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장 내 횡령·배임이나 성비위 의혹으로 형사 고소·고발을 당한 근로자들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회사로부터 인사위원회 출석 통지부터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아직 수사도 안 끝났는데 회사가 나를 어떻게 하겠어”, “무혐의만 받으면 그때 가서 따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인사위원회 출석 통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통지서를 무시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대응하고 나면, 정작 소명 한마디 제대로 못 한 채 정직이나 해고 처분부터 받고 뒤늦게 항의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징계혐의사실의 인정이 형사재판의 유·무죄 확정 여부와는 별개의 절차라는 점을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고, 인사위원회를 통한 직위해제나 징계 절차 자체도 수사·재판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무혐의 결론이 나오기 전에 회사가 인사위원회부터 여는 것이 왜 가능한지, 그리고 이 단계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사건 결론이 나오기 전이라도 회사의 인사위원회는 별도로 열릴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와 징계절차는 목적과 증명의 정도가 다른 별개의 절차입니다.
회사 안에서 횡령·배임·성비위 등 의혹이 불거지면, 사건 당사자는 흔히 “검찰에서 결론이 나기 전에는 회사가 함부로 나를 처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형사절차와 인사위원회를 통한 징계절차는 근거 법령과 목적이 전혀 다른 별개의 절차이고, 하나가 끝나야 다른 하나가 시작되는 관계가 아닙니다.
형사절차는 국가가 범죄 성립 여부를 가려 형벌권을 행사하는 절차로, 유죄 인정에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반면 인사위원회의 징계절차는 근로계약관계 유지 여부와 직장 내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며,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가 형사절차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검찰의 기소·불기소 결정이나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도, 자체 조사와 취업규칙에 근거해 독자적으로 징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정직 등 불이익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형사절차 종료를 징계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도 형사사건으로 고소·고발되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를 인사위원회 소집이나 직위해제 사유로 명시해 둔 취업규칙이 많고, 이런 규정이 있다면 무혐의·불기소 결정이 나오기 전에 절차를 시작하는 것 자체는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형사사건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취업규칙에 근거가 있다면 회사가 인사위원회를 먼저 여는 것 자체는 위법하지 않습니다.
2. 인사위원회가 먼저 다루는 것은 대개 확정 징계가 아니라 ‘직위해제’입니다
직위해제는 혐의 단계에서도 가능한 잠정 조치로, 확정 징계와는 성질이 다릅니다.
형사사건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에서 회사가 처음 취하는 조치는 대부분 해고나 정직 같은 확정적 징계가 아니라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입니다. 직위해제는 근로자가 계속 그 직위에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 업무의 공정성이나 직장 질서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을 때, 잠정적으로 직위를 배제하는 인사상 조치를 말합니다.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장래에 그 직위에 계속 근무하게 됨으로써 발생할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근로자로 하여금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이처럼 직위해제는 확정된 비위사실이 아니라 ‘혐의’ 단계에서도 내려질 수 있는 잠정 조치이기 때문에, 형사사건이 기소 전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더라도 회사가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됩니다. 다만 직위해제도 근거 없이 무기한 유지되면 그 자체로 위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통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직시키거나 정식 징계 절차로 전환하도록 정한 취업규칙이 많습니다.
인사위원회 초기 단계에서 다루는 조치는 대개 확정 징계가 아니라, 혐의만으로도 가능한 잠정적 직위해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3. 무죄추정의 원칙이 인사위원회 개최 자체를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징계혐의사실의 인정은 형사재판의 유·무죄 확정과 무관하게 이루어집니다.
인사위원회 통지를 받은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가 “나는 아직 무죄로 추정되는 사람인데, 회사가 먼저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입니다. 헌법 제27조 제4항과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는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을 정하고 있지만, 이 원칙은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관한 것이지 사인 간의 근로계약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징계 절차를 곧바로 금지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징계혐의사실의 인정은 형사재판의 유죄 확정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형사재판 절차에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징계혐의사실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며 그와 같은 징계혐의사실의 인정을 무죄추정에 관한 헌법 규정 또는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의 규정에 저촉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86. 6. 10. 선고 85누407 판결).
즉 검찰이나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이라도, 회사는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징계혐의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것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인사위원회 개최와 징계혐의사실 인정 자체가 가능하다는 것일 뿐, 이후 실제로 어떤 처분을 내릴 수 있는지, 그 처분이 정당한지는 별도로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에 적용되는 것이지, 인사위원회의 개최 자체를 막아주는 방패가 되지는 못합니다.
4. 소명 여부와 절차 준수에 따라 징계 수위와 그 정당성이 달라집니다
직위해제에서 정직·해고로 갈수록 요구되는 증명과 절차는 더 엄격해집니다.
인사위원회 절차는 단계별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와 절차적 요건이 달라집니다. 초기 단계의 직위해제·대기발령은 혐의 존재만으로도 비교적 폭넓게 인정되지만, 정직이나 해고 같은 확정적 징계로 나아갈수록 회사는 구체적인 비위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절차도 더 엄격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징계위원회 출석·진술 기회를 부여하도록 정해져 있다면, 이 절차는 징계처분의 유효요건입니다. 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다24763 판결은 이러한 소명기회 부여 규정의 취지가 피징계자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밝힐 기회를 주는 데 있다고 보면서도, 소명 자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유효한 것은 아니어서 통지를 받고도 응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또한 징계사유에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이 규정을 어기고 징계위원회에 참여했다면 그 자체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된다고도 밝혔습니다.
즉 소명 기회를 형식적으로 부여받았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그 기회를 실제로 활용해 사실관계와 증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지가 이후 정직·해고 단계로 넘어갔을 때 처분의 정당성을 다투는 데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형사사건이 아직 조사 중이라 확정된 결론이 없더라도,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료나 진술 내용을 정리해 인사위원회에 함께 제시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같은 인사위원회라도 직위해제인지, 정직·해고인지에 따라 요구되는 증명과 절차의 엄격함이 달라집니다.
5. 인사위원회부터 무혐의 확인 이후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인사위원회 출석 전 자료 정리가 이후 대응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형사 고소·고발을 당한 근로자가 겪는 절차는 통상 두 갈래로 동시에 진행됩니다. 형사 쪽은 ①관할 경찰서(수원 소재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불기소 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으로 이어지고, 이와 별개로 회사 쪽은 ④취업규칙에 따른 인사위원회 소집·소명 절차·징계 의결로 진행되며, 두 절차는 서로 결론을 기다리지 않고 나란히 흘러갑니다.
인사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취업규칙·단체협약의 징계 관련 조항을 확인해, 소명 기회 부여 절차와 징계위원 구성·제척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부터 살펴봅니다.
인사위원회 출석통지서에 적힌 징계사유와 근거 규정을 정확히 확인하고, 그 사유가 실제 사실관계와 어떻게 다른지 정리합니다.
형사사건 관련 자료(고소장 사본, 진술서, 제출한 증거 등)를 최대한 확보해 인사위원회 소명자료로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사건과 인사위원회 대응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절차에서의 방어와 인사위원회에서의 소명을 같은 방향으로 맞춰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형사 고소를 당한 상태에서 회사의 인사위원회 통지까지 함께 받으면, “어느 쪽부터 대응해야 하느냐”는 막막함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형사사건을 이유로 회사가 성급하게 움직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지를 무시하거나 소명을 미루기보다, 절차 규정과 사실관계를 정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쪽이 이후 처분의 수위와 정당성을 다투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반대로 인사위원회를 운영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형사사건 결론을 무작정 기다리다가는 직장 내 질서 유지에 공백이 생길 수 있어 절차를 서두르게 되지만, 소명 기회와 징계위원 구성 같은 절차 규정을 놓치면 어렵게 내린 징계 자체가 무효로 뒤집힐 위험이 있습니다.
저는 형사 고소·고발을 당한 의뢰인들이 수사기관 조사와 회사 인사위원회 절차를 동시에 겪는 사건들을 여러 차례 다뤄온 변호사로서, 두 절차를 따로 떼어 생각하다가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형사사건 결론이 나오기 전, 회사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직 불송치·불기소 결정도 안 났는데 인사위원회부터 여는 게 위법 아닌가요?
A. 위법이 아닙니다. 형사절차와 징계절차는 별개이고, 취업규칙에 근거가 있으면 형사 결론 전에 절차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근거 규정의 존재 여부와 절차 준수 여부는 별도로 다퉈볼 수 있습니다.
Q. 인사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았는데, 변호사를 동석시킬 수 있나요?
A. 취업규칙·단체협약에 명시적 금지가 없다면 대체로 가능합니다. 사전에 인사팀에 동석 가능 여부와 절차를 확인하고, 소명자료를 함께 준비해 출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나중에 무혐의가 확정되면 이미 받은 징계는 자동으로 취소되나요?
A. 자동으로 취소되지 않습니다. 징계혐의사실의 인정은 형사 결론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므로, 무혐의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부당징계 구제신청이나 재심을 별도로 신청해 다퉈야 합니다.
Q. 징계위원 중에 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취업규칙·단체협약에 이해관계자 배제 규정이 있는데도 그 위원이 참석했다면 절차상 중대한 하자로 징계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규정이 없다면 그 사정만으로 무효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Q. 직위해제 기간에는 월급을 못 받나요?
A. 취업규칙·단체협약에 따라 다릅니다. 통상임금의 일부만 지급하거나 무급으로 정한 경우도 있어 반드시 규정을 확인해야 하고, 직위해제가 부당할 정도로 장기화되면 그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인사위원회에 나가서 소명하지 않으면 불리한가요?
A. 매우 불리합니다. 소명 기회를 부여받고도 활용하지 않으면 회사는 제출된 자료만으로 징계를 의결할 수 있고, 이후 절차에서 소명 미흡을 문제 삼기도 어려워집니다. 형사사건 자료를 준비해서라도 출석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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