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도로로 쓴 사유지, 취득 서류 없어도 시효취득이 인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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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도로로 쓴 사유지, 취득 서류 없어도 시효취득이 인정되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자기 땅 등기부를 확인하다가, 한참 전부터 도로로 쓰이고 있는 부분이 여전히 자기 명의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하면 정식으로 매수했다거나 협의취득했다는 서류를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토지 소유자는 "서류가 없으니 국가의 점유는 무단점유이고 내 소유권은 그대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르게 흐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취득 서류가 없는 상태에서도 국가의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그 결론을 실제로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가가 사유지를 도로로 쓰게 되는 사연 — 협의취득 없는 점유의 시작

도로는 대부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협의취득이나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수용절차를 거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명의로 넘어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6·25전쟁으로 지적공부가 소실되었다가 복구되는 과정, 또는 일제강점기에 이미 도로로 편입된 뒤 별다른 절차 없이 국가가 점유를 그대로 이어온 경우처럼, 정식 매수 절차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토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 토지대장상 지목만 '도로'로 바뀌어 있을 뿐, 소유권이 언제 어떻게 국가로 넘어갔는지 보여주는 서류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토지 소유자나 그 상속인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경로는 대체로 두 갈래입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그 도로 부지에 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려 하면서 분쟁이 시작되는 경우, 또는 소유자 쪽에서 먼저 등기부를 정리하다가 도로로 쓰이는 부분이 자기 명의인 것을 알고 사용료 반환(부당이득)을 청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되는 경우입니다. 두 상황 모두 핵심 쟁점은 같습니다. 국가가 이 땅을 얼마나 오래, 어떤 의사로 점유해 왔는가입니다.

점유취득시효의 기본 틀 — 민법 제245조 제1항의 20년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합니다. 이를 점유취득시효라 부르는데, 요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자주점유), 평온·공연한 점유, 그리고 20년이라는 기간입니다. 도로로 쓰인 사유지에서 국가가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인정되면, 취득 서류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는 그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지위에 서게 됩니다.

여기서 자주점유가 아닌 점유, 즉 타주점유는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소유임을 인정하면서 점유하는 경우처럼, 처음부터 소유할 의사 없이 다른 사람의 소유권을 전제로 하는 점유가 타주점유입니다. 국가가 사유지를 도로로 사용해온 경우에도, 처음부터 '이 땅은 개인 소유이고 우리는 그저 빌려 쓴다'는 인식으로 점유를 시작했다면 타주점유가 되어 시효취득의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문제는 국가가 점유를 시작할 당시 실제로 어떤 의사였는지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무엇으로 판단하느냐입니다. 이 지점에서 '추정'이라는 법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하려면 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자주점유)여야 하고, 임차인처럼 남의 소유를 전제로 한 타주점유는 기간이 얼마나 길어도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주점유의 추정 — 국가의 점유도 예외가 아니다

민법 제197조 제1항은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점유자가 자신이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그 추정을 깨고 싶은 쪽, 즉 이 사안에서는 토지 소유자 쪽이 국가의 점유가 처음부터 소유의 의사 없는 점유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자주점유의 추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자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국가라고 해서 더 무거운 증명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오랜 입장입니다.

실무에서 토지 소유자들이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국가가 정식으로 매수했다는 서류를 내놓지 못하니 국가의 점유는 무단점유가 맞다"는 논리를 펴지만, 법적으로는 순서가 반대입니다. 국가가 적법하게 취득했음을 증명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소유자 쪽이 국가의 점유가 애초부터 무단점유였음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취득 서류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국가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추정이 깨지는 단 하나의 통로 — 악의의 무단점유 증명

그렇다면 자주점유의 추정은 어떤 경우에 깨질까요.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점유자가 점유를 개시할 당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법률행위나 그 밖의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면서도 다른 사람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만, 소유의 의사가 있다는 추정이 깨진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국가가 매수 관련 서류를 내놓지 못한다는 사정, 또는 점유를 정당화할 근거가 곧바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추정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던지는 무게는 큽니다. 토지 소유자가 이기려면 "국가가 왜 소유권을 취득했는지 모르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국가는 이 땅이 자기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면서도 점유를 시작했다"는 사실까지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수십 년 전 점유 개시 당시의 사정을 지금 와서 그 정도로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도로로 쓰인 사유지 분쟁에서는 취득 서류의 부존재 자체보다, 점유 개시 당시의 정황을 보여주는 다른 자료들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자주점유 추정이 깨지려면 국가가 점유 개시 당시 소유권 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음을 알면서 점유했다는 사실까지 토지 소유자가 증명해야 한다 — 서류 부존재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류가 없다고 곧바로 무단점유가 되진 않는다 — 최근 판례의 종합판단

최근 대법원 판단은 이 원칙을 도로 부지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1. 8. 12. 선고 2021다230991 판결은 일제강점기부터 도로로 표시되어 있던 토지에 대해 국가가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사안에서, 국가가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을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적원도에 도로로 표시되어 있던 사실, 항공사진과 지도상 오래전부터 지방도·국도로 이용되어 온 사실, 토지대장상 지목이 '도로'로 변경 기재된 사실 등을 종합하면 국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소유권을 취득했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시기 선고된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26043 판결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점유의 경위와 용도, 점유 개시 이후 등기부상 소유자가 이의를 제기했는지 여부, 함께 분할되었던 다른 토지들이 어떻게 처분·이용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법원은 취득 서류 한 장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점유의 경위를 보여주는 여러 간접 정황을 모아서 국가의 점유가 정당한 근거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지적공부가 6·25전쟁 등으로 소실되었다가 복구된 경우라면, 애초에 서류가 남아 있을 수 없는 사정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됩니다.

  • 지적원도·구 토지대장에 이미 도로로 표시되어 있었는지

  • 항공사진·지형도상 오래전부터 도로로 이용된 사실이 확인되는지

  • 토지대장 지목이 도로로 변경된 시점과 경위

  • 인근에 함께 분할된 다른 토지들의 처분·보상 이력

  • 점유 개시 후 소유자 측이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시효완성만으로 소유권이 바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 등기라는 마지막 관문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 점유취득시효를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20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이 국가에게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별도로 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시효가 완성된 시점부터 실제로 등기를 마치기 전까지는, 여전히 등기부상 명의자인 토지 소유자가 법적인 소유자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취득 서류 없이도 다투는 실제 소송의 형태는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국가가 먼저 소유권보존등기나 등기말소 청구에 맞서 시효취득 완성을 주장하는 소송, 또는 토지 소유자가 국가를 상대로 등기말소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면서 국가가 항변으로 시효취득 완성을 주장하는 소송입니다. 어느 쪽이든 법원이 자주점유 추정이 깨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점유 개시일을 기산점으로 20년의 경과 여부를 확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등기 절차나 부당이득반환 여부가 정리됩니다.

토지 소유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 — 이의제기와 부당이득반환청구

도로로 쓰인 사유지의 소유자라면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20년의 점유기간이 채워지지 않았다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공식적으로 사용료나 임대차 관계를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사실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유자가 점유 개시 이후 실제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는지는 앞서 본 판례들이 자주점유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고려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20년이 지났더라도 국가가 아직 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면, 소유자는 그 사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따로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효취득이 최종적으로 인정되면 그 점유기간 동안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자주점유 추정을 뒤집을 만한 사정—국가가 애초에 사유임을 알면서 점유를 시작했다는 정황—이 실제로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지적원도·항공사진·구 토지대장 등 객관적 자료를 함께 확보해두면 이후 소송에서 유리한 근거가 됩니다.

시효취득이 인정되면 그 기간 동안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자주점유 추정을 뒤집을 정황이 실제로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가가 도로로 썼다는 사실만으로 취득시효가 자동으로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했어야 하고, 그 점유가 자주점유였다는 추정이 깨지지 않아야 합니다. 취득 서류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인정되는 것도, 곧바로 부정되는 것도 아니며 점유의 경위와 정황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Q. 취득 서류가 없으면 국가가 불리한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주점유는 법률상 추정되므로 국가가 적법한 취득을 증명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토지 소유자 쪽이 국가가 처음부터 사유임을 알면서 무단점유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지적공부 소실 등으로 서류 자체가 남을 수 없는 사정이라면 법원은 이를 더 신중하게 고려합니다.

Q. 20년이 지나면 소유권이 바로 국가에게 넘어가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점유취득시효는 등기를 마쳐야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20년이 지났어도 등기 전까지는 여전히 기존 등기부상 소유자가 법적 소유자이므로, 국가가 등기를 마치기 전이라면 다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Q. 도로로 쓰인 사유지 소유자는 사용료를 받을 수 있나요?

A. 시효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구간이라면 국가나 지자체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효취득이 최종적으로 인정되면 그 점유기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자주점유 추정이 실제로 깨질 사정이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Q. 자주점유 추정을 뒤집으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요?

A. 국가가 점유를 시작할 당시 소유권을 취득할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면서도 점유했다는 사실을 토지 소유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취득 서류가 없다는 사정이나 점유를 정당화할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추정이 깨지지 않습니다.

Q. 어떤 자료가 시효취득 여부를 다투는 데 도움이 되나요?

A. 지적원도나 구 토지대장상 도로 표시 여부, 항공사진·지형도상 이용 현황, 지목 변경 시점, 인근 토지들의 처분·보상 이력, 점유 개시 이후 이의제기 여부 등이 함께 살펴지는 자료입니다. 이런 자료를 미리 확보해두면 소송에서 유리한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맺음말

국가가 사유지를 도로로 사용해온 경우, 취득 서류가 없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자주점유는 법률상 추정되고, 그 추정을 뒤집으려면 토지 소유자가 국가의 무단점유를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국가 입장에서도 서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지적원도·항공사진·지목변경 시점 등 여러 간접 정황이 불리하게 쌓이면 자주점유 추정이 깨질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결국 이런 사안은 등기부와 토지대장을 넘어 지적원도, 항공사진, 인근 토지의 처분 이력까지 확인해야 승패가 갈리는 사안입니다. 용인 처인구 역북·양지·모현 일대처럼 개발과 도로 확장이 오래 이어진 지역에서는 이런 도로 부지 분쟁이 특히 자주 나타납니다. 자신의 토지 일부가 도로로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자료부터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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