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나 형제, 자녀에게 급하게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까지 작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가족끼리 무슨 차용증이냐"며 계좌로 돈만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막상 돌려달라고 했을 때 상대방이 “빌린 게 아니라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면 문제가 복잡해지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차용증이 없어도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돈을 보냈다는 사실뿐 아니라 '나중에 돌려받기로 하고 준 돈'이었다는 점을 설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 계좌 이체했으면 안전할까?
민법 제598조는 한쪽이 돈을 이전하고 상대방이 같은 금액을 반환하기로 약정하면 금전소비대차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차용증을 작성해야만 계약이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말로 "2000만원 빌려줄게. 내년까지 갚아"라고 합의하고 실제 돈을 보냈다면 차용증이 없더라도 대여 관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소송이 시작된 다음입니다. 내 통장에서 상대방 통장으로 2000만원이 이체됐다는 자료는 돈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2000만원을 빌려준 것이다"라는 사실까지 반드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무통장입금증 등 송금 자료만으로는 그 돈이 대여금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데 부족할 수 있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가족 사이에서는 특히 상대방이 "부모님이 그냥 준 돈"이라고 하거나 "생활비로 받은 것", "사업을 도와준 돈이지 빌린 돈이 아니다"라고 다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에게 빌려준 돈은 송금내역과 함께 돈을 주고받은 이유를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 현금으로 빌려줘서 이체내역도 없다면?
계좌이체 자료까지 없다면 입증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상대방이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한 문자나 녹취, 이후 일부 변제한 자료,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 등 다른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객관적인 자료가 거의 없다면 상대방이 대여 사실 자체를 부인할 경우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갚기로 한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면?
가족끼리 돈을 빌려줄 때 흔히 빠지는 내용입니다. "여유 생기면 갚아"라고만 하고 정확한 날짜를 정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민법 제603조에 따르면 반환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면 돈을 빌려준 사람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소송부터 제기하기보다 먼저 "○월 ○일까지 빌려준 3000만 원을 반환해 달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급기한을 정해 요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남길 수도 있고, 분쟁 가능성이 높다면 내용증명을 이용해 반환 요구 사실을 명확하게 남겨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 지금이라도 차용증을 써달라고 해도 될까?
가능합니다. 돈을 보낼 당시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대여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후에 채무확인서나 차용증, 변제약정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작성일과 다른 날짜를 임의로 적는 식으로 문서를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빌린 금액이 얼마인지
지금까지 얼마를 갚았는지
남은 원금은 얼마인지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갚을 것인지 등을 정확하게 적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당장 전액을 갚기 어려워 분할 변제를 약속한다면 매월 지급일과 금액도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가족이 빌려준 돈 갚지 않고 미룬다면, '이것'부터 하세요.
가족이라는 이유로 몇 년 동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믿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진 뒤에는 당시 자료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먼저 계좌이체 내역을 확보하고, 돈을 보내기 전후의 카카오톡·문자 등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돈을 돌려받았다면 그 내역도 함께 준비합니다.
그다음 반환을 요구하고도 지급하지 않는다면 지급명령이나 대여금 반환청구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족관계 자체가 아닙니다. 법원에서는 ✔그 돈을 왜 보냈고, ✔상대방이 돌려주기로 약속했는지를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가족에게 빌려준 돈은 차용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차용증 한 장이 없다고 걱정하기보다 계좌이체 내역과 당시 카카오톡·문자, 반환 약속, 일부 변제 내역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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