통행권 소송은 이렇게 판단하면 이해하기 쉽다
맹지를 매수한 뒤 통행로 문제가 생겼다면 먼저 현재 공로로 나갈 현실적인 통로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길이 있더라도 실제 이용하기 어렵거나 과다한 비용이 든다면 주위토지통행권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주변 토지 중 어느 경로가 가장 적은 손해를 주면서 필요한 통행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정해야 합니다. 현재 토지 용도상 차량이나 농기계 통행이 실제 필요한지도 확인하고, 측량을 통해 통행 부분의 위치와 폭을 특정해야 합니다. 이웃이 통행을 막고 있다면 통행권 확인과 방해물 철거·방해금지 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행권이 인정되면 피통행지 소유자에게 지급할 손해보상액을 정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토지 이용상태를 기준으로 임료를 감정하되, 독점적으로 사용하는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지, 통행 횟수와 방법이 어떠한지를 반영해 최종 통행료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맹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이지만, 동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이웃 토지 소유자에게 일정한 희생을 요구하는 권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맹지 소유자에게 가장 편리한 길이 아니라 현재 토지 이용에 필요한 범위에서 이웃의 손해가 가장 적은 통로를 찾습니다.
현재 매입한 토지가 도로와 연결되지 않아 이웃 토지를 이용해야 하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진입로를 소유자가 펜스·차단기 등으로 막고 있다면 지적도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실제 지형과 토지 용도, 대체 통행로 존재 여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저희는 주위토지통행권의 성립 가능성, 통행로의 위치와 폭, 차량 통행 필요성, 방해물 제거 및 가처분 필요성, 임료감정을 통한 통행료 범위까지 함께 검토해 실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대응 방향을 구체적으로 판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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