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나 아동학대 사건에서,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어떻게 던졌는지가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아이가 이렇게 말했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지레 포기하거나, 반대로 “아이가 한 번 진술했으니 그걸로 사건은 끝난 것”이라며 안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조사관이 특정 답을 암시하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해 받아낸 진술이었다는 사정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아동 진술이 핵심 증거인 사건에서 진술이 만들어진 조사 과정 자체를 신빙성·증거능력 판단의 핵심 요소로 삼는 경향을 뚜렷이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어떻게 이끌어냈는지가 함께 심사대에 오르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유도 질문으로 받아낸 아동 진술이 실제로 어떻게 다뤄지는지, 그리고 이런 사건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와 법 개정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유도 질문으로 받아낸 진술도 일단 증거로 제출될 수는 있습니다
증거로 쓸 수 있는지와, 그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수사기관이 아동을 조사하면서 “그때 그 아저씨가 만졌지?”, “이렇게 한 거 맞지?” 같은 폐쇄형·유도형 질문을 반복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진술 자체가 재판에서 곧바로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기고 있고, 진술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아니라 ‘신빙성(증명력)’ 판단의 영역에서 다뤄집니다.
그래서 “유도신문으로 받아낸 진술이니 증거가 안 된다”는 주장이 곧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법원은 그 진술이 만들어진 과정, 즉 조사관이 어떤 질문을 어떻게 던졌는지를 신빙성 판단의 핵심 요소로 들여다봅니다. 질문 방식 자체가 진술 내용을 왜곡했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그 진술에 의존한 공소사실은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보호자 등 친족에 의한 성범죄 피해를 진술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습니다.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는 경우에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 이외에는 달리 물적 증거 또는 직접 목격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고, 허위로 그와 같은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술 내용이 사실적·구체적이고,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거꾸로 말하면, 유도신문 때문에 진술이 구체성을 잃거나 조사 회차마다 핵심 내용이 달라졌다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술은 일단 증거로 제출될 수 있어도, 그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실질적인 쟁점입니다.
2. 아동은 유도신문과 암시적 질문에 성인보다 훨씬 취약합니다
무엇을 봤는지보다 무엇을 어떻게 물었는지가 진술 내용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아동은 기억과 인지 능력의 한계로, 질문자가 특정 답을 암시하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실제 경험과 다른 방향으로 기억 자체가 재구성되는 경우가 성인보다 훨씬 많습니다. “네”, “아니오”로만 답하게 만드는 폐쇄형 질문, 특정 사실을 전제로 던지는 유도 질문,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질문은 모두 이런 왜곡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의 아동 조사에는 개방형 질문을 우선하고 암시·반복을 최소화하는 면담 방식이 원칙으로 자리잡았고, 법이 별도로 진술조력인 제도를 두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5조는 의사소통·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피해자를 위해 진술조력인을 양성하도록 정하고, 제36조는 19세미만피해자등을 조사할 때 검사·사법경찰관이 직권 또는 신청에 따라 진술조력인을 조사 과정에 참여시켜 의사소통을 중개·보조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입니다. 조사관이 사건 경위를 먼저 설명한 뒤 “이런 일이 있었지?” 식으로 확인만 받아내거나, 원하는 진술이 나올 때까지 같은 질문을 표현만 바꿔 되풀이했다면, 그 조사 과정 자체가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먹는 사정으로 법정에서 다퉈질 수 있습니다.
개방형 질문으로 얻은 진술과 유도·반복 질문으로 받아낸 진술은, 같은 내용이라도 법정에서의 무게가 다릅니다.
3. “영상녹화만 해두면 문제없다”는 생각은 지금 법에는 맞지 않습니다
반대신문 기회 없는 영상녹화물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던 특례는 이미 위헌 결정을 받았습니다.
19세미만피해자등을 조사할 때 그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녹화해 보존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 제30조에 따른 수사기관의 의무입니다. 예전에는 이 영상녹화물에 대해, 조사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법정에서 “영상 속 그 진술이 맞다”고만 확인해주면 피고인의 반대신문 없이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특례 규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 특례 규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특성상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진술증거의 오류를 탄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헌법재판소 2021. 12. 23. 선고 2018헌바524 결정).
이 결정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현재 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2는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는 경우를 ①증거보전기일·공판준비기일·공판기일에 피의자·피고인·변호인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 ②피해자가 사망·외국 거주·질병이나 장애·소재불명 등으로 출석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과 영상녹화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때도 전문심리위원이나 성폭력처벌법 제33조에 따른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영상녹화를 해뒀다는 사정만으로, 반대신문 기회 없이 그 진술이 곧바로 유죄의 증거가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4. 유도신문 정황이 확인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법원은 질문 방식·반복 여부·최초 진술 시점까지 종합해 신빙성을 가립니다.
실제 사건에서 법원이 유도신문 문제를 심리할 때 보는 지표는 다양합니다. 조사관이 사실관계를 먼저 알려주거나 답을 암시하는 질문을 던졌는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같은 취지의 질문을 반복했는지, 최초 진술 시점이 사건 발생 직후인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인지, 그 사이 보호자·주변인과의 대화가 진술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모두 검토 대상입니다.
이런 정황이 영상녹화물이나 조사 기록에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진술 자체는 남아 있어도 법원이 그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가 선고되거나, 수사 단계에서 불기소로 종결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 과정이 개방형 질문 위주로 이뤄졌고 진술이 최초부터 일관되게 구체적이었다면, 사후에 “유도신문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신빙성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결국 쟁점은 진술 그 자체가 아니라 진술이 만들어진 ‘과정’입니다. 조사 초기에 영상녹화물 원본과 조사 기록을 확보해 질문 방식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사건의 결론을 사실상 좌우한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진술이 남아 있어도, 그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무죄와 유죄가 갈립니다.
5. 아동 진술이 쟁점인 사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 초기에 영상녹화물과 조사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아동 진술이 핵심 증거인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인지 후 아동 조사 및 영상녹화 → ②진술조력인·전문가 의견 조회를 거친 추가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사 단계에서부터 진술 방식에 문제를 제기할지를 판단해야, 이후 절차에서 다툴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집니다.
조사 과정에 의문이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녹화물 원본과 조사 진행경과를 기록한 조서(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5항·제6항 사항)를 확보해, 질문이 개방형이었는지 유도·암시형이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최초 진술 시점과 그 이전에 보호자·주변인이 아동과 나눈 대화·문자 등이 있는지 확인해, 진술 형성 과정에 외부 개입이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진술조력인 참여 여부와 성폭력처벌법 제33조에 따른 전문가 의견 조회가 이뤄졌는지, 그 의견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아동 진술이 쟁점인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진술의 신빙성을 다툴 지점과 그렇지 않은 지점을 가려 실질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아동 진술이 쟁점인 사건은 “아이 말이니 당연히 맞을 것”이라는 생각과 “아이가 뭘 알겠나”라는 생각이 부딪치면서, 정작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피는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진술을 믿고 지지해야 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조사 과정이 원칙대로 진행됐는지를 먼저 확인해두는 것이 오히려 그 진술을 지키는 길입니다. 반대로 진술 내용을 놓고 억울하게 의심받는 입장에서도, “아이가 그렇게 말했으니 끝났다”는 체념보다는 조사 과정 자체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아동 진술이 핵심 쟁점이 된 사건에서 그 진술을 지켜야 하는 쪽과 신빙성을 다퉈야 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조사 과정의 작은 차이가 결론을 뒤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쟁점이 되는 사건일수록, 초기에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조사에서 유도 질문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무죄가 되나요?
A. 그것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조사 방식을 핵심 요소로 보기 때문에, 유도신문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진술의 증명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Q. 영상녹화물이 있으면 아이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피의자·피고인·변호인이 반대신문할 기회가 있었거나, 사망·외국 거주 등으로 출석이 불가능하고 그 진술과 영상녹화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된 경우에만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2).
Q. 조사관이 질문을 좀 유도했다고 해서 그게 다 문제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통상적인 질문과, 특정 답을 암시하거나 반복해 원하는 진술을 끌어내는 유도신문은 구분됩니다. 문제는 후자처럼 진술 형성 과정 자체를 왜곡했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Q. 진술조력인이 참여하지 않은 조사는 무조건 문제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진술조력인 참여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신청할 때 원칙적으로 이뤄지므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조사가 위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인데도 참여 기회를 고지받지 못했다면 다퉈볼 지점이 됩니다.
Q. 아이가 진술을 나중에 뒤집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과 함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경위까지 충분히 심리해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번복 사실만으로 처음 진술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Q. 유도신문 문제를 지금 제기하지 않으면 나중엔 못 다투나요?
A. 재판에서도 다툴 수는 있지만, 조사 초기에 영상녹화물과 조서가 훼손·폐기되지 않도록 확보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 방식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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