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 세 번째 만남 이후 벌어진 고소
제가 상담했던 의뢰인은 20대 후반 남성이었습니다.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여성과 세 차례 만남을 가졌고, 그날은 저녁 술자리 이후 자정 무렵 함께 귀가하게 됐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의뢰인은 상대 여성이 자신을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고소장에는 당시 너무 취해 기억이 끊긴 상태였고, 동의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그날의 기억을 또렷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갔고, 서로 웃으며 대화했던 장면들이 선명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고소 통보에 무엇을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 극심한 혼란과 불안 속에서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당사자 두 사람 외에는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진술이 엇갈리면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지기 쉽습니다. 저는 첫 상담에서 의뢰인에게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그날의 시간대별 행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복기하는 데 집중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 황윤경 변호사의 조력 – 기억의 부재와 판단능력의 상실은 다르다
저는 상담에서 당일 마신 술의 종류와 양, 술자리가 끝난 시각, 귀가 경로, 그리고 헤어질 때까지 상대방이 보인 언행을 순서대로 짚었습니다.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술을 많이 마셨다거나 나중에 일부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요건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술집의 카드 결제 내역과 매장 CCTV를 확보해 실제 음주량과 시간을 객관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이어 귀가 경로에 있던 편의점 CCTV를 확인한 결과, 상대방이 스스로 물건을 골라 카드로 결제하고 점원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남아 있었습니다. 비틀거림 없이 걸었고, 잔돈을 직접 챙기는 등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이 시간대별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그날 밤과 다음날 오전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다정한 어투와 다음 만남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강압이나 위력에 의한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시간순으로 정리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기억의 부재'와 '판단능력의 상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핵심으로 제시했습니다. 알코올로 인한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은 뇌가 그 순간의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그 순간의 의식이나 판단능력 자체가 없었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점을 의학 문헌과 관련 판례를 근거로 설명했습니다.
이동 과정 전반에서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 정황이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점을 CCTV와 메시지 기록으로 뒷받침했습니다.
상대방 측이 강조한 '기억이 없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곧 당시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의뢰인에게는 있었던 사실을 축소하거나 과장하지 말고,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진술하도록 조언했습니다.
3. 사건의 해결 – 불송치(혐의없음) 결정
수사기관은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수사기관이 중요하게 본 지점은 CCTV와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 자료가 일관되게 자발적인 행동과 판단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진술만으로 진행되기 쉬운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시간순으로 정리된 객관적 정황이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습니다.
이 결정은 의뢰인에게 성범죄자로 신상정보가 등록되고 평생 사회적 낙인이 따라붙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였습니다. 다만 이런 사건은 어느 쪽에게도 깊은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애초에 오해나 다툼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4. 이 사건의 핵심 쟁점 – 준강간죄에서 다투는 ‘항거불능’의 의미
준강간죄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부분은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술을 많이 마셨다는 사실, 나중에 기억이 일부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요건이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블랙아웃 현상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 순간의 경험을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그 순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능력이 없었던 것은 의학적으로도 구분되는 문제입니다. 법원 역시 이 둘을 구분해 판단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실무에서 핵심 증거가 되는 것은 결국 객관적 정황입니다. CCTV에 남은 보행과 행동, 목격자 진술, 문자메시지의 어투와 내용, 카드 결제 기록처럼 당사자의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 자료들이 판단의 중심에 놓입니다.
5. 성범죄 혐의를 받았다면, 객관적 자료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진술만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 자료의 존재 여부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CCTV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되는 경우가 많고, 문자메시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맥락을 되짚기 어려워집니다.
혐의를 통보받았다면 당황한 상태에서 섣불리 진술하기보다, 당시 행적을 시간순으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자료의 존재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진술의 방향 역시 신중하게 잡아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부분과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을 구분해 정리하는 작업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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