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전문가 칼럼 / 법무법인 청향 윤희창 파트너변호사)
1. 기본적 사실관계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사인 원고가 수급업자와 하도급거래를 함에 있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여 원고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하였고, 원고가 이에 대한 취소를 구하였으나 원심이 피고의 행정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자 이에 불복한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사안이다.
2.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에 관한 하도급법 근거 규정
하도급법 제4조 제1항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조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 부당하게 목적물등과 같거나 유사한 것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하거나 하도급받도록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2항 제5호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간주하고 있다.
3.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의 판단 기준
우리 법원은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우선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하도급대금이 정해져야 하고, ② 다음으로 그 하도급대금이 ‘낮은 단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4두35125 판결 참조)고 판시하여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하도급대금이 결정되었는지 여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금을 결정하였는지 여부는 ①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정도, ②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거래의존도, ③ 계속적 거래관계의 유무와 정도, ④ 거래관계를 지속한 기간, ⑤ 문제된 행위 전후의 시장 상황 등과 함께, ⑥ 하도급대금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수급사업자가 의사표시의 자율성을 제약받지 않고 협의할 수 있었는지 여부와 그 제약의 정도, ⑦ 결정된 하도급대금으로 인해 수급사업자가 입은 불이익의 내용과 그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6두35540 판결,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5943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살펴볼 때, ① 원고의 수급사업자인 사내협력사들은 원고와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으면서 원고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높고 원고의 판단에 따라 거래관계가 단절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있었고, ② 원고가 사내협력사들에게 위탁한 수정 추가공사는 하도급대금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바 ‘선시공 후계약’ 형태로 작업이 진행되었고 원고는 사내협력사들이 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한 후 작업 물량을 정하였으며, ③ 특히 수정 추가공사에 소요되는 시간의 수를 의미하는 수정 추가시수가 결정되어야 그에 따라 하도급대금이 산정될 수 있는 것임에도 그 수정 추가시수의 결정은 원고의 내부적 절차로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내협력사들이 정보를 제공받아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의를 하는 절차도 없었던 바, 원심은 원고가 사내협력사들과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였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낮은 단가로 하도급대금이 결정되었는지 여부
원사업자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대금이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에서 정한 ‘낮은 단가’로 결정되었는지 여부는 문제가 된 행위 당사자들 사이에 있었던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의 대상이 되는 다른 거래에서 형성된 대가 수준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낮은 단가’를 인정할 기준이 되는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 대상 거래에 관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사업자가 결정한 대금이 ‘낮은 단가’로 결정되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고, 단순히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 대상 거래에 관한 증명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를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 대상 거래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원사업자가 위탁한 목적물 등을 수급사업자로부터 납품 등 받은 후에 비로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면서 수급사업자의 가격 협상력이 낮아진 상태를 이용하여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것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4두3512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살펴볼 때,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수정 추가공사의 경우 수급사업자인 사내협력사들이 하도급대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먼저 진행한 뒤, 사후에 가격 협상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하여 지급하는 하도급대금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리한 지위에 있었던 바, 원심은 사내협력사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4. 결 론
본 사안은,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종류 중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의 판단에 관하여, 당사자들 사이의 종전 거래 내용이나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거래에서 형성된 대가 수준을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이른바 ‘선시공 후계약’ 형태로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납품을 받은 후 수급사업자의 가격 협상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비로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며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하였다면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낮은 단가’를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한 판례로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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