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내 성희롱 신고 건수가 늘면서, 인사팀 조사와 경찰 수사 사이에서 어느 쪽을 먼저 밟아야 하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해 근로자분들 중 상당수는 “회사 인사팀에 신고했으니 이걸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형사 고소는 미뤄두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내 조사가 혐의없음이나 가벼운 주의 조치로 끝나면, 그제서야 뒤늦게 경찰서를 찾았을 때는 정작 결정적인 대화 기록이나 목격자 진술이 이미 흩어진 뒤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분들 중에는 “인사팀 조사에서 서면 경고만 받았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안심했다가, 몇 달 뒤 형사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통보를 받고 당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사업주의 사내 조사 결과와 수사기관·법원의 형사 판단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별개의 절차라는 점을, 그리고 사내 신고 이후 이루어지는 보복성 조치에 대해서도 회사가 별도의 책임을 진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사내 성희롱 조사와 형사 고소가 어떤 점에서 별개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두 절차를 함께 준비할 때 무엇부터 챙겨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내 성희롱 조사와 형사 고소는 근거 법과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절차입니다
인사팀의 조사 의무는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고, 형사 고소는 국가의 처벌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받거나 그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이 조사는 근로자를 보호하고 근로환경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무관리 절차로, 사업주가 조사를 게을리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될 뿐입니다.
반면 형사 고소는 피해자 본인이나 대리인이 경찰이나 검찰에 직접 접수해야 하는 별도의 절차입니다. 사내 신고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수사기관이 자동으로 사건을 인지하거나 수사를 개시하지는 않으며, 사업주 역시 성희롱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법적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즉 사내 신고와 형사 고소는 각각 별도의 절차 개시가 필요한, 완전히 다른 트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신고했으니 됐다”거나 “형사 고소를 준비하고 있으니 회사에는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은 둘 다 위험합니다. 사내 조사만 진행하고 형사 고소를 미루면 증거가 흩어지고, 형사 절차만 준비하고 회사에 알리지 않으면 사업주의 보호조치, 즉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사내 성희롱 조사와 형사 고소는 근거 법·목적·개시 방법이 전혀 다른 절차이며,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2. 사내 조사와 형사 수사는 판단 기준이 달라 결론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사내 조사가 인정한 성희롱과 형법이 요구하는 범죄 사이에는 간격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폭행이나 협박 같은 별도의 요건도 필요 없다는 기준을 확립해 왔습니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이 기준에 따르면 사내 조사에서는 부적절한 발언 한 번만으로도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도 위력 또는 위계라는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요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사내 조사에서 성희롱이 인정돼 가해자가 징계를 받았더라도 같은 행위에 대한 형사 고소가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내 조사가 인사위원회의 재량이나 증거 부족을 이유로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고 해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그 결론에 구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내 조사 결과는 형사 절차에서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고, 별도로 수집된 진술과 증거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사내 조사에서 성희롱이 인정되거나 부정된 결과가, 형사 절차의 결론까지 그대로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3. 신고 이후 회사의 보복성 조치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그 자체가 처벌 대상입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받는 불이익은 성희롱 자체와는 다른 위법행위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은 사업주가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근로자에게 파면·해고, 부당한 인사조치, 직무 미부여, 성과평가상 차별, 집단 따돌림 방치 등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주는 성희롱 자체에 대한 제재와는 별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37조 제2항).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이 판결에서 문제된 사업주는 신고자 본인이 아니라 신고자를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견책과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은 이 또한 신고자 본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보복의 대상이 신고자 본인이 아니라 주변 동료라 하더라도 사업주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보복성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형사책임은 성희롱 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 고소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가 진행 중이거나 아직 접수 전이라도,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이 있었다면 그 자체로 별개의 청구·고발 사유가 됩니다.
신고 이후의 불이익 조치는 원래의 성희롱 사건과는 별도로, 그 자체가 형사·민사 책임의 대상이 됩니다.
4. 어떤 형사 조문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성희롱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실제 적용 법조와 형량은 행위 태양마다 다릅니다.
사내 조사에서는 폭언, 신체 접촉, 성적인 메시지, 회식 자리에서의 발언 등을 모두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 판단합니다. 그러나 형사 절차에서는 같은 행위라도 구체적인 태양에 따라 전혀 다른 조문이 적용됩니다.
신체 접촉을 동반하면서 폭행·협박이 인정되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상사·감독자의 지위를 이용한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가 적용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됩니다. 카카오톡이나 메신저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보냈다면 같은 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신체 접촉 없이 공개적으로 성적 비하 발언만 한 경우에는 형법 제311조 모욕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면 폭행·협박·위력·위계 중 어느 것도 인정되지 않고 단순히 부적절한 언동에 그쳤다면,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위반으로 사업주에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데 그치고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될 수 있습니다. 사내 조사 결과서에 성희롱으로 인정된다고만 적혀 있어서는, 실제로 형사 고소가 가능한 사안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 사내 조사와 형사 고소, 순서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증거가 살아있는 시점에 두 절차를 함께 준비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통상적인 흐름은 ①회사 인사팀·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해 사내 조사를 개시하는 동시에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③경찰 조사 이후 검찰(수원지방검찰청)로 송치·처분되며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의 재판으로 이어지는 순서입니다. 두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도 서로 방해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내 조사에서 확보된 진술서·출입기록 등이 형사 절차의 증거자료로 함께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사내 조사가 먼저 시작됐다는 이유로 형사 고소를 미루다가 대화 기록이 삭제되거나 목격자의 기억이 흐려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사내 조사 담당자는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통신자료 확인이나 강제 수사 권한이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할 수 있는 증거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사내 신고와 형사 고소 중 무엇을 먼저 하든,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된 언동이 있었던 일시·장소·정황과 이를 뒷받침할 문자·메신저·이메일 기록을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동료나 목격자가 있는지, 그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사내 신고 시 접수증이나 조사 확인서 등 신고 사실 자체를 증빙할 서류를 반드시 남겨 둡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사내 조사와 형사 고소 양쪽에 정통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두 절차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면서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내 성희롱 문제는 “같은 회사에서 계속 봐야 하는 사람인데”라는 부담 때문에, 신고도 형사 고소도 뒤로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고를 고민하는 피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내 조사와 형사 고소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점, 그리고 신고 이후의 불이익도 별도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사내 조사를 받고 있는 입장에서도 인사팀 조사 결과가 곧 형사처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 그러나 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형사 고소가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 모두를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합니다.
저는 사내 성희롱 조사 대응과 형사 고소·피고소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두 절차를 어떻게 병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사례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사내 조사와 형사 고소, 어느 쪽을 먼저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에 이미 신고해서 조사가 진행 중인데, 형사 고소도 따로 해야 하나요?
A. 두 절차는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사내 조사만으로는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하지 않으므로, 형사처벌을 원한다면 별도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해야 합니다.
Q. 사내 조사에서 혐의없음으로 끝났는데 형사 고소를 해도 의미가 있나요?
A. 의미가 있습니다. 사내 조사와 형사 수사는 판단 기준과 증거 수집 권한이 달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고, 사내 조사 결과가 수사기관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Q. 형사 고소를 했다고 회사가 불이익을 줄 수 있나요?
A. 줄 수 없습니다. 성희롱 신고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는 남녀고용평등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위반 시 사업주는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Q. 성적인 메시지만 받았는데도 형사처벌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통신매체로 보낸 경우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적용될 수 있고, 신체 접촉이 없어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사내 조사와 형사 고소, 어느 쪽을 먼저 진행해야 하나요?
A. 순서보다 동시 진행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내 조사가 먼저 시작됐더라도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형사 고소에 필요한 자료부터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신고했다가 무고로 역고소당할 수 있나요?
A. 사실에 근거해 신고했다면 무고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허위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한 경우에는 무고죄 문제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으므로, 신고 내용을 사실관계에 맞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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