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미성년 자녀가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놓았을 때,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고민은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막막함입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일단 경찰서에 가서 신고만 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진행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신고 이후 아이가 경찰서, 병원, 상담소를 따로따로 오가며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진술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지쳐 진술 자체를 힘들어하거나 말이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을 둘러싼 절차에서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어떻게 함께 보장할 것인지를 놓고 기존 실무를 상당 부분 바꿔 놓았습니다.
아래에서는 미성년 피해자가 왜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를 받는지, 그 진술이 영상녹화되는 절차와 이후 재판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보호자와 아이가 챙겨야 할 것들을 최근 법령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미성년 피해자는 원칙적으로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를 받습니다
해바라기센터는 경찰·검찰·의료·심리지원이 한 자리에 모인 통합지원센터입니다.
미성년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면, 그 진술은 대부분 일반 경찰서 조사실이 아니라 여성가족부·경찰청·검찰청과 의료기관이 함께 운영하는 통합지원센터, 이른바 해바라기센터에서 이뤄집니다. 법적 근거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성폭력 피해상담·치료·법률상담 연계·수사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통합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고, 이 기관은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라는 정식 명칭 대신 “해바라기센터”라는 명칭을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별도 기관을 두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이가 경찰서, 병원, 상담소를 따로따로 찾아다니며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다시 진술하게 되면, 그 반복 자체가 또 다른 피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해바라기센터에는 진술녹화가 가능한 아동 친화적 조사실, 증거 채취와 치료를 겸하는 의료진, 심리평가·상담 인력이 함께 배치돼 있어, 원칙적으로 한 번의 방문으로 의료지원과 진술 청취를 같이 마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사법경찰관이 해바라기센터에 파견되거나 센터 전담 조사실을 이용해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사건 성격이나 지역 여건에 따라 관할 경찰서에서 1차 조사가 이뤄진 뒤 정밀 진술은 해바라기센터로 연계되는 경우도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해바라기센터에서만 진행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미성년 피해자의 조사 장소로 해바라기센터가 선택되는 것은, 반복 진술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2. 조사 과정은 영상녹화가 원칙이고, 사전 고지와 거부권이 함께 보장됩니다
영상녹화 여부는 결국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의 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19세미만피해자등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녹화장치로 녹화하고 그 영상녹화물을 보존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 과정이 영상녹화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영상녹화물이 이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의 나이·인지발달 단계·심리 상태·장애 정도에 맞는 방식으로 미리 설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절대적인 의무는 아닙니다. 같은 조 제3항은 19세미만피해자등이나 그 법정대리인(법정대리인이 가해자이거나 가해자의 배우자인 경우는 제외)이 영상녹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영상녹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보호자가 “아이가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고 판단하면, 그 의사를 밝혀 영상녹화를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영상녹화를 마친 뒤에는 지체 없이 피해자 또는 변호사가 보는 앞에서 봉인하고 피해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도록 하며, 도착 시각·녹화 시작과 종료 시각 등 진행 경과를 구체적으로 조서에 남기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조서 사본이나 녹취서 사본을 발급받거나 영상녹화물을 재생해 시청할 수도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녹화물은 수사와 재판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영상녹화는 원칙이지만, 그 시행 여부는 결국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의 의사에 달려 있는 제도입니다.
3. 영상녹화물이 있다고 곧바로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영상녹화물만으로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한때는 조사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영상녹화물의 진정성립을 인정해주기만 하면,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그 영상녹화물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 특례 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사실상 배제해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고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심판대상조항은 영상물로 그 증거방법을 한정하고 신뢰관계인 등에 대한 신문 기회를 보장하고 있기는 하나 위 증거의 특성 및 형성과정을 고려할 때 이로써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 결과 피고인은 사건의 핵심 진술증거에 관하여 충분히 탄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바, 그로 인한 방어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헌법재판소 2021. 12. 23. 선고 2018헌바524 결정).
이 결정 이후 개정된 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2는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는 경우를 두 가지로 좁혔습니다. 하나는 증거보전기일·공판준비기일·공판기일에 피의자·피고인·변호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신문할 기회를 가졌던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가 사망·외국 거주·질병이나 장애·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출석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과 영상녹화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된 경우입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4616 판결도 이 위헌 결정 이후 영상녹화물을 어떤 절차를 거쳐야 증거로 쓸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을 다시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미성년 피해자를 법정에 직접 세우는 대신, 성폭력처벌법 제40조에 따른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이용한 증인신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법원이 아니라 해바라기센터 등에 마련된 시설에서 화상으로 증언하면서도, 피고인 측에는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지는 방식입니다.
영상녹화물은 조사 단계의 증거일 뿐,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유죄를 확정 짓지 못합니다.
4. 조사에는 신뢰관계인·진술조력인이 동석하고, 변호사도 선임할 수 있습니다
아이 곁에 조력자를 두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법이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4조는 19세미만피해자등을 조사하거나 증인으로 신문할 때, 검사·피해자·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재판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그 사람이 피해자에게 불리하거나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동석시킬 수 없습니다.
의사소통이나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이라면 진술조력인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35조·제36조에 따라 법무부가 양성한 진술조력인이 수사기관의 직권이나 피해자·법정대리인·변호사의 신청으로 조사 과정에 참여해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할 수 있고, 조사 전에는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고지받습니다.
변호사 선임도 가능합니다. 제27조에 따라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은 형사절차 전 과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그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하며(조사 도중에는 수사기관의 승인 필요), 구속 전 피의자심문·증거보전절차·공판준비기일·공판절차에도 출석해 의견을 낼 수 있고, 관련 서류·증거물을 열람·등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는 국선변호사를 반드시 선정해야 합니다.
신뢰관계인 동석, 진술조력인 지원, 변호사 선임은 미성년 피해자에게 배려가 아니라 법이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입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어떤 자료를 정리해두느냐가 이후 재판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 사건은 대개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신고·고소 접수와 동시에 해바라기센터로 연계되어 의료지원과 진술 청취가 이뤄지고 → ②사법경찰관의 정식 조사(영상녹화, 신뢰관계인·진술조력인 동석)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사·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 반대신문 기회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따라 영상증인신문 절차가 별도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자녀가 피해 사실을 처음 말했을 때 보호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이후 절차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감정적으로 여러 번 되물으며 사실관계를 캐묻기보다, 아래 순서로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처음 한 말을 보호자가 임의로 반복해서 캐묻지 않고, 시간·장소·표현을 그대로 메모해 둡니다(진술이 반복될수록 오염 우려가 커집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이나 관할 경찰서를 통해 가까운 해바라기센터를 안내받아 의료지원과 통합 조사 절차를 빠르게 연계받습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나 직접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조사·재판 단계에서 아이가 불필요하게 반복 진술을 하지 않도록 대응 방향을 미리 상의합니다.
이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진술의 신빙성과 절차적 권리를 함께 챙기는 데는 분명한 차이를 만듭니다.
마치며
자녀가 성범죄 피해를 말했을 때, 많은 보호자들은 “괜히 아이를 두 번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신고하면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하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이와 그 보호자 입장에서는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아이가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뢰관계인 동석, 진술조력인 지원, 변호사 선임 같은 제도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조사 대상이 된 쪽에서도 이 절차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영상녹화물이 어떤 요건을 갖춰야 증거가 되는지, 반대신문 기회가 제대로 보장되는지를 조사 초기부터 따지지 않으면 방어권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저는 미성년 피해자 측 법률지원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피고인 변호를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절차를 정확히 아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결과가 크게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막막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절차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이와 가족을 지키는 첫걸음이며,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받으면 경찰서에는 안 가도 되나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초기 진술과 의료지원은 해바라기센터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후 추가 조사나 대질 등은 관할 경찰서·검찰청에서 이뤄질 수 있습니다. 반복 진술을 최소화하는 것이 통합지원센터 제도의 목적입니다.
Q. 아이가 영상녹화를 하기 싫어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가해자·그 배우자 제외)이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영상녹화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 향후 재판에서 진술 증거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별도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영상녹화만 해두면 아이가 법정에 안 나가도 되나요?
A.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영상녹화물만으로 유죄 증거를 삼기 어려워,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통한 영상증인신문 등으로 진술 절차를 다시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변호사는 언제부터 선임할 수 있나요?
A. 신고·고소 이전부터 가능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에 따라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은 형사절차 전 과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19세미만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반드시 선정해야 합니다.
Q. 신뢰관계인 동석은 부모만 가능한가요?
A. 반드시 부모일 필요는 없습니다. 법원과 수사기관은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을 신청받아 허용하되, 그 사람이 피해자에게 불리하거나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배제할 수 있습니다.
Q. 가해자로 지목된 쪽도 이 절차를 알아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요건과 반대신문 기회 보장 여부는 방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조사 초기 단계부터 절차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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