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학교폭력 사건이 폭행이나 따돌림뿐 아니라 사이버폭력, 단체 채팅방에서의 모욕 등으로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자녀가 가해학생으로 지목되는 상황도 그만큼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학부모님들 중에는 “우리가 먼저 학교에 알리면 괜히 문제를 키우는 것 아닐까요”, “조용히 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며 신고나 상담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건이 다른 경로로 학교에 알려지고 나면, 초기에 침묵했던 시간이 오히려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정황으로 읽히면서 상황이 더 불리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법원은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판단할 때 사건 발생 이후의 태도, 특히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근거해 엄격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시에 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도 꼼꼼히 따지고 있어, 학교에 사건이 언제 어떤 경로로 알려졌는지보다 그 이후의 대응이 훨씬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학교에 사건을 먼저 알리는 것이 실제로 조치에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학교폭력 사안이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진행되는지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학교에 먼저 알린다고 해서 조치 자체가 불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치 수위를 정하는 법적 기준에 ‘누가 먼저 알렸는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은 심의위원회가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 아홉 가지 조치 중 하나(또는 여럿)를 하도록 교육장에게 요청하고, 그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받은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는 조치를 정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학교폭력의 심각성ㆍ지속성ㆍ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조치로 인한 선도 가능성, 양측의 화해 정도, 피해학생의 장애 여부 다섯 가지만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 목록 어디에도 ‘신고를 누가 먼저 했는지’, ‘학교가 어떤 경로로 사실을 알게 됐는지’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제도적으로는 부모나 학생이 스스로 학교에 알렸다는 사실 자체가 조치를 무겁게 만드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는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누구든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할 의무를 지우고 있고, 같은 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을 인지한 즉시 전담기구를 통해 가해ㆍ피해 사실 확인에 들어가야 합니다. 부모나 학생이 먼저 말하지 않더라도, 목격한 다른 학생이나 교사를 통해 사건은 어차피 학교에 알려지도록 설계돼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법원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취소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이유는 대부분 ‘누가 먼저 알렸는가’가 아니라 심의 절차 자체의 하자였습니다.
위 심의ㆍ의결은 위법하게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에 따른 학교장의 乙에 대한 위 처분은 위법하다(제주지방법원 2020. 12. 15. 선고 2019구합6370 판결).
이 사건은 위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심의에 참여했다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조치 자체가 취소된 경우입니다. 조치의 효력을 좌우하는 것은 신고 시점이나 신고 주체가 아니라, 심의위원회 구성과 절차가 법이 정한 대로 지켜졌는지입니다.
조치의 적법성을 좌우하는 것은 누가 먼저 알렸는지가 아니라,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입니다.
2. 오히려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에서 선제적 대응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시행령이 정한 다섯 가지 기준 중 두 가지는 사건 이후의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앞서 본 시행령 제19조의 다섯 가지 기준 가운데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 두 가지는 학교폭력이 벌어진 시점이 아니라 그 이후, 즉 가해학생과 보호자가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관한 평가입니다. 사건 초기에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피해 회복에 나서는 태도는 이 두 요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는 2주 이상의 진단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경미하고, 재산 피해가 없거나 복구됐으며, 지속적이지 않고, 보복행위가 아닌 사안에 한해 피해학생 측이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으면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요건을 충족하려면 애초에 피해학생 측과의 관계가 회복돼 있어야 하는데, 사건을 숨기고 시간을 끌수록 이 창구는 닫히기 쉽습니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는 가해학생 측의 태도를 두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와 이후 불복 절차의 판단이 갈린 적이 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심의위원회의 판단과 달리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를 다시 평가해 조치 수위를 올린 재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판단과 달리 피고 1의 반성 정도나 화해 정도를 보통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 중 학급교체 처분을 취소하고, 전학처분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재결을 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25. 2. 20. 선고 2024나212209 판결).
이처럼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는 심의위원회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불복 절차에서도 계속 다시 평가되는 살아 있는 기준입니다. 사건을 은폐하려다 뒤늦게 드러난 정황은 이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반면, 초기에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에 나선 태도는 유리한 사정으로 남습니다.
사건을 감추려는 태도보다 사실을 인정하고 회복에 나서는 태도가,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 평가에 유리하게 반영됩니다.
3. ‘학교에 알린 것’과 ‘수사기관에 자수한 것’은 법적 효과가 다릅니다
형법상 자수 감경은 수사기관에 대한 신고에만 인정됩니다.
형법 제52조 제1항은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 한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담임교사에게 사정을 알리는 것은 이 조문이 말하는 ‘수사기관에 대한 자수’가 아니므로, 상해나 성폭력처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가 함께 있었다면 학교에 알렸다는 사실만으로 자수 감경 효과가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학교에 알리는 것이 형사ㆍ소년보호 절차와 완전히 분리돼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소년법 제4조 제3항은 죄를 지은 소년을 발견한 보호자나 학교의 장이 관할 소년부에 직접 통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에 따라 신고를 받은 기관은 이를 보호자와 학교의 장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즉 학교에 알려진 사실이 소년보호 절차로 이어지는 통로 자체가 법에 마련돼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폭력이 상해나 성범죄에 해당할 정도로 무거운 경우에는 학폭위 조치와 별개로 경찰 수사, 소년부 송치, 심리 개시 여부 판단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자수 감경보다, 사안이 가볍다고 인정되면 심리를 개시하지 않는다는 소년법 제19조의 결정을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실질적인 쟁점이 됩니다.
학교에 알린 사실은 형법상 자수와는 별개이지만, 소년보호 절차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4. 조치 수위는 학교폭력의 유형과 반복성에 따라 아홉 단계로 나뉩니다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 조치는 경미한 것에서 무거운 것 순으로 단계화돼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①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②접촉ㆍ협박ㆍ보복행위 금지 ③학교에서의 봉사 ④사회봉사 ⑤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⑥출석정지 ⑦학급교체 ⑧전학 ⑨퇴학처분 아홉 단계로 나누고 있고, 여러 조치를 동시에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퇴학처분만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조치를 요청하는 이유가 피해학생이나 신고ㆍ고발 학생에 대한 협박ㆍ보복행위일 경우에는 제6호부터 제9호까지의 조치를 동시에 부과하거나 가중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사건 발생 이후 피해학생을 다시 접촉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는, 최초 학교폭력 자체보다 조치를 더 무겁게 만드는 독립적인 사유가 됩니다.
반대로 앞서 본 것처럼 진단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경미하고, 재산 피해가 없거나 복구됐으며, 지속적이지 않고 보복행위도 없는 사안이라면 학교장 자체해결로 심의위원회 절차 자체를 거치지 않고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결국 조치 수위를 가르는 것은 신고 시점이 아니라 행위의 심각성ㆍ지속성과 사건 이후의 태도입니다.
5. 신고부터 조치 통지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전담기구 조사에서 심의위원회 의결, 교육장 통지까지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은 통상 ①학교 전담기구가 신고ㆍ인지 즉시 가해ㆍ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의 장이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ㆍ협박ㆍ보복행위 금지 조치를 우선 시행 → ②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수원 지역이라면 수원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등) 심의,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의견진술 기회가 주어짐 → ③교육장이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조치를 하고 이를 통지 → ④조치에 불복하면 행정심판ㆍ행정소송으로, 형사처벌 대상 행위가 있었다면 관할 경찰서(수원남부ㆍ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와 소년부 송치 절차가 별도로 진행되는 순서를 거칩니다.
학교에 사건이 알려진 이후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담기구ㆍ학교 측에 사실확인 조사 경위와 진술 자료를 요청해, 어떤 근거로 사안이 파악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시행령 제19조의 다섯 가지 판단 요소 중 심각성ㆍ지속성ㆍ고의성처럼 이미 정해진 사실과, 반성 정도ㆍ화해 정도처럼 지금부터 바꿀 수 있는 사정을 구분해 정리합니다.
형사 고소나 소년부 송치처럼 학폭위 조치와 별도로 진행되는 절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두 절차를 함께 고려한 대응 전략을 세웁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사안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학폭위 조치와 형사ㆍ소년보호 절차를 함께 검토해 자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응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학교폭력 사건은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과 “괜히 먼저 나섰다가 상황을 키우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이 겹치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학생과 보호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학교와 전담기구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하고 진단서ㆍ상담 기록 등 자료를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러한 자료는 심의위원회 단계는 물론 이후 불복 절차에서도 그대로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쪽 입장에서도 ‘조용히 넘어가려는’ 태도보다,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반성과 화해의 노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편이 조치 단계에서나 이후 불복 절차에서나 훨씬 유리합니다.
저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과 가해학생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초기에 어떤 자료를 남기고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심의위원회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학교에 알릴지 말지를 고민하는 그 순간이 이미 대응의 시작입니다. 아직 조치가 정해지지 않은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교에 알리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사건이 그냥 넘어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에 따라 목격자나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누구든 신고 의무가 있고, 학교가 인지하면 전담기구가 즉시 사실 확인에 들어가므로 알리지 않는다고 사건 자체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뒤늦게 드러나면 반성 정도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Q. 서면사과나 학교봉사 정도로 끝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A.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에 따라 2주 이상 진단서가 필요 없고, 재산 피해가 없거나 복구됐으며, 지속적이지 않고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로서 피해학생 측이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으면 학교장 자체해결이 가능합니다.
Q. 학교에 알리는 것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나요?
A. 학교 통보 자체가 곧바로 형사입건을 뜻하지는 않지만, 소년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학교의 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통고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경찰 신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Q. 심의위원회 조치가 부당하다고 느껴지면 어떻게 다툴 수 있나요?
A.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조치의 취소ㆍ변경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거나 위원 구성에 하자가 있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면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Q. 반성문이나 사과편지를 쓰면 조치가 무조건 가벼워지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는 시행령 제19조가 정한 다섯 가지 판단 요소 중 두 가지일 뿐이고, 학교폭력의 심각성ㆍ지속성ㆍ고의성이 크다면 반성 태도만으로 조치가 크게 가벼워지기는 어렵습니다.
Q. 피해학생 측과 합의하면 조치 자체가 취소되나요?
A. 합의만으로 조치가 자동으로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화해 정도 평가에 참작되고, 형사ㆍ소년보호 절차가 함께 진행 중이라면 그 단계에서 별도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변호사는 어느 시점부터 함께하는 것이 좋나요?
A. 전담기구의 사실확인 조사 단계부터가 좋습니다. 이 단계에서 남긴 진술과 자료가 이후 심의위원회 판단과 불복 절차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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