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이 스스로 ‘청소년 성 인식 치료(개선) 프로그램’을 찾아 수강하고, 그 수료증을 재판부에 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프로그램만 이수하면 형이 줄어든다더라”는 말을 듣고 사실관계 대응이나 피해 회복 노력은 뒤로 미룬 채 수료증부터 챙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선고를 앞두고 확인해보면, 수료증 한 장만으로는 재판부가 별다른 정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당황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성범죄 양형에서 치료 프로그램 수강이라는 형식적 사실보다 그 이면의 진지한 반성과 재범 방지 노력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들었는지 여부보다, 왜 들었고 어떻게 참여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청소년 성 인식 치료 프로그램 수강이 실제로 양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의미 있는 양형자료로 만들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결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청소년 성 인식 치료 프로그램 수강만으로는 형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치료 프로그램 수강은 정상참작감경의 참고자료일 뿐, 그 자체가 법률상 감경사유는 아닙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그리고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치료 프로그램 수강은 이 중 ‘범행 후의 정황’에 해당하는 하나의 사정일 뿐이고, 심신미약이나 자수처럼 법률에 감경 효과가 명시된 사유와는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프로그램 수료증을 제출하면 형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53조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이 재량으로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수료증 한 장이 자동으로 감경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아닙니다.
오히려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 범행 사실 자체를 다투면서 동시에 ‘반성의 증표’로 치료 프로그램 수료증만 내미는 경우, 재판부가 이를 모순으로 보고 반성의 진정성 자체를 의심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치료 프로그램 수강은 법률상 자동 감경사유가 아니라, 진지한 반성과 재범 방지 노력을 뒷받침하는 정상참작 자료 중 하나입니다.
2. 법원이 명하는 이수명령과 스스로 받는 치료는 서로 다른 제도입니다
이수명령은 유죄가 확정된 뒤 형벌에 더해지는 의무 처분이고, 자발적 치료는 재판 중 정상으로 고려되는 별개의 사정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는, 법원이 성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 5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병과’라는 말 그대로, 이수명령은 형벌에 더해 반드시 따라붙는 처분이지 형을 깎아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이와 달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이 스스로 상담·치료기관을 찾아다니며 받는 ‘청소년 성 인식 개선 프로그램’은 법이 강제하는 이수명령과는 전혀 다른, 순수하게 임의로 이루어진 노력입니다. 이런 자발적 노력이야말로 범행 후의 정황으로서 정상참작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전자장치 부착명령 여부를 판단하면서 이수명령이 재범방지에 실질적으로 기능한다고 명시적으로 평가한 사례가 있습니다.
위 피고인들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점, 위 피고인들은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위 피고인들에 대한 장기간의 징역형의 부과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으로 재범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재범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2023. 10. 11. 선고 2023노130 판결).
이 판단은 법원이 명하는 이수명령의 효과를 전제로 한 것이지, 피고인이 스스로 받은 치료가 형을 직접 낮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치료와 교육이 재범방지에 실질적으로 기능한다’는 법원의 시각 자체는, 재판이 끝나기 전에 먼저 그런 노력을 보인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를 보여줍니다.
법이 강제하는 이수명령과 스스로 받는 치료는 목적은 비슷해도 법적 효과가 다르며, 자발적 노력만이 양형에서 정상으로 고려됩니다.
3. 치료 프로그램 수강이 실제로 양형에 반영된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법원은 형식적인 수료증보다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재범 방지를 위해 노력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핍니다.
항소심이 원심의 양형을 다시 판단할 때는,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는 한 원심 재판부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즉 치료 이력을 포함한 정상 자료는 처음부터, 되도록 1심 단계에서 충실히 제출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1심에서 제출하지 않은 자료를 항소심에서 뒤늦게 꺼내도 새로운 사정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판결례에서 재판부가 유리한 정상으로 명시한 것은 프로그램 참여 여부 자체가 아니라, 수사기관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지,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사정이 있는지였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다른 피고인은, 같은 유형의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항소심에서 형이 줄지 않았습니다.
치료 프로그램은 반성과 재범방지 노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기능할 때 의미가 있고, 수료 사실 자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4. 범죄 유형과 재범위험성 평가 결과에 따라 형량 구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정상참작감경이 적용되더라도 양형기준 권고형과 법정형의 하한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형법 제53조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55조 제1항 제3호는 유기징역이나 금고를 감경할 때 그 형기를 2분의 1로 낮추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치료 이력과 반성 등의 정상은 바로 이 정상참작감경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다만 정상참작감경은 법정형 자체를 절반으로 낮추는 장치일 뿐이고, 실제 선고형은 여전히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권고영역 안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 중 유사강간 유형은 기본영역 권고형이 징역 6년에서 9년에 이르는 등, 범죄 유형과 피해자 연령에 따라 권고형 자체가 이미 무겁게 설정돼 있어 정상참작감경만으로 크게 낮아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이수명령은 500시간의 범위에서 별도로 병과되고, 재범위험성 평가도구 결과가 ‘중간’ 이상으로 나오면 전자장치 부착명령까지 함께 청구될 수 있습니다. 치료 이력은 형량 구간 자체를 바꾸기보다, 이 재범위험성 평가 국면에서 유리한 자료로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량은 정상참작감경 여부보다 범죄 유형별 양형기준과 재범위험성 평가 결과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5. 수사부터 재판까지, 치료 이력을 양형자료로 만드는 절차는 이렇습니다
치료 이력을 의미 있는 양형자료로 만들려면 이르게 시작하고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의심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인지 수사 → ②피의자 조사 및 변호인 선임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구속영장·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 및 양형자료 제출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법정형이 높은 유사강간·강간 등 범죄는 구속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치료 프로그램을 감경 자료로 쓰려면 감정적으로 수료증만 챙기기보다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사 초기, 늦어도 1심 변론종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전문 심리상담센터·해바라기센터 등에서 지속적인 상담·치료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참여 기록을 남깁니다.
단순 출석 확인서가 아니라 상담 횟수·내용·경과를 담은 상담일지와 전문가 소견서를 확보해 형식적 참여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합니다.
범행 인정 여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반성문과 함께 치료 이력을 정리해 변호인 의견서로 재판부에 제출합니다.
치료 이력만 따로 제출하기보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과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함께 제출할 때 재판부가 이를 진지한 반성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치며
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되면, “치료 프로그램만 들으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정작 사실관계 대응과 법리 준비는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형식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나 재판을 받는 쪽 입장에서는 무엇을,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실제로 감경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측 대리와 피고인 측 변호를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치료 이력이 실제로 양형에 반영되는 경우와 형식에 그쳐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의 차이를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치료 프로그램 수강을 의미 있는 양형자료로 만들 수 있을지는 사건 초기의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소년 성 인식 치료 프로그램을 수강하면 무조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치료 프로그램 수강은 형법 제51조의 ‘범행 후의 정황’ 중 하나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일 뿐, 법률상 자동으로 집행유예나 감경을 보장하는 사유는 아닙니다. 범행의 내용, 피해 정도, 재범위험성 평가 등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Q. 법원이 명하는 이수명령을 받으면 그만큼 형이 줄어드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6조와 아청법 제21조의 수강명령·이수명령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 형벌에 더해 병과되는 별도의 처분으로, 형을 낮추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형에 추가로 부과되는 것입니다.
Q. 재판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치료 프로그램도 같이 다니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범행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 프로그램만 다니는 경우 재판부가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어, 사실관계를 다툴지 인정하고 반성할지는 초기에 변호인과 함께 전략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Q. 어떤 자료를 제출해야 치료 이력이 양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지나요?
A. 단순 수료증보다 상담 횟수와 경과가 기록된 상담일지, 전문가 소견서, 그리고 피해 회복 노력과 반성문을 함께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 이미 1심에서 선고를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치료 이력을 새로 제출해도 소용없나요?
A. 대법원은 1심의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어서, 새로운 사정 없이 항소심에서 뒤늦게 제출하는 자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1심 단계부터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재범위험성 평가에서 치료 이력이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재범위험성 평가도구 결과가 중간 이상으로 나오면 전자장치 부착명령까지 청구될 수 있는데, 지속적인 치료·상담 이력은 재범방지 노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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