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해외 출장이나 유학, 워킹홀리데이를 앞두고 있던 중 갑자기 성범죄 고소·고발 사실을 통보받고 당황해하는 의뢰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얘기만 들었지, 아직 소환장도 안 왔는데 예정된 출장 정도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확인 없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출국심사대에서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제지당하고 나서야, 본인이 이미 출국금지 상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수사기관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폭넓게 인정해 출국금지·긴급출국금지 요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간·강제추행처럼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는 구속영장 없이도 공항에서 곧바로 출국이 막히는 긴급출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 피의자가 된 경우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쳐 출국이 제한되는지, 그리고 예정된 해외 출장이나 유학을 앞두고 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관련 법령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범죄 피의자가 됐다고 자동으로 출국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국금지는 수사기관의 요청과 법무부장관의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발동됩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이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고소장이나 고발장이 접수됐다는 사실 자체가 출국금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나 검찰이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무부에 별도로 출국금지를 요청해야 비로소 절차가 시작됩니다.
기간도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재를 알 수 없어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피의자중지)되거나 도주 등 특별한 사유로 수사 진행이 어려운 사람은 3개월 이내, 이미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은 그 영장의 유효기간까지 출국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초범이고 소환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는 초기 고소·고발 단계에서 곧바로 출국금지가 걸리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혐의 사실이 무겁거나, 소환에 불응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사정이 겹치면 수사기관의 출국금지 요청 가능성은 급격히 커집니다.
고소·고발 사실 자체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별도 요청과 법무부장관의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출국이 금지됩니다.
2.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으면 공항에서 즉시 긴급출국금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법정형 장기 3년 이상인 대부분의 성범죄는 긴급출국금지 대상에 해당합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의6은 수사기관이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나 도망할 우려가 있으며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법무부장관의 사전 결정 없이도 출입국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곧바로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성범죄가 이 요건을 충족한다는 점입니다.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강간죄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이들 죄의 법정형 상한(장기)은 대부분 3년을 훌쩍 넘습니다. 즉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단계라도, 혐의만으로 긴급출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긴급출국금지에도 시한은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요청 시점으로부터 6시간 이내에 검사의 검토의견서와 범죄사실의 요지를 첨부해 법무부장관에게 승인을 요청해야 하고, 요청 시점부터 12시간 이내에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즉시 해제해야 하며, 해제된 경우 같은 범죄사실로는 다시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성범죄는 법정형이 무거워, 구속영장 없이도 공항에서 곧바로 출국이 막히는 긴급출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3. 통보 없이 출국이 막혀 있을 수 있어 사전 확인이 중요합니다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으면 출국금지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의4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출국을 금지하거나 그 기간을 연장했을 때 원칙적으로 즉시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전이나 공공의 이익에 중대하고 명백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범죄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통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연장기간을 포함한 총 출국금지기간이 3개월을 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통지해야 합니다.
이 통지 유예 조항 때문에 실무에서는, 고소·고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본인이 출국금지 대상인지 여부는 모르고 지내다가 출국 당일 공항에서야 알게 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이를 막을 방법은 있습니다. 법무부 하이코리아(www.hikorea.go.kr)에 접속해 공동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하면 출국금지 여부와 기간, 사유, 요청기관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고,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을 직접 방문해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을 발급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정된 출장이나 유학이 있다면 출발 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지가 유예될 수 있는 만큼, 출장 전 하이코리아 등에서 본인의 출국금지 여부를 직접 확인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4. 이미 출국금지가 됐다면 해제 요청이나 불복 절차로 다툴 수 있습니다
출국금지도 재량행위인 이상 막연한 우려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의3은 출국금지 사유가 없어졌거나 출국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면 법무부장관이 즉시 출국금지를 해제해야 하고, 출국금지를 요청한 기관의 장도 사유가 소멸했다면 즉시 해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는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에 직접 해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출국금지 처분 자체가 무제한의 재량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추징금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일정 금액 이상의 추징금 미납 사실 자체만으로 바로 출국금지처분을 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재산의 해외 도피 가능성 여부에 관한 판단에 대하여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1두3365 판결).
이 사건은 추징금 미납 사안이지만, 출국금지가 구체적 사정에 대한 심리 없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재량통제 법리는 성범죄 사건에도 그대로 통합니다. 혐의 사실이 무겁다는 사정만으로 출국금지가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직업·가족관계·거주지·이전 소환에 응한 태도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실제로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처분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심판이나 집행정지를 병행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출국금지도 재량행위인 이상 구체적 사정 없이 기계적으로 유지되어서는 안 되며, 해제 신청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를 알아야 출장 일정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조사 일정과 출국 계획이 겹친다면 미리 소명하고 조율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성범죄 고소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주거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배당 → ②피의자 소환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혐의가 무겁거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 과정 어느 단계에서든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출국금지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예정된 해외 출장이나 유학을 앞두고 성범죄 사건에 연루됐다면, 무작정 일정을 강행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이코리아 등에서 본인의 출국금지·출국정지 여부와 기간, 사유를 먼저 확인합니다.
소환 통보를 받았다면 출장 일정을 미리 알리고, 조사 기일 조율이 가능한지 담당 수사관과 협의합니다.
혐의 내용이 무겁거나 이미 출국금지가 걸려 있다면, 해제 신청과 소명자료 준비를 형사전문 변호사와 함께 진행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미리 파악해두면, 예정된 출장이나 유학을 무리하게 강행하다 공항에서 출국이 저지되는 상황을 피하고, 수사 초기 대응 전략도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분들은 고소 사실 자체에 놀라, 정작 뒤따라오는 출국금지 같은 절차적 문제는 뒤늦게 챙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정된 출장이나 유학을 앞둔 피의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출국금지가 생업과 학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출국해 잠적하거나 증거를 인멸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앞서, 수사 초기부터 출국금지나 긴급출국금지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출국금지를 다투는 피의자 측과, 가해자의 도주를 막아야 하는 피해자 측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와 절차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예정된 출국이 있거나 이미 출국금지를 통보받았다면, 그 시점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때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출국금지가 되나요?
A. 아닙니다. 고소·고발 사실 자체만으로는 출국금지가 자동으로 발동되지 않고, 수사기관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무부에 요청하고 법무부장관이 결정해야 발동됩니다. 다만 혐의가 무겁거나 소환에 불응하면 요청 가능성이 커집니다.
Q. 이미 예약된 해외 출장인데 취소해야 하나요?
A. 사전에 하이코리아 등에서 본인의 출국금지 여부를 확인해보고, 조사 일정이 임박했다면 수사기관에 출장 일정을 알리고 조사 기일을 조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확인 없이 공항에 갔다가 그 자리에서 출국이 저지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Q. 긴급출국금지는 구속영장 없이도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가 있고 증거인멸·도주 우려, 긴급한 필요가 있으면 영장 없이도 공항에서 즉시 출국이 저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은 6시간 내 법무부 승인 요청, 12시간 내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해제해야 합니다.
Q. 출국금지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수사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면 통지가 유예될 수 있지만, 사유가 없어졌거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요청기관이나 법무부장관에게 해제를 요청할 수 있고, 처분이 과도하다고 보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도 있습니다.
Q. 출국금지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해외에 나갈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기간 만료로 해제되지만,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면 기간 만료 3일 전까지 연장 요청이 들어와 기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출국 전 하이코리아 등에서 현재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미 해외에 나가 있는 상태에서 고소를 당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국외 체류 중에는 출국금지보다 여권 재발급 제한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중지·수사중지되거나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국외에 있다면, 외교부장관이 여권의 발급·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어 귀국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출국금지를 당하면 재판 결과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나요?
A. 출국금지 자체가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도주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는 사정은 이후 구속영장 심사나 보석 여부 판단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