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학교폭력이 단순한 다툼 수준을 넘어 상해, 성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협박·명예훼손 등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절차와 경찰의 형사 수사가 같은 사안을 두고 동시에 진행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학폭위가 먼저 끝나야 경찰 조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 “학폭위에서 잘 마무리되면 경찰 쪽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응 순서를 미루는 보호자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정작 사건이 진행되면 학폭위 조치가 먼저 확정된 뒤에도 경찰 수사가 별도로 이어지거나, 반대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학폭위가 예정대로 열려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조치와 형사처벌이 근거 법률과 목적을 달리하는 별개의 절차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먼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선후 관계가 아니라, 두 절차가 나란히 진행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학폭위와 경찰 수사가 각각 어떤 법적 근거로 움직이는지, 두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때 무엇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학폭위와 경찰 수사는 근거 법률과 목적이 전혀 다른 별개의 절차입니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교육행정 절차이고, 경찰 수사는 형사소송법·소년법에 따른 별개 절차입니다.
학폭위, 정식 명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 제12조·제13조에 따라 각 교육지원청에 설치됩니다. 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목적으로 서면사과부터 전학·퇴학까지 아홉 가지 조치(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중 필요한 조치를 교육장에게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반면 경찰 수사는 형법·형사소송법에 근거해 범죄 혐의의 유무를 밝히고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입니다. 가해학생이 만 14세 미만이라면 소년법 제4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으로 분류되어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만 14세 이상이라면 범죄소년으로 원칙적인 형사절차의 대상이 됩니다. 두 절차는 관할기관(교육지원청 대 경찰·검찰·법원)도, 판단 주체(심의위원회 대 수사기관·법원)도, 결과물(교육적 조치 대 형사처벌·보호처분)도 전부 다릅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는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알게 된 사람은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신고를 받은 학교는 사안이 형사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학폭위 개최 여부와 무관하게 경찰에도 별도로 신고·고발할 수 있습니다. 즉 학폭위 절차가 열렸는지, 어느 단계에 있는지는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는 데 아무런 전제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교육행정 절차, 경찰 수사는 형사소송법·소년법에 따른 별개 절차로, 서로가 서로의 전제조건이 아닙니다.
2. 두 절차는 어느 한쪽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중처벌금지원칙은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적용되는 것이지, 교육적 조치와 형사절차의 병행을 막는 근거가 아닙니다.
학폭위 조치와 형사처벌을 함께 받으면 이중처벌 아니냐고 묻는 보호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헌법 제13조 제1항이 금지하는 이중처벌은 국가의 형벌권 행사, 즉 형사처벌이 거듭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지, 형벌이 아닌 교육적·행정적 조치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헌법재판소 1994. 6. 30. 선고 92헌바38 결정).
학폭위의 서면사과·특별교육·전학·퇴학 등의 조치(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는 교육적 선도를 목적으로 한 행정처분이고, 형사처벌은 범죄에 대한 응보와 예방을 목적으로 한 국가형벌권의 행사입니다. 목적과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두 절차가 함께 진행되더라도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고,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결론을 기다려야 할 법적 의무도 없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학폭위 쪽이 먼저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9항은 심의위원회의 조치 요청이 있으면 교육장이 14일 이내에 해당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어 처리 기간이 비교적 짧은 반면, 경찰 수사는 사실관계 확인과 관련자 조사에 통상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이 특히 어려운 사안이라면 심의위원회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조치를 결정하는 경우도 실무상 존재합니다. 그렇더라도 이는 심의위원회가 신중을 기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일 뿐, 법률상 경찰 수사가 끝나야만 학폭위를 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학폭위 조치가 먼저 나오든 나중에 나오든, 경찰 수사와 형사처벌 여부와는 법적으로 무관하게 진행됩니다.
3. 학폭위에서 한 진술과 확인서는 경찰 수사의 증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학폭위와 경찰 수사가 별개 절차라는 사실이, 한쪽에서 한 말이 다른 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학교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에 따른 전담기구의 사안조사 과정에서 피해학생·가해학생 양측으로부터 확인서와 진술서를 받습니다. 이 서류는 형사소송법상 절차가 아니라 학폭위 심의를 위해 작성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학교 측에 자료 제공을 요청하거나 피해학생 측이 형사 고소장에 첨부해 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가해학생 측이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학폭위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폭넓게 인정하거나 구체적인 경위를 상세히 진술하면, 그 내용이 이후 경찰 조사에서 그대로 인용되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학생 측 입장에서는 학폭위 확인서에 피해 경위와 정도를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이후 형사 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서 중요한 소명자료가 됩니다.
따라서 학폭위와 경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면, 어느 절차에서 어떤 진술을 어느 정도까지 할지 하나의 전략 아래 일관되게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학폭위에서 한 말과 경찰 조사에서 한 말이 서로 어긋나면, 두 절차 모두에서 신빙성을 의심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학폭위 확인서·진술서는 별개 절차의 서류이지만, 실제로는 경찰 수사·형사재판의 증거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가해학생의 나이에 따라 경찰 수사 이후 절차와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보호처분으로 이어지고, 학폭위 조치와는 별도로 병과됩니다.
소년법 제4조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촉법소년으로 분류해,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촉법소년 사건을 수사한 뒤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며, 검찰을 거치지 않습니다. 반면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인정되어 원칙적으로 형사절차의 대상이 되고, 소년법 제49조에 따라 검사가 보호처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사건을 소년부로 송치합니다.
이처럼 나이에 따라 경찰 수사 이후 사건이 소년부 보호처분으로 갈지, 형사처벌로 갈지가 갈리지만, 어느 쪽이든 학폭위 조치와는 완전히 별도로 진행됩니다.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사정이 학폭위의 전학·출석정지 등 조치를 막는 사유가 되지 않고, 반대로 학폭위에서 비교적 가벼운 조치를 받았다고 해서 소년부 보호처분이나 형사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소년부 보호처분이나 형사처벌 결과, 그리고 학폭위 조치 이력은 서로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실무상 심의위원회나 법원은 조치·처분을 정할 때 상대방 절차에서 어떤 결론이 났는지를 참고자료로 살펴보는 경우가 있어, 한쪽 절차의 진행 상황을 다른 쪽에서도 계속 파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5. 학폭위 심의와 경찰 수사, 각각의 절차와 확인 순서를 따로 챙겨야 합니다
사안 인지부터 조치·처분 확정까지, 두 절차의 타임라인을 함께 파악해야 대응이 늦지 않습니다.
학폭위는 통상 학교의 사안 인지 → 전담기구의 사안조사 → 심의위원회 개최 → 교육장의 조치(요청 후 14일 이내) 순서로 진행됩니다. 같은 사안이 형사사건으로도 다뤄진다면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신고·고소장 접수 → ②가해·피해 학생 및 보호자 조사 → ③만 14세 미만이면 소년부 송치, 만 14세 이상이면 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거나 보호사건으로 넘어가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소년부 또는 형사부) 심리·재판의 순서로 별도로 진행됩니다.
두 절차의 일정표가 다르게 움직이는 만큼, 학폭위 일정만 챙기고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놓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 쉽습니다. 사안을 인지한 직후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상황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 전담기구의 사안조사 진행 상황과 학폭위 개최 예정일을 학교 측에 확인합니다.
경찰 신고·고소 여부, 관할 경찰서, 그리고 학생의 나이에 따른 촉법소년 해당 여부를 확인합니다.
학폭위에 제출할 확인서·진술서 초안을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방향과 어긋나지 않도록 함께 검토한 뒤 제출합니다.
이렇게 두 절차의 진행 상황을 나란히 파악하고, 학폭위 대응과 형사 대응을 하나의 전략으로 정리해 두면, 어느 쪽 결과가 먼저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학폭위와 경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느 쪽부터 챙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은 보호자 입장에서는 학폭위 확인서와 진단서, 상담 기록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학폭위 조치뿐 아니라 이후 형사 고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모두에서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자녀가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보호자 입장에서도 “학폭위만 잘 넘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실관계를 섣불리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학폭위에서의 진술이 이후 경찰 조사, 나아가 소년부 심리나 형사재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과 가해학생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학폭위와 경찰 수사라는 두 절차를 어떤 순서와 전략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학폭위와 경찰 수사, 어느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두 절차를 함께 살펴야 할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폭위가 먼저 끝나야 경찰 조사가 시작되나요?
A. 아니요. 학폭위와 경찰 수사는 근거 법률과 절차가 다른 별개 제도라 어느 한쪽이 끝나야 다른 쪽이 시작되는 선후 관계가 아닙니다. 실제로는 두 절차가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학폭위에서 화해·합의하면 경찰 수사도 자동으로 종결되나요?
A. 아닙니다. 학폭위 단계의 화해·합의는 심의위원회의 조치 수위에 참작될 뿐, 형사사건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기관·검찰의 판단과는 별개입니다. 다만 합의 사실이 이후 형량이나 처분 수위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될 수는 있습니다.
Q.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면 학폭위 조치도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보호처분 대상이 될 뿐이고, 학폭위 조치는 나이와 무관하게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별도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학폭위 진술을 거부할 수 있나요?
A. 진술 자체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방향과 어긋나지 않도록 내용을 신중하게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안이라면 진술서 작성 전에 변호사와 먼저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학폭위 조치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소송을 진행하면 경찰 수사도 함께 멈추나요?
A. 아닙니다. 학폭위 조치에 대한 불복 절차는 교육행정 영역이고, 경찰 수사는 형사절차 영역이라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됩니다. 학폭위 조치가 취소되더라도 형사사건의 결론이 자동으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Q. 변호사는 학폭위 심의와 경찰 조사에 둘 다 동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학폭위 심의는 보호자와 함께 변호사가 동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경찰 조사에도 변호인 참여가 인정됩니다. 두 절차를 같은 변호사가 함께 파악하면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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