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같은 반 친구들끼리 벌어진 성적인 말이나 행동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까지 이어지는 사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학부모님들 중에는 “애들끼리 장난친 건데 그게 무슨 학교폭력이냐”, “초등학생이 뭘 알겠냐, 그냥 호기심이었을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가 사안조사에 들어가면,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항변만으로는 절차 진행 자체를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의 범위를 형사처벌 가능 여부와 분리해서 판단하고 있고, 이 법리는 형사미성년자인 초등학생 사이의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초등학생끼리의 성적 행동이 어떤 경우에 학교폭력으로 처리되는지, 나이에 따라 절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의심 정황이 있을 때 학부모가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초등학생 사이의 성적 행동도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학생 간에 발생한 성적 언동은 학교폭력의 정의에 포함됩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정의에는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의 나이에 관한 하한이 전혀 없습니다.
같은 법에서 말하는 ‘학교’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초등학교도 포함되고, ‘학생’ 역시 초등학생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즉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법이 정한 학교폭력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조문 어디에도 근거가 없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가 형사재판이 아니라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적 조치라는 점입니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나이인지와, 학교폭력 조치를 받을 수 있는지는 애초에 서로 다른 질문이기 때문에 초등학생이라는 사정만으로 절차 자체가 배제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만으로 학교폭력 절차 자체가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2.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도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처벌 여부와 학교폭력 인정 여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형법 제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은 통상 만 6세부터 만 13세 사이이므로 사실상 전원이 이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고, 그래서 많은 학부모님이 “어차피 처벌도 안 되는데 학교폭력이 될 리 없다”고 오인합니다.
그러나 형법이 처벌 여부를 정하는 기준과, 학교폭력예방법이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정하는 기준은 서로 다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의 경우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에 이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면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1430 판결).
즉 판단의 핵심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나이인지, 구성요건을 완전히 충족하는지가 아니라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했는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피해를 수반했는지입니다. 이 법리는 성인 사이의 사건뿐 아니라, 형사미성년자인 초등학생 사이의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형사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학교폭력 조치 자체를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3. 만 10세 이상이면 학교폭력 조치와 별도로 소년부 송치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학교폭력 조치 위에 소년보호절차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이들은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심리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4~6학년 무렵의 학생들, 즉 만 10세 이상 학생은 이 구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만 10세 미만, 즉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은 촉법소년에도 해당하지 않는 ‘범법소년’이어서 소년법상 보호처분조차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직 학교의 학교폭력 절차와 가정에서의 지도만 남게 되는데, 그렇다고 학교폭력 조치 자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년법 제4조 제2항은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사유를 경찰서장이 발견하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대방 학부모가 형사 고소를 하지 않더라도, 사안이 형벌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 단계에서 소년부 송치가 진행될 수 있어 학교폭력 절차와 소년보호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만 10세를 기준으로, 학교폭력 조치 외에 소년부 절차가 더해질 수 있는지가 갈립니다.
4. 연령과 행위 정도에 따라 학교폭력 조치의 수위가 달라집니다
학폭위 조치는 서면사과부터 전학까지 나뉘고, 초등학생에게는 퇴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①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②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③학교에서의 봉사 ④사회봉사 ⑤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⑥출석정지 ⑦학급교체 ⑧전학 ⑨퇴학처분의 9단계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퇴학처분을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초등학생은 최대 전학까지만 가능합니다.
같은 성적 행동이라도 조치 수위는 사안마다 크게 달라집니다. 단 한 차례의 우발적인 행동인지, 반복적으로 이어졌는지, 나이 차이나 체격 차이에 따른 힘의 우위가 있었는지, 피해학생이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계속됐는지 등이 실무에서 조치 수위를 가르는 요소입니다.
또한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4항은 학교의 장이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하는 접촉금지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사안을 인지한 학교가 “일단 지켜보자”며 분리 조치를 미루는 것은 법이 예정한 대응이 아닙니다.
초등학생에게 퇴학은 없지만, 반복성과 힘의 우위가 확인될수록 조치 수위는 높아집니다.
5. 신고부터 조치 통보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전담기구 조사 단계에서 확보한 기록이 이후 심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초등학생 사이의 성적 행동 사안은 통상 ①담임·상담교사가 이를 인지하는 즉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하고 학교폭력전담기구에 접수 → ②전담기구가 양측 학생과 목격자 진술을 조사해 진단서 유무·재산피해·지속성·보복행위 여부 등 사안의 경중을 서면으로 확인 → ③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피해학생 측이 원하면 관할 교육지원청(수원 지역이라면 수원교육지원청 등)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의 → ④심의 결과에 따라 교육장이 14일 이내에 가해학생 조치와 피해학생 보호조치를 통보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이 형벌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있고 학생이 만 10세 이상이라면, 이와 별도로 관할 경찰서(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통보되어 수원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성적 행동으로 신고당했거나, 반대로 피해를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생 일시·장소·구체적인 행위 내용·목격 여부를 아이의 말로 최대한 빨리,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둡니다.
자녀의 만 나이를 정확히 확인해 촉법소년 해당 여부, 즉 소년보호절차가 함께 문제될 수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학교 측에 전담기구 조사 개시 여부와 자체해결 요건 충족 여부를 서면으로 확인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학교폭력·소년보호 절차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심의위원회 대응은 물론 필요한 경우 소년부 절차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아직 초등학생인데 무슨 학교폭력이냐”는 생각 때문에, 정작 학교의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급하게 자료를 찾기 시작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사실관계를 정리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성적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의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이가 겪은 일을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보다 발생 정황과 아이의 진술을 최대한 빨리,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두는 것이 심의위원회 단계에서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반대로 가해로 지목된 아이의 보호자 입장에서도 “애들끼리 장난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반복성이 있었는지, 상대 아이의 거부 의사가 있었는데도 계속됐는지에 따라 조치 수위와 소년보호절차 병행 여부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가해로 지목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어떤 절차를 함께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내 아이가 겪은 일이, 혹은 내 아이가 지목된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등학생인데도 학교폭력으로 처리될 수 있나요?
A. 네.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피해 학생의 나이에 하한을 두지 않으며, 성적 언동으로 피해학생에게 신체·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면 초등학생 사이의 일이라도 학교폭력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Q.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인데 학폭위 조치를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법상 형사미성년자(만 14세 미만)는 처벌받지 않지만, 학교폭력 조치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교육·선도 목적의 행정조치이므로 형사처벌 가능 여부와 별개로 진행됩니다.
Q. 서로 장난이었다고 하면 학교폭력이 아닌가요?
A. 판단 기준은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했는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입니다. 대법원도 형사처벌 대상에 이르지 않아도 이 기준을 충족하면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초등학생도 전학이나 퇴학 조치를 받을 수 있나요?
A. 전학은 가능하지만 퇴학은 의무교육과정인 초·중학교 재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서면사과부터 전학까지 사안의 경중에 따라 조치 수위가 정해집니다.
Q. 만 10세 이상이면 경찰 조사까지 받을 수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되어, 행위가 형벌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면 경찰이 관할 소년부에 직접 송치할 수 있고 학교폭력 절차와 별도로 진행됩니다.
Q. 학교장 자체해결로 끝날 수도 있나요?
A. 진단서·재산피해·지속성·보복행위 관련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피해학생 측이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을 때만 가능합니다. 요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거나 피해학생 측이 원하면 반드시 심의위원회로 회부됩니다.
Q. 학교폭력 조치 결과에 불복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가해학생과 보호자는 조치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피해학생 측도 보호조치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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