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학교폭력이나 또래 사이 다툼, 절도·손괴 같은 사건으로 자녀가 소년부에 송치됐다는 통지를 받고, 피해자와 합의부터 서두르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보호자분들 중 적지 않은 분들이 “피해자랑 합의서만 쓰면 훈방으로 끝난다던데요”, “돈만 드리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가는 거 아닌가요”라는 생각으로 사적으로 합의를 서두르다가, 막상 심리기일에서 “화해가 있었다는 사정은 참고만 될 뿐”이라는 설명을 듣고 당황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가정법원 실무는 화해권고와 보호처분 결정을 분리해서 보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화해가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소년부 판사가 재량으로 고려할 수 있는 유리한 사정일 뿐, 처분을 자동으로 낮춰주는 공식이 아니라는 점이 실무의 출발점입니다.
아래에서는 소년법이 정한 화해권고 절차가 무엇이고, 합의가 실제로 보호처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통지를 받은 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화해권고는 소년부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직권으로 여는 절차입니다
당사자가 신청만 하면 열리는 절차가 아니라, 판사가 기일을 지정해 진행하는 공식 절차입니다.
소년법 제25조의3 제1항은 소년부 판사가 소년의 품행을 교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소년에게 피해 변상 등 피해자와의 화해를 권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이라는 문구입니다. 보호자나 소년 측이 원한다고 해서 당연히 열리는 절차가 아니라, 사건 기록과 조사관 보고를 검토한 판사가 화해가 교정·보호 목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때 개시되는 절차입니다.
화해권고가 개시되면 소년부 판사는 제2항에 따라 별도의 기일을 지정해 소년, 보호자, 필요하면 참고인까지 소환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판사나 조사관이 화해의 경위, 피해 변상의 구체적 내용, 소년의 반성 정도를 직접 확인합니다. 단순히 “합의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화해가 진정성 있게 이루어졌는지를 절차 안에서 살피는 것이 사적 합의와 다른 지점입니다.
소년보호사건 자체가 형사재판과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이 절차를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소년보호사건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습니다.
형사소송절차가 아닌 소년보호사건에 있어서는 비행사실의 일부에 관하여 자백 이외의 다른 증거가 없다 하더라도 법령적용의 착오나 소송절차의 법령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2. 10. 15.자 82모36 결정).
이 결정이 보여주듯 소년보호사건은 검사의 공소제기로 시작하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법원이 소년의 환경과 품행을 살펴 필요한 조치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화해권고 역시 이런 후견적 틀 안에서 판사가 재량으로 운용하는 장치이지, 합의만 하면 처벌 수위가 자동으로 정해지는 형사조정과는 절차의 출발점 자체가 다릅니다.
화해권고는 소년·보호자가 신청한다고 열리는 절차가 아니라, 소년부 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기일을 지정해 직접 진행하는 절차입니다.
2. 화해가 성립해도 법은 처분을 가볍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법 조문은 화해 성립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할 뿐, 감경을 의무화하지 않습니다.
소년법 제25조의3 제3항은 “소년부 판사는 소년이 제1항의 권고에 따라 피해자와 화해하였을 경우에는 보호처분을 결정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고려할 수 있다”는 표현은 전형적인 재량 규정입니다. 화해가 성립했다고 해서 반드시 낮은 단계의 처분(1호 보호자 감호위탁 등)으로 가야 한다거나, 특정 단계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다는 식의 상한을 정한 것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보호처분의 수위는 화해 여부 하나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비행의 내용과 경위, 동종 전력 유무, 재범 위험성에 대한 조사관 의견, 보호자의 감호 능력, 학교·가정 환경 등을 종합해 판사가 판단합니다. 화해는 이 종합판단에 들어가는 유리한 요소 중 하나일 뿐, 다른 요소를 압도하는 절대적 감경 사유가 아닙니다.
또한 법 조문은 화해가 성립했을 때 유리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할 뿐, 화해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어떻게 다루라고 따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즉 화해를 시도했으나 피해자가 거부해 불성립으로 끝났다는 사정 자체가 조문상 소년에게 불리한 근거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반성이나 재발방지 노력을 보여줄 다른 자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아쉬운 사정이 될 수는 있습니다.
화해 성립은 보호처분을 결정할 때 판사가 참작할 수 있는 유리한 사정이지, 처분을 자동으로 낮춰주는 법정 감경 사유가 아닙니다.
3. 화해권고는 사적으로 합의서만 제출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같은 “합의”라도 누가 주도하고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혼동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소년보호사건에서 “합의”라는 말이 붙는 제도는 여러 개입니다. 검찰 단계에서는 검사가 소년과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선도 등을 조건으로 기소하지 않는 조건부 기소유예(소년법 제49조의3)가 있고, 법원 단계에서는 소년부 판사가 직접 여는 화해권고(제25조의3)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변호인을 통해 사적으로 피해자와 합의서만 주고받는 경우도 실무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사적으로 작성한 합의서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조사관 조사나 심리기일에서 소년의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주는 참고자료로 제출될 수 있습니다. 다만 화해권고는 판사가 직접 기일을 지정해 화해의 경위와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인 반면, 사적 합의서는 서면으로 제출될 뿐 그 성립 과정을 법원이 직접 살피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합의”라는 결과물이라도 어떤 절차를 통해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심리기일에서 가지는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화해권고 절차에서는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해자나 참고인을 직접 소환할 수 있어, 피해자의 의사가 왜곡 없이 절차에 반영될 여지가 큽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가해 소년 측이 일방적으로 작성해 온 합의서보다, 법원이 관여하는 화해권고 절차를 통한 화해를 더 신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적 합의서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판사가 기일을 열어 직접 확인하는 화해권고와는 절차의 무게 자체가 다릅니다.
4.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나뉘고, 화해는 그 안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화해가 성립해도 처분의 “종류”와 “기간”이라는 두 축 안에서 움직일 뿐입니다.
소년법 제32조는 보호처분을 1호(보호자 등에게 감호 위탁)부터 10호(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열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1호부터 3호까지는 보호자 위탁·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처럼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이행하는 처분이고, 4호·5호는 단기(1년)·장기(2년) 보호관찰, 6호·7호는 아동복지시설이나 의료기관 위탁, 8호부터 10호까지는 1개월 이내 단기 소년원 송치부터 최장 2년까지의 장기 소년원 송치로 이어집니다.
기간도 법이 상한을 정해 두고 있습니다. 수강명령은 100시간, 사회봉사명령은 200시간을 넘을 수 없고, 단기 보호관찰은 1년, 장기 보호관찰은 원칙 2년(1년 범위에서 한 번 연장 가능)입니다. 소년원 송치는 단기가 6개월, 장기가 2년을 넘지 못합니다. 화해가 성립했다는 사정은 이 스펙트럼 안에서 더 가벼운 처분, 또는 같은 처분이라도 더 짧은 기간 쪽으로 판단이 기울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년법 제32조 제6항은 보호처분이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보호처분은 전과로 남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처분의 경중이 소년과 가정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기 소년원 송치와 단기 보호관찰은 소년의 학업·생활 단절 정도, 가정에 미치는 부담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화해를 통해 처분 수위를 낮추려는 노력은 여전히 실질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5. 통고·송치부터 심리기일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화해권고 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알아야 준비 시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소년보호사건은 통상 ①학교나 보호자가 직접 관할 소년부에 통고하거나,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수사가 개시되는 것으로 시작되고 → ②검사가 수사 결과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사건을 관할 소년부(경기 남부 지역은 수원가정법원)로 송치하며 → ③소년부 조사관이 소년과 보호자의 품행·경력·가정 상황을 조사해 보고하고, 그 과정에서 소년부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별도로 화해권고 기일을 지정해 소년·보호자·피해자 또는 참고인을 소환하고 → ④화해 성립 여부와 조사관 의견을 종합해 심리기일에서 보호처분 또는 불처분이 결정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절차에서 보조인, 즉 변호사의 역할이 가볍지 않다는 점은 대법원 판례로도 확인됩니다.
소년보호사건의 보조인도 형사소송의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보호소년이 가지는 권리를 행사하는 외에 독자적인 입장에서 보호소년의 이익을 옹호하는 고유의 권리를 가진다고 할 것인데, 보조인에 대한 심리기일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여 보조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채 심리를 종결하고 보호처분의 결정을 하였다면 그러한 절차상의 위법은 위와 같은 보조인의 고유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 된다(대법원 1994. 11. 5. 선고 94트10 판결).
화해권고 기일이나 심리기일에 보조인이 함께해 화해의 경위와 소년의 사정을 조사관·판사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 판례가 뒷받침합니다. 통지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이 현재 경찰·검찰 수사 단계인지, 이미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어 조사관 조사 단계인지부터 확인합니다.
피해자와 연락이 가능한지, 피해 변상을 위한 재원과 진정성 있는 사과문·재발방지 계획을 준비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화해권고 기일이 지정되면 그 자리에서 진술할 내용과 함께 제출할 자료(반성문, 상담·치료 이력, 보호자 의견서 등)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이 순서를 밟으면서 소년보호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화해권고 기일 준비부터 심리기일 변론까지 일관된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소년부 송치 통지를 받으면 “애들 일인데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과 “인생에 큰 흠이 남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 사이에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쪽 보호자 입장에서는 화해권고가 형사재판의 합의금 흥정과는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가해 소년 측의 반성이 실질적인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가 있는지를 화해 기일에서 분명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해 소년 측 보호자 입장에서도 “합의만 하면 끝난다”는 생각보다, 화해권고 절차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사관 조사부터 일관된 태도로 임하는 것이 처분 결과에 더 도움이 됩니다.
저는 소년보호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조사를 받는 소년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화해라도 절차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심리기일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소년부 송치 통지를 받은 지금이 바로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화해권고 기일이 열리기 전,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화해권고 기일에 꼭 출석해야 하나요?
A. 소년부 판사가 소환하면 응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화해권고 자체가 무산되거나, 조사관 보고서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평가로 남을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화해를 거부하면 처분이 무조건 불리해지나요?
A. 법 조문은 화해가 성립했을 때 유리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할 뿐, 불성립 자체를 불리한 사정으로 삼으라고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반성·재발방지 노력을 보여줄 다른 자료는 별도로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변호사를 통해 사적으로 합의서만 받아도 화해권고와 같은 효과가 있나요?
A. 참고자료로는 제출될 수 있지만, 판사가 직접 기일을 열어 화해의 경위를 확인하는 화해권고 절차와는 무게가 다릅니다. 두 방법을 병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Q. 촉법소년도 화해권고 대상이 되나요?
A. 됩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도 소년법 제4조에 따라 소년부 보호사건 대상이 되므로, 소년부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화해권고 절차를 거칠 수 있습니다.
Q. 화해가 성립하면 소년원 송치는 피할 수 있나요?
A. 보장되지 않습니다. 화해는 판사가 참작할 수 있는 유리한 사정 중 하나일 뿐이고, 비행의 내용·전력·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해 처분이 결정됩니다.
Q. 보조인(변호사) 없이 화해권고에 참여해도 되나요?
A. 참여 자체는 가능하지만, 대법원은 보조인이 심리기일에서 독자적인 권리를 가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해의 경위와 소년의 사정을 정확히 전달하려면 준비 단계부터 변호사와 함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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