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오염 숨기고 판 땅, 전전 매수인도 원인자에게 정화비용 청구할 수 있다
토양오염 숨기고 판 땅, 전전 매수인도 원인자에게 정화비용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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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오염 숨기고 판 땅, 전전 매수인도 원인자에게 정화비용 청구할 수 있다 

강대현 변호사

공장이나 창고 부지로 쓰이던 땅을 사서 개발하려다가, 뒤늦게 토양오염이 드러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오염을 실제로 일으킨 사람은 이미 그 땅을 팔고 떠난 지 오래고, 그 사이 손을 거쳐 간 매수인도 여러 명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땅을 가진 사람이 정화비용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지, 아니면 계약서 한 장 나눈 적 없는 최초의 오염원인자에게 그 비용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가 실제 분쟁의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는 토양오염을 숨기고 땅을 넘긴 전 소유자에게 전전 매수인이 정화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실제로 청구할 때 부딪히는 함정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토양오염 정화비용, 누가 책임지나 — 오염원인자의 무과실책임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은 토양오염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피해를 배상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책임이 무과실책임이라는 점입니다. 오염을 일으킨 사람이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고 항변해도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천재지변이나 전쟁 같은 불가항력으로 오염이 발생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책임을 면합니다. 일반적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가해자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원고에게 있지만, 토양오염에서는 오염을 발생시켰다는 사실 자체와 그로 인한 피해라는 인과관계만 입증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조문만으로 곧바로 "누구에게 돈을 받아낼 수 있는가"가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법 제10조의4 제1항은 정화책임자를 오염을 발생시킨 자, 오염 발생 당시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 이들의 권리·의무를 포괄승계한 자, 그리고 오염이 발생한 토지를 소유했거나 현재 소유·점유하는 자로 나누어 규정합니다. 지금 땅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화책임자 목록에 이름이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아무 잘못도 없이 오염된 땅을 사들인 전전 매수인은 왜, 어떻게 이 책임에서 벗어나 오히려 원인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다음 문제입니다.

  • 오염을 직접 발생시킨 자 — 토양오염물질을 누출·유출·투기·방치한 자.

  • 오염 당시 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 — 공장·저장시설 등을 직접 운영한 자.

  • 포괄승계인 — 합병·상속 등으로 위 지위를 이어받은 자.

  • 토지 소유·점유자 — 오염된 땅을 과거에 소유했거나 현재 소유·점유하는 자.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자는 과실이 없어도 피해를 배상하고 토양을 정화해야 한다 — 무과실책임이므로 원고는 오염 발생과 손해의 인과관계만 증명하면 된다.

선의의 매수인은 빠진다 — 전전 매수인이 정화책임에서 벗어나는 조건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는 토지를 양수할 당시 토양오염 사실에 대하여 선의이며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현재 소유자라도 정화책임자로 보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즉 오염 사실을 몰랐고 몰랐던 데에 과실도 없었다면, 행정적으로 토양정화 명령을 받을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과실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매매 당시 토지이용 이력(과거 공장·주유소·폐기물 처리시설 여부)을 확인했는지, 매도인에게 환경 관련 사항을 질문하고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였는지가 함께 따져집니다. 산업단지 인근이나 과거 제조업체가 있던 부지를 매수하면서 이런 확인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행정법상 정화책임자에서 빠진다는 것과, 민사상 정화비용을 실제로 돌려받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정화책임자로 지정되지 않으면 지자체의 토양정화 명령을 받지 않을 뿐, 이미 스스로 부담한 조사·정화 비용을 누군가에게 돌려받으려면 별도의 민사청구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직접 계약을 맺은 매도인(직전 매도인)이라면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이나 계약상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삼을 수 있지만, 여러 단계를 거친 전전 매수인은 최초 오염원인자와 계약관계 자체가 없습니다. 계약관계가 없는 상대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실제 분쟁의 갈림길입니다.

계약관계 없는 전 소유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자기 소유 토지에 스스로 토양오염물질을 누출·방치하고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종전 소유자가,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토지를 매도해 유통시키고, 그 뒤 여러 단계를 거쳐 이를 전전 매수한 현재 소유자가 정화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게 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종전 소유자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자기 땅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원칙적으로 소유자의 자유이지만, 오염된 상태를 숨긴 채 매도하여 유통시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위법성을 갖고, 그로 인해 사정을 모르는 후행 매수인이 손해를 입을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근거입니다.

이 판결의 실무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오염을 일으킨 전 소유자와 지금의 소유자 사이에 계약관계가 전혀 없어도, 오염을 숨기고 유통시킨 행위 자체가 계약관계 없는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매계약을 몇 번 거쳤든 상관없이, 오염을 은폐한 원인자를 특정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무과실책임인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과 달리, 불법행위 책임은 고의 또는 과실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숨기고 판" 사안에서는 오염 사실을 알면서 고지하지 않고 매도한 행위 자체가 고의에 해당할 여지가 크므로, 이 요건이 실제로는 큰 장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땅에 오염을 유발한 것 자체는 소유권 행사의 문제이지만, 그 사실을 숨긴 채 매도해 유통시킨 행위는 후행 매수인에 대한 별개의 불법행위가 된다 — 계약관계가 없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다.

무과실책임과 불법행위책임, 어느 쪽으로 청구해야 하나

실제 사건에서는 두 가지 청구 경로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에 따른 무과실책임 청구는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염 발생 시점이 오래되었거나 오염원인자가 이미 사업을 정리하고 실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소송상 난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청구는 고의·과실이라는 요건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지만, 오염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하고 매도했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오히려 입증이 수월하고, 계약관계의 유무와 무관하게 전전 매수인에게까지 책임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두 청구를 함께 주장하면서, 법원이 어느 쪽 근거로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정화비용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핵심은 오염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정황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매매계약서에 토양오염에 관한 특약이나 면책 조항이 없었는지, 매도 당시 시설 철거나 지하 저장탱크 제거 공사가 있었는지, 인근 환경 민원이나 행정기관의 조사 이력이 있었는지 등이 은폐 여부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정화비용 청구, 무엇을 입증해야 하나 — 오염 원인과 인과관계

정화비용을 실제로 받아내려면 크게 네 가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첫째, 토양오염이 실제로 존재하고 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그 오염이 상대방이 토지를 소유·점유하던 기간 중에 발생했다는 시점의 문제입니다. 셋째, 상대방이 오염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입니다. 넷째, 정화에 실제로 소요된 비용의 구체적인 액수입니다.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허술하면 청구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 토양정밀조사 결과보고서 — 오염물질 종류·오염도·오염 범위를 공인 기관이 확인한 자료.

  • 토지이용 이력 자료 — 과거 항공사진, 공장등록·폐업 이력, 위험물 저장시설 인허가 내역.

  • 매매 당시 정황 자료 — 계약서 특약,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시설 철거·매립 공사 기록.

  • 정화비용 산정 자료 — 정화업체 견적서, 실제 지출한 공사비 세금계산서.

토양오염을 일으킨 주체가 여러 명이고 누구의 행위로 오염이 발생했는지 명확히 가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2항은 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둘 이상이고 누구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을 때는 각자 연대하여 배상하고 정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공장을 여러 차례 임대하거나 사업자가 여러 번 바뀐 부지라면, 특정 시점의 원인자를 가려내지 못해도 연대책임을 근거로 청구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소멸시효의 함정 — '안 날'부터 3년, 그 시작점은 언제인가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토양오염 사건에서 이 조문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오염이 매매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고 수년이 지나 재건축·재매매·용도변경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오염 발생일로부터 10년이 이미 지난 뒤에야 오염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도 있어, 두 기간의 계산을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안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입니다. 단순히 땅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색이 변한 것을 알아챈 시점이 아니라, 손해의 발생 사실과 그 손해를 일으킨 가해자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통상 토양정밀조사 결과보고서를 받아 오염 사실과 오염 원인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 시점이 그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염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면 조사를 미루지 않고 신속히 진행해 시효 계산에서 불리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화비용은 얼마나 받아낼 수 있나 — 손해의 범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원칙적으로 오염을 원상회복하는 데 필요한 정화비용, 즉 토양정밀조사비와 실제 정화공사비를 합한 금액입니다. 정화를 마친 뒤 토지 가치가 오히려 상승했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그 상승분까지 상대방에게 되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며, 배상의 범위는 실제로 지출했거나 지출할 정화비용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다만 정화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넓히거나 시설을 새로 짓는 데 드는 비용까지 포함시키면 인과관계 없는 손해로 배척될 수 있어, 실제 오염 범위와 정화 필요성에 맞춘 견적과 지출 근거를 갖추는 것이 청구액을 온전히 인정받는 데 중요합니다.

매수인 쪽에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매매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도 그만큼 가격을 낮춰 매수한 사정이 있다면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액 감경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수인이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여 토지이용 이력을 확인했는데도 오염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던 경우라면, 이런 감경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매수 당시 어떤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이런 다툼에서 유리한 근거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염된 땅을 산 지 5년이 지나서야 오염 사실을 알았는데, 이제 청구할 수 있나요?

A. 오염 사실과 오염을 일으킨 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청구하면 되므로, 매수한 지 5년이 지났더라도 오염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아직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오염 행위 자체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났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최초 오염원인자가 이미 사업을 접고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넘겼다면 누구에게 청구하나요?

A. 합병이나 상속 등으로 오염원인자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자도 정화책임자에 포함되므로, 승계인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순 사업 양도가 아니라 법인 자체가 소멸하고 승계 관계도 불분명하다면 누구를 상대로 청구할지부터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Q. 매매계약서에 "현 상태 그대로 매도한다"는 특약이 있으면 청구가 막히나요?

A. 이런 특약은 통상 매수인이 이미 알고 있던 하자나 상태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고, 매도인이 오염 사실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고 은폐했다면 이런 특약만으로 불법행위 책임까지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특약의 문구와 협상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Q. 정화비용을 먼저 다 쓰고 나서 청구해야 하나요, 아니면 미리 청구할 수 있나요?

A. 이미 지출한 정화비용은 물론이고, 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 비용이 구체적으로 산정되어 있다면 지출 전이라도 장래에 소요될 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는 정화업체의 견적서나 계약서 등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갖추고 있는 쪽이 입증에 유리합니다.

Q. 여러 명의 전 소유자를 거쳤는데 누가 오염을 일으켰는지 특정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요?

A. 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둘 이상이고 누구의 행위로 발생했는지 알 수 없을 때는 그 여러 명이 연대하여 배상 책임을 지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특정 시점의 원인자를 완전히 가려내지 못해도, 오염 발생 당시 관련된 소유자·운영자들을 상대로 연대책임을 근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토지를 살 때 토양오염 여부를 미리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A. 과거 토지이용 이력과 항공사진, 공장·위험물시설 인허가 내역을 확인하고, 오염이 의심되면 계약 전 토양정밀조사를 의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런 확인을 거쳤는지 여부는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매수인의 선의·무과실을 인정받는 데도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맺음말

토양오염은 매매 당시 눈에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그사이 땅의 주인은 몇 번씩 바뀌어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 땅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화비용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염을 숨기고 매도한 원인자가 특정된다면,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토양환경보전법의 무과실책임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근거로 정화비용을 돌려받을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오염 시점·원인자 특정·소멸시효라는 세 가지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하므로, 오염이 의심되는 순간부터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아두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특히 화성 향남·남양이나 시흥 시화 공단처럼 과거 공장·산업시설이 밀집했던 부지를 사고파는 경우에는, 계약 전 토지이용 이력 확인과 계약 체결 시의 특약 문구까지 미리 점검해 두는 쪽이 나중의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오염 사실을 이미 발견했다면 조사와 청구를 서두르는 것이 시효 문제에서도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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